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99
98화. 사파 무공의 이해와 실전 대비“……내가 아직 살아 있었나.”
공손수는 창백한 안색으로 눈을 떴다. 눈을 뜨니 그 앞에 천검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승상.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네의 잘못이 아닌데 어찌 사과를 하는가. 헌데 백 선생은?”
“……곧 올 것입니다.”
천검의 반응이 조금 묘했지만, 공손수는 그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본 공손수가 “허어!” 하고 놀랐다.
땅이 뒤집히고 수십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기절한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제가 본 것은…….”
천검은 자신이 본 것을 아는 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스승처럼 여기는 승상이기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고했다.
백수룡과 검을 겨뤘다는 말에 공손수의 표정이 굳었다.
“백 선생이 많이 다친 것은 아닌가?”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대답은 천검의 어깨 너머에서 들려왔다.
다소 창백한 안색의 백수룡과 흑영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의심 많은 어떤 분 때문에 팔 하나가 잘릴 뻔하긴 했지만요.”
“확인을 위해 필요했을 뿐이다.”
“제 신분이요? 아니면 무공이요?”
“…….”
천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공손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백 선생 자네도 간이 부었군. 상대가 천검인 걸 알았으면 납작 엎드려서 빌었어야지.”
“말이 통할 상대였으면 그렇게 했죠.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예? 무공 좀 강하다고 은인을 핍박하고…….”
“그만하지.”
싸늘한 기세에 백수룡은 입을 다물었다.
공손수가 옆에 있어서 조금 면박을 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천검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허허허. 내 얼굴을 봐서라도 둘 다 그만하게.”
“예.”
“알겠습니다.”
두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흑영이 다가와 공손수를 진맥하는 동안, 두 사람은 조용히 호위 병력이 오기를 기다렸다.
“자네들. 말없이 눈싸움만 하면 내가 모를 것 같나?”
“…….”
“…….”
두 사내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유치함에 공손수가 클클 웃고, 흑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잠시 후 공손수를 호위할 병력이 우르르 도착했다.
다섯 대의 마차와 금의위 최정예 고수 일백.
이것도 빠르게 오기 위해 최소화한 숫자라고 했다.
그 위용을 본 백수룡이 감탄했다.
“……어르신. 대단한 분이었네요.”
“허. 그걸 이제야 알았단 말인가.”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매일 흙바닥 뒹구는 모습만 보다 보니까 체감을 못 했다고 해야 하나…….”
그 솔직한 말에 공손수가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제법 대단한 인물이라네. 그러니 신세 질 일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오게나.”
“언제든 사양 않고 찾아뵙겠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씩 웃었다.
작별 인사는 이미 질리도록 했기에 더 이상 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공손수는 작별 선물을 준비했다.
“이보게 천검. 내가 부탁한 것은 가져왔나?”
“……예.”
“이리 가져오게나.”
천검이 마차에서 무언가를 가져오는 동안, 공손수는 뒷짐을 지고 백수룡과 대화를 나눴다.
“내 가기 전에 자네에게 줄 것이 있네.”
“예? 뭘 자꾸 주신다고…….”
과외비였던 만 냥도 받았고, 청룡학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약속받았다.
‘게다가 탁기랑 약기도 어마어마하게 흡수했고…….’
덕분에 역천신공의 경지도 중성에 이르렀으니, 기연으로 따지자면 받은 건 이쪽이 더 많은 게 아닐까?
“그래서 받기 싫은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자성어가 다다익선(多多益善)입니다.”
“그럴 줄 알았네.”
공손수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를 모시러 온 금의위 무사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백수룡의 뻔뻔한 얼굴을 바라봤다.
흑영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렸다.
“왜 부끄러움은 제 몫일까요…….”
그리고 잠시 후, 마차에서 무언가를 꺼내온 천검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청룡학관 강사 백수룡은 황제 폐하의 교지를 받들라!”
“!!”
황제 폐하의 교지라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천검의 전신에서 서릿발 같은 기세가 쏟아져 나왔다.
“예를 갖추라!”
정신을 차린 백수룡이 빠르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백수룡이 황제 폐하의 교지를 받듭니다.”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천검이 교지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나갔다.
“갑진년 초이레 강서성 회창에서 태어난 백수룡은 간악한 역도들로부터 승상 공손수의 신변을 보호하여 나라에 닥친 큰 위협을 막아 내는 큰 공을 세웠다. 이에 공신교서를 내린다…….”
공신교서(功臣敎書)란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내리는 훈장이었다.
‘이걸 이렇게 막 줘도 되는 거야?’
백수룡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공신교서를 받았다.
“……이에 금전 백 냥과 삼만 평의 토지도 함께 하사하노라.”
공신교지의 수여가 끝난 후, 공손수가 웃으며 말했다.
“내 폐하께 말씀드려 일부러 관직은 내리지 않았네. 권력자들이 자네를 이용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니, 섭섭해하지 말게.”
“……섭섭할 리가요.”
오히려 그러한 세심한 배려에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네. 흑영아. 그것을 가져오너라.”
“……예.”
흑영이 한눈에 보아도 무척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 목함을 가져왔다.
“열어 보게.”
조심스레 목함을 열자, 손가락 굵기 정도에 길이는 한 자(30cm) 정도 되는 흑색의 막대기가 금색 비단 위에 놓여 있었다.
“이게…… 뭡니까?”
“예전에 내가 사용하던 교편일세. 한번 들어보게.”
직접 들어보자, 생각 이상으로 제법 무게가 나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용 한 마리가 교편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흑룡편이라고 부르네. 예전에 혼쭐이 나셨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황제 폐하께선 지금도 이걸 보기만 하면 기겁을 하시지.”
“예?”
예전에 이걸로 황제를 때렸단 말인가?
금의위 무사들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는지 입을 떠억 벌렸다.
공손수가 웃으며 말했다.
“현철로 만든 물건이니 어지간해서 부러지지도 않을 게야. 앞으로 자네가 쓰도록 하게.”
“……이런 물건을 저한테 주셔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내겐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야. 필요한 사람이 쓰는 것이 맞겠지.”
공손수가 생각하기에, 흑룡편의 주인이 될 사람은 백수룡이었다.
“한번 내공을 주입해 보게.”
내공을 주입하자, 흑룡편 안에서 철컥 소리가 나더니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났다.
“평소에는 한 자(30cm) 정도의 길이지만, 내공을 주입하면 세 자(90cm)까지 늘릴 수 있다네.”
“이건…….”
정말로 무기로 써도 충분한 물건이었다.
아니, 웬만한 보검보다 훨씬 유용한 물건이었다.
“부디 유용하게 써 주길 바라네.”
공손수는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의 손때가 탄 흑룡편과, 그것의 새로운 주인이 된 백수룡을 보았다.
백수룡이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잘 쓰겠습니다.”
“애들 쥐어패는 데만 쓰지 말고.”
“감동하려는데 산통 좀 깨지 마세요.”
장난스럽게 클클 웃은 공손수가 금의위 무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줄 것도 다 줬으니 정말 가야겠군. 채비를 하시게.”
“예!”
순식간에 출발 준비가 끝나고, 공손수는 마차에 올라탔다.
그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가는 백수룡의 귀에 천검의 전음이 들려왔다.
[네가 익힌 무공에 대해서는 함구하겠다. 어차피 나는 무림인이 아니고, 승상께서 너를 아끼시는 마음이 상상 이상으로 크시니.]백수룡은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만약 천검이 역천신공에 대해서 캐묻거나 조사하려 들었다면 무척 곤란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공, 다른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특히 고수일수록……. 그 무공을 본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조언 감사합니다.]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남궁제학 앞에서 무공을 최대한 숨긴 것이기도 하고.
천검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공손수가 마차에 올라탔다.
“고마웠네. 언젠가 또 보세나.”
“황궁에서도 그동안 가르쳐 드린 거 복습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공손수는 꼭 그리하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의 옆에 탄 흑영도 작별인사를 건넸다.
“……가 보겠습니다.”
“그래. 잘 가.”
“…….”
흑영의 눈빛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백수룡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 마차가 출발했다.
“이랴아!”
“…….”
백수룡은 작아지는 마차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석양이 지기 시작하는 무렵.
다섯 대의 마차가 지평선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했던 제자가 조금 전 자신을 떠났다.
“어르신. 제가 더 고마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만 냥을 벌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공손수를 합격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노인의 어린 시절 꿈을 알게 되고, 뒤늦게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간절히 노력하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지.’
매일 함께 훈련한 헌원강과 위지천도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혈교의 무공 교관이었던 시절에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기분.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 많은 실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아쉬워해 봤자 소용없지.”
길게 한숨을 내쉰 백수룡은 고개를 저어 미련을 털어냈다.
그는 후회를 오래 안고 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대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했다.
혈교에 대한 정보를 캐내지 못하고 죽어 버린 칠살과 살막을 생각했고, 역천신공을 숨기라던 천검의 경고를 떠올렸다.
‘십존이라…….’
백수룡은 천검과의 대결을 떠올렸다.
아직은 아득한 격차가 느껴진 싸움이었다.
그런 천검이 십존 중에서는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다.
황궁 최고의 실력자이기에 상징적인 의미가 큰 탓이다.
물론 천검이 절대고수임은 분명했다.
‘남궁제학은 더 강하다.’
남궁제학은 현 무림에서 천하제일인을 논할 때도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역천신공을 목격한 사람이 천검이 아닌 남궁제학이었다면?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다음에도 이런 행운이 또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적발적안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려면 역천신공을 최소 7성까지는 익혀야 한다.’
하지만 7성의 경지는 단순히 내공만 많다고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하아. 애들도 가르쳐야 하고, 무공도 더 강해져야 하고, 혈교도 신경 써야 하고……. 할 일이 산더미네.”
한숨을 내쉰 백수룡은 몸을 돌려 청룡학관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수업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이야.”
청룡학관에서의 첫 학기, 그리고 첫 수업은 며칠 후에 시작된다.
앞으로 백수룡은 더 많은 학생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피곤하다, 피곤해…….”
하지만 투덜거리는 말과 달리, 백수룡의 표정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청룡학관으로 돌아가는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 * *
며칠 후.
입학식이 끝나고, 신입생들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속속들이 학관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학생들은 학관 곳곳 게시판에 붙은 방을 확인하기에 바빴다.
올해 수강 신청이 가능한 수업 목록이 벌써 방이 붙은 것이다.
……중략……
어떤 수업이냐, 어떤 강사가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의 수업 선호도는 천차만별이다.
인기가 없는 수업은 강의실에 파리만 날리는 반면, 인기가 많은 과목은 학생들 간에 실제로 피 터지는 수강 신청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평가가 누적되어 강사들의 대우와 월봉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제갈소영이 누구야?”
“올해 새로 들어온 선생님이래.”
“고대무림사 같은 걸 누가 듣냐…….”
“예쁠까? 첫 수업만 들어 볼까?”
올해 임시 강사들 중에서 수업을 맡은 사람은 수석으로 입관한 제갈소영이 유일했다.
아니, 자세히 보면 맨 아래에 한 명이 더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