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 worker listening to memories RAW novel - Chapter 151
151. 기대되는군요
* * *
“400 대 1 넘었습니다!”
“대박!”
“와, 이거 낮술 땡기네. 이 대리! 우리 사주 얼마나 샀어?”
흥분한 사업부 직원들이 소리쳤다.
공모주 청약 첫날.
우리의 예상처럼 수많은 사람이 BO커머스의 공모 청약에 몰렸다.
경쟁률은 417 대 1.
통합 증거금은 7조 6,242억 원이 모집됐다.
그렇게 이어진 둘째 날.
청약 경쟁률은 679 대 1이 되었고, 통합 증거금도 20조를 훌쩍 넘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이 모인 것인지…….
실시간으로 불어나는 수치 덕분에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 셋째 날.
청약 경쟁률 962 대 1과 통합 증거금 42조 4천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마주했다.
믿을 수 없었다.
500 대 1 정도의 경쟁률에 20조 정도를 예상했던 우리인데…….
덕분에 이사회에선…….
“대박입니다. 대박! 이러면 내일 상장에서 두 배는 찍겠는데요?”
흥분한 유화성 이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최구열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딸아이 수술을 잘 마친 그는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어마어마한 수치를 대했다.
“아니요. 상장하면 10만 원 이상도 가능할 겁니다.”
공모 청약 가격은 한 주당 38,200원.
10만 원 이상이라면 3배에 가까운 상승을 보는 것이다.
김지영 대표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원 이사님은 콜라보 제품들 준비하시면서 홍보팀 소재들 확인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최 이사님. 아마존은 문제없겠죠?”
“네. 이미 테스트 마쳤고, 내일 바로 오픈할 예정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유 이사님은 기관 쪽 투자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지영 대표는 침착하게 각자의 업무를 인지시키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내일이면 정식으로 BO커머스가 상장합니다. 준비한 부분들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 * *
다음 날, MD 사업부 사무실.
직원들은 업무를 멈추고, 벽에 걸린 TV와 모니터, 휴대전화의 실시간 중계에 집중했다.
내 방으로 모인 팀장들.
그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하나의 스크린에 시선을 모았다.
한국 거래소의 대형 스크린.
김지영 대표는 결연한 표정으로 작은 단상 위를 올랐다. 그러자 그녀의 근처에 있던 증권 거래소 관계자들은 물끄러미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렇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마지막 숫자 1이 지나갔다.
퍼어엉!
사방에서 터지는 팡파르와 흩날리는 꽃가루.
대형 스크린에는 ‘축 코스피 상장’이라는 붉은 글씨 밑으로 BO커머스라는 우리의 법인명이 표시됐다.
자랑스러웠다.
스크린에 저 글씨를 넣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해 왔는데…….
시초가(원) 52,600
현재가(원) 52,600
시가총액(백만 원) 2,104,472,559
시가총액 2조 1천억.
대한민국 코스피 상장 기업 113위.
일단 시작이 좋다.
흩날리는 꽃가루가 줄어들자, 카메라는 박수를 치는 사람들을 비췄다.
가장 중앙에 있던 김지영 대표는 해맑은 표정으로 양옆의 사람들과 인사를 마쳤다. 그렇게 형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실시간으로 주식 창을 보던 팀장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올라갑니다! 올라가요! 5만5천 원 넘었습니다.”
“오! 6만 원!”
“이거 미쳤나 봐요. 벌써 6만5천 원입니다.”
꾸준히 우상향하는 그래프.
그리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주식 사이트의 게시글.
– 오 대박……. 미쳤네요!
– 10년 장투 보고 샀어요 [2]
– 주린이입니다 [3]
– 마프 대박 칠 줄 알았지. 내 친구 우리 사주 샀다던데 [5]
–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5]
– 물린다. 이거 지금 들어가면 100퍼 물린다. [1]
– 아마존 봤음? 마프 물건 K푸드 기획전 열리고 있음 [13]
ㄴ 이베이나 아마존 많이 이용하는데 ,,ㅎ!
ㄴ 아마존 자체 상품인가 봐요ㅋ 또 아마존에서 폭풍 샤핑하고 싶어 꿈틀되네요
ㄴ 그거 마프에서도 콜라보 제품이라고 해서 판매함!
ㄴ 오돌뼈 군만두 아이디어 대박 아님? 마프에서 주문하고 완죤 기대중
ㄴ 마프가 이제 아마존까지 진출하는구나!
만족이다.
아니, 만족 그 이상이다.
나는 흥분한 표정의 팀장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대영 부장님은 이번에 새로 출시한 콜라보 제품들 판매량이랑 고객 반응 실시간으로 체크해 주세요.”
“예!”
콜라보 제품을 담당하는 박대영 부장.
만년 이인자라는 소리를 듣던 그는 이제 30여 명을 통솔하는 부장이 됐다.
사람들은 그의 자질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믿었다.
부장이란 타이틀을 달면 그동안 억눌러 왔던 욕심과 의욕을 터트려 줄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는 내 생각처럼 빠르게 본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미친개라고 불리던 카리스마로 사업부에서 가장 깐깐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명진 부장님은 아마존 기획전 꼼꼼히 확인해 주세요.”
“네, 걱정 붙들어 매세요.”
아마존 기획전을 담당하는 김명진 부장.
그는 타고난 업무 능력과 센스를 가졌다.
가끔 넘치는 의욕에 물불 안 가리고 들이받는 것을 빼면, 나무랄 것이 없는 친구다.
“고 부장님은 복지 몰 들어가는 제품들 확인하시고, 퇴근 전까지 리스트 올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복지 몰을 담당하는 고동수 부장.
그는 내가 이사에 선임된 이후 항상 표정이 좋지 못했다. 업무를 지시하면 겉으로만 적극적인 척을 했고, 업무 보고 때도 매번 자료를 부족하게 가져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달랐다.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적극적으로 보였다.
마켓 프레시라는 매개체가 우릴 완벽한 하나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 * *
일주일 후.
우리의 예상은 완벽히 적중했다.
새로 출시한 콜라보 상품들은 매일 오전 12시 전에 동났고,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다른 공장을 섭외해야 할 지경이었다.
또한, 성황리에 진행 중인 아마존 기획전에서는 매출은 물론이고, 마켓 프레시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두 프로모션의 성공으로 복지 몰에 들어간 제품들도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나는 책상에 앉아, 주식 거래 사이트에 접속했다.
132,500원이라는 큼직한 글씨.
상장 후 일주일 내에 크게 떨어질 거라는 언론의 예상을 우린 완전히 뒤엎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
– 이사님. 손님 오셨습니다.
인터폰에서 들리는 이예나의 음성에 정신을 차리고,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네.”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차주영 부장이 손을 내밀었다.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차주영 부장.
마켓 프레시 MD 사업부 부장이었고, 리베이트로 건으로 쫓겨난 사람이다. 그리고 몇 달 전에 대한민국 최고의 식품회사인 바론의 온라인 사업부 부장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네. 잘 지내셨어요?”
“저야 뭐 맨날 똑같죠. 그나저나 상장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꿈을 이루셨네요.”
“감사합니다. 앉으시죠.”
내가 손짓을 하자, 차주영 부장은 사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예나가 준비한 차를 가져오자, 그는 천천히 차를 마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내드린 제안서는 확인하셨나요?”
바론의 일부 품목을 시작으로 전 제품을 마켓 프레시에 판매해 보겠다는 제안서.
그들은 BO푸드의 경쟁사로 그동안 우리에게 제품을 주지 않았었다.
“네. 확인했습니다.”
차주영 부장은 다시 차를 마시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다소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내 방을 천천히 훑었다.
“재미있죠?”
“네?”
“바론이 BO에 제품을 내주고.”
“그러게요. 저도 예상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여긴 아직도 전쟁터 같나요? 올라오다가 대영이 봤는데, 바빠 보이더라고요.”
“박 부장님이요?”
“네. 대영이.”
그는 박대영 부장의 사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소속이 다르다.
사적인 자리가 아닌, 이런 자리에서 대영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차 부장님. 대영이가 아니고 박대영 부장님입니다.”
그제야 차주영 부장은 꼬았던 다리를 풀고 급하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공과 사도 구분 못하고……. 대영이, 아니 박 부장이랑은 좀 친해서 실수했네요.”
“네.”
갑자기 저자세를 취하는 차주영 부장.
이런 사람이 아닌데…….
그리고 BO푸드를 견제하던 바론이 우리에게 제품을 내주는 것도 이상하다.
무슨 속셈이 있는 건가?
나는 그와 함께한 테이블을 오른손으로 훑었다.
다른 목적이 있구나.
뭘까? 무슨 목적으로 찾아온 것일까?
나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담당자 지정해 주시면 저희도 정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네.”
“그리고 부장님. 회사로 들어가셔야 하나요?”
“아뇨.”
“그럼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하실까요?”
“지금이요?”
“네. 지금이요.”
차주영 부장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옷걸이에 있는 상의를 걸치고, 그에게 나가자는 손짓을 했다.
회사 주변의 펍.
간단하게 맥주만 마시려 했는데…….
차주영 부장은 굳이 와인을 주문해서 한 병을 다 비워 버렸다.
양 볼이 붉게 달아오른 그는 넥타이를 푸르고 편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마켓 프레시 상장에 바론 임원들이 얼마나 긴장한 줄 아십니까? 매일 이사회 소집하고, 아 참 얼마 전에는 긴급 주총도 열렸었습니다.”
“그랬나요?”
“네. BO푸드 주가도 최근 10% 이상 올랐잖아요.”
“하긴 그렇겠네요.”
“잘은 몰라도 식품 회사들 죄다 비상일 겁니다. BO가 갑자기 확 치고 나가니까. 하핫.”
“그래서 바론이 마켓 프레시에 제품을 넣겠다는 건가요?”
차주영 부장은 내 말에 답하지 않고, 비어 낸 포도주병을 허공에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간 후, 초점이 풀린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나는 많이 취한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많이 취하셨네요. 그만 일어나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서를 챙기자, 그는 계산서를 잡은 내 손을 꽉 움켜잡았다.
“잠깐. 잠깐만요.”
“네?”
“잠깐만 앉아 봐요. 긴히 할 말이 있으니까.”
내가 자리에 앉자, 차주영 부장은 눈을 부릅뜨고 천천히 입을 뗐다.
“아직도 최구열이가 그래요?”
“네?”
“최구열 그 못난 새끼가 아직도 원 이사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요.”
“아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김상만 회장이 감 놔라 배추 놔라 난리 쳐요?”
“아니요.”
고개를 좌우로 젓고 다시 일어나자, 차주영 부장이 다급하게 불렀다.
“김지영 대표는 어때요?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같나요?”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미간을 구기며 답했다.
“그만하시죠. 사석에서도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쉿!”
내 입술에 자신의 손가락을 들이미는 차주영 부장.
완전히 정신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손을 쳐 내고 다시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뭐하는 겁니까?”
“바론에서 커머스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BO에서 들인 돈의 딱 10배를 가지고요.”
“……!”
“이미 투자자들 섭외는 마쳤고, 앞으로 나서 줄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원 이사님처럼 젊고 유능한 사람을요.”
이거였구나.
바론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미끼로 날 찾아온 이유가.
나는 아무런 답 없이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차주영 부장이 황급히 따라왔다.
“이사님 꿈이 1등이라고 했죠? 바론은 아마 1년 안에 그 꿈을 이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이 맞다.
바론의 제품과 재력, 인지도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속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내가 지금까지 일궈 온 것들을 버리고 갈 만큼 그들은 매력적이지 않다.
“기대되는군요.”
“네?”
“바론이 얼마나 좋은 커머스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고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사님!”
“바론이 커머스라…… 재미있겠네요.”
나는 펍의 직원에게 카드를 돌려받고, 곧바로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