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s RAW novel - Chapter 316
제316화
타다다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번 습격을 이끄는 건 유인환, 심봉근, 윤숙희를 비롯한 옛 44팀 인원이 주축이 되었다.
지역서 경찰들이 작전을 이끄는 광경은 보기 드문 광경이었지만 작전의 핵심은 EV-1이었고 해공군에서도 딱히 불만은 없었다.
태스크포스 13은 이번만큼은 전원 중장기병 슈트나 보병용 엑소슈트를 장비하고 있었다.
이들의 목표인 링로드 터미널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고 중장비를 지고 헉헉거리면서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네이비씰 대원들이 좁은 통로에 중기관총 두 대를 설치하고 길을 깔끔하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러다이트 테러리스트들이 방탄복을 입고 있어도 M2 중기관총 앞에서는 방탄복 따윈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보병용 엑소슈트를 타고 있는 놈들이 기관총 한 방에 우르르 쓰러지면서 엑소슈트끼리 서로 부딪치기 시작한다.
엑소슈트는 멋대로 가속페달이 눌려 엄폐물 뒤에 있던 러다이트 동료들과 부딪쳤다.
러다이트 테러리스트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난간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하부도크 아래는 뻥 뚫려 있었다.
링로드 개발 순서는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상부공사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하부는 횅하니 공사장 비계 같은 시설만이 늘어서 있었고 난민지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중화대루나 난민지구에서 링로드를 올려다볼 때는 눈부신 상부 외장재에 눈이 빼앗겨 이곳이 이렇게 휑한 구조라는 걸 알기 힘들다.
태스크포스 13은 80여 명밖에 안 되는 소수였지만 그만큼 정예들이었다.
그들은 정교한 화약총 사격으로 러다이트 테러리스트들을 거꾸러뜨렸다.
하부도크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터미널 아래쪽이었고 그쪽에도 러다이트 테러리스트들이나 정 대령이 고용한 놈들이 진지를 꾸며놓고 있었다.
적은 계단 위만 있는 게 아니다.
하부도크 옆에는 또 다른 공사용 크레인이나 대형 건설 로봇들이 매달려있다. 이 로봇들은 천장에 바둑판처럼 설치된 레일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맷집도 보통이 아니었다.
가끔 링로드 건설노동자들이 저런 크레인이나 대형 용접 로봇들로 시위를 했고 바로 그것을 위해 중장비 대응팀이 있었다.
그러나 시나이트 헬기로는 경찰의 중장비 대응팀 장비를 가지고 올 수도 없었고 가져온다 한들 아미타여래에게 단숨에 해킹당할 게 뻔했다.
중장비 로봇이 용접기로 난간을 끊어버리면서 태스크포스13은 단번에 위기에 몰렸다. 빨리 계단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계단과 함께 난민지구에 쳐박히게 된다.
그때 삼화구급의 ‘김간’과 그의 파트너가 나섰다.
정보국은 돌입 직전까지 쓸만한 ‘엑소슈트 파일럿’을 찾았다. 작전의 화력을 위해 심봉근 외에도 최소한 중장기병 한 명이 더 필요했다.
정보국은 급기야 ‘제 1기병 서울 인천 향우회’ 명단을 뒤지고 연락까지 해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바로 그때 EV-1이 삼화구급의 응급구조사들이야말로 최고라고 말했다.
“삼화구급. 믿으니까~~~ 걱정 마쎄이요우우우.”
랜서를 탄 김간은 사이드 해치를 열고 이진영 쪽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간과 그의 동료들에게서 두려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미친놈들은 흔들거리는 난간 위에서 롤러대시를 작동시키더니 가볍게 러다이트 테러리스트들이나 잡병들을 그냥 밀어서 떨어뜨렸다.
쿵쿵쿵!
엑소슈트 파이크맨은 김간의 랜서가 활약하는 사이 크레인 장비 쪽으로 걸어와서 슬라스터 노즐을 가동했다.
치익.
육중한 중량형 엑소슈트가 허공을 가르면서 팔이 크레인 조종석에 쾅하고 처박히고 파이크맨의 조종사는 팔에 달린 작은 매니퓰레이터 암으로 크레인을 조종했다.
길쭉한 타워 크레인 팔이 옆으로 슬슬 이동하더니 쾅하고 용접용 거대 로봇과 충돌했다.
크레인이 휘어지는 것과 동시에 용접 거대 로봇이 휘청거리고 파이크맨의 조종사는 다시 한번 크레인으로 쾅하고 로봇을 후려쳤다.
크레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 나는 건 물론이고 거꾸로 매달린 크레인 조종석 역시 끼기긱 소리를 내면서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이크맨의 조종사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동료인 김간의 랜서가 있는 곳으로 펑 하고 밧줄을 발사했다.
김간의 랜서는 러다이트 테러리스트들의 중장기병과 처절한 혈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김간은 한 발로 롤러대시를 하더니 2단 옆차기를 하듯 다른 발로 엑소슈트 한 대를 후려 차서 밑으로 떨어뜨리고 그 뒤에 있던 다른 중장기병의 가슴팍에 파일벙커를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파이크맨이 쏜 밧줄을 잡아서 굵직한 기둥에 파일벙커로 찍어버렸다.
김간이 밧줄을 고정하자마자 저 밑에서 엑소슈트 파이크맨이 타잔 놀이를 하듯 ‘아아아아’ 소리를 내면서 크레인 조종석에서 떨어져 나왔다.
파이크맨이 다시 하부도크 계단에 다다르고 김간은 박혀 있던 파일벙커를 빼더니 길이 1미터짜리 쇠말뚝으로 달려드는 엑소슈트의 다리를 그대로 후려 까버렸다.
대번에 엑소슈트의 다리가 박살 나서 휘청거리는 사이 김간은 다른 팔로 톡 쳐서 엑소슈트를 넘어뜨려 버렸다.
균형을 잃은 엑소슈트가 난간에서 밀려 떨어지면서 조종사의 비명 소리가 프레임 너머까지 들렸다.
그리고 어느새 김간과 합류한 파이크맨은 강화방패를 펼쳐서 다른 태스크포스 13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김간과 그의 파트너의 엑소슈트 기동에는 전혀 군더더기가 없었다.
“와아! 팀장님! 저 친구들은 대체 어디서 찾아냈대요! 굉장한데요!”
김간의 엑소슈트 조종에 심봉근이 혀를 내둘렀다.
심봉근도 조종기술이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았지만, 이 두 콤비의 기술은 예술 그 자체였다.
탠션이 오를 대로 오른 심봉근 역시 달려오는 엑소슈트를 맞이해서 파일벙커를 빼 들었다.
김간과 그 파트너가 육중한 중장기병 프레임의 화끈한 기동 능력을 보여줬다면 심봉근은 경량형 엑소슈트의 화려한 기동을 선보였다.
심봉근은 좁은 난간에서 마치 춤을 추는 듯 중장기병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로봇 격투처럼 엑소슈트 간의 전투는 한 점에 얼마나 무게를 집중하느냐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심봉근은 경량형 엑소슈트로 중장기병들을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 난 괴물이었다.
심봉근의 파일벙커가 적의 롤러대시에 맞아 박살 나고 심봉근은 자세를 낮추고 놈을 들쳐업듯이 들이받았다.
빠른 속력으로 적의 엑소슈트를 들이받아 순간적으로 뒤로 넘겨버렸다. 그리고는 뒤에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엑소슈트의 옆구리를 찍어버렸다.
전에 위타천을 공격할 때와 똑같았다.
길쭉한 파일벙커가 캉하고 경쾌하게 엑소슈트의 옆구리에 박혔다. 이번에는 확실한 느낌이 있었다.
반대쪽 구멍에서 살점과 뼛조각이 튀면서 적 엑소슈트의 움직임이 멈췄다.
심봉근은 단숨에 엑소슈트 두 기를 제압하고 기선을 잡았다.
강호인은 강호인을 알아보는 것일까?
김간은 심봉근 쪽으로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치켜들었고 심봉근은 그걸 또 포권의 예로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엑소슈트 몇 대를 거꾸러뜨렸을 분이고 아직 진짜 전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작전의 핵심은 EV-1이었다.
해군 네이비씰과 삼화구급의 응급구조사들도 EV-1이 어딘가에서 제석천과 다른 특별병과번호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5분 안에 제압당할 것이다.
드디어 현장에 있는 네 명의 특별병과번호가 합류했다.
제석천이 태스크포스 13쪽으로 번개를 쏟아냈고 EV-1은 방전드론을 방패 삼아 번개를 지근거리에서 받아냈다.
주변으로 푸른 번개가 마구 튀고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전기가 주변을 달구며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볼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천수관음의 올레인지 저격이 동시에 쾅하고 쏟아지면서 하부도크에 있는 인원들을 노렸다.
그러나 EV-1은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원격으로 잘도 이들을 관제하며 오히려 천수관음에게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제기랄! 이브이! 안에 있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예전처럼 이진영이 EV-1의 등 뒤에 매달려있다면 번개나 올레인지 저격에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진영은 지금 EV-1 츠바이핸더-도펠졸트너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었고 초조하게 동료들의 상황까지 살피고 있었다.
그는 중장기병이 아니라 로봇을 파트너로 함께 싸우는 기계 보병이었고 엑소슈트 안에서 관측 모니터로 바깥의 상황을 보는 게 영 익숙하지 않았다.
소리, 냄새, 심지어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의 미세한 촉감까지.
전장에서는 바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게 마련이고 그는 아주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위험을 감지하고 벗어났었다.
심봉근이나 김간 같은 태생부터 중장기병들이야 전혀 어색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이진영은 이 안이 너무 갑갑했다.
그러나 EV-1나 신희정조차도 이번에는 얌전히 엑소슈트 안에 들어가 있을 것을 강력하게 권했다.
그는 죽을 수 없었다.
이 위에는 이진영의 두 딸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두 딸을 가슴에 안는 그 순간까지 죽을 수 없었다.
부동명왕은 숨을 고르듯 뒤로 물러서고 제석천도 링로드 송전선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아직 EV-1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태스크포스 13과 특별병과번호의 충돌은 호각으로 끝났고 위타천과 천수관음이 전투에 끼어들었다.
천수관음의 올레인지 저격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해군의 엑소슈트 한 대가 저격에 걸려서 다리가 박살 났다. 천수관음은 잔해 한 곳에 숨어서 차근차근 태스크포스 13 인원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팀장님! 이곳은 저희들이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계획대로 하세요!”
– 심봉근! 너희들만으로 상대하긴 힘들어!
“우리들이 알아서 할게요! 애들이 아빠를 보고 싶어 할 거 아니에요!”
윤숙희도 고함을 질렀다.
“팀장님! 계획대로 일단 위로 올라가십시오! 여긴 저희가 맡겠습니다아아! 곧 따라 올라갈게요!”
굉장히 난전인 상황이었지만 그녀 역시 구룡성채 위에서 태스크포스 13으로 특별병과번호와 싸웠었다.
여기에는 이진영을 도우러 온 정보국의 현장 전투요원들도 있었고 삼화구급의 두 응급구조사들도 있었다.
태스크포스 13은 특별병과번호가 셋이나 가세했는데도 당황하거나 밀리지 않았다.
정보국은 EV-1이 그동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작전을 입안했다.
방뢰대책이라던가, 위타천의 고속이동을 막기 위해 바닥에 대전차 지뢰를 깐다던가.
특별병과번호는 위협적이긴 했지만, 소수였고 소수의 특작 부대만으로 정규군을 이기긴 힘들다.
그렇기에 신희정은 정공법으로 특별병과번호를 제압하려고 했다.
80여 명의 태스크포스 13은 전원 이런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고 특히나 특별병과번호와 싸워 봤던 44팀의 의견이 다수 반영되었다.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는 건 ‘미지’의 존재를 만났을 때였다.
특별병과번호의 능력은 베일에 가려져 있을 때에나 공포의 대상이었다. EV-1이 하나하나 분석해낸 놈들의 능력과 카운터 대책을 믿는다면 두려워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 팀장님, 태스크포스 13은 믿어도 됩니다. 아이들부터 구하러 가시죠.
이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EV-1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마침내 상공에서 강하했다.
태스크포스 13은 양동작전의 일부였다. 태스크포스 13은 하부도크에서 장비를 다 내리면서 아미타여래의 시선을 끌어주는 동시에 노드허브를 설치 중이었다.
방뢰드론이 원격으로 제어되거나 탁탑천왕의 드론을 요격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씰 대원들이 곳곳에 EV-1의 노드허브를 박아 두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