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53
653화. 서운해하지 마라
심상 세계에 들어온 사도들은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순간 뒤바뀐 풍경이 그들에게도 묘하게 익숙했다.
“이곳은…….”
“……기억에 있는 장소군.”
“이렇게까지 폐허였나?”
“…….”
옛 혈교의 본거지.
혈교를 탈출하려던 스승과 네 명의 절세고수를 막아섰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사도들의 기억과는 다른 점도 있었다.
지하뇌옥에서 죄수들이 탈출했다!
배교자가 있다! 죄수들을 풀어 준 배교자를 잡아라!
크하하하! 전부 죽여라!
망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폐허가 된 심상 세계를 배회하고 있었다.
팔다리가 잘린 채 기어 다니는 자, 흘러나온 내장을 질질 끌며 돌아다니는 자, 안구가 뽑혀 나간 눈구멍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자.
귀신과 같이 흐릿한 형상으로 목적 없이 심상 세계를 방황하는데, 대부분 사도들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는 자들이었다.
“……이곳이 당신의 지옥이었습니까.”
일사도는 백수룡의 심상(心像)에 남겨진 그날이, 오랫동안 이러한 풍경이었으리라는 것을 깨닫고 중얼거렸다.
쿠릉-!
그때 멀리서 뇌전이 희미하게 명멸하는 것이 보였다.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하늘의 바로 아래였는데, 사도들은 벼락이 밤하늘을 밝히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쿠르릉-!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인세의 것을 벗어난 듯 신이(神異)한 기운을 두른 적발적안의 사내와, 주먹에 벼락을 휘감고 처절하게 덤벼드는 사내.
백수룡과 남궁수였다.
둘 다 피투성이였으나 싸움은 일방적으로 보였다.
백수룡은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공명해 사방에 뻗치는 기운을 점점 키워 가고 있었고, 남궁수는 전신의 기력을 쥐어짜내며 간신히 버텨 내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홍옥처럼 붉은 눈동자가 사도들과 청룡오망을 돌아봤다.
“나의 제자들이 전부 왔구나.”
그의 입가에 맺힌 나른하고도 요사스러운 미소를 본 순간, 사도들은 똑같이 눈썹을 치켜뜨고 이를 악물었다.
“……혈마.”
씹어뱉듯이 중얼거린 일사도는 급히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청룡오망에게 외쳤다.
“저자의 눈을 보지 마라! 저건 너희의 스승이 아니다. 저 안에 깃든 존재는…….”
절세고수인 데다 술법을 끊어 낸 사도들은 더 이상 혈마안에 당하지 않았지만, 청룡오망의 수준으론 한순간에 넋이 나가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사도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저거…… 누구예요?”
“우리 선생님이 아니잖아…….”
“남궁수 선생님!”
청룡오망은 혈마안에 완전히 노출되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백수룡의 몸에 깃든 이질적인 존재를 한 번에 눈치채고 경계했다.
‘어떻게?’
혈마를 똑바로 노려보는 소년소녀들의 눈에는 맑은 정광이 흘렀다. 조금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그 모습에, 백수룡의 몸을 차지한 혈마조차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무언가를 확인하곤 미간을 찌푸렸다.
“……내 허락도 없이 잡스러운 혼백들이 함께 들어왔구나. 내 오랜 숙원을 방해하려는 자들이 아직도 이리 많다니…….”
불쾌해하는 듯한 혈마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일사도가 상황을 정리하며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이호, 삼호는 나와 함께 간다. 그동안 너희들은 이곳에서 대기하라.”
혈마안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룡오망이 혈마와 손속을 나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후기지수에 불과한 학생들이 혈마의 공격을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심지어 이곳은 그의 심상 세계였다. 손짓 한 번에도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이나 하라고요?”
“저희도 합격진을 펼치면 충분히 싸울 수 있어요!”
“방해 안 할게요. 그러니까 같이…….”
“불가(不可).”
예상대로 청룡오망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일사도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너희들 중 단 한 명이라도 허공답보(虛空踏步)를 능숙하게 펼칠 수 있나? 아니면 우리가 너희를 안고 싸우기라도 해야 하나?”
“…….”
청룡오망 전원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허공답보가 기본이 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는 싸움. 자신들과 그 싸움 사이에 얼마나 아득한 수준의 차이가 있는지는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주제를 파악하는 것도 실력이다. 너희는 이곳에서 살아남아라. 그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사도가 말을 끝맺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크르르르…….
목적 없이 심상 세계를 배회하던 망자들이 그들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혈마의 명령이었다. 심상 세계에 울려 퍼지는 몽롱한 음성에 따라, 망자들이 침입자들을 적으로 인식했다.
“친애하는 사도들과 나의 제자들아. 정녕 너희마저 하늘을 넘으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이별의 순간마저 이런 덧없는 싸움이라니 안타깝고 비통하도다.”
개소리를 지껄이는 혈마를 한 번 노려본 일사도가 이번에는 사곤에게 당부했다.
“사곤. 너도 이곳에 남아라. 우리가 스승의 힘을 빼서 지상으로 끌어내리겠다. 그때까지 최대한 부상을 회복하면서 기다려라.”
사곤은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친우들과 함께 싸우고 싶었지만, 지금 상태론 방해만 될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수어로 친우들에게 말했다.
-다치지 마라.
“노력해 보지.”
그러자 사곤이 일사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일사도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뒤늦게 그 뜻을 이해하고는 사곤과 주먹을 가볍게 부딪쳤다.
툭. 툭. 툭.
이사도와 삼사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사곤과 한 번씩 주먹을 부딪쳤다. 급박한 와중이었지만 그들은 작게나마 피식 웃었다.
“그럼 가지.”
세 명의 사도가 몸을 띄워 허공으로 날아오르려 할 때였다.
“저기……. 사형? 이라고 불러야 하나.”
헌원강의 말에 삼사도의 눈썹이 크게 꿈틀댔다. 그가 고개를 돌려 노려보자 헌원강이 움찔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아까 전에 날 죽이러 오라느니 어쩌고 한 말, 무슨 뜻인데요? 찝찝하게 계속 신경이 쓰여서…….”
“지금 네 실력으로는 알 자격조차 없다.”
위협적인 말투로 헌원강의 말을 끊은 삼사도는 곧바로 하늘로 솟구쳤다.
일사도와 이사도 또한 자신들과 같은 무공을 익힌 사제, 사매와 잠시 눈을 맞춘 후, 미련 없이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뭔데? 치사하게.”
꿍얼거리며 삼사도를 째려본 헌원강은 바닥에서 멀쩡한 도를 하나 주워 들었다. 심상 세계의 폐허에서 굴러다니는 도였는데, 묘하게 헌원세가에서 보던 것들과 생김새가 비슷했다. 일단 부러진 흑도 대신 쓸 생각이었다.
캬아아아아아!
사도들이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망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헌원강은 화풀이하듯 도를 강하게 휘둘렀다.
덤벼들던 망자가 그대로 두 쪽으로 갈라져 쓰러졌다. 헌원강 스스로도 흠칫 놀랄 정도로 위력적인 초식이었다.
“뭐야?”
깜짝 놀란 것은 헌원강만이 아니었다.
“무공의 위력이…….”
“평소보다 초식을 펼치는 것이 더 수월해졌어.”
“분명 많이 지쳤었는데, 이상하게 힘이 넘치지 않수?”
“지금이라면 허공을 밟고 올라가는 것도 충분히…….”
청룡오망은 심상 세계의 적들과 싸움을 벌이면서,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힘이 넘치는 것을 느끼곤 당황했다. 그러나 사방에서 쉼 없이 밀려드는 적들 탓에 이상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
사곤은 그런 사제들의 등 뒤에서 일렁이는 영혼들의 존재를 눈치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았다.
* * *
지상에 사곤과 청룡오망을 남겨둔 채, 세 사도는 혈마를 향해 전력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순식간에 혈마를 포위했다.
“너희들…….”
백수룡의 목소리였다. 그는 슬픈 눈으로 사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너희들의 증오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토록 너희들을 아프게 했으니……. 내게 한 번만 다시 기회를 줄 수 없겠느냐?”
그의 말에 사도들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으나, 그 순간 혈마를 후려친 벼락이 그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쿠르릉!
“……삿된 것. 백수룡을 흉내 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전신이 너덜너덜해진 남궁수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피범벅이 된 주먹을 움켜쥐었다.
역천의 기운을 회복하여 상처를 끊임없이 재생하는 혈마와 달리, 남궁수는 자신이 가진 내공과 체력만으로 싸워야 했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할 만했다.
그럼에도 남궁수는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두 주먹에 두른 뇌기가 확연히 약해져 있었지만, 표정과 눈빛만큼은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일사도가 그런 남궁수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뇌신. 물러나라.”
“…….”
고개를 돌린 남궁수와 일사도의 시선이 맞닿았다.
절세고수의 감각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사도들에게서 익숙한 무공의 기운과 요동치는 감정을 느낀 남궁수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는, 백수룡을…….”
“구하려고 온 거다. 그러니 교대하도록 하지.”
비로소 안심한 듯,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남궁수가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의 정신과 의지는 여전히 굳건했으나, 육체가 더 이상 버텨 내지 못했다.
“……잠시 쉬고 곧 합류하겠다.”
남궁수는 아득해지려는 의식을 붙들며 사도들에게 말했다. 지상에 내려선 후에도 그는 의식을 잃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호흡을 정리했다.
혈마는 그런 남궁수와 공력을 끌어 올리는 사도들을 보며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너희들이 몸부림치는 모습이 가엾고 안타깝구나. 나 역시 그러했지. 하늘을 열기 위해 수많은 생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도달했으니.”
사도들은 백수룡의 육신을 차지한 혈마를 말없이 노려봤다.
모든 일의 시작이자, 수십 년간 자신들의 운명을 지배해 온 거역할 수 없었던 존재.
처음으로 그 진짜 모습과 마주했다.
“지금보니 그저 탐욕 어린 괴물이었군.”
일사도의 냉소 어린 평가에 두 사도들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혈마의 시선은 사도들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 눈은 하늘 너머 아득한 우주를 꿈꾸고 있었다. 몽롱하게 빛나는 보석안에 수많은 별빛이 반짝였다.
“나는 비로소 하늘을 넘을 것이다.”
화아아아아악-!
혈마의 몸에서 퍼져 나온 역천의 기운이 심상 세계를 변화시켰다. 땅이 갈라지며 요동치고, 하늘은 당장이라도 세상을 집어삼킬 것처럼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하하하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혈마의 웃음소리에 천지가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곧 세상에 종말이 온다고 해도 믿을 듯한 광경이었다.
사도들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스승의 몸을 차지한 혈마를 없애지 못하면, 결국에는 세상이 멸망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막을 방법은 스승이 제정신을 차리도록 깨우는 것뿐이라는 것 또한.
“……당신은 우리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어.”
“혼자 지옥으로 도망칠 생각 따윈 하지 마. 쫓아가서라도 물어볼 거니까.”
“죽더라도 남의 손에 죽게 둘 생각은 없다.”
사도들은 그야말로 개세적인 기파를 뿜어내는 혈마를 향해 동시에 쇄도했다.
콰아아앙! 쩌저저적! 푸화아악!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싸움이 펼쳐졌다. 휘몰아치는 강풍과 충격파만이 계속해서 터져 나올 뿐, 안법을 발동한 무림의 고수들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대한 힘이 폭발을 거듭했다.
촤아악! 푸화악!
사도들의 전신에 수많은 상처가 새겨졌다. 핏물 위로 다시 핏물이 번지기를 반복하며 그들은 순식간에 혈인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누구도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피륙을 가르고 뼈를 드러내는 상처에서 선명한 통증이 느껴졌다. 어느 때보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수십 년 전, 혈마의 명령으로 스승을 죽이고자 앞을 막아섰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서였다.
하하하하하……!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혈마의 힘은 더더욱 거세어졌다. 심상 세계 자체가 그에게 공명하고 있었다. 백수룡의 자아가 점점 희미해지고 혈마가 그의 육신을 완전히 잠식해 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쩌저저적……!
심상 세계의 하늘에 생겨난 균열이 커져 가고 있었다. 거대해진 소용돌이는 이제 혈마의 머리 바로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상에는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선생님! 제발 정신 좀 차려요!”
“이상한 자식한테 넘어가지 말라고요!”
“젠장! 가서 뭐라도 해 보자!”
“다시는 게으름 안 피우고 수련도 열심히 할게요!”
“제발…… 죽지 말라고!”
지상에서는 청룡오망이 망자들을 헤치며 백수룡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사곤은 친우들을 돕기 위해 날아오를 준비를 했고, 남궁수 또한 사력을 다해 뇌기를 끌어모았다.
푸스스스…….
개벽에 의해 심상 세계가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날뛰던 망자들도 어느새 모조리 소멸했다.
남은 것은 하늘 위에서 싸움을 벌이는 혈마와 사도들, 그들에게 다가가는 청룡오망과 사곤, 남궁수뿐이었다.
그 순간 청룡오망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바랐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도와줘요!’
그들의 간절한 염원이, 시공간이 뒤틀린 세계에서 기적을 일으켰다.
[너희가 허락한다면.]청룡오망의 머릿속에 직접 와 닿는 강렬한 목소리가 있었다.
[우리가 잠시 너희의 몸을 빌려도 되겠느냐?]처음 듣는데도 불구하고 익숙하고 따뜻한 목소리였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것처럼, 항상 자신들의 곁에서 함께했던 것처럼 편안했다.
누구도 그 순간 망설이지 않았다.
“네!”
소년소녀들의 대답과 함께, 그들의 등 뒤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던 영혼들이 사손들의 몸 위로 겹쳐지며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화아아아아악-!
천지간에 가득한 역천의 기운을 한순간 밀어낼 만큼 강대한 기파가 지상에서 솟구쳤다. 마치 거대한 용오름이 하늘로 치솟는 듯했다.
동시에 소년소녀들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앳된 얼굴들이 세월이 묻어나는 견고한 무인의 얼굴로 변하고, 팔다리의 근육은 더 할 수 없이 완벽하게 여물었다.
잠시 후, 그 자리에는 청룡오망의 모습이 사라지고 네 명의 절세고수가 서 있었다.
“너희들…….”
눈을 휘둥그레 뜬 거상웅의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이 툭 얹혔다.
녹림투왕 맹호악. 야수혁의 몸을 빌려 현현한 그가 거상웅의 머리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어 주며 씨익 웃었다.
“이 녀석 냄새가 조금 더 익숙해서 말이다. 혹시라도 서운해하지 마라.”
“……예.”
거상웅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야수혁은 저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보지 못할 테니까.
사손에게 씨익 웃어 준 맹호악은 호랑이 같은 눈으로 혈마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뒤로 검존, 광마, 빙월신녀가 차례대로 깨어났다.
“너희는……?”
혈마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 순간, 빛살처럼 치솟은 맹호악의 주먹이 혈마의 면전에 도착했다.
꽈아아아아앙!
태산조차 부술 듯한 주먹이 혈마의 몸을 수십 장 밖으로 튕겨 냈다.
“애송아. 스승님들이 왔는데 언제까지 잠이나 자고 있을 거냐?”
호탕한 웃음소리에는 짓궂은 장난기, 그리고 애틋하고 반가운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