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82
81화. 우리는 승상을고만고만해 보이는 나이대의 두 소년이 핏대를 세워 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까요!”
“웃기지 마! 네가 먼저 노려봤잖아!”
“너? 몇 살인데 반말이야, 이게!”
“열한 살이다! 넌 몇 살인데!”
우리가 오기 전에 벌써 한바탕했는지 둘 다 옷이 찢어져 있고,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멍까지 들었다. 객잔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너, 우리 아빠가 누군 줄 알아?”
“몰라! 그리고 우리 아빠가 더 세거든! 기다려, 우리 아빠 금방 올 테니까!”
“아닌데! 우리 아빠가 더 빨리 올 건데! 우리 형 시험 끝나면 바로 여기로 데려올 거거든!”
“우리 누나가 더 세거든!”
두 소년의 유치찬란한 대화는 기어이 아빠 엄마 형 누나까지 소환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주변에서 느껴지는 민간인들의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중재에 나섰다.
“두 사람. 일단 진정하고 차분하게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난 정말이지 차분하게 대응하려고 했다고.
“아저씨는 빠져요!”
“사나이 대 사나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요! 밖으로 나와! 생사결이다!”
“좋아! 내 검에는 눈이 없으니 조심하도록.”
이 핏덩이들은 객잔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감히 민간인들도 지켜보는 앞에서 살벌한 쇠붙이를 꺼내려 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성격이 보살이라도 이건 못 참지. 안 그래?
“형님. 참아요. 애들이잖아요…….”
내 옆에서 악연호가 내 표정을 보고 말리려 들었지만, 나는 녀석의 팔을 뿌리치고 두 핏덩이를 향해 걸어갔다.
뭐 생사결? 검에는 눈이 없어?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희 지금 칼 뽑았지? 무림맹법 3조 5항, 시가지에서 병장기를 꺼내든 자는 무림맹에서 허가한 자격을 소지한 자에 의해 무력진압 후 관아로 이송할 수 있다. 따라서 본 강사는 너희들을 제압해 관아에 넘기겠다. 이해했나?”
“무슨…….”
“뭐, 뭐라고?”
이해 못 해도 상관없었다.
두 핏덩이는 내가 무력을 행사할 명분을 줬고, 나는 기꺼이 사랑의 매를 들었다.
빠악! 빠악! 빠바박!
신명 나는 매타작에 두 핏덩이가 “악! 윽! 엑! 억!”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짧고 강렬한 훈육의 시간이 지나고, 무릎을 꿇은 두 핏덩이가 두 손을 귀 옆에 붙이고 울먹거렸다.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그때, 두 핏덩이의 아버지라는 인간들이 뒤늦게 객잔에 도착했다.
“감히 우리 아들을!”
“금쪽같은 내 새끼한테 무슨 짓이야!”
상황을 알아볼 생각도 않고, 무릎 꿇은 아들들만 본 두 중년의 사내가 눈이 뒤집혀서는 내게 달려들었다.
더 이상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나는 악연호의 등을 떠밀었다.
“연호야. 저 양반들은 네가 상대해라.”
목을 좌우로 꺾은 악연호가 앞으로 나서며 혀를 찼다.
“자식 교육을 이따위로 시켜 놓고……. 무림맹법 3조 5항에 의거! 당신들은 무기를 뽑았고……. 뒈졌다!”
기억이 나지 않는지 뒤는 대충 생략해 버리는 것 좀 보게. 악연호는 두 사내를 마구잡이로 패기 시작했다.
빠악! 빠바바박!
아까는 나 보고 참으라더니……. 저 녀석도 그동안 직장에서 쌓인 게 많았나 보다.
잠시 후, 우리는 두 부자를 사이좋게 포박해서 관아에 넘겼다.
청천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네 명의 현행범을 인수했다. 오늘만 세 번째 보는 얼굴이었다.
“……오늘따라 자주 보는군.”
“뜨내기들이 워낙 많이 모이니 사고가 끊이질 않아서 말이야. 수고해. 아마 또 올 거야.”
그리고 돌아서서 관아를 나오는데, 악연호가 내 옆구리를 찌르며 물었다.
“형님. 그런데 진짜 그런 법이 있어요?”
“무슨 법?”
“무림맹법 3조 5항인가 하는 그거요. 시가지에서 무기를 뽑으면…….”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악연호를 바라봤다.
“세상에 그딴 법이 어디 있냐. 대충 지어낸 거지.”
“……예? 왜 그런 거짓말을 해요?”
“저 핏덩이들이 그게 거짓말인 걸 어떻게 알겠냐. 일부러 겁 좀 준 거야. 그리고 주변에서 듣고 있던 다른 지원자 놈들한테도 경고가 되지 않겠냐.”
“와, 하여튼 잔머리는…….”
악연호는 감탄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뭘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래.
아무튼 잠시 후, 우리는 관아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어디선가 고성이 들려왔다.
“뭘 꼬나봐!”
“지금 시비 거는 거냐? 한판 붙을까?”
“문답무용! 칼을 뽑아라!”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무림인들 간에 시비가 붙은 모양. 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하아…….”
“미치겠네 진짜.”
아무래도 오늘은 관아에 뻔질나게 드나들 것 같다.
동시에 한숨을 내쉰 우리는 소란의 근원지를 향해 경공을 펼쳤다.
* * *
사람이 많이 모이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모여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칼 찬 무림인이라면,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심심찮게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덕분에 지금 내가 이 고생 중이다.
입관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무림맹과 관아의 병력이 다수 동원되었고, 청룡학관 임시강사들도 이 일에 동원되었다.
내가 악연호와 이인 일조를 이루어 오전 내내 순찰을 다닌 것은 그래서였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원자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 형제, 친구들까지……. 하. 별의별 인간들이 사고를 다 치네요.”
우리도 처음에는 문제가 일어나면 좋게좋게 말로 해결하려 했으나……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한 시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야만스러운 무림인들 때려잡는 데는 몽둥이가 제격이라니까!”
“어떤 새끼든 한 번만 걸려라! 본보기로 작살을 내줄 테니까!”
둘이서 고리눈을 하고 오전 내내 순찰을 돌다 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떴다. 당연히 우리도 지쳤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밥도 못 먹고 뭐 하는 짓이냐, 이게.”
“맞아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도시에 사람이 워낙 많아서, 빈 객잔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는 도시 외곽의 허름한 객잔을 찾아 겨우 들어가 앉았다.
허기를 반찬으로 소면에 만두를 와구와구 쑤셔 넣자 조금 살 것 같았다.
우리는 음식을 추가로 주문한 후에야 잠시 한숨을 돌렸다.
“후우. 이제야 좀 살겠다.”
“그런데 형님. 이번에 가르친 과외생은 어떨 것 같아요? 합격하면 만 냥이나 받기로 했다면서요.”
악연호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그렇고, 동료 선생들 중 누구도 백룡장에 와 본 적이 없었다.
흑영이 한 달 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어르신의 신변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글쎄…….”
나는 지금쯤 오전 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공손수를 떠올렸다.
한 달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의욕만 가득할 뿐, 평생 무공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노인은 이제 무복이 제법 잘 어울렸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익혔다면 꽤 고수가 되었을지도.’
공손수는 허약한 신체를 타고났지만 그것을 극복할 오성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그가 부잣집에서 태어났거나 명문세가에서 태어났다면, 체질을 극복하고 무림에 이름을 떨칠 고수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한 일은 뒤늦게라도 그의 재능을 깨워 준 것이었다.
다행히 몸 안에 영약의 약기가 가득했고, 몸 안의 탁기도 내가 제거해 줄 수 있었다.
-꼭 합격해서 청룡패를 가지고 돌아오겠네.
오늘 아침, 굳은살이 가득한 손으로 검파를 단단히 쥐며 말하던 공손수를 떠올리며 나는 웃었다.
“내 기준에선 이미 합격이야.”
“……그럼 시험에서는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악연호를 바라봤다.
“뭔 소리야. 내 기준이 얼마나 높은데.”
나는 점소이가 새로 내온 요리에 열심히 젓가락질을 뻗었다. 악연호도 질세라 젓가락 신공을 발휘했다.
“다른 한 명은요? 위지천인가. 걔에 대한 소문은 벌써 어마어마하던데.”
“천이? 걔는 걱정 없지. 실력만 보면…….”
틀림없는 수석이다.
아직 정서적으로 조금 불안한 면이 있지만, 그건 시간이 더 필요한 부분이다.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심마에 의한 주화입마는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도질 수도 있고, 극복해서 깨달음을 얻어 더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위지천은 지금 심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있었다.
녀석의 마음속에 있는 검이 신검(新劍)이 될 수도, 잘못하면 마검(魔劍)이 될 수도 있었다.
“언젠가는 천하제일검이 될 녀석이야.”
“네네. 제자 사랑이 아주 남다르십니다.”
악연호는 내 말이 허풍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두고 봐라, 인마. 나중에 나한테 서명 한 장만 받아 달라고 부탁하게 될 테니까.
잠시 후,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하면 대련 시험은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후에 교대시켜 준다고 했으니까.”
“그것도 운이 좋아야……. 음?”
그때, 나는 객잔의 창밖으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흑영?’
주변에 공손수나 위지천, 헌원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흑영의 옆에는 처음 보는 사내가 말없이 걷고 있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인상의 중년 사내였는데, 내 시선은 그의 걸음걸이와 부자연스러운 오른팔에 머물렀다.
‘상당한 고수. 흑영과 같은 무공을 익혔고, 오른팔은 의수.’
나는 버릇처럼 상대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정리하고 그 주변도 살폈다.
“형님? 어딜 그렇게 봐요? 예쁜 처자라도 발견했어요? 혹시 저기 검은 옷 입은 사람?”
정확히 손가락으로 흑영을 가리키는 악연호의 촉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 자식은 진짜…….
“연호야. 너 혼자 순찰 좀 돌고 있어라.”
“예?”
“난 잠깐 어디 좀 갔다 와야겠다.”
“갑자기 어딜요?”
흑영과 사내의 모습이 인파에 파묻히고 있었다. 나는 악연호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확인만 하고 금방 올게.”
“땡땡이치다가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걸리면……. 형님? 형님!”
나는 뒤에서 부르는 악연호에게 손을 흔들어준 후, 흑영과 사내의 뒤에서 거리를 두고 멀리서 따라붙었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불행하게도 이런 식의 내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지하로 연결된 건물로 들어갔다.
나는 멀리서 기척을 숨기고 그 건물을 관찰했다.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두 사람이 들어간 건물 주변에, 살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서 회동이라도 하는 건가.”
하나같이 상당한 경지의 살수들 십여 명이 흑영이 들어간 건물을 포위했다.
‘아무리 봐도…….’
내 생각에는 저들이 흑영에게 호의적일 것 같지 않았다.
* * *
“오랜만이구나.”
“예. 스승님.”
흑영은 탁자를 두고 마주 앉은 사내에게 공손히 대답했다.
사내는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친 스승이자, 한때 속했던 조직의 직속상관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무영(無影)이라 불렀다.
“승상께서 밀서의 내용에 대해 알려 주셨느냐?”
“어르신께서 황궁으로 가시는 동안 천영이 호위를 담당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천영(天影).
하늘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금의위에 속한 정보 조직이었다.
그들은 잠입, 암살, 요인 경호, 서류로 남기기 힘든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했다.
흑영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그곳 소속이었다.
“내일 바로 움직일 것이다.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네 실력이라면 어련히 깔끔히 처리했겠지. 따로 확인은 하지 않겠다.”
흑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영이 피식 웃었다.
“몇 년 만에 얼굴이 좋아졌구나. 표정이 생겼어.”
“……어르신 덕분입니다.”
흑영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무영은 과거의 제자를 떠올리며 웃었다.
“너는 내가 키운 최고의 살수였다.”
그녀는 스승을 뛰어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재능을 활용해 수많은 임무를 성공시켰다.
그래서 이토록 많은 준비를 했거늘.
“지금 네 모습은 살수로서는 실격이다. 하지만 너는 더 이상 천영 소속이 아니니, 네 변화를 탓하고 싶지 않구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뎌질 줄이야.”
“……예?”
그 순간, 흑영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표정을 굳혔다.
그의 스승 무영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리는 승상을 죽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조금의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