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78
77화. 탈혼대법(奪魂大法)혈교라는 말에 조막생의 눈깔이 홱 뒤집히더니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덤벼들었다.
“크아아악!”
나는 손을 놓아주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허튼짓을 못 하도록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는데, 녀석이 부러져도 상관없다는 듯이 발작을 해 댔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죽으면 안 되지.’
내가 뒤로 물러나자, 조막생이 짐승처럼 네 발로 자세를 낮추며 으르렁거렸다.
“크르르…….”
두 눈은 핏물에 잠긴 듯 완전히 혈안이 되었다.
조막생의 얼굴 전체에 검붉은 핏줄이 흉측하게 도드라졌는데, 벌린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츠츠츳…….
날카롭게 세운 손톱에서 잿빛 검기가 한 치가량 솟아났다.
나는 놈의 무공을 확인하고 미간을 가늘게 좁혔다.
“너, 그 무공…… 뭔지는 알고 쓰는 거냐?”
“크르르……. 크아아악!”
그 순간 훌쩍 도약한 조막생이 내게 덤벼들었다.
잿빛 선이 밤하늘을 휙휙 갈랐다.
골목길 벽 한쪽이 검기에 쭉쭉 갈라지더니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뛰어올라 무너진 돌담의 잔해 위로 사뿐히 올라서서 녀석을 내려다봤다.
“흑혈마공(黑血魔功). 네가 익힌 마공의 이름이다. 왜 마공인 줄 알아?”
“크아아악! 닥쳐어!”
조막생은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손톱에서 잿빛 검기를 죽죽 뽑아내며 나를 찢어발기려고 했다.
나는 모든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말을 이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성격이 다혈질로 변한다는 점. 그러다 결국에는 이성을 상실하고 광인이 되지.”
“닥쳐! 죽여 버리겠다!”
조막생은 이성을 거의 잃은 모습이었지만, 나는 녀석에게 말 걸기를 멈추지 않았다.
말이라도 걸지 않으면 완전히 미쳐 버릴 테니까.
“더 큰 문제는 흑혈마공이 내공 대신 선천지기를 뽑아서 쓰는 무공이라는 거다. 네 수준으로 검기 비슷한 걸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지. 엄밀히 말하면 검기도 아니지만…….”
휘익!
나는 고개를 옆으로 젖혀 내 목을 노리는 손톱을 피했다.
그리고 보법을 밟아 조막생의 왼쪽으로 돌아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쓰면 쓸수록 선천지기가 고갈돼 목내이(木乃伊)처럼 말라간다. 결국엔 몸의 모든 구멍에서 검은 피를 쏟으면서 죽지. 그래서 흑혈(黑血)마공이다. 너한테 무공을 가르쳐 준 놈이 이것도 알려 줬나?”
조막생이 잠시 흠칫했으나,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내게 버럭 소리쳤다.
“닥쳐! 날 현혹하지 마라!”
“거울이라도 보여 주고 싶군.”
“으아아아아!”
눈이 시뻘겋게 물든 조막생이 사방에 팔을 휘저으며 발악했다. 얼굴의 핏줄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불거졌다.
내가 괜히 놈을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반응을 보면서 정보를 캐내는 중이었다.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제대로 교육받은 첩자는 아닌 것 같고…….”
“끄아아악! 닥쳐! 내 머릿속에서 나가!”
……머릿속에서 나가라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녀석이 지금은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제압해야겠군.’
기막을 펼쳐 최대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긴 했지만,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누군가 올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왼손 검지와 중지를 모아 검결지를 만들어 녀석의 혈도를 몇 군데 빠르게 짚었다.
푹! 푹푹푹푹!
마혈이 짚인 조막생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나무토막처럼 몸이 뻣뻣해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나는 그 앞에 서서 말했다.
“길게 말 안 하마. 너한테 흑혈마공을 가르친 놈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
우득, 우드득!
그때 갑자기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녀석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기괴한 모습에 나는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이런 미친……. 강제로 혈도를 풀었다고?”
“크흐흐흐…….”
조막생의 얼굴 전체에 불거진 검붉은 핏줄이 점점 터질 듯이 솟아올랐다.
일부는 이미 터져서, 녀석의 얼굴 전체가 시뻘건 혈인이 되었다.
주르륵…….
주르륵…….
두 눈에서 피눈물을 줄줄 흘리며, 조막생이 기괴하게 몸을 틀어 나를 바라봤다. 어딘가 관절이 어긋난 인형 같았다.
“흐흐흐흐…….”
광인처럼 괴소를 흘리는 녀석을 보며 나는 표정을 굳혔다.
“너 그러다 진짜 죽는다.”
“크흐흐…… 크하하하! 힘이, 힘이 넘친다! 이 힘으로 다 죽여 주마! 날 고아라고 무시한 놈들! 갈가리 찢어 개밥으로 뿌려 주겠다!”
손톱의 잿빛 검기가 더욱 길게 자라나고, 산발이 된 녀석의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었다.
안 그래도 마른 몸은 점점 피골이 상접하게 변하고 있었다.
남은 선천지기를 모조리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
놈이 스스로 생명을 갉아먹으며 변한 모습은, 완전한 마인(魔人) 그 자체였다.
‘이게 흑혈마공이라고?’
이건 내가 아는 것과 달랐다.
흑혈마공은 저런 식으로 변하지도 않을뿐더러, 이토록 짙은 마기를 흘리지 않는다.
“크하하하! 심장을 꺼내서 씹어먹어 주마!”
마인이 된 조막생이 내 심장을 노리고 손을 뻗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 놈의 손이 순식간에 내 가슴에 닿아 있었다.
찌이익!
급하게 피했으나 앞섶이 찢겨나갔다. 나는 월영을 뽑아 놈의 팔을 베었다.
터엉!
검기를 주입한 월영이 튕겨 나왔다. 조막생의 팔에 긴 혈흔이 남았으나 완전히 베어내지는 못했다.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크하하하하!”
놈이 팔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내게 쇄도했다. 온몸에서 마기가 줄기줄기 쏟아졌다.
“죽어라!”
광기에 물든 눈에는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나는 혀를 찬 후 땅을 박차며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녀석이 나를 따라 땅을 박찼다.
우리는 달빛 아래에서 잠시 어우러졌다.
조막생의 하나 남은 팔이 내 심장과 목을 노렸고, 나는 녀석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하반신을 노렸다.
푹! 푹!
허벅지가 꿰뚫린 녀석이 비틀거리는 척하다가 궁신탄영의 수법으로 허리를 튕겨 나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비무대 위에서도 이 정도 실력이었으면 천이도 곤란했겠군.’
마인이 된 놈의 실력은 웬만한 절정고수 이상이었다.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신체는 검기를 버텨 낼 정도로 단단하며, 정신은 공포를 몰랐다.
“크히히히!”
하지만 이런 편법은 오래가지 못한다. 선천지기는 무한하지 않다. 예상대로 녀석의 기세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촤아아아악!
일수에 뽑아낸 발검이 조막생의 오른팔을 잘랐다. 놈은 개의치 않고 달려들었다. 팔이 없으니 이빨로라도 나를 물어뜯을 생각인지 입을 크게 벌렸다.
콰드득!
놈의 입안에 검집을 물려 주었다. 그리고 좌장으로 가슴을 치고 검으로 오금을 걸어 바닥에 넘어뜨렸다.
콰아앙!
바닥에 처박힌 조막생이 꿈틀댔다. 뼈를 몇 군데 더 분질러 준 후에야 잠잠해졌다.
“후우…….”
죽이려면 쉬웠겠지만, 일단은 제압해야 해서 제법 진땀이 났다.
아직 이 녀석에게 들어야 할 말이 있었다.
나는 발로 녀석을 목을 밟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말해라. 흑혈마공을 가르친 놈이 누구냐?”
“크히히히! 죽여, 다 죽일 거야. 날 고아라고 무시한 놈들……!”
“완전히 맛이 갔군.”
혀를 찬 나는 녀석의 머리에 손을 얹고 역천신공의 내공을 밀어 넣었다.
마기가 골수까지 스며들어 정신이 나갔으니, 그것부터 해결해 줘야 대화가 통할 것이다.
‘이것도 몇 번 해 보니 익숙해지는군.’
나는 조막생의 뇌 속에 가득 찬 마기를 빼냈다. 하지만 흡수하지는 않았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쌓인 탁기와 마공을 연공해 생긴 마기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후자는 내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에, 밖으로 뽑아내서 불태워 버렸다.
치이이익…….
뇌에서 마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자 조막생이 정신을 차렸다.
“내가, 왜……. 컥! 아파, 너무 아파……!”
마공의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조막생의 모습은 처참했다.
목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몸에, 전신의 혈관이 터져서 지금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몸 안에 남은 선천지기도 이제 얼마 되지 않아서, 조막생의 생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지기 직전이었다.
‘살기는 글렀군.’
이것이 마공을 익힌 자의 일반적인 최후다.
나는 과거에도 수많은 사례를 봐 왔기에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지만, 씁쓸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나, 나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조막생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았는지, 두 눈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네게 흑혈마공을 가르친 놈에 대해서 말해라. 그럼 최소한 편하게 죽을 수 있게 도와주마.”
“마공? 모, 몰라, 난 아무것도…….”
“그 꼴이 되고도 혈교에 의리를 지키고 싶은 거냐?”
“정말, 몰라, 모른다고! 혈교라니. 애초에 난 고아야……. 끄윽! 무공은, 고아원에서, 그 후에 남궁세가에서 배웠어…….”
나는 유언을 들어주는 심정으로, 조막생이 고통 속에 천천히 내뱉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요약하면 이 녀석은 다섯 살에 버려졌고, 남궁세가가 후원하는 고아원에서 무공의 기초를 배우다가 남궁수의 눈에 들었다는 이야기였다.
흑혈마공은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다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저절로 쓸 수 있게 됐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끅, 끄윽. 이게 서, 설마, 마공일 줄이야…….”
“남궁수한테는 왜 말을 안 했지?”
“다, 당신처럼, 어디서 익혔냐고, 추궁할 테니까…….”
“이상하다는 걸 알긴 알았나 보네.”
눈물을 흘리며 낄낄대는 녀석을 보면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녀석의 성격이나 행동하는 것만 보아도, 연기나 거짓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르쳐 주는 사람 없이 마공을 익히는 게 가능한 일인가?’
나는 조막생이 혈교, 혹은 망한 혈교에서 파생된 조직이 보낸 첩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첩자가 이렇게 멍청하게 행동하고 또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나?
심지어 흑혈마공은 저절로 깨달았단다.
태어날 때 무공을 머릿속에 강제로 쑤셔 넣은 것도 아닐 테고…….
‘쑤셔 넣어?’
그 순간, 나는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클클. 이것 말이냐? 혈세천하를 위한 비밀무기이니라.
마뇌(魔腦).
지난 생, 내가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던 늙은이.
혈마신교의 이장로 마뇌가, 흉물스럽게 웃으며 자랑스레 보여 주던 광경이 떠올랐다.
-보아라. 아름답지 않느냐?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돌로 된 침상에 누워 있었다. 아이들의 정수리는 예리하게 갈라져서 뇌가 드러나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살아 있었다.
-고대로부터 전승된 술법과 기물의 힘으로 이루어낸 기적이다. 이 아이들의 머릿속엔 본교의 절학을 하나씩 심을 것이야.
나는 손을 뻗어 조막생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검기로 녀석의 머리숱을 전부 밀어 버렸다.
“뭐, 뭐 하는 짓…….”
“가만히 있어. 확인해야 할……. 빌어먹을.”
하얗게 드러난 정수리 주변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희미하게 남은 흔적이 있었다.
머리를 갈라 수술을 한 흔적이다.
-대법에 성공한 아이들은 기억을 봉인해 무림에 내보낼 것이다. 당장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야. 그래야 죄책감 없이 다른 문파로 들어가서 요직에 앉을 게 아니냐?
희열에 찬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마뇌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 아이들은 서서히 자신의 뿌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정파 무림의 심장에서, 본교의 마인들이 자라나는 것이지. 클클클!
마뇌는 이 사악한 사술에 본인이 직접 이름을 붙였다.
-탈혼대법(奪魂大法)이라 이름 붙였다. 또한 이 대법을 아이들은 탈혼마인(奪魂魔人)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인의(仁義)마저 저버린 노괴가 사악하게 웃으며 나를 돌아보던 모습이 떠오른다.
-네가 키운 사대악인이 완성되고 탈혼마인(奪魂魔人)들이 깨어나는 날, 본교는 무림을 피로 물들이게 될 것이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광소를 터트리던 마뇌.
놈은 내 손에 죽었다.
……아니, 죽었어야 한다.
“분명 단전을 으깨고 사지를 잘랐는데…….”
확실하게 끝장을 내진 못했다. 그 직전에 혈마가 도착해서 싸워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만한 상처를 입고 마뇌가 살아남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살아 있다면? 혹은 누군가가 마뇌의 탈혼대법을 이어받았다면?’
내 표정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갑자기 조막생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으, 으으, 추워어……!”
목내이처럼 말랐던 몸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그게 무엇을 뜻하지는 깨달은 나는 곧장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살려, 줘…….”
그 순간 조막생의 몸이 쩌저적 갈라지며 빛이 새어 나오더니, 안에 남아있던 선천지기가 최후의 힘을 폭발시켰다.
퍼어어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