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112)
EP.112 전후처리 – 1
탄탈로스가 반으로 갈라졌다.
덩치가 커질수록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쪼개지는 법. 고드름이 어느 이상 커질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며, 역사상 가장 강대했던 제국도 그렇게 조각조각 갈라졌다.
온갖 낙하물을 끌어안고도 멀쩡했던 탄탈로스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 내부의 문제로 인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었다.
바로.
“사람을 공격한 짐승은 당장 쳐 죽여야지, 뭘 살리고 말고입니까!”
“이미 무력화됐잖아!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냐구!”
나와 회귀자의 의견 차이에 의해서.
상대의 논리 없는 주장에 분개한 나는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사람 팔은 그렇게 잘 자르는데, 고양이 멱은 절대 못 따겠습니까?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고양이들이 주제도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니는 겁니다!”
회귀자도 나에게 맞서 외쳤다.
“그렇게 죽여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나비는 고양이의 왕이고, 짐승의 왕은 귀중한 전력이란 말이야! 최소한 상대에게 넘겨주지만 않아도 충분해!”
그렇게 외치는 회귀자의 곁에는, 교육실 바닥에 늘어진 채로 가냘프게 쌕쌕거리는 나비가 있었다.
티르의 주먹에 맞은 나비는 빈사 상태였다. 본능에 따라 흉성을 발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죽기 전 발악이나 마찬가지.
마지막 순간 달려든 아지가 나비의 발목을 깨물었고, 나비는 그것을 떨쳐내지 못했다. 아지는 나비의 발목을 문 채로 그대로 도리질을 쳤다. 다리가 우드득 부러지며, 나비의 몸이 벽과 바닥에 번갈아 핏자국을 찍었다. 개에게 물린 고양이는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나비는 의식을 잃었으나 아지의 공격은 멈출 생각을 않았다. 만일 회귀자가 막지 않았다면 그대로 끝장을 보았으리라.
죽음을 목전에 둔 짐승처럼, 자신의 목숨과 안전을 온전히 상대에게 맡긴 채 누워있는 나비의 모습을 보니.
아무 생각 안 들었다. 나는 짐승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것이다.
딱히 읽을 필요도 없었고.
“짐승의 왕은 죽어도 세상 어딘가에서 다시 생겨나잖습니까! 그냥 죽여요! 그 다음에 약에 안 쩔고 피 맛 덜 본 깨끗한 고양이나 다시 키우라고요!”
“당장 무저갱에서 나갈 수도 없고, 고양이의 왕이 어디서 나타날 줄 알고 그래? 마침 손에 들어온 지금이 기회야. 이대로 잘 길들이면.”
“당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하나도 안 키우잖아! 반쯤 방치하다가 결국에는 내가 키우는 광경이 빤히 보여! 나는 약쟁이 고양이 키우기 싫다니까!”
“이, 이번엔 달라! 그리고 혼자서도 잘 지내는 고양이의 왕이라면 별로 할 일도 없을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순간부터 이미 자격이 없는 거야!”
서로의 의견은 평행선.
지금 당장 평화를 위해 나비를 죽이자는 나와.
미래에 있을 재앙을 막기 위해 나비를 살려두자는 회귀자.
서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도중,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티르가 다가왔다.
팽팽하게 균형이 맞추어진 저울. 거기서 나에게 다가와 한 표를 얹은 티르는 차가운 얼굴로 나비를 바라보았다.
“나는 휴의 의견에 보태겠다. 이번 짐승의 왕은 여러모로 불안정하니 처리해두는 편이 낫지. 실제로 우리를 공격한 전적이 있다면 더더욱.”
“윽….”
내가 라인 하나는 잘 탔다. 티르가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니 나의 말에도 힘과 권위가 실린다. 저거 봐봐. 내 말에는 떽떽거리던 회귀자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잖아.
이것이 호가호위의 맛인가. 달다.
내친김에 나는 내 하수인, 아니, 하수견도 불렀다.
“아지야!”
“멍!”
“인간을 공격하려고 든 나쁜 고양이를 살려야 할까, 죽여야 할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왈, 왈. 으르르.”
“사형, 사형. 즉시 사형이랍니다.”
아지는 다른 짐승에게도 친절한 편이지만, 인간을 공격하는 짐승에게는 더없이 가혹하다.
심지어 자기 팔을 부러뜨리기까지 했으니 용서할 리 없지. 고양이를 상대로 곧장 이를 드러내는 아지.
이것으로 탄탈로스 최대전력 중 둘이 나를 지지한다. 어쩔 거지, 회귀자?
‘치잇. 만물의 영장에게 짐승의 왕이 흘러들어가면 그들이 폭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짐승뿐만 아니라, 수인까지! 하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설명하지 못하고 회귀자가 한창 곤란해할 때였다.
“잠시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편에서 파리한 인색을 한 칼리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자, 마침 근처에 있던 불사자가 그녀를 잡아주었다.
“감사합니다, 라쉬….”
“무얼. 이 정도야 인사치레 받는 것도 무안할 정도요!”
칼리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비틀비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등 뒤에서 클로에 관통당한 칼리스는 티르의 혈조술과 아지의 그루밍으로 목숨을 부지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목숨만 부지했을 뿐이다.
그녀는 이 탄탈로스에서 나 다음으로 평범한 일반인이었고, 클로의 칼날 세 개가 몸을 꿰뚫은 건 일반인에겐 커다란 중상이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본관, 아니, 저는. 죽이는 것에 반대입니다.”
그런데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한다는 말이 반대라니. 나는 얼굴을 팍 구기며 대꾸했다.
“에엥? 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 만물의 영장이신 칼리스 중령님?”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제가, 그곳에 몸담았었기 때문에 드리는 의견이니. 참고만 해주십시오.”
나에게 깍듯한 태도를 보이는 칼리스. 원래라면 윽박지르려고 했는데, 0레벨 시민인 내가 3레벨의 중령에게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혁명이란 이리 달콤하구나. 어디, 이야기나 들어볼까.
“만물의 영장은, 짐승의 왕을 무기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짐승의 왕을 찾을 방법과, 그들을 다스릴 수단을 준비해두었습니다. 만일 새로운 고양이의 왕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금방 그들의 손에 떨어질 겁니다.”
“우리가 그걸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만물의 영장이 고양이를 가지고 뭘 하든, 당장 눈앞에 있는 미친 고양이를 없애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댁도 나랑 같은 일반인이니, 자칫하면 약쟁이 고양이에게 습격당해 죽을 수도 있잖아요.”
‘일반인? 군국 대령을 태연히 목 졸라 죽이는 이가, 일반인…?’
그 무례한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눈치도 꽤 있는 모양이다. 나쁜 생각은 마음속으로만 떠올린 칼리스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다만, 개의 왕은 그들에게 있어서 어떤… 특별한 존재인 것 같았습니다. 아마, 전력이 보충되면….”
“또 찾으러 올지 모른다? 그러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고?”
“그렇, 습니다. 윽.”
힘겹게 말을 끝마친 칼리스는 쓰러지듯 불사자의 품에 기댔다. 불사자가 냉큼 그녀를 부축했다.
“수고하셨소! 중령의 말은 다 전해졌을 거요!”
그 뒤, 불사자는 곧장 나에게 한마디 보탰다.
“아, 참고로 나도 고양이 아가씨를 살리자는 쪽이오!”
“왜요?”
“본인이 여기 있어야 3:3으로 공평해지지 않소!”
아지를 머릿수로 취급한다는 중대한 오류를 벌였음에도 제 잘난 듯 엄지를 척 드는 불사자. 나는 그 실수를 지적하는 대신 말했다.
“아니, 그딴 말로 균형의 수호자인 척하지 마시죠?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세상에 혼란이 가중되는 거라고요!”
“하하! 그게 아니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것이 낫지 않겠소!”
불사자 주제에 목숨은 엄청 챙기네.
호쾌하게 웃은 불사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죽지 않는 나의 시선일 뿐이고, 정작 내가 고양이 아가씨를 위해 한 것도 없으니, 강요할 수는 없겠지! 본인의 의견은 의견으로만 들으시오!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겠소! 그럼, 나는 중령을 잠깐 바래다주러 가겠소!”
불사자는 곧장 칼리스의 다리 아래로 손을 넣어 그녀를 안아 들었다. 칼리스는 숨을 가쁘게 헐떡이며 그의 가슴에 기댔다.
“죄, 송합니다….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
“어허! 몸조심하셔야지. 나야 몸이 찢겨도 멀쩡하나, 중령처럼 쉽게 죽는 이들은 조금 다쳐도 정양해야 하오!”
“번번이, 감사, 합니다….”
“하하. 지금은 감사 인사도 아끼고 회복에 전념하시오.”
“이 은혜는, 반드시….”
“어허. 괜찮대도! 보은은 다 나았을 때 한 번에 받을 테니 걱정마시오. 조금씩 받는 것도 귀찮소!”
불사자는 어렵지 않게 그녀를 안아 들었으나 정작 칼리스가 영 균형을 잡지 못했다. 칼리스는 불사자의 위에서 자세를 고치다가, 결국 그와 밀착한 모양새가 되었다.
직후 불사자가 고개를 위로 들고는 헛기침 비슷한 소리를 냈다.
“으흠. 으흠흠.”
“라쉬…? 무슨, 문제라도.”
“아하! 아무것도 아니오!”
‘흐음. 조금 닿고 있는데, 괜히 지적했다가 서로 무안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로군! 이거, 어찌 해야 하나!’
그렇게 칼리스를 안아 든 불사자는 잠깐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했다.
…품에 안긴 칼리스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뭐, 부축하다가 몸이 닿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 중령도 딱히 신경 안 쓰는 것 같으니, 내가 티만 안 내면 그만이겠지! 횡재했다고 생각하고 감사히 먹겠소!’
바보. 네가 먹히는 거다.
내가 생각을 읽어본바. 이대로 방에 가면 칼리스는 춥다고 이를 딱딱 부딪칠 것이다. 그러면 불사자는 또 횡재했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껴안겠지. 실제로도 실혈 때문에 체온이 낮은 건 맞으니, 불사자는 진지하게 그녀의 체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지.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군국 중령이 입안한, 치밀하면서도 전격적인 돌격작전에 휩쓸린 야만인의 운명은 어찌 될까.
훔쳐보는 건 예의가 아니니, 이따가 잠깐 4층을 비워줘야겠다.
불사자와 칼리스가 떠난 뒤. 나는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어쨌건 머릿수는 3:3. 이것으로 의견 자체는 동률이군요.”
은근슬쩍 아지를 머릿수로 써서 얼렁뚱땅 동률로 만든 나는, 그것을 기정사실처럼 말하고는 슬쩍 넘어갔다. 다행히도 회귀자는 그 중대한 오류를 깨닫지 못하고는 나에게 말했다.
“그러면 잠정 유예지?”
“아니요. 어림도 없죠.”
잠정 유예라면 일단 살려두자는 뜻이잖아. 그렇게 둘 수 없지.
미래에 닥쳐올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위험보다는, 눈앞의 확실한 위험을 치우는 게 낫다. 왜냐면, 예언자가 아닌 이상 미래는 보지 못하기에. 이게 내 오랜 지론이다.
다만, 회귀자의 반대를 넘어야 하니… 그것을 쓰는 수밖에.
나는 오른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위대한 선현들은, 이럴 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준비해두었죠.”
“결투… 말하는 거야?”
‘3:3…? 쳇. 티르칸쟈카와 아지까지 저쪽에 있는 이상 승산 없는데. 대장전으로 하자고 할까? 한 번 정도 대련하고 싶었으니까….’
“뭔 놈의 결투에요. 미쳤어요?”
거기다 대장전이라니, 양심도 없다. 상식이 없으면 양심이라도 있어야지.
“그럼 뭐로 하게?”
“가위바위보. 역사적으로 증명된 가장 공평한 승부죠.”
“가위바위보로, 나비의 생사를 가르겠다고?”
“그러면 뭐, 다른 방법이 있나요? 진짜 결투라도 해요? 참고로 말하는데, 저는 티르칸쟈카 보유국이거든요? 자신 있으면 들어와 보시죠?”
내가 자신만만하게 티르를 가리켰다.
그러자 티르가 흠칫 놀라더니, 양손을 모으고 꼼지락거렸다.
‘이, 내가 자기 것이라니… 그, 그런 오만한 선언을 해도 된다 허락한 적 없거늘, 주제넘구나…. 그럴진대, 왜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것일까…?’
아니, 그런 뜻 아닌데요. 비대칭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어쨌든, 회귀자에게는 내 뜻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회귀자는 불만스럽게 내 제안을 수용했다.
“쳇,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니야.”
“구질구질하게 끌지 말고 단판으로 합시다. 당신 주먹에 나비 생사가 달린 거야.”
“알았다니까.”
좋아, 걸려들었다.
가위바위보. 가위가 보를, 보가 바위를, 바위가 가위를 이기는 간단한 승부.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생각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먹을 내기 전까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다가 낸 순간 반사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
그러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가위바위보는 수읽기가 난무하는 치열한 심리전으로 변한다.
그리고 심리전이 되면, 독심술사인 나는 무조건 이긴다.
“저는 주먹을 낼게요. 역시 남자는 주먹이죠.”
나는 속내를 숨기며 주먹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