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6
65화. 이거…… 대박인데?‘뭐가 이렇게 많아?’
나는 공 노인의 몸 안에 뭉쳐 있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놀라고 말았다.
그의 몸 안에 흡수되지 않은 영약의 약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영약을 삼시 세끼 반찬으로 챙겨 드셨나?’
나는 역천신공으로 공 노인의 기경팔맥과 십이경맥을 훑어 내렸다.
기혈 곳곳에 고여 있는 약기가 움찔하며 역천신공에 반응했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몸 안에 깃든 기만 보면…… 절정고수라고 해도 믿겠군.’
공 노인이 어느 정도 외공과 내공심법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걸음걸이만 보아도, 은연중에 드러나는 기도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
하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했다.
아니,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노인의 몸 안을 꼼꼼히 살폈다.
‘몸 안에 쌓인 기는 넘쳐나지만…… 내공으로 쌓인 것은 그중 극히 일부분이로군.’
영약을 많이 먹는다고 그것이 전부 내공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내공심법으로 약기를 단전으로 인도해야 내공이 되고, 내공을 혈도를 따라 꾸준히 순환시켜야 기혈이 튼튼해지고, 신체가 건강해져 기의 수발이 원활해진다.
무림인들이 끊임없이 몸을 단련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심법에 몰두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하지만 공 노인의 몸은 그런 쪽으로는 거의 단련이 돼 있지 않았다
‘아예 안 된 것은 아니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는 사람보다 조금 나은 정도야.’
그에 비해 몸 안에 쌓인 약 기운은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이건 낭비다.
어마어마한 낭비다.
‘게다가…… 몸 안에 쌓여 있는 탁기도 어마어마하다.’
공 노인의 몸 안에는 영약의 기운뿐만 아니라, 독이나 다름없는 탁기까지 공존하고 있었다.
움찔!
역천신공이 몸 내부를 돌아다니자 공 노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흑영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어, 어르신…….”
하지만 내가 공 노인의 몸 안에 내공을 흘려 넣고 있는 이상, 그녀가 함부로 끼어들거나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원망 어린 흑영의 시선을 무시하며 다시 공 노인에게 집중했다.
‘뭔가 이상해.’
보통의 무림인이라면 내·외공을 단련하며 탁기를 어느 정도는 배출하기 마련인데, 공 노인의 몸 안에 쌓인 탁기는 일반인의 열 배가 넘었다.
이것 역시 정상은 아니다.
‘천음절맥을 타고난 나 정도는 아니지만……. 이 나이에 걸어 다니는 것이 용한 수준이야.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잘못된 식습관, 잦은 음주와 흡연, 주변 환경, 육체적·심리적인 압박감은 우리 몸에 탁기가 쌓이게 만든다.
그렇게 쌓인 탁기는 만병의 근원이 되어, 탁기가 많이 쌓일수록 온갖 질병에 걸리고 몸이 쇠약해진다.
공 노인의 몸에 쌓인 탁기는 그 나이대의 다른 노인들에 비해서도 훨씬 많았다.
하지만 공 노인은 제법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군. 몸에 축적된 영약의 약 기운이 탁기를 억누르고 있는 거야.’
나는 공 노인의 내부를 다시금 관조했다.
육체를 좀 먹는 독과 같은 탁기를, 축적된 영약의 약기가 억누르며 절묘한 신체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덕분에 공 노인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니, 살아 있을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신의 경지에 달한 의술을 지닌 자가 공 노인의 몸에 특수한 대법을 펼친 것이 틀림없었다.
여기까지 살피며 나는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공 노인이 내·외공에 입문한 시기가 매우 늦었고, 탁기가 많이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된 사람이라는 것.
또한 굉장한 의술을 가진 누군가가 그의 몸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특수한 대법을 펼쳐 놓았다는 것.
‘이 노인. 도대체 뭐 하는 양반이야?’
의문을 깊이 넣어 둔 채, 나는 천천히 내공을 갈무리하며 공 노인의 등에서 손을 뗐다.
더 이상 했다간 공 노인의 체력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 눈을 뜨셔도 됩니다.”
“후우…….”
천천히 눈을 뜬 공 노인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떻던가?”
‘이 노인네. 다 알면서 일부러 말을 안 했군.’
공 노인의 눈이 짓궂게 반짝이는 걸 보니, 내가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시험해 보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한마디 해 주지 않을 수 없지.
“만 냥이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살아 계신 것이 기적입니다. 신의(神醫)라도 만나신 모양이죠?”
“!!”
공 노인의 눈이 확 커지더니, 이내 껄껄 웃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숨을 두고 농담을 하는데도 그의 기분은 전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벌써 거기까지 알아냈단 말이지? 이름난 고수들도 내 몸 상태가 어떤지 한 번에 알아내지 못했거늘!”
“제가 또 보통 고수가 아니거든요.”
“만 냥이나 받아먹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자네에게 점점 신뢰가 가는구만.”
내 뻔뻔한 대답에 공 노인은 껄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흑영이 그런 우리의 대화를 질린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공 노인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것 말고, 또 알아낸 게 있나? 예를 들면 내 무공에 대한 자질이 어느 정도로 뛰어나다든가…….”
기대 어린 그 표정에, 나는 엄숙하고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절대 타고난 무골은 아닙니다. 둔재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범재 정도라고 봐야겠네요.”
내 단호한 대답에 공 노인의 표정이 뚱해졌다.
“거, 말이라도 듣기 좋게 좀 해 주면 안 되나?”
“듣기 좋은 말만 했다가 거만해지시면 어쩌고요.”
“쯧. 요즘 젊은 놈들은…….”
“어르신. 농담은 이쯤하고 진지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나는 자세를 바로 하며 공 노인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자 공 노인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걷혔다.
“……말씀하시게.”
“아까 제 내공이 어르신의 몸 안을 돌아다닐 때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기체조를 할 때 어디가 아프신지, 평소에 약은 무엇을 드시는지, 전부 소상히 알려 주십시오. 그래야 수업을 짤 수가 있습니다.”
“그리하겠네.”
공 노인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내게 상세히 알려 주었다.
짧지 않은 이야기가 끝난 후,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도 젊었을 적에는 꽤 건강한 편이었네. 수십 년 동안 서서히 몸이 나빠진 게지.”
“그나마 큰 병은 없으셔서 다행이네요.”
“의원은 화병이라도 하더군. 쉬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는 병이지.”
덕분에 다 늙어서 고향으로 돌아와 요양도 하고 좋지 않은가, 라고 말하며 공 노인은 허허롭게 웃었다.
“그래서 백 선생. 이제부터 나는 뭘 하면 되겠나?”
“아시다시피 어르신의 몸 안에는 탁기가 너무 많습니다.”
“나도 아네. 하지만 어쩔 수가…….”
“그래서 일단 그걸 쫙 빼낼 생각입니다.”
“……뭐?”
잘못 들었다는 듯, 공 노인이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흑영의 반응도 비슷했다.
“탁기를 빼낼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두 사람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사람의 살아가면서 몸 안에 자연스럽게 쌓이는 탁기.
하지만 탁기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건 그보다 수십 배는 어렵다.
예로부터 도사들은 선식과 양생술을 통해서, 무인들은 내·외공의 꾸준한 수련을 통해서 몸 안에 탁기가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체외로 조금씩 배출했다.
하지만 공 노인은 수양이 높은 도사도, 경지에 달한 무인도 아니었다.
“내 몸에 쌓인 탁기를 빼낸다니……. 그건 나를 돌봐준 생사신의(生死神醫)도 불가능하다고 했네만.”
하물며 본인이 아닌 타인의 탁기를 빼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생사신의라는 의원의 의술이라면 불가능하진 않았겠지만…… 노인장의 체력이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생사신의도 못한 일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분명 어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무엇을……?”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
오직 천음절맥의 체질로 역천신공을 익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르신은 저라는 천운을 만난 거라고.”
씨익.
내 미소에 공 노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허허” 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 * *
“눈을 감으시고 편하게 심호흡하세요.”
침상에 누운 공 노인은 내가 시킨 대로 눈을 감았다.
흑영이 내 반대편에 서서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초조한지 손톱까지 잘근잘근 씹으면서.
“만약 어르신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부담스러워서 실수라도 하면 그쪽이 책임질 겁니까?”
“뭐라……!”
“흑영. 정신 사나우니 문밖에서 호법이나 서게나.”
“어, 어르신.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이런 자를 어찌 믿고 존체를…….”
“두 번 말하게 할 텐가?”
“……죄송합니다.”
공 노인의 나직한 말에 흑영이 축 처진 어깨로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그 와중에도 나를 한번 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흑영이란 호위가 저를 너무 싫어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내 자네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얄미운 놈인 건 사실이라네.”
“그런 얄미운 놈한테 존체를 맡기셔도 되는 겁니까? 생사신의가 펼친 대법이 망가질 수도 있는데요.”
내 질문에 공 노인은 눈을 감은 채로 피식 웃었다. 씁쓸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앞으로 내가 몇 년이나 더 살겠나. 자네 말대로 이게 천운이라면 걸어볼 만한 도박이지.”
“제가 어르신의 적이 보낸 살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내가 살면서 살수를 여러 번 만나 봐서 아는데 말이야, 자네는 살수라기엔 너무 말이 많아.”
“……좀 아플 겁니다.”
“설마…….”
“삐쳐서 그런 거 아닙니다.”
나는 공 노인의 단전과 이마에 손을 올리고 역천신공을 끌어올렸다.
‘위지천이랑 비슷한 경우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쪽은 뇌에는 탁기가 스미지 않았다는 것 정도.’
가짜 무극검을 익힌 대가로 주화입마를 겪었던 위지천.
나는 이미 위지천의 몸에서 탁기를 빼낸 경험이 있었다.
그때와 경우는 다르지만, 방법은 비슷했다.
츠츠츠츳.
내가 흘려보낸 한줄기 내공이 위지천의 몸 안을 일주천하며, 쌓여 있는 탁기를 내 장심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한번 해 봐서 그런가. 전보다 쉽네.’
공 노인의 몸 안에 잔뜩 고여 있던 짙은 탁기.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쌓여 온 탁기는 무공을 익히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된다.
그 탓에 공 노인은 간단한 심법과 기체조 정도만 했던 것이다.
‘무공에 입문이 너무 늦기도 했고.’
예순다섯 살 학생을 청룡학관에 합격시키기 위해선, 우선 무공을 익히기 좋은 체질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 내가 익힌 역천신공은 몸 안에 쌓인 탁기를 단전으로 끌어들여 내단을 만드는 특수한 무공이다.
“끄읍…….”
공 노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했다. 오한이 드는지 몸을 덜덜 떨었다.
몸 안에 쌓인 탁기를 조금씩 빠져나오며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어르신!”
문을 열고 들어온 흑영이 눈을 부릅뜨고 나와 공 노인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발만 동동 구를 뿐, 함부로 우리를 건드릴 수는 없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해야겠군.’
나는 역천신공의 내공을 거둬들이며 장심을 떼려 했다.
공 노인의 체력을 생각한 안배였다.
그러나 그 순간, 나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츠츠츠츳!
‘무슨……. 약기가 딸려온다고?’
공 노인의 몸에 머무르며 탁기를 억누르고 있던 영약의 기운이, 탁기와 함께 내게 끌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애초에 역천신공에는 타인의 내공을 빼앗는 흡성대법의 공능은 없다.
내공이 아닌 몸 안에 쌓인 탁기에 한해서만 흡기가 가능할 뿐.
‘하긴……. 생각해 보면 이건 내공도 아니지.’
공 노인의 몸 안에 있는 약기는 내공이 아니다.
오랜 시간 탁기와 조화를 이루며 몸에 머물면서 뒤섞인 농축된 약기.
보통의 무림인들에게는 독이겠으나, 내게는 농축된 영약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마디로.
‘이거…… 대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