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 worker listening to memories RAW novel - Chapter 206
206. 식사는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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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프레시 입점 중소상공인 매출 전년 比 100% 성장
– 오늘경제
마켓 프레시 입점으로 대박 난 중소상공인……. 매출 2배 증가
– 이데이프레스
마켓 프레시, 비식품 카테고리 계속해서 늘려 나갈 것
– 서울일보
코스메틱으로 제2의 대박을 꿈꾸는 마켓 프레시
– 예스미디어
다음은 패션, 마켓 프레시의 거침없는 사업 확장에 주주들 신바람
– 머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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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걸린 헤드라인들.
우리가 보낸 보도 자료도 아닌데, 버젓이 메인에 걸렸다. 덕분에 우린 오후 내내 입점을 희망하는 제조사나 벤더들의 전화에 정신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카메라나 컴퓨터 쪽은 계획하고 있지 않아요.”
“도서요? 그쪽은 아직 계획 없습니다.”
“패션 사업부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어디시라고요? 잘 안 들리는데, 크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나는 통화하는 직원들을 지나쳐, 이예나의 책상 앞에 멈춰 섰다.
“예나 씨, 오늘 누구 오신다고 했지?”
“오늘 유업 황진성 과장님이요.”
오늘 유업의 황진성 과장.
회장의 외동 손자로 회사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인물.
그는 철없는 재벌 3세로 유명했다. 중2병에 걸린 반항아처럼 남들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했고, 강남 한복판에서 황당한 프러포즈를 해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아……. 맞다. 몇 시지?”
“점심시간 근처에 오신다고 했습니다.”
“알았어. 고마워.”
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오전 11시 30분.
기지개를 켜고 허리를 돌렸다. 창고형 마트 때문에 잘 모르는 부동산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정신이 없이 시간이 간 것 같았다.
그때,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오는 한 남자.
“이사니이이임!”
점심시간에 온다던 황진성 과장이 30분이나 일찍 왔다.
“오셨어요?”
“네엥.”
저 콧소리……. 정말 싫었다.
처음 봤을 때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 있길래, 어울리지 않는 애교까지 부리는 것일까?
“무슨 일인가요?”
“무슨 일이 있어야만 오나요?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는 무슨…….
오늘 유업은 마켓 프레시에 없어서는 안 될 협력사다.
그곳에서 마켓 프레시 PB 우유 제품의 50%를 생산하고, 국내에서 가장 큰 비용의 투비팩 로열티를 지급하는 회사다.
하지만 그와는 친하지는 않다.
투비팩 설비 공사를 완료한 후,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전부였다.
“투비 팩은 어때요?”
“덕분에 할아……. 아니 회장님께 칭찬 많이 들었습니다. 로스율을 절반 이상 줄였거든요.”
“잘됐네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가요?”
“식사 아직 안 하셨죠?”
“네.”
“그래서 준비해 봤습니다.”
황진성 과장은 테이블 위에 들고 있던 큼지막한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안에서 플라스틱 포장용기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감사의 의미로 제가 손수 만든 특별한 밀키트! 신선한 우유로 만든 리코타 치즈와 우유 카레, 우유 찜콩, 타락죽까지! 이사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뭐지?
이 달달 외운 것 같은 멘트와 저 표정은?
나는 할 말을 잃은 채로 황진성 과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포장 용기의 뚜껑을 뜯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가져온 사람의 정성이 있으니 한 번 드셔 보세요.”
나는 황진성 과장이 내민 숟가락을 받아 들었다.
그러자 그는 두 손을 모으고 큰 눈을 깜빡였다. 마치, 빨리 맛을 보고 맛있다는 평가해 달라는 것처럼.
“이거 먹으라고요?”
“네. 드셔 보시고 냉정하게 평가 부탁드립니다.”
“신제품 평가는 매주 목요일에 담당 MD들이 하고 있습니다. 판매를 생각하시면 그때 다시 가져와 주세요.”
“아니요.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투비팩 덕분에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겁니다.”
“정말요?”
“네! 속고만 사셨나……. 정말 맞다니까요.”
“과장님. 저 먹는 거에는 아주 냉정한 거 아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해맑게 웃어 보이는 황진성 과장.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가 준비한 음식의 맛을 봤다. 그리고 바로 미간을 구기며 휴지에 음식을 뱉어 냈다.
“이게 뭡니까?”
“네? 왜요?”
“카레는 느끼하고, 찜콩은 비린내 덩어리고, 오늘 유업 리코타 치즈도 나오잖아요. 근데 왜 이 치즈는 이 모양입니까?”
“…….”
“카레가 느끼하기도 참 어려운데, 그걸 해내시네요. 더 해 드릴까요?”
“아니요. 충분합니다.”
고개를 푹 떨구는 황진성 과장.
그때 그가 건네준 일회용 숟가락에서 조금 전의 기억이 들려왔다.
이건 내게 이 형편없는 밀키트를 주면서 했던 기억.
정말 판매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럼 왜 나를 찾아왔을까?
나는 미간을 구기며 황진성 과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문제점을 지적해 주시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그러라고 시켜요?”
내 질문에, 황진성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헛……. 그걸 어떻게…….”
“딱 봐도 뻔하잖아요. 제품 포장을 담당하는 황 과장님이 뜬금없이 밀키트를 들고 와서 맛을 봐 달라고 하는 게.”
“역시 원 이사님이시네요. 그러니까 좀 도와주세용. 도와만 주시면 제가 뭐든 하겠습니다.”
“왜 제가 과장님을 도와야 하죠?”
“그게…….”
말끝을 흐리며 답하지 못하는 황진성 과장.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소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해야 돕든 말든 하죠.”
“그게…….”
“말하기 싫으면 그만둬요. 저도 신경 안 쓸 거니까.”
“할아……. 아니, 회장님이 주신 숙제입니다. 회장님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라는 숙제요.”
“네?”
“밀키트를 시판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건 하늘에 두고 맹세합니다. 저희가 무슨 밀키트를 만들겠어요? 우유를 알아야 팔 수 있다고 해서 이제 공부를 시작하는 겁니다.”
“후…….”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왜 여기 와서 저러는 것일까?
도무지, 그가 이러고 있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막상 닥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원 이사님밖에 없었습니다.”
“뭐가 닥쳐요?”
“그게…….”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점심시간인데 식사하면서 마저 얘기하시죠.”
* * *
다음 날.
황진성 과장은 약속도 잡지 않고 찾아왔다. 나는 곤란해 하는 이예나의 목소리를 듣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안으로 들였다.
“오늘도 밀키트 가져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오늘은 투비팩을 조금 수정해 봤습니다.”
“수정이요?”
“네. 모서리 부분에 접힌 부분을 펼쳐 봤습니다. 소비자들이 재활용할 때 깔끔하지 못하다는 말이 많아서요.”
그는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조각이 난 투비팩을 꺼냈다. 그리고 뾰족한 끝을 보이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다시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과장님. 왜 투비팩의 끝이 뭉툭한지 모르세요?”
“네?”
“아이들이 많이 만지는 우유입니다. 그래서 지금 과장님이 만드신 것처럼 뾰족하게 만들면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어요.”
“아…….”
오늘 유업의 다른 직원들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안 가르치는 건가?
아무리 회장의 외동 손자라고 해도 이렇게 기본도 모를 수가 있을까?
어제도 식사 중에 밀키트에 대해 한참 동안 열변을 토했는데…….
오늘도 그래야겠구나.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점심시간이네요. 식사나 하고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 * *
다음 날 오후 3시.
협력사와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그러자 난처한 표정의 이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저……. 이사님.”
“왜?
“오늘 유업의 황진성 과장님이 와 계십니다.”
“또?”
“네.”
“언제?”
“아까 11시쯤이요. 밖에서 계속 서성대시길래, 일단 안에서 기다리시라고 했어요.”
“그래. 잘했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회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황진성 과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셨어용?”
“오늘은 또 뭡니까?”
내 질문에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두꺼운 파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프는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하잖아요. 근데 기초가 타깃 연령에 맞춰진 건가요? 아니면 성별? 직업까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을 리는 없고…….”
“회장님이 또 알아오랍니까?”
“그게…….”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왜일까?
나에게 와서 왜, 이런 것들을 묻는 것일까?
그렇다고 바로 화를 내고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 유업은 우리의 PB 제품을 생산하고, 투비팩을 한국 시장에 전파해 준 회사였으니까.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탕비실에 있는 전복죽 레토르트를 뜯어 전자레인지에 돌려 왔다.
“이거 드세요.”
“헛, 감사합니다. 이사님이 주신 전복죽을 다 먹고, 헤헤.”
미안한 듯 웃어 보이는 황진성 과장.
나는 그가 넘겨 보던 자료를 대충 훑어보며 물었다.
“이거 오늘 유업 1년 치 데이터베이스 아닌가요?”
“네. 담당자한테 뽑아 달라고 했는데, 1년 치를 통째로 뽑아 줬더라고요.”
이것 대놓고 엿을 먹이겠다는 수작.
나는 계속해서 자료를 넘겨 보며 다시 물었다.
“1년 치를요?”
“뭐가 잘못됐나요?”
“네. 아주 많이 잘못됐죠. 누가 1년 치 데이터를 이렇게 통으로 봐요? 그리고 수요 예측은 기업 기밀인데 이걸 이렇게 뽑아서 들고 다녀도 돼요?”
“그래요?”
황진성 과장은 전복죽을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큰 눈을 깜빡였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돌아가서 담당자랑 얘기해 보세요. 왜 이런 짓을 했는지.”
“…….”
“그리고 이런 일로 그만 와 주셨으면 합니다.”
“또 그런 겁니까?”
“네?”
“또 절 무시했나 보군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오죽했으면 협력사 이사님을 찾아왔겠습니까? 도와주십시오.”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황진성 과장.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그때, 그가 한참 동안 들여 봤던 파일들에서 기억이 들려왔다.
뭔가 문제가 생겼구나.
그는 오늘 유업의 유일한 후계자.
하지만 일은 안 하고 놀러만 다녀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망나니 중의 망나니였다.
“회장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
내 질문에 그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도울 수 있습니다.”
“정말 도와주시겠습니까?”
“네. 도와야 한다면 도와야죠.”
“……할아……. 아니 회장님 건강이 좋지 못하십니다.”
황진성 과장은 어렵게 말을 꺼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
“회장님 대신 경영을 시작하려 하는데, 너무 모르는 것투성이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전문 경영인에게 맡길까도 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자꾸 떠오르더군요. 어떻게 세운 회사인데……. 그걸 그냥 넘기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욕심이 난 건 아니고요?”
“아니요!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욕심이 났다면, 그냥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겠죠.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맞다.
그는 돈이 필요했다면, 그냥 경영인에게 놀러 다녔을 인물이다.
“그래서 절 찾아왔다는 겁니까?”
“네. 평생 놀고만 먹었더니, 막상 이럴 때 떠오르는 사람이 이사님밖에 없더라고요.”
오늘 유업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협력사.
그리고 1.3% 이상 주식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기도 하다. 또한, 경영자가 바뀐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나는 책상에서 형광펜을 뽑아 왔다.
그리고 자료를 넘겨 보며, 필요한 부분에 색칠했다.
“이건 각 대리점의 위치에 따라 수요를 예측한 거군요. 아마 10년도 넘은 자료일 겁니다. 통계청 가면 최근 자료를 받을 수 있는데, 조금 더 보강을 해야겠네요. 지금 이 부분의 수치는…….”
“도와주시는 겁니까?”
“대신 약속해요.”
“네?”
“우리 PB 제품 생산량 늘려 줄 거라고.”
“아……. 그야 당연하죠.”
황진성 과장은 급하게 답하고, 내 옆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직원들은 무시하고, 정작 자신이 아는 것은 없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죽했으면 협력사의 임원을 찾아온 것일까?
MD에게는 아주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협력사의 담당자를 가르쳐서 끌고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나는 매번 이렇게 대처했다.
이후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나는 내 설명을 받아적는 황진성 과장을 보며,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