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r is too good at sailing RAW novel - Chapter 36
035화 평화로운 세계는 없다 (2)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 같지만, 부상자가 일곱이나 나왔다.
완벽하게 엄폐를 못 한 탓에 화살에 스치거나 맞은 이가 다섯.
대포의 반동에 튕겨 나간 한 명.
양손에 화상을 입은 사람이 한 명.
다행히 전부 경상이다.
전부 적절하고 치료했고, 화상 환자 한 명 남았다.
“다행히 심한 화상은 아닙니다. 환부에 간장을 잘 발라주면 금방 나을 겁니다.”
정화가 보내준 선의가 한 말이다.
환부에 간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가 이래서 민간요법을 안 믿는 거다.
차라리 독한 술을 바르라고 했다면 차라리 그럴듯했겠다.
그 역시도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지만 말이다.
“나머지는 제가 직접 할 테니 인제 그만 쉬셔도 됩니다.”
“예.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의원을 내보내고 곧바로 소금물을 준비했다.
“의원이 한 말은 잊어. 간장 같은 거 발랐다간 큰일 날 수도 있다. 화상은 무조건 환부를 깨끗하게 하고, 자극을 없애야 해.”
바셀린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석유 찌꺼기를 정제해서 만든다는 것밖에 모른다.
“솔직히 이 물도 깨끗한지 잘 모르겠는데, 식수니까 괜찮을 거야.”
식수에 소금을 탔으니 식염수겠지.
“대인께서는 바쁘지 않습니까?”
이소군은 아프다는 내색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양손에 화상을 입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소군이었다.
정말 상상도 못 했네.
“아직 배 안이다.”
“그······ 안 바빠?”
“제독이 참파 조정과 이견을 조율한 이후에나 바빠질 거야. 지금은 휴식.”
친선을 목적으로 왔는데, 일방적으로 말해버리면 통보가 되어버린다.
당연히 반감을 사기 쉽다.
그렇다고 곧바로 협상하자니 틀어질 가능성이 너무 크고.
이런 이유로 정식 협상에 앞서 사전에 어느 정도 맞춰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목적과 민감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으니까.
“뭐 하다 화상을 입은 거냐?”
“한시가 급한데 화약 재가 잘 안 빠져서.”
“그래서 맨손으로 긁어냈다고? 그 뜨거운걸?”
“응.”
어우. 얘는 멍청한 거냐.
“······화 안 내?”
“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선장의 책임이다.”
“이건 내 잘못이야.”
“미리 대책을 준비했어야 했어.”
대포를 식히는 방법도.
화약 재를 긁어내는 방법도.
나름 대비한다고 대비했지만, 섬세함이 부족했다.
대포만 준비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닌데 말이다.
“많이 아프냐?”
식염수로 환부를 닦아낸 후 깨끗한 면포로 손을 감쌌다.
“괜찮아.”
“나중에 물집이 생기거든 터트리지 마. 물집은 환부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니까. 함부로 터트리면 곪거나 심한 흉이 질 수 있어.”
“응. 그럴게.”
어쩐지 되게 다소곳하다.
“이번 일로 큰 공을 세웠네.”
“좋지 않지.”
“왜?”
“다 같이 공을 세울 때, 조금 더 세우는 건 괜찮아. 하지만 남들 다 죽 쑤고 있을 때 혼자 공을 독차지하면 위험해져.”
특히 나 같이 뒷배가 없는 사람은 더더욱.
내가 괜히 사관으로 존버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한 가지 물어봐도 돼?”
“응.”
“선장은 뭘 해도 잘했을 것 같아.”
“당연하지.”
“근데 왜 굳이 관직에 올랐어? 정치에 끼는 건 위험하지 않아?”
“조선에서는 4대 중 한 명이라도 관직에 오르지 않으면 양반에서 평민이 되니까.”
돈이나 권세가 있으면 청금록(靑衿錄)에 이름을 올려 양반 계급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집안은 개털인 데다 조실부모한 바람에 인맥도 없었다.
그리고 증조부님, 조부님, 아버님 모두 생원시도 합격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내가 최종 한계선에 걸린 것이다.
“평민이 되면 군역이나 부역을 지게 되는데 객사하기 딱 좋지. 게다가 세금도 늘어나고. 자식에게 그런 삶을 물려줄 순 없잖아.”
“그래서 대과에 합격했어?”
“그런 셈이지.”
오른손에 붕대를 다 감았다.
이제 왼손.
“대단하네.”
“뭐가?”
“보통 사람은, 특히 어린 나이에는 그런 생각까진 못해. 생각하더라도 실천을 못 하고, 실천하더라도 성취를 못 하지.”
“내가 보통 사람으로 보이냐?”
“그건······ 아니지만.”
“인생이 고달파서 그랬다.”
태종부터 문종까지 조선의 황금기라지만, 말 그대로 조선의 황금기일 뿐이다.
황금기라도 가뭄이나 홍수가 일어나면 굶어 죽기 쉽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다고 타인의 자비만 믿고 살기엔 난 너무 의심이 많다.
성악설을 믿으니까.
심지어 내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나 자신조차도 그리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착할 거라고 믿겠냐.
“난 명나라가 제일 잔혹하고 살기 힘든 나라라고 생각했어.”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진 않다.”
권력투쟁만 보면 ‘진짜 미친 새끼들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그 외에는 세계 평균이지 않을까.
오히려 살기 좋은 나라에 속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백성의 삶은 조선이나 명나라보다 처참한 수준이다.
어떤 다이묘(영주)는 ‘너네(백성)는 쌀밥 먹을 꿈도 꾸지 마라.’라고 대놓고 말했고, 나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금은 죽지도 살지도 못할 수준으로 거둬라.’라고 말하며 쥐여 짰다.
오죽하면 ‘마비키’라는 게 유행했는데, 갓 태어난 아이를 엄마가 목 졸라 죽여 신에게 돌려보낸다는 인신 공양이다.
신에게 돌려보낸다는 명분을 취했지만, 실상은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먹여 살릴 능력이 없어 아이가 어릴 때 죽인 것이다.
반면 조선의 경우 중국인, 일본인, 류큐인, 서양인 모두가 하나 같이 기록했다.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은 ‘백성이 이렇게 많이 먹으면 나라는 어떻게 운영하냐.’라고 하고.
류큐인들은 ‘조선인은 너무 많이 먹으니까 가난하다.’라고 하고.
서양인들은 ‘조선인은 누군가를 대접할 때 1인 1닭이 기본이다.’라고 기록해 놓았다.
백성이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세금이 낮았다는 뜻이다.
정확히는 비교할 수 없지만, 일본의 세금은 조선의 여덟 배다.
명나라의 세금은 조선의 절반이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낮은 세율이다.
‘민심은 천심.’, ‘백성을 착취하면 반란이 일어난다.’라는 유교적 사상 때문인데······.
이 탓에 조선과 명나라는 늘 만성 적자에 시달렸다.
“게다가 명나라는 강대국이잖아. 네가 약소국 백성의 설움을 알아?”
또, 위정자가 선정을 펼치더라도 약소국은 늘 짓밟히기 마련이다.
이 시대에 약소국은 말 그대로 인간 사육장 수준이고.
조선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지만, 동쪽 저~ 멀리 가면 있는 아스테카 제국은 인근 도시국가 백성들을 잡아다가 가축처럼 도륙하고 인신 공양한다.
이게 스페인 정복자들이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악마화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촘판틀리 해골 탑이 발견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개중에는 어린아이와 임산부의 해골도 많다고.
“어디든 내가 사는 곳이 제일 힘들고 어려운 법이지.”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한 걸까?”
“그건 아니고.”
“어째서?”
“남이 더 힘들다고, 내가 안 힘든 건 아니니까. 그렇게 따지면 힘든 사람은 천하에 단 한 명뿐이어야 하지.”
왼손 붕대도 다 감았다.
근데 이렇게 감아놓으면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지?
어수선한 상황이라 어렵겠지만, 일시적으로 시녀 일을 할 사람을 모집해봐야겠다.
이소군은 붕대로 둘러싸인 자기 손을 보더니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선장.”
“왜?”
“나 배고파. 근데 젓가락을 들 수 없을 것 같아.”
“그래서?”
“먹여줘.”
옘병.
“나 공을 세웠잖아. 나 아니었으면 대포를 제때 못 쐈을 거야. 그러니까 포상.”
“공은 전부 한꺼번에 정리해서 제독으로부터 따로 포상을······.”
“필요 없어. 난 포상으로 선장의 간호를 받고 싶어.”
“뭔 개 같은 소리야?”
“환자니까 고운 말 써줘.”
“그게 무슨 강아지 같은 말씀이세요~”
“안 돼?”
“당연히 안 되지. 식사야 챙겨줄 수 있지만, 용변이나 목욕은 내가 어떻게 도와주냐?”
“흥······.”
평소와는 달리 아이가 된 것 같다.
사람이 아프면 애가 된다더니 얘도 그런 건가.
“혹시 통속연의 삼국지전 봤어?”
“봤지.”
삼국지연의를 말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삼국지연의의 저자 나관중은 5년 전까지 살아 있었다.
내가 그전에 명나라에 갔었다면 삼국지연의 원본을 사고 나관중의 사인을 받아서 대대손손 가보로 물려주었을 텐데.
“그 책에서 보면 순욱의 5남 순찬은 겨울에 아내가 열병이 나자, 얇은 소복만 입고 마당으로 나가 몸을 차갑게 만들고, 돌아와 아내를 안아주면서 열을 식혀줬대.”
“비교하다 보면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질 뿐이지.”
“비교하는 게 아니라······ 죽기 전에 그런 거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또.”
“또?”
“죽기 전에 하고 싶거나, 받아보고 싶은 게 뭐냐고.”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이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들어주기는 하되,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사랑하고, 순수하게 사랑받아보고 싶어. 그게 다야.”
“순수한 사랑이 뭔데?”
“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일단 내가 줄 수는 없는 거네.”
“왜?”
“순수한 사랑을 하기엔 난 너무 썩어빠졌으니까.”
“피이······.”
그래도.
꿈 정도는 꾸게 해줄 수는 있겠지.
“그러지.”
“응?”
“네가 나을 때까지 원하는 거 다 해주겠다고.”
어차피 버린 몸이다.
고자에, 작은 물건에, 변태에.
여기서 뭐 하나 더 붙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타인의 평가보다 내 사람의 행복이 더 중요하니까.
“······고마워.”
진심으로 기뻤는지.
그녀는 얼어붙은 땅 위에 고운 향기를 퍼뜨리는 매화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
정화는 우리에게 참파 왕궁 외곽에 있는 장원 하나를 빌려주었다.
참파에서 머무는 동안은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이는 공을 치하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부상자를 푹 쉬게 하라는 배려이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는 며칠 동안 푹 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배를 비워둘 수는 없었기에, 선원들은 장원 팀과 선상 불침번 팀을 나눠 교대로 쉬었다.
“하하하! 선장을 잘 만나니 이렇게 호강을 하네!”
부선장은 아침부터 술을 들이켜며 호쾌하게 웃어젖혔다.
정확히 말하면 아침부터 술판을 벌인 게 아니다.
어제저녁부터 지금까지 마시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만 밖에서는 자제해라.”
“왜?”
“공을 세운 건 좋은 일이지만, 동시에 미운털도 박혔어. 특히 우리 구성을 봐라.”
어디서 굴러온 지 모를 조선인.
그 조선인을 호위하러 온 달단인.
알 사람은 아는 역적의 딸, 기녀.
얜 진짜 뭔가 싶은 오스만 상인.
선장이었던 사대부를 말다툼 끝에 쫓아내 버린 몰상식한 뱃사람들.
“그런 말이 있지. 사람은 아무리 잘났어도 제 팔꿈치도 핥지 못하는 존재라고. 진짜 자제해라. 높으신 분들 심기 거스르면 우리 모두 파리 목숨처럼 사라진다.”
“““······.”””
내 말이 심각하게 와닿았는지 들뜬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확 가라앉았다.
“그것과는 별도로 너희의 공적은 따로 정리해서 잘 보고할 테니까 포상은 기대해도 좋다.”
“기대한 만큼 안 나오면?”
“내 사비를 털어서라도 충분히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오. 역시 선장. 선비답지 않게 화끈하구먼.”
장원에서 거하게 술판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의외로 뱃사람과 수군들은 무난하게 잘 섞여 노는 느낌이었다.
“술판이 끝나면 부선장하고 부관이 각각 선원과 수군의 공적을 종합해서 가져와.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
“그 녀석도 선장이 하는 건가?”
“누구?”
“선장이 데려온 오수만······ 파사인 있잖아.”
“무함마드. 걔가 왜?”
“들어보니까 그 녀석이 제일 활약했더라. 걔가 정해준 양의 화약을 넣은 대포는 전부 명중했대.”
역시 연금술사 짬밥은 어디 안 가는 건가.
“게다가 왜 진흙을 준비하지 않았냐고 하더라.”
“진흙은 왜?”
무함마드는 오늘 선상 불침번이라 여기 없다.
나중에 직접 물어봐야겠네.
“대포를 식힐 때는 물보다는 진흙으로 식히는 게 제일 빠르고 안정적이라더라.”
“그럴듯한데······ 알았어. 나중에 확인해서 준비하지.”
화약과 포탄도 보충해야 하는데, 참파에서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푹 쉬어. 술 마신 후에는 괜히 싸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처자라.”
“알았다니까.”
괜히 불안해서 몇 마디 더해주고 싶었지만,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짜증 나는 법.
고생했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난 방에 들어갈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그러지.”
방으로 돌아가자, 나를 발견한 이소군이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옷 갈아입혀 줘.”
“너 사양을 하지 않는구나?”
“잠옷 입고 밖에 나갈 순 없잖아.”
“왜?”
“부끄러우니까.”
남자가 옷 갈아입혀 주는 건 안 부끄럽고?
에휴. 됐다.
소원이라니까 해주자.
“근데 여기 배 아니다.”
단, 기강은 잡고.
“상공(相公). 옷을 갈아입혀 주시겠어요?”
상공은 남편을 매우 높이 부르는 칭호다.
“내가 왜 네 상공인데?”
“······손이 다 나을 때까지는 소원 들어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 예. 낭자. 명을 받듭지요.”
그녀의 옷을 갈아입혔다.
평소에는 내 옷을 입혀 남장하므로 헤맬 건 없다.
“남장에는 익숙해졌어?”
“여자 옷보다 편해서 좋아요.”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배가 아님에도 나는 말을 놓기로 했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주인인데 굳이 존대할 필요는 없잖아.
“다 됐다.”
“아~ 상공. 배가 고파요.”
“가지가지 한다.”
아프니까 봐준다.
다 낫기만 해봐라.
미친개 군대 선임이나 김장철 시어머니보다 더 갈궈줄 테니까.
장원에 고용된 아주머니에게 음식을 부탁한 후 잠시 휴식.
느긋하게 책상에 앉아 기록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한 선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선장님! 밖에 선장님을 찾아온 분이 있습니다!”
“누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정화라면 처음부터 제독이 찾아왔다고 말했을 테고.
“‘레 리’라고 하는데 대월 호족의 자제라고 합니다.”
호족도 아니고, 호족의 자제?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안으로 모셔라.”
“예!”
레 리······?
어디서 들어봤던 것 같기도 하고.
“레리꼬~ 레리꼬~”
잠시 생각해 봤지만 내가 동남아 역사를 잘 몰라서 누군지 모르겠다.
베트남 위인 중 아는 이름은 구국의 영웅 쩐흥다오와 국부 호찌민, 붉은 나폴레옹 보응우옌잡뿐이다.
의문을 안은 채, 옷을 갖춰 입고 장원 빈객실로 향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양강현 남산 사람, 레 리라고 합니다. 조선식 발음으로 하면 ‘여리’가 되겠군요. 명성 높은 대인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빈객실 안으로 들어가자, 잘 차려입은 청년이 능숙한 명나라말로 인사했다.
나와 동갑인 스무 살 전후로 보이고, 얼굴이나 체격은 평범했다.
다만.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리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레 리를 보는 순간 단박에 깨달았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아니,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것 같다.
진짜 보통 녀석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