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r is too good at sailing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예상치 못한 결말 (3)
민예에 쪼쯔와는 이라와디강을 건널 부교를 만들었다.
분명 도중에 공격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병사는 쉬게 하고 다곤의 백성을 강제 동원하여 만들게 했다.
하지만 용왕은 움직이지 않았다.
“용왕이 우유부단하지는 않을 터인데…….”
“병법에 따르면 도하가 8할 정도 완료되었을 때가 가장 취약하다 하였습니다. 경계의 고삐를 늦춰서는 아니 됩니다.”
“안다. 코끼리가 전부 넘어갈 때까지는 안심하지 않는다.”
다행히 코끼리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영을 잘한다.
본능적으로 헤엄을 치고, 긴 코를 이용해 호흡도 쉽게 하니까.
짧은 거리의 해협이라면 헤엄쳐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코끼리가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부교를 만드는 까닭은 우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강의 유량이 무척 많고, 물살이 거세서 귀중한 코끼리가 쓸려내려 갈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부교 건설에 강제 동원된 다곤의 백성 중 상당수가 바다로 떠내려갔다.
“이제 우리도 가지.”
도하가 5할쯤 완료되었을 때, 민예에 쪼쯔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합니다. 용왕은 분명 저하께서 건너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위험하니까 가는 것이다.”
다곤을 하루 만에 함락했다고는 하지만, 사기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연속되는 강행군으로 피로가 극에 다다랐고.
한타와디 군의 결사 항전에 피해가 상당했으며.
결정적으로 상대가 상승 불패의 용왕이라는 사실이 막대한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3천 보.”
달라 성은 다곤이 함락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이라와디강에서 3천 보 떨어진 곳에 만들었다.
“거기서 한 걸음만 더 가면 우리는 한타와디의 숨통을 쥐고,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잉와에서 따라와디, 따라와디에서 다곤까지 수십만 보를 걸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그 결실을 볼 때가 왔다.
민예에 쪼쯔와는 부교를 걸었다.
화려한 갑옷의 왕세자가 걷는데도 적은 공격해오지 않았다.
그 모습에 잉와 군의 사기가 높아졌다.
적의 공격이 없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되었다.”
적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공격이 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걸 생각하면 도하는 성공이라고 판단해도 틀리진 않겠지.
“서둘러라! 전열을 갖추는 대로 단숨에 몰아칠 것이다!”
“예!”
더욱 보강하여 튼튼해진 부교 위로 코끼리가 걸어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부교가 비명을 질렀다.
“역시 코끼리의 무게를 견딜 정도는 아닌가…….”
“도박이지만 역시 헤엄치게 해야 할 듯합니다.”
“쯧.”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면 처음부터 코끼리는 헤엄치게 하고, 부교는 최소한으로만 설치했을 것인데.
괜히 시간을 낭비했다.
그래도 한결 여유가 있었다.
도하가 6할 정도 완료되었음에도 적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지금 당장 적이 공격을 시작한다고 해도, 적이 다가올 때쯤이면 도하가 완료될 터.
배수진을 치게 되겠지만 오히려 좋다.
어차피 승리하기 전엔 살아 돌아갈 생각 따윈 하지 않았으니.
그때였다.
쾅!
달라 쪽에서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뭐, 뭐지?”
“대포 소리군요. 하지만 달라에서 여기까지 닿는 대포는 없습니다.”
“그럼 왜 쏜 거지?”
“사고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중요한 시기에 용왕의 군대가 실수를 한다?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본래 군대는 온갖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병사의 실수로 군량미를 태워 먹어 퇴각한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을 정도로.
“느낌이 좋지 않다. 도하를 재촉하라.”
“예.”
잉와군은 빠르게 움직였다.
부교는 코끼리가 걸어갈 것을 상정하고 튼튼하게 만들었기에 많은 수의 병력이 빠르게 지나가도 큰 문제가 없었다.
정작 목표했던 코끼리는 건너가지 못해 헤엄치게 했지만.
덕분에 코끼리 50마리 중 3마리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손실이 생겼다.
도하가 9할쯤 완료되었을 때.
“저, 적입니다!”
“어디냐?”
달라 쪽은 물론, 바다에서도 적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데.
“이라와디강 상류 쪽입니다.”
“미친…….”
척후를 보냈을 땐, 근방에 복병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위쪽 상류에 대기해놨다는 뜻.
그것까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어떻게 알고 거의 정확한 시간에 공격해올 수 있단 말인가.
“대체 어떻게 매복 부대에 신호를 보냈단 말인가…….”
장군이 어이가 없어서 본인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
“대포다.”
“예?”
“대포의 소리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비가 너무 자주 와서 대포를 사용하기 힘든 이 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마자파힛 제국의 경우 그런 식으로 신호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적이 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빠르게 도하를 완료하라. 곧바로 돌진…….”
이번에는 냉철하게 판단하던 민예에 쪼쯔와도 말문을 잃었다.
이라와디강 상류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배가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잉와의 배는 그리 빠르지 않다.
그렇기에 저렇게 빠른 배는 난생처음 보았다.
강한 바람과 빠른 유류를 타고 그야말로 날듯이 다가왔다.
그 선두에 낯선 외모의 사내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지나갑니다~”
잉와군은 그가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굉장한 조롱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쿠쿠쿵!
용왕의 배들은 부교를 파괴하고는 유유히 바다 쪽으로 지나갔다.
“퇴로가 끊겼습니다.”
병사들은 물론, 장군의 사기마저 뚝 떨어지는 게 보일 정도였다.
“어차피 우리는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반면 민예에 쪼쯔와는 변수를 살릴 방법을 생각했다.
파부침주.
그 옛날 항우는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며 결사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나타냈다고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끝에 항우는 진나라의 정예를 몰살하고 천하의 패권을 잡았다.
“우리가 살길은! 전진뿐이다!”
민예에 쪼쯔와는 자신의 전투 코끼리, 예먓솨(Ye Myat Swa)에 올라탔다.
그는 몇 달 전 이 전투 코끼리를 타고 아라칸 왕국의 장군을 죽이며 그 땅을 정복했다.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아까 그 사내였다.
배를 탄 채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잉와의 언어로 말했다.
굉장히 어색한 발음으로.
“그대가 용왕인가?”
그의 옆에 있는 사내가 입술을 움직였다.
멀어서 무슨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통역을 해주는 것이리라.
“물론.”
“용왕이 어찌하여 우리 군을 막아서는가?”
“어쩌다 보니.”
“그대에게 동맹을 제의한다. 협조해준다면 한타와디 왕국을 그대에게 주겠다!”
용왕의 힘이 있다면, 페구를 점령하고 한타와디를 복속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너희가 명 황제 폐하의 명을 거역하지만 않았어도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었겠지.”
용왕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옆에 있던 사내가 활시위를 당겼다.
“잘 가라.”
화살 한 발이 날아왔다.
화살은 민예에 쪼쯔와를 지나쳐 땅에 박혔다.
맞추지는 못했지만, 간담이 서늘해졌다.
사내가 쏜 화살의 비거리가 잉와군의 화살보다 두 배는 더 길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야 저쪽의 일방적인 공격만이 있을 뿐이다.
어떻게든 공격할 방법을 생각하던 민예에 쪼쯔와.
그 고민은 곧 의미가 없어졌다.
콰콰쾅!
화살이 폭발하더니, 곧 그 일대가 불지옥이 되었으니까.
뿌에에에엥.
코끼리가 폭음과 화염에 놀라 날뛰기 시작했다.
“무, 무슨!”
민예에 쪼쯔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화약이라는 건 그도 경험해봤다.
직접 다뤄본 적도 있고.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폭발을 내는 화약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항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용왕의 분노를 맛보게 될 것이다!”
“…….”
“망설여지는가? 결정을 도와주지.”
용왕 옆의 사내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이번엔 똑똑히 보였다.
화살 아래에 작고 길쭉한 무언가가 달려있고, 그 옆에는 타들어 가는 줄이 있다는 것을.
저 타오르는 줄이 화살 아래 길쭉한 무언가를 폭발시키고, 그 폭발이 땅 아래 묻어둔 화약을 폭발시키는 것 같았다.
다시금 화살이 날았다.
이번에는 병사들이 있는 자리에.
화살이 폭발하고, 이어 대지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수많은 병사들이 그 폭발에 휩쓸려 목숨을 잃거나 죽었으며, 다시금 이어지는 폭음과 불에 코끼리는 미친 듯이 날뛰며 아군을 밟아 죽이기 시작했다.
패배.
두 글자가 민예에 쪼쯔와의 머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항복하면 안 된다.
아버지 민카웅 왕은 막대한 보상을 주고서라도 자신을 살리려 할 터.
왕세자인 자신을 대신할 왕자는 많지만, 잉와의 영지나 재산이 넘어가면 복구하기 어려워진다.
“전원 앞만 보고 뛰어라! 잉와의 기개를 보여줘라!”
민예에 쪼쯔와는 자신의 전투 코끼리, 예먓솨(Ye Myat Swa)를 타고 달라를 향해 달려갔다.
과연 왕가의 전투 코끼리답게 예먓솨는 용맹하게 앞으로 돌진했다.
“전군 전진! 왕세자 저하를 보호하라!”
곧바로 장군과 친위대가 뒤따랐다.
하지만 그 수는 100여 명.
나머지는 날뛰는 코끼리를 피해 도망가거나, 강 근처로 향하여 용왕을 향해 넙죽 엎드렸다.
***
민예에 쪼쯔와는 그대로 달라 성을 향해 돌격했다.
패배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두 개.
하나는 포로로 잡히지 않고 죽는 것.
다른 하나는 달라에 있다고 하는 왕자나 공주 중 하나를 데려가는 것.
여기서 잉와의 기개를 보여줘야 다음이 있을 테니까.
성벽에 다다르자, 성벽 위의 병사들이 코끼리를 향해 긴 막대기를 내밀었다.
그리고.
타타타탕!
쇠구슬 같은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뿌에에에에엥!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전투 코끼리의 곳곳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분노한 코끼리는 그대로 돌진했다.
쿠쿵!
정면에서 성벽을 들이박은 코끼리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위해서 희생한 것이다.
“고맙다.”
민예에 쪼쯔와는 코끼리를 밟고 성벽을 뛰어넘었다.
“잔챙이는 비켜라!”
달라의 관청을 향해 달렸다.
이러한 그의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뒤늦게 쫓아오려고 했지만, 뒤이어 달려오는 친위대를 발견했는지 모두가 쫓아오진 못했다.
“헉. 헉.”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었다.
왕자나 공주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본능만을 믿고 달리고 달렸다.
그리고.
어느 고즈넉한 곳에 있는 한 소녀를 보게 되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이 소녀가 신 소부 공주임을 단번에 깨달았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난입한 자신을 보며 무척 놀랍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너에게 원한은 없다. 하지만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당신이 잉와에 환생했다고 하는 제 오라버니입니까?”
그녀도 자신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래. 한타와디를 멸할 복수귀다.”
사실 민예에 쪼쯔와에게 전생의 기억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민예에 쪼쯔와는 그 이야기를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불쌍한 사람.”
“너 역시도.”
신 소부 공주에게 다가갔다.
“다음 생에는 너도 잉와를 멸할 복수귀로 태어나거라.”
“만약 제가 환생한다면…….”
두려움에 떨던 소녀는 이내 환하게 웃었다.
“이 비극을 끝낼 지장보살의 제자로 태어나겠습니다.”
“그러든지.”
소년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때, 옆에서 튀어나온 명나라 여인이 ㄱ자 모양의 작은 쇳덩이를 자신에게 겨누었다.
탕!
소리를 인식하기도 전에 왼팔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과연 이것이 용왕의 권능인가.”
아녀자도 손가락 한번 까딱하는 것만으로 단련된 전사를 죽일 수 있다던가.
“하지만 그래 봐야 계집이구나! 전쟁에서 적에게 자비를 베풀다니!”
민예에 쪼쯔와의 검이 내리쳐졌다.
스겅.
고기를 베어내는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뼈를 절단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쳇.”
명나라 여인이 신 소부를 감싸는 바람에 제대로 베지 못했다.
벤 것은 저 여인의 등뿐.
그 모습을 무감각하게 바라보며, 민예에 쪼쯔와는 다시 검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