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
5화. 우리 사부님 최고! 일류고수.
평범한 장정 수십 명이 달려들어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도륙할 수 있는 존재.
중원에 고수가 별처럼 많다지만, 일류고수 정도면 어디 가서도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염소수염은 자신감이 넘쳤다.
“애송이. 어디 그 주둥이만큼 실력도 있나 볼까?”
“수룡아! 뒤로 물러나라!”
채앵!
어느새 검을 뽑아 든 아버지가 내 앞을 막아서며 염소수염을 상대하려 했다.
그러나 저쪽에서도 도를 뽑아 든 남궁욱이 아버지에게 덤벼들었다.
“어이! 형씨는 나랑 얘기 좀 하자고!”
―까아앙!
남궁욱의 힘에 뒤로 밀려난 아버지의 얼굴에는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크하하하! 관주는 관주하고 붙어야지!”
“이놈! 비켜라! 수룡아!!”
내가 걱정된 탓인지, 아버지는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남궁욱이 아버지의 발을 묶어 놓는 동안, 염소수염이 히죽 웃으며 내게 덤벼들었다.
“크크크. 어디 한번 발악해 보거라!”
나는 뒷걸음질 치며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놈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크하하하! 꼭 꼬리에 불붙은 쥐새끼 같구나!”
‘대놓고 날 무시하는군.’
몸의 동작이 불필요하게 크다.
과시하듯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보란 듯이 화려하게 보법을 밟는다.
놈의 입가에는 여유만만한 미소가 가득하다.
‘나로서는 고맙지.’
놈은 내가 자신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래. 방심하는 것이 당연하지.
일류고수와 삼류 수준의 내공도 쓸 수 없는 애송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기는 게 당연한 상대일 테니까.
하지만 놈이 결코 알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 몸은 내공 없이 살아온 게 처음이 아니란다.’
그 거친 혈교에서, 나는 내공을 쓸 수 없는 몸으로 20년 이상 후기지수들에게 무공을 가르쳤다.
내게 배운 놈들이 전부 스승 말을 잘 듣는 착실한 놈들이었을까?
그중 몇 명쯤, 내공이 없는 교관의 말을 무시한 놈들이 없었을까?
어릴 때는 말을 잘 듣다가, 대가리가 커지고 무공 수위가 높아지면서 대든 놈이 없었을까?
천만의 말씀.
날 무시한 놈들은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마뇌가 나를 지하 뇌옥으로 부를 때까지, 나는 혈마신교 최고이자 최악의 교관이었다.
‘보여 주지. 내공 없이 일류고수를 잡는 방법을.’
“너무 겁먹을 것 없다. 천천히 즐기다 죽여 줄 테니!”
휘익!
염소수염이 손을 매의 발톱처럼 만들어 내 가슴을 할퀴려 들었다.
위협적이지만 동작이 너무 컸다.
나는 뒤로 쓰러지듯 몸을 눕히며 발을 차올렸다.
찌이익!
놈의 손톱이 내 옷을 찢고 지나갔다. 동시에 내가 차올린 발이 놈의 배를 때렸다.
퍽!
불의의 일격을 당한 염소수염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놈이?”
놈의 눈이 조금 커졌다. 타격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놈의 표정에는 당혹과 불쾌감이 떠올랐다.
“흥. 한 번은 운이 좋아서…….”
놈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 순간 내가 암기처럼 쏘아 낸 동전을 막기 위해 황급히 팔로 얼굴을 가려야 했으니까.
―퍼버버벅!
나는 품 안에 미리 숨겨 두었던 작은 동전들을 놈의 머리와 눈을 노리고 잔뜩 뿌렸다.
“이딴 잔재주가 통할 것 같으냐!”
워낙 가까운 거리였던 터라, 놈은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두 팔을 들어 올려야만 했다.
그 순간 놈의 팔꿈치가 훤히 드러났다.
‘걸렸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나는 마지막까지 숨겨 뒀던 동전으로 놈의 팔꿈치에 드러난 곡지혈(曲地血)을 정확히 맞췄다.
―퍽!
곡지혈은 팔의 기가 모이는 중요한 혈 자리로, 강한 힘으로 정확히 점혈을 당하면 팔이 마비되는 곳이다.
“큭……!”
지금 내 힘이 미약하기에, 일류고수인 놈의 팔을 마비시킬 수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그 잠깐이면 승패를 가르기엔 충분하지.’
나는 팔이 굳은 놈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당황한 놈의 눈이 커졌다.
“큭!”
어떻게든 피해 보려 하지만, 아직 팔의 마비가 풀리지 않아 반응 자체가 느렸다.
나는 검지와 중지를 세워 검결지를 만든 후 놈의 어깨 부근, 견정혈(肩井穴)을 찍었다.
―푹!
견정혈은 몸 안의 탁한 기운이 가장 많이 쌓이는 혈도로, 적당한 강도로 자극하면 전신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끄으……!”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는지 놈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두 손으로 놈의 뒤통수를 단단히 잡으며 씩 웃었다.
“넌 뒈졌다, 이 새끼야.”
두 팔로 놈의 뒤통수를 잡아 힘껏 당기고, 동시에 무릎을 강하게 차올려 놈의 얼굴을 찍었다.
빠악!
한 번으로 끝내기엔 아쉽지.
빠악! 빠아악!
두 번은 너무 정 없고.
빠악! 빠아악! 빠아아악!
세 번, 네 번, 나는 끝장을 낼 기세로 무릎으로 놈의 얼굴을 연달아 찍어 댔다.
“끄윽……. 이…… 개자식……!”
놈도 일류고수답게 맷집이 좋았다.
휘청거리면서도 나를 떼어내기 위해 팔을 휘둘렀다.
후웅!
초식도 없이 대충 휘두른 몸짓이지만, 지금 몸으로는 스치기만 해도 위험했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피한 후 놈의 왼쪽으로 돌았다.
―파바바박!
검결지로 놈의 마혈을 연달아 눌러 댔지만, 반응은 그 전보다 훨씬 약했다.
‘점혈은 더 이상 안 통하겠군.’
염소수염이 본격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혈도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내공도, 근력도 부족한 이 몸으론 더 이상의 점혈은 불가능.
나는 미련 없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크악! 죽여 버리겠다!”
광분한 염소수염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기세는 처음보다 한참 약했다.
머리를 연달아 얻어맞은 탓에 골이 휘청거리고, 제대로 중심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나를 죽이고 싶다는 분노에 몸을 맡길 뿐.
‘저런 공격에 맞으면 병신이지.’
휘익! 휘익!
나는 움직임을 최소화해 놈의 공격을 전부 한 치 차이로 피했다.
“너 같은 놈이 여럿 있었지.”
“끄아아아악!”
놈은 내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꼴에 내공 좀 익혔다고, 배울 만큼 배웠다고, 대가리 좀 컸다고 날 무시하던 놈들.”
“죽여 버리겠다!”
혈교의 무공 교관 시절.
나는 내가 키운 수많은 교육생, 심지어 동료 교관들에게까지도 내공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멸시를 받았다.
“……단전이 멀쩡하다는 이유 하나로 날 자신보다 열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던 놈들.”
“죽어! 죽어! 죽어어!”
“전부 어떻게 된 줄 알아?”
슬쩍.
일부러 빈틈을 보이자 놈이 피 냄새를 맡은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나는 그 순간에 맞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헙!”
자신이 내디뎌야 할 보법의 자리에 내 발이 들어오자 상대의 발이 꼬인다.
발이 꼬이자 호흡이 턱 막힌다.
호흡이 막히자 몸이 잠깐 굳는다.
이번에도 역시, 그 ‘잠깐’이면 충분했다.
“이렇게 돼.”
휘릭!
나는 놈의 공격을 피해 옆으로 돌아섰다.
잠시 후, 내 팔꿈치가 놈의 후두부에 닿아 있었다.
―빠아악!!
통렬한 타격음과 함께 염소수염이 개구리처럼 바닥에 뻗었다.
“크윽…….”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가쁜 호흡을 정리했다.
허약한 몸으로 무리한 탓인지, 한쪽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코피를 손등으로 슥 닦아 내는데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끄으으윽……!”
염소수염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몸으로 깨어난 지 이제 고작 한 달.
제대로 단련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한 기간이었다.
‘젠장. 천음절맥만 고치면…….’
머릿속에 있는 절세신공들을 모두 익힐 수 있을 텐데.
그럼 이런 꼼수 같은 것 안 쓰고도 저런 녀석들, 수백이 몰려와도 문제없을 텐데.
“죽 여 주 마-!”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염소수염이 살기를 폭사하며 달려들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었는지 눈도 돌아간 상태였다.
“후우…….”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시간은 충분히 끌었으니까.
나는 힐긋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제 끝났어요?”
“……오랜만의 실전이라 좀 걸렸다.”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튀어나온 인영이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푸화아아아악!
내게 달려들던 염소수염의 두 팔이 잘려 허공으로 날아가고, 그 절단면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염소수염 앞에, 두 손으로 검을 든 아버지가 단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괜찮은 거냐?”
“그럭저럭요.”
뒤쪽을 보자 남궁욱(자칭)이 난자된 채 쓰러져 있었다.
반면 아버지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역시 일류 수준이었군. 그것도 제대로 된 일류.’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내 아버지 백무흔은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 달 동안이나 부대끼면서 살았으니까.
애초에 싸움이 벌어져도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 놈들을 도발한 것이었다.
나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자백도 받았고 증인도 이렇게 많으니, 잡아서 무림맹 지부에 넘기면 나머진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죠.”
“돌아가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만…….”
그때 수많은 환호성이 아버지의 말을 가로막았다.
“우와아아아아!”
“사악한 사파 놈들을 무찔렀다!”
“만세! 백무흔 대협 만세!”
“백수룡 대협 만세! 백무관 만세!”
우리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우르르 몰려와 환호하며 눈물 콧물을 흘렸다.
그중에서도 포목점 장 씨네 코흘리개, 장이의 표정이 가장 볼 만했다.
“백사부님! 우리 사부님 최고!”
저거 저거, 내일이면 또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귀찮게 졸라대겠네.
“아, 다른 놈들은…….”
“전부 도망쳤다.”
대문을 막고 있던 염소수염의 졸개들, 양삼을 비롯한 진무관의 제자들은 이미 도망친 후였다.
상황이 정리되자 짙은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왔다.
“대충 끝난 건가…….”
휘청.
“수룡아!”
어지럽다.
긴장이 풀리자 무릎에 힘이 빠지고 몸이 옆으로 기운다.
눈이 천천히 감긴다.
약해빠진 몸뚱이 같으니…….
나는 옆으로 기우는 시선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어느새 나를 안은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좀 잘게요. 뒤처리 좀 부탁드려요.”
털썩.
사방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