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9
68화. 뭘 하라고? 남궁수는 뒤에 서 있는 학생은 세 명이었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
나이는 셋 다 위지천과 비슷해 보였다.
‘기초는 다들 좋아 보이는군.’
셋 다 나이에 비해 호흡이 안정적이었고, 자세가 잡혀 있었다.
보통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무공을 익히면 저런 느낌이 난다.
“스승님. 그런데 위지천이 누굽니까?”
그때 셋 중 가운데 있던 소년이 남궁수에게 물었다.
남궁수를 축소해 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분위기나 외모가 상당히 닮은 녀석이었다.
‘설마 남궁수의 아들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말하는 본새나 하는 짓도 쏙 빼닮았다.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위지천…….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입니다. 올해 입관 시험을 보는 학생들 중에서 제가 신경 써야 할 만한 후기지수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나도 모른다.”
남궁수가 피식 웃으며 소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알고 싶지도 않구나.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뻐하는 법이니,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이 뛰어나다고 착각하는 것도 자유가 아니겠느냐.”
“아.”
아, 는 무슨 아야.
둘이서 아주 짝짜꿍이 맞아서 나를 무안 주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매극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화제를 전환했다.
“남궁 선생. 뒤에 아이들을 소개해 주지 않겠나? 올해 신입생이 될 아이들이라면 내가 미리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군.”
그 순간 남궁수를 닮은 꼬마가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취했다.
한눈에 보아도 명문가의 자식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절도 있는 동작이었다.
“무림 말학 남궁석이 인사드립니다! 전설적인 검호 검치 대선배님을 뵈어 크나큰 영광입니다.”
“……과하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다. 남궁세가의 핏줄이더냐?”
“예. 저희 부친께서는…….”
남궁석이라는 꼬마는 한동안 자기 부친으로 시작해 조부, 숙부와 백부까지 소개하며 어릴 때부터 검치에 대한 위명을 들어왔고 같은 검수로서 얼마나 존경하고 있는지 등을 줄줄 읊었다.
……하여튼 정파 놈들은 피곤한 족속이다.
매극렴도 그 줄줄 외워 온 이야기에 질려 손을 휘휘 저었다.
“그만해라. 어차피 기억하지도 못한다.”
“……예.”
고개를 꾸벅 숙인 남궁석의 시선이 이번에는 나를 향했다.
매극렴을 볼 때와는 달리 착 싸늘한 눈빛.
게다가 입꼬리가 살짝 비틀려 있었다.
‘이놈 봐라?’
내가 빤히 쳐다보자 남궁석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녀석이 죄송한 얼굴로 내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제가 견문이 짧아 알지 못해 선생님의 별호와 존함을 알지 못합니다. 어리석은 후배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
겉보기에는 나무랄 것 하나 없는 정중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태도.
그러나 나는 그 속에서 은근한 무시와 조롱을 느꼈다.
‘영악한 녀석이군.’
피식 웃은 나는 짧게 대답했다.
“나는 백수룡이다.”
“백수룡…….”
남궁석은 내 이름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도 난감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표정.
사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무림에서 이름을 날린 고수도 아니고, 명문세가나 유명한 문파 출신도 아니니까.
“백수룡? 아! 그 허풍쟁이!”
남궁석의 왼쪽에 있는 녀석이 키득거리며 입을 가렸다.
남궁석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마른 소년이었는데, 셋 중에 가장 눈빛이 사납고 불량했다.
“조막생! 입조심해. 올해부터 우리를 가르치게 될 수도 있는 강사님이야.”
남궁석의 오른편에 있는 소녀가 조막생이라 불린 키가 큰 소년을 쏘아보며 말했다.
웬일로 남궁수 밑에 정상적인 제자도 있는가 했더니…….
“뭐, 석 달 후에 어찌 될지 모르는 임시 강사이긴 하지만.”
나랑 눈을 마주치며 코웃음을 치곤 고개를 돌려 버리는 소녀.
그래. 그럼 그렇지.
하나같이 일관된 싸가지 없는 모습이 딱 남궁수의 제자들다웠다.
“큭큭. 진진. 너야말로 선생님한테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선생님 표정 굳은 것 좀 보라고.”
“닥쳐. 징그러우니까 내 이름을 부르지 말랬지?”
“비싸게 굴긴. 나도 너 같은 거한테 관심 없거든?”
“이게 진짜…….”
“둘 다 그만.”
““…….””
티격태격하던 조막생과 진진은 남궁석의 한마디에 입을 다물었다.
누가 저 무리의 중심인지 한 번에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남궁석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친구들을 대신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뭣들 해! 너희도 얼른 사과드리지 않고!”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남궁석을 따라서 셋 다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숙인 것은 고개일 뿐, 눈빛은 여전히 건방졌고 태도는 불량하기 짝이 없었다.
이 녀석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석 달 후면 잘릴 임시 강사.
무림에서 작은 명성도 쌓지 못한 무명소졸.
그래서 존중할 필요도, 눈치 볼 가치도 없는 그런 존재.
건방진 세 꼬맹이는 나를 그렇게 여기며 무시하고 있었다.
‘누가 가르쳤는지 참 잘 가르쳤다.’
그때까지 제자들이 하는 짓을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던 남궁수가 앞으로 나섰다.
“백 선생. 아직 어린아이들이 잘 모르고 한 말이니 괘념치 마시오. 돌아가서 내가 따끔하게 훈계를 하지.”
퍽도.
입사 시험 당시 몇 가지 일로 우리는 으르렁거렸지만, 그 이후 청룡학관주 노군상의 중재로 지금은 최소한 서로 존댓말은 하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말만 존대일 뿐, 우리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하하. 남궁 선생님의 제자들 인성 교육이 참으로 인상 깊네요.”
내가 활짝 웃으며 남궁수를 비꼬자, 매극렴이 옆에서 불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둘 다 그만할 수 없나?”
할아버님, 저는 정말 그만하고 싶은데요.
저 자식이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궁수가 서늘한 눈빛으로 날 노려보며 말했다.
“얼마 전에 헌원강을 기숙사에서 데리고 나갔다고 들었소.”
“재능이 있어서 말입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가르쳐 볼 생각입니다.”
“확실히 재능은 있지.”
갑자기 왜 헌원강의 안부를 묻나 했더니, 남궁수의 표정에 조소가 어렸다.
“하지만 천성이 게으른 녀석이오. 나태하고 연약하지. 삼 년간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세상만 원망하더군.”
“그래서 자퇴하라고 말했습니까? 졸업장도 안 주겠다고 협박했고?”
내 추궁에 남궁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은 이미 학관의 명예를 여러 번 실추시켰소. 반성의 기미도 없었지.”
“시키는 대로 안 하니 마음에 안 들었던 건 아니고요?”
나는 헌원강과 남궁수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잡아라. 내가 주는 마지막 기회다. 내일부터 내 수업에 나와라. 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연이다.
남궁수는 헌원강에게 손을 뻗으며 그렇게 말했고, 헌원강은 그 손을 뿌리쳤다.
그 일은 분명 남궁수의 자존심을 긁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헌원강이 그 손을 뿌리치고 내 손을 잡았으니까.
“사적인 감정은 없었소. 더 이상 시간 낭비할 것 없이 자퇴하는 편이 그에게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지금도 그 생각은 같소.”
“본인이 내민 손을 안 잡았다고 화가 난 건 아니고요?”
내 직설적인 질문에 남궁수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다만 안타까울 뿐이오. 내 제안을 거절하고 고작 찾아간 사람이…….”
남궁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
물론 나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씩 웃었다.
“더 좋은 선생을 찾아온 거 아니겠습니까.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그 녀석 눈이 아주 좋습니다.”
“자기 수준에 딱 맞는 선생이었나 보군. 그런 걸 끼리끼리라고 뭉친다고 말하던데.”
“아, 그래요? 그래서 그쪽 제자들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우리의 말다툼에, 매극렴이 노성을 지르며 중간에 끼어들었다.
“더 이상 못 봐주겠군. 둘 다 그만하지 못하겠나!”
그 서슬 퍼런 기세에 우리는 입을 다물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먼저 몸을 돌린 것은 남궁수였다.
하지만 녀석은 끝까지 빈정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헌원강은 실패작이오. 그런 녀석을 데리고 천무제 우승이라……. 며칠이나 갈지 두고 보겠소. 이만 가자.”
“예!”
남궁수는 자기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하지만 내 할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봐, 남궁수.”
내가 갑자기 반말로 부르자, 그가 불쾌한 시선으로 나를 돌아봤다.
“그럼 나랑 내기 하나 할까?”
“……내기?”
남궁수가 나를 비웃었다.
“백 선생은 내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군. 그것도 본인이 감당하지 못할 내기를 말이야.”
“쫄리면 안 해도 되고.”
“……한번 들어는 주지. 무슨 내기를 하고 싶은 건지.”
“백수룡!!!”
매극렴은 옆에서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호통을 쳤으나, 나는 이 순간만은 그 목소리를 무시했다.
‘헌원강이 실패작이라고?’
내 학생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놈이다.
여기서 그냥 물러나면, 내 얼굴에 스스로 똥칠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헌원강을 욕하고 때려도 되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나뿐이니까.
“올해 입관 시험. 우리 둘 중에 누가 가르친 제자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지. 그걸로 내기하자고.”
“…….”
잠시 말이 없던 남궁수가 갑자기 “푸하하!” 하고 웃었다.
남궁수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에서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어린 녀석들도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푸하하하!”
“큽…….”
겨우 웃음을 멈춘 남궁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게 물었다.
“그게 정말 내기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나?”
“쫄리면 그냥 가셔도 된다니까.”
남궁수가 피식피식 웃으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한다면 판돈은 뭘 걸고 할 거지?”
마침 방금 생각난 게 있었다.
“남궁 선생님. 만약에 제가 이기면 말이죠.”
나는 다시 반말에서 존댓말로 바꾸며 활짝 웃었다.
왜냐면 이렇게 해야 더 약이 올라서 거절을 못 할 것 같거든.
“이번 학기에 남궁 선생님의 수업 중 하나를 제가 대신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 순간 남궁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
일타강사로서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한 남궁수에게, 본인 수업 중 하나를 빼앗겠다는 말은 엄청난 도발이자 도전이었다.
“감히…….”
남궁수는 한참이나 날 노려보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반대로 내가 이긴다면?”
“글쎄요. 그럴 일이 없어서 생각을 안 해 봤는데…… 바라는 게 있으면 터놓고 말씀해 보시죠.”
“내가 이기면…….”
잠시 생각하던 남궁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백 선생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내 방을 청소하는 건 어떻소?”
“…….”
저 자식이…….
남궁수도 나 못지않게 사람을 열 받게 할 줄 알았다.
차라리 돈을 걸었거나, 자기가 이기면 청룡학관에서 나가라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더럽진 않았을 것이다.
뭐? 나 보고 방 청소를 하라고?
저런 말을 듣고도 참으면 사내가 아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겁니다?”
“지고 나서 두말하지 마시오.”
“누가 할 소릴. 증인은…….”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매극렴을 바라봤다.
“여기 계신 학생주임 선생님께서 해 주시는 거로.”
“여기 계신 매극렴 선생님께서 해 주시는 거로.”
우리가 동시에 말하자, 매극렴은 이제 분노를 지나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자포자기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허어. 도대체 다 큰 놈들이……. 그래. 어디 마음대로들 해 봐라.”
그렇게 내기가 성립된 후, 우리는 몸을 돌려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 달 후에 있을 청룡학관 입관 시험.
나는 남궁수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줄 생각으로 열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