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76
75화. 경악할 재능비무가 끝났다는 생각에 공손수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 지켜보던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설마 조막생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등 뒤에서 덤벼들 거라곤, 그곳에 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으아아아아!”
“헉!”
공손수가 황급히 돌아서며 목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전력을 다한 조막생의 쌍장을 완전히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콰지직!
목검이 부서지고 공손수가 입에서 피를 뿜으며 튕겨 날아갔다.
조막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비열한 늙은이! 죽여 버리겠어!”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선 조막생이 품 안에서 단도를 꺼내더니, 피를 토하고 있는 공손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죽어!”
비무대 주변의 사람들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저런 미친!”
“누가 좀 막아!”
그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비무대 위로 몸을 날렸다.
둘 중 먼저 도착한 사람이 조막생의 단도를 쳐 냈다.
까앙!
뒤로 밀려난 조막생은 자신을 막아선 상대를 바라봤다.
위지천이 이를 악물고 조막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하. 네까짓 게 감히 날 막아?”
조막생의 입가에 비웃음이 맺혔다.
검을 든 위지천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겁을 집어먹은 것이 틀림없었다.
“당장 안 비키면 너도 죽여 주마!”
사납게 소리친 조막생이 우리에서 풀려난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용서 못 해…….”
이를 꽉 악문 위지천이 검을 중단으로 들어 올렸다.
덜덜 떨리던 그의 손이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았다.
위지천은 조막생에게 겁먹어서 떨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머리끝까지 나서 화가 났을 뿐이다.
스윽-
위지천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촤촤촤촤촤촤!
위지천이 일으킨 검풍이 조막생의 몸을 뒤덮었다.
“끄아아악!”
몸에 수십 개가 넘는 검흔이 새겨지며, 조막생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단 일검(一劍)이었다.
조막생의 옷이 갈가리 찢어지고, 온몸의 상처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 조막생은 더욱 분노했다.
“크아악! 이런 개자식이……!”
어려서부터 무공에 대한 재능은 출중했지만, 조막생의 성격은 불과 같아서 자기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주변에 행패를 부리곤 했다.
진진과 남궁석은 눈이 돌아간 동기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미친놈. 한동안 얌전하다 했더니…….”
“결국 사고를 치는군.”
남궁석 밑에서 무공을 배우며 그런 성격이 많이 고쳐진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남궁수가 무서워서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크아악! 저 늙은이도, 너도! 전부 죽여 주마!”
조막생의 두 눈에 붉은 혈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몸에 새겨진 기억에 따라 내공을 움직이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츠츠츳……!
그러자 조막생이 들고 있는 단도에서 잿빛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관객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거, 검기?”
“어설프긴 하지만…….”
“허어. 저 어린 나이에…….”
모두가 놀랐지만, 조막생이 발현한 검기에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남궁수였다.
‘저 녀석이 검기를? 게다가 저런 초식은 가르친 적이 없는데…….’
아까 조막생이 공손수를 뒤에서 기습했을 때.
남궁수는 비무대 위로 뛰어올라 그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위지천이 한 발 더 빨리 움직였기에 그는 도중에 걸음을 멈췄다.
“위지천이라…….”
방금 보여 준 일검만 보아도, 위지천의 무공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조금만 더 지켜봐야겠군.”
남궁수는 언제라도 끼어들 수 있도록 대비했다.
하지만 바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무인으로서 두 소년의 무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죽어, 이 새끼야!”
조막생은 검기를 두른 단도를 쥐고 굶주린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반면 위지천의 모습은 차분해 보였다.
“……죽인다고?”
평소 시골 소년처럼 순진하고 약간은 주눅이 들어 있던 얼굴에, 일순간 차가운 조소가 어렸다.
“정말로 누굴 죽여 본 적은 있어?”
“이 새끼가!”
그 순간, 위지천의 모습이 조막생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무슨!”
갑자기 사라진 상대를 찾아 조막생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로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를 죽일 마음을 먹었으면, 자신이 죽을 각오도 된 거지?”
“으아아아!”
깜짝 놀란 조막생이 단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휙휙휙휙!
검기가 허공을 베며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위지천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타닷!
위지천은 모든 공격을 피한 후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공중제비를 돌아,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허공에서 두 소년의 눈빛이 마주쳤다.
둘 중 위지천의 눈만 웃고 있었다.
“이제 내 차례지?”
위지천의 투명한 눈동자 속에, 공포에 질린 조막생의 얼굴이 비쳤다.
“비, 빌어먹을…….”
조막생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위지천이 휘두른 검의 궤적이 그의 왼팔을 지나갔다.
서걱!
핏물을 허공을 붉게 물들이고, 비명이 그 뒤를 따랐다.
“끄아아아악! 내 팔! 내 파아알!”
왼쪽 팔이 잘린 조막생이 비명을 질렀다.
위지천이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킥킥 웃었다.
“오른팔은 아직 남겨놨어. 그러면 계속 싸울 수 있잖아?”
“히, 히끅! 히끅!”
갑자기 시작된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다.
조막생의 눈앞에 있는 위지천은, 만만해 보인다고 얕보던 그 소년이 아니었다.
“사, 살려, 살려…….”
털썩.
뒷걸음질 치던 조막생은 결국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수많은 사람이 보고 있었지만, 지금은 신경조차 쓸 수 없었다.
‘주, 죽을 거야.’
조막생은 직감했다.
지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사신에게 죽을 거라고.
자신은 공포에 질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할 거라고.
오직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조아리고 용서를 비는 것뿐이라고.
“살려 줘…….”
“싫어.”
위지천은 파들파들 떨며 비는 조막생의 말을 무시하며 다가갔다.
‘죽여라.’
마음속에 있는 검이 소년에게 속삭였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해를 끼쳤으니 죽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죽여라.’
살인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면, 익숙할 정도로 많이 해 봤으니까.
‘죽여라!’
위지천은 검의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죽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필살(必殺)의 일념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그만!”
까아아앙!
위지천은 검에서 느껴지는 강한 반발력에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
동시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검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잠시 몽롱했던 정신이 깨어났다.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내 말이 안 들렸나.”
검을 뽑아 든 남궁수가 굳은 표정으로 위지천을 막아섰다.
조금 전, 위지천의 검을 쳐 낸 검을 쥔 손바닥이 저릿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물론 전력을 다해 쳐 낸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간 방어가 아니라 반격이 되었을 테니까.
그래도 검을 손에서 놓치게 할 만한 힘은 실었다고 생각했는데…….
‘물러나게 하는 것이 고작이라니.’
위지천이 지닌 압도적인 재능에 남궁수는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재능은 어디까지나 재능일 뿐이다.
제대로 된 스승 밑에서 갈고 닦지 않으면 썩는다.
남궁수는 두 눈에 욕심을 숨기지 않으며 위지천을 바라봤다.
“무인이 팔 하나를 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내가 왜…….”
“검은 누구에게 배웠지? 내게 제대로 배워 볼 생각…….”
“아! 어르신!”
“…….”
남궁수의 말을 무시한 위지천은 곧바로 공손수에게 달려갔다.
겨우 정신을 차린 공손수는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위지천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괜찮으세요? 많이 아프세요?”
“허허…….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덕분에 좋은 구경도 했고. 천이 너…… 정말 강하구나.”
공손수는 고통을 참으며 애써 웃었다. 그의 입가에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한테 기대세요. 바로 의원으로 모셔 갈게요.”
피에 굶주린 검귀처럼 날뛰던 위지천은 다시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공손수를 조심스럽게 부축해 비무대를 내려갔다.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방금까지 소년이 검을 휘두르던 모습을 본 관객들은 허겁지겁 옆으로 비켜 주며 길을 열었다.
웅성웅성.
“위지천…….”
“분명 위지천이라고 했지?”
“저 녀석이 우리랑 같이 입관 시험을 본다고?”
“완전히 괴물이잖아…….”
경악한 얼굴로 수군대는 사람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위지천이란 소년에 대한 소문이 청룡학관을 들썩이게 할 터였다.
“위지천이라…….”
남궁수는 비무대 위에 서서 위지천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스, 스승님…….”
고개를 돌리자, 조막생이 팔이 잘린 곳을 지혈하며 다가왔다. 창백한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비무 중에 너무 흥분해서 스승님의 명성에 흠을…….”
짜아악!
뺨을 얻어맞은 조막생이 바닥을 굴렀다.
그 소리에 다들 놀라서 바라봤지만, 남궁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한심한 놈.”
“으윽…….”
고개를 푹 숙인 조막생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쪽 팔이 잘린 채로 스승에게 얻어맞는 모습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궁수보다 더 싸늘한 시선으로 조막생을 바라봤다.
“너는 비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상대를 뒤에서 기습해 죽이려 했다. 한 문파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면 사지의 근맥을 자르고 단전을 폐해 파문시켜도 할 말이 없을 죄다.”
“죄, 죄, 죄송합니다!”
얼굴이 창백해진 조막생이 납작 엎드려 빌었다. 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것이다.
남궁수는 덜덜 떠는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
“네가 아직 어리고 미숙하다는 것에 감사해라. 팔 하나로 끝난 것조차 다행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예…….”
이를 악물며 겨우 대답했으나, 고개를 숙인 조막생의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뻔히 보이기에, 남궁수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재능이 있어 한번 키워 보려 했더니…….’
이 녀석도 실패작이다.
조막생을 향한 남궁수의 눈에서 흥미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조막생 뒤쪽에 서 있는 남궁석과 진진에게 명했다.
“의원에 데려가도록. 처벌은 추후에 하겠다.”
“네.”
고개를 꾸벅 숙인 두 사람은 조막생을 질질 끌고 가다시피 데려갔다.
“쯧…….”
제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궁수의 표정은 영 만족스럽지 못했다.
모두가 뛰어난 재능이지만, 남궁수의 기준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처음으로 백수룡 그자가 부러워지는군.’
단 일검으로 자신을 놀라게 한 위지천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아울러 재수 없게 웃으며 말하던 백수룡의 얼굴도 아른거렸다.
-남궁 선생님. 만약에 제가 이기면 말이죠. 이번 학기에 남궁 선생님의 수업 중 하나를 제가 대신하는 건 어떻습니까?
“빌어먹을.”
남궁수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