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r is too good at sailing RAW novel - Chapter 191
190화 훌륭한 대화수단 (3)
나는 오직 전쟁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확실한 이득을 알고 있지만, 그런데도 전쟁을 극히 혐오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있는 자들이 전쟁을 결정하고.
없는 자들이 죽으니까.
반대로 되어야 한다.
전쟁이 터지면 있는 자들이 먼저 죽어야 한다.
그래야 최대한 전쟁을 기피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
나는 없는 자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노예 해방 선언으로 북부의 승리를 더욱 공고히 한 링컨처럼.
“은화를 뿌린다고 해서 적들이 투항하진 않습니다.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지 않습니까?”
캘커타의 무관들은 내 작전에 반대했다.
의미 없는 돈 낭비라고.
“중요한 건 은화가 아니다. 메시지지.”
“예? 메시지……가 뭡니까?”
“의도를 말한다. 우리가 자비를 베풀 준비가 되어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것이지.”
돈 앞에서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지만, 그래도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까지 탐욕을 부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쏟아진 은화를 보고도 적 징집병들은 눈치만 볼 뿐, 그걸 주우려고 하지 않았다.
예상했다.
그렇기에 다음 수도 준비했다.
“목소리 큰 놈은 준비해놨나?”
“예!”
“준비한 말을 외쳐라.”
“예!”
한 남자가 성벽 위에 설치한 확성기 앞에 섰다.
확성기라고 해도 전자 장비가 내장된 게 아니라 단순한 깔때기에 불과하다.
상당히 크긴 하지만.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내가 알려준 문장을 벵골어로 외쳤다.
“Ē‘i yud‘dhē jaẏī halē‘ō dāsatba thēkē rēhā‘i pā‘ōẏā yābē nā.”
이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너희는 여전히 노예일 것이다.
“Kintu kalakātā bhinna!”
하지만 캘커타는 다르다.
“Āpani pracura artha upārjana karatē pārēna, āpani ēkajana karmakartā hatē pārēna ēbaṁ āpani ēkaṭi śikṣā pētē pārēna!”
너희는 큰 돈을 벌 수 있고, 관리가 될 수 있으며, 교육도 받을 수 있다.
“Kāraṇa kalakātā janagaṇēra dbārā, janagaṇēra dbārā ēbaṁ janagaṇēra jan‘ya śāsana karē.”
캘커타는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Kintu yadi tumi śēṣa paryanta krītadāsa thākō, āmi tōmāra pachandakē sam‘māna karaba ēbaṁ tōmākē dāsa hisēbē maratē dēba.”
하지만 끝까지 노예로 남겠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여 노예로서 죽게 해주겠다.
“Āmādēra dāsadēra darakāra nē‘i. Ēra kāraṇa hala śudhumātra‘mānuṣa‘ yādēra uparē uṭhāra ēbaṁ dām̐ṛānōra icchā āchē tādēra praẏōjana!”
우리는 노예가 필요 없다. 스스로 들고 일어날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콰콰쾅!
마지막 말을 마치자, 포병들은 하늘을 향해 일제히 공포탄을 쏘았다.
포탄만 넣지 않았을 뿐, 화약의 양을 줄이지 않았기에 그야말로 엄청난 소리가 하늘 전체로 퍼져나갔다.
“Bīra yārā bōkā śūkara pratirōdha karatē icchuka, raupya mudrā ānuna ēbaṁ ēkhānē āsuna!”
멍청한 돼지에게 저항할 의지가 있는 용사라면 은화를 들고 이쪽으로 오라!
한 명만.
한 명만 움직여라.
한 명이 움직이면, 다른 이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테고.
군중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물결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테니까.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오, 옵니다.”
“은 한 냥이면 1년 벌이보다 많을 테니까.”
바이샤 계급만 되어도 그보다는 조금 더 벌겠지만, 저들은 노예 계급에 가까운 수드라 계급.
입에 겨우 풀칠하는 게 전부다.
당연히 은이 주는 유혹은 강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 진영에서 기병들이 빠르게 튀어나왔다.
그들은 뭐라 뭐라 외치면서, 이쪽으로 도망치는 징집병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석피! 춘자!”
거리가 멀기에 인도의 활로는 닿지 않는다.
하지만 조선 최강 흑각궁이라면…….
석피가 편전을 쏘았다.
징집병을 향해 활을 겨누던 기병이 그대로 낙마했다.
하지만 춘자는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지 활시위를 놓지 못했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 시위를 놓았고, 기병의 눈을 맞추어 떨어뜨렸다.
확실히 같은 흑각궁이라고 해도 편전이 더 사정거리가 더 긴 모양이었다.
“독전관인 모양입니다. 퇴각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독전관 놈들을 최대한 죽여놔야 통제가 힘들어질 텐데…….”
“무리입니다. 여기서 저기까지 닿는 활은 없습니다. 아니, 전하의 호위 분 말고는 없습니다.”
인도의 궁병도 상당히 명성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
비가 오면 망가지기 쉬운 흑각궁 같은 건 쓰기 어렵다.
“쯧.”
석피와 춘자가 부지런히 활시위를 당겼지만, 죽인 독전관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탓에 징집병 대다수는 독전관의 호통에 은화를 뒤로하고 퇴각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지.”
“화약의 비축량은 아직 상당하긴 합니다만, 이렇게 쓰다 보면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괜찮아.”
“예?”
“적진에선 분명 이변이 발생할 테니까.”
그런 말이 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의 적.
다음으로 무서운 적은, 적이 되어버린 아군이라고.
내 예상이 옳다면, 북부 군벌은 그 두 부류의 적을 모두 상대해야 할 테니까.
***
“아버지. 이대로는 안 됩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잘랄웃딘은 아버지 가네샤에게 진심으로 충언을 올렸다.
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북부 군벌의 보급이 좋지 않다는 것.
징집병의 동요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
기야스웃딘의 압박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
3만의 원정대가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는 것.
어느 쪽을 봐도 시간은 아군이 아니었다.
“……안다.”
“그럼 왜 움직이지 않는 겁니까? 제대로 공격을 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까?”
“그건…….”
다른 인도 아대륙과 마찬가지로 벵골 술탄국 역시 토후인 라자의 권한이 강력하다.
비록 가네샤가 북부 토후를 이끄는 지도자라고 해도, 그들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지는 않다.
선봉에 나가 죽으라는 명령은 어떤 라자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적이 하품이 나올 정도로 쉽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움직였다가 큰 피해를 보기라도 하면, 다음은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연합의 딜레마다.
다른 라자들은 가네샤의 군대가 강력하기 때문에 그를 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네샤의 군대가 큰 피해를 본 채 승리한다?
이인자가 가네샤를 밀어내고 북부의 수장이 되려 할 수도 있을 터.
아군이라 해도 잠재적인 경쟁자를 두고 그런 바보 같은 일은 할 수 없다.
이는 다른 라자들도 마찬가지다.
심혈을 키운 상비군을 낭비하고 싶은 라자는 아무도 없다.
자칫 다른 라자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까.
이러한 이해관계로 인해 계속 징집병만 보내게 되는 상황만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징집병들은 사기가 완전히 꺾여버렸다.
그들은 대포 소리만 들려도 줄행랑을 친다.
아무리 독전관을 보내 다그쳐도 소용이 없다.
독전관이 휘두르는 채찍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용왕에게 항복하는 병사의 숫자도 늘어나니까.
“이도 저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샤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습니까?”
“…….”
“기야스웃딘 아잠 샤는 정의를 숭상합니다. 그의 중재 안이라면 양측 모두 적당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일 것입니다.”
“……아들아. 너는 놈이 정말 정의롭다고 생각하느냐?”
“예?”
“놈은 아버지를 몰아내고 샤가 되었고, 이제 17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진짜 정의로운 자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정의롭다고 믿지 않습니까.”
가네샤는 속으로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인 잘랄웃딘은 총명하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탓에 경험이 부족하다.
특히 귀한 신분으로 태어나되, 제대로 된 경쟁자가 없었던 만큼 정치의 무서움을 모른다.
“백성들이 어떤 정치인을 가리켜 정의롭다고 믿는다면, 그건 놈이 정의롭다는 뜻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을 숨길 줄 안다는 뜻이다.”
“……용왕도 그러합니까?”
“예외는 없다. 용왕 역시도 분명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겠지.”
“만약 그런 게 없다면요?”
“만약 그런 것 없이 지금의 평판을 갖춘 것이라면…… 놈은 정말 시바의 화신이거나 자라트카루의 아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꼴이 되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들의 질문 덕에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타협인가, 도박인가.”
타협은 사실상 패배 선언과도 같다.
북부 군벌의 세력은 한풀 꺾일 것이고, 기야스웃딘은 승승장구하겠지.
일야스 샤히 왕조를 꺾고, 가네샤 왕조를 꿈꾸는 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도박은 말 그대로 도박이다.
피해 없이 이기면 모든 걸 가질 것이요.
피해가 큰 상태로 이기면, 또 다른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
진다면 모든 걸 잃을 것이다.
“모든 라자들을 모아라.”
가네샤는 결심을 굳히고는 입을 열었다.
“동시에 태풍처럼 몰아치겠다.”
도박은 하되, 모든 위험을 혼자 감수할 필요는 없다.
***
며칠 뒤, 깊은 밤.
북부 군벌의 정예는 모두 전투 채비를 갖췄다.
야음을 틈타 기습 공격을 하려는 생각이었다.
밤은 시야가 극단적으로 제한되는 만큼, 적의 공격이 명중하기 힘들고 공포도 극대화되니까.
이런 이점이 있음에도 야전을 택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군도 똑같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징집병 같은 임시 병사들은 밤 전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오히려 공포와 혼란으로 인해 아군끼리 피해만 더욱 가중되겠지.
상비군은 다르다.
그들은 온갖 전투를 겪은 만큼 담대하고, 밤 전투에도 피아를 식별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하니까.
“가라.”
가네샤의 명령과 함께, 북부 군벌의 병사들은 조용히 각자 맡은 방면을 향해 조용히 나아갔다.
무려 5천에 가까운 병사가 움직이는 것이다.
완전히 기척을 없애는 건 불가능한 만큼, 적들도 공격을 알아차리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오는지는 알 수 없겠지.
전쟁을 시작한 뒤로 계속 징집병만으로 공격했으니,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할 터.
아주 잠깐 방심한 사이.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지리라.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는데,
펑!
한쪽에서 화염기둥이 치솟았다.
화약 100근을 동시에 터뜨린 것 같은 수준의 화력이었다.
퍼퍼펑!
이어 곳곳에서 화염 기둥이 치솟았다.
화염 기둥은 오래 지속하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세상이 밝아지는 바람에 이쪽의 기습은 완전히 탄로 나고 말았다.
“저것이 용왕의 분노…….”
용왕이 한타와디에서 선보였고, 인근 군주와 라자들이 하나같이 모두 얻고 싶어 한다는 창해 주식 상단의 신무기.
지진이 나고, 작은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다고 했던가.
과장된 소문이라고 여겼는데 실제로 보니 오히려 과소 평가된 감이 있었다.
“아버지!”
“알고 있다.”
아들은 말하고 있다.
위험하다고.
지금이라도 다시 선택해야 한다.
이대로 갈지.
멈출지.
만약 적에게 용왕의 분노가 충분히 있다면 그야말로 폭상 망하는 꼴.
지금이라도 멈춘다면 어떻게든 자리는 보전할 수 있다.
“…….”
이 전쟁을 위해 소모한 비용이 너무 많다.
진다면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될 것이다.
그 점이 가네샤를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적은 가네샤의 빠른 결정을 도와주었다.
퍼퍼퍼펑!
아군이 다시 진격하려 하자, 다시금 화염 기둥이 치솟았다.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데, 저 귀중한 용왕의 분노를 다 쏟아붓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저 신무기의 비축량은 자신의 생각 이상이다.
“퇴각의 징을 울려라.”
졌다.
지금이라도 물러난 후, 내일 아침에 바로 용왕과 타협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부 군벌의 재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