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143)
EP.143 경관의 지옥 -(상)
에델파이트의 에비앙 경위. 그는 군국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에델파이트의 몇 안 되는 자랑거리였다.
초등시민학교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먼 곳에 있는 중등군사학교에 진학했다. 전원 기숙사제인 그 중등학교에서 혹독한 시험을 통과한 그는 노력 끝에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고등사관학교에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원한다면 군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에비앙은 굳이 경찰이 되기를 택했다.
말이 경찰이지, 사실 헌병대의 하부조직이다. 군국에서 경찰이 되는 건 자기 출셋길을 스스로 가로막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으나, 군인과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장점이 있었다.
충분히 직급이 높아지면 자기 근무지를 정할 수 있다는 것.
오직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에비앙 경위는 험난한 경찰 생활을 버티고는 그 결실을 이뤘다.
에델파이트의 작은 파출소. 오늘도 만족스럽게 근무를 마친 에비앙 경위가 서류를 정리하는 도중이었다.
『에델파이트의 에비앙 경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비앙 경위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누구십니까? 근무시간 끝났는데.”
『내가 누군지 알면 너는 항거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매 순간 숨 쉬는 게 지옥으로 변모하고, 겁먹은 쥐처럼 구멍에 숨어들고 싶겠지. 차라리 모르는 게 더 행복한 일 아닐까?』
장난치고는 과했다. 에비앙 경위는 눈살을 찌푸리며 벌떡 일어났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몇 년 동안 손에 익은 강철봉이 들려있었다.
“뭐야? 무슨 장난질이냐?”
『장난? 장난이라. 차라리 장난이었다면 너는 행복했겠지. 큭큭. 에비앙 경위. 내일부터 너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기대하고 있도록.』
“감히 경관을 위협하다니!”
분노한 에비앙 경위는 문을 박차고 나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둠에 잠긴 을씨년스러운 거리만이 그를 반길 뿐이었다.
불온한 기운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에비앙은 어젯밤 순찰을 계속했고, 으슥한 곳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마을은 애석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그날 이상한 일이라고는 자처해서 야근하는 에비앙 경위뿐이었다.
그가 밤 동안 한 일이라고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싸돌아다니던 말괄량이 엘리를 집에 돌려보낸 게 전부.
다시 말해, 엘리가 싸돌아다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엘리가 에비앙 손에 걸려서 집에 돌아간 게 더 드문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제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에비앙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길을 걷던 때였다. 저쪽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에비앙은 바로 그쪽으로 뛰어갔다.
“누가 자동마차를 훔쳐 갔어!”
“웃기는 소리 마! 이쪽은 어제 창고에 보관해둔 연금원단이 사라졌다고!”
에델파이트의 주민이 두 패거리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에델파이트에는 두 가지 주요 시설이 있다.
하나는 커다란 여관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마차 정비소다.
에델파이트의 입지는 좋은 편이었다. 지형적으로 바로 위쪽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무저갱 황무지만 아니었다면 이보다 몇 배나 더 큰 교통의 요지가 되었으리라.
어쨌건 군국은 유사 교통의 요지인 이곳에 여관과 정비소를 지었다.
여관과 정비소는 군국의 자산이었고, 이 마을의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여관과 정비소에 노역하러 불려가곤 했다.
처음 주민들은 안 그래도 바쁜 일상 속에서 노역을 강요하는 이 시설을 마뜩잖아했다.
하지만 마냥 싫어하기에는 여관과 정비소가 너무 으리으리해 보였다. 이런 변방에서 군국이 지은 커다란 시설은 꼭 신시대의 상징 같았다. 주민들은 몇 년 동안 노역을 계속하며 조금씩 시설에 정이 들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건 좋지만, 덕분에 문제가 생겼으니.
도시 중심에 위치한 여관과, 먼 도로에 홀로 세워진 정비소. 둘은 들어선 위치도, 요구하는 기술도 서로 달랐고. 따라서 주민들은 점차 노역하러 가는 곳만 가게 되었다. 두 종류의 주민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 결과, 에델파이트 주민들은 두 패로 갈라지게 되었다.
“무슨 일입니까?”
“오, 에비앙 경위! 마침 잘 오셨소! 이놈들 좀 혼내주시오!”
여관 측 주민이 그를 반겼다. 에델파이트의 유일한 경관은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에비앙은 여관 쪽 태생이었기 때문이다.
에비앙은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들을 둘러보았다.
“무슨 일인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십시오.”
“정비소 놈들이 여관 창고에 있던 연금원단을 훔쳐 갔소!”
에비앙이 다가오자 조금 주눅이 들었던 정비소 측이 다시 반박했다.
“무슨 모함을! 우리가 너희 연금원단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고 훔쳐 간다는 말이냐!”
“너희야말로! 우리보고 차 운전할 줄도 모른다고 거들먹거리던 놈들이, 차 없어진 걸 왜 우리에게서 찾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 마을 출신인 에비앙은 대충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여관과 정비소는 그 성격이 다른 만큼 주민들의 모습도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기술과 손재주가 필요한 정비소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은 은연중에 여관 측 사람을 깔보기 시작했다. 처음 주민 대다수가 속해있는 여관 측은 코웃음을 쳤지만, 실제로 그들의 아이들이 시민학교에서 두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에 여관 쪽은 점차 열등감에 시달려야 했다. 겉으로는 깔보면서도 아이들이 정비소에서 노는 것을 말리기는커녕 적극적으로 권장할 정도였으니.
최근, 에비앙 경위라는 에델파이트의 자랑이자 여관에서 태어난 경찰만 없었다면. 그들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리라.
어쨌든 세상 모든 잘못이 서로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이 두 시설에 문제가 생겼다.
여관의 연금원단이 사라졌다.
정비 중이던 자동마차가 사라졌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중이다.
이야기를 듣던 에비앙 경위의 뇌리에, 어제 있었던 의문의 목소리가 떠오른 것도 자연스러우리라.
“외부인의 소행 아닙니까?”
“하지만 어제 이 여관에 찾아온 이는 한 명뿐이오! 그녀는 여전히 여관에 머무르고 있어!”
“외부인이 있으면 그부터 의심해야죠. 이곳에 먼저 잠입한 것일지도 모르는데!”
여관 측 주민이 턱을 긁적이며 대꾸했다.
“그, 대단하신 분이었는데… 대위였나. 임무를 끝마치고 수도로 가는 중이라던데.”
“방금 제가 한 말은 잊어요. 싹, 다!”
말만 우리 여관이고 우리 정비소지 사실 군국의 자산. 대위라면 자동마차와 연금원단을 제 것처럼 챙길 수 있다. 횡령하면 대위라도 처벌받겠지만, 이 마을 주민을 다 합쳐도 그럴 권한이 없다.
덧붙여 자기를 의심한 에비앙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도 가능하다. 에비앙은 대위에게 걷어차이기 싫었다.
“그렇다면 연금원단이나 자동마차가 자기 스스로 사라졌다는 말씀입니까? 들어온 사람, 나간 사람 없이?”
“그… 것이.”
주민들이 난감해하며 시선을 피하던 중, 누군가가 에비앙을 향해 손짓했다.
“에비앙, 잠깐 이리 와보거라.”
여관 측의 대표, 베른이 에비앙을 불렀다. 손짓으로 불린 에비앙은 살짝 불쾌한 티를 내며 대꾸했다.
“베른 씨. 최소한의 경의를 갖춰주십시오. 저는 이곳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위입니다.”
“내가 조카를 부르는데도 경의가 필요하다고?”
베른이 조금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예전 에비앙의 아버지가 마을에서 뛰쳐나간 뒤, 대신 후견인이 되어 에비앙을 보살폈던 작은 아버지 베른. 이 마을의 촌장이나 다름없던 그는 조카인 에비앙이 경위로 돌아온 뒤 나날이 입지가 높아지고 있었다.
정작 에비앙은 그가 꺼림칙했지만, 그렇다고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처벌할 수도 없다. 에비앙은 경관이었다.
“그야 당… 하아, 아닙니다. 무슨 일이죠?”
에비앙이 다가가자, 베른이 소리 죽여 말했다.
“엘리와 데브가 사라졌어.”
“네에?”
엘리는 여관 제일의 말괄량이고, 데브는 정비소의 괴짜였다. 이 마을의 갈등 속에서 자란 두 청소년은 서로를 보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런데 그 둘이, 동시에 사라지다니?
“우리는 서로 걱정하고 있어. 엘리가 실수로 데브를 목 졸라 죽이고 연금원단을 훔쳐서 달아난 건지, 아니면 데브가 엘리를 스패너로 두들겨 팬 뒤 겁에 질려 도망쳤는지. 둘 중 하나겠지.”
“엘리가 어떻게 운전을 하며, 데브가 어떻게 연금원단을… 아, 잠깐.”
“그래. 둘은 서로서로 시설에 숨어들며 숨바꼭질을 하곤 했지 않나. 우리와는 달리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어. 적을 탐색하는 정찰병처럼 말이야.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에비앙이 이마를 짚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가능성이 충분해서.
동기도 있고, 그만한 악의도 있으며, 주민을 곤란하게 한 경력도 있다. 그 둘이라면 진짜로 서로를 잡아먹었을지도 몰랐다.
“그 둘은 어젯밤까지만 해도 이 마을에 있었단 말입니다! 제가 직접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그렇다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보지. 집에서는 그날 저녁 이후 본 적이 없다던 걸.”
“젠장. 그렇다면 둘 중 누구든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잡으러 갈 생각이니?”
“그래야죠! 둘 다 살아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에비앙이 성큼성큼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갔다. 주민들은 경관에 대한 묘한 기대감과 더불어, 혹여나 자기 쪽 아이가 저질러버린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에비앙은 마침 그를 기다리던 시설 관리자와 마주했다.
“에비앙 경위. 행정보급관 베르오 하사입니다. 연금원단은 고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요 보급품목입니다. 잃어버리고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습니다.”
“기술관 찰레 하사입니다. 자동마차는 고가입니다. 조속히 해결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일이 당국에 보고되면 도시 전체에 징벌적 노역형이 떨어질 겁니다.”
“마침 여관에 찾아온 장교가 있습니다. 부상을 입어서 정양하는 중이나, 혹 이 일이 그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각 시설의 담당관들이 정중하게 에비앙을 다그쳤다. 만일 에비앙의 직급이 더 높지 않았다면 저 쓴소리는 소리로만 끝나지 않았으리라.
에비앙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오후 재고 관리 안에만 돌아오면 될 거 아닙니까! 기다려 봐요! 아, 그리고 찰레! 제가 쓸 수 있는 마차가 있겠습니까?”
“하나 남았습니다만.”
“공무집행을 위해 하나 빌리겠습니다! 되죠?”
“승인합니다.”
에비앙은 자동마차에 시동을 걸고 마을 주위를 크게 훑었다. 가장 최근에 난 바퀴자국은 두 개였다. 대위가 타고 온 것, 그리고 이곳에서 나가는 것.
알기 쉬워 다행이었다. 에비앙은 그렇게 마차의 흔적을 쫓았다.
무저갱 황야는 넓다. 만일 둘이 뭣도 모르고 언덕을 넘어 무저갱 황야로 진입했다면, 에비앙은 다 포기하고 에델파이트로 돌아가서 당국의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에비앙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멈춘 자동마차를 발견했다. 에비앙은 근처에 자동마차를 세운 뒤, 곧장 내려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의 눈에는 이 멍청한 일을 저지른 철부지에 대한 분노만이 가득했다.
“흑, 흑….”
그러나 점차 엘리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에비앙은 겁을 집어먹었다. 혹시 엘리가 무심코 데브를 죽이고 도망친 게 아닐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에비앙이 다른 마을 출신이었다면 엘리를 비정하게 잡아가서는 자기 경력에 자랑스레 한 줄 추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마을 출신이었고, 가능하면 마을이 평안하기를 바랐다. 말괄량이는 감옥이 아니라 마을에 있을 때 가장 활기찬 법이다.
침을 꿀꺽 삼킨 에비앙이 덮치듯 운전석을 열어젖힐 때였다. 그는 운전석에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히, 히익! 에비앙 형!”
“데브?”
운전석에는 데브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엘리는 조수석에서 훌쩍이는 중이었다. 둘이 무사함을 확인한 에비앙은 괘씸함을 느끼며 데브의 귀를 붙잡고 끌어내렸다.
“이 싸가지야. 누가 자동마차를 훔치래?”
“아, 아니! 이건 훔친 게 아니라, 시범 운행이에요! 다 고쳐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찰레 씨가 말해서! 확인할 겸, 운전이나 해보려고!”
“찰레에게 말하고 갔니?”
“아니요? 깜짝 놀라게 하려고. 아, 아!”
에비앙이 데브의 귀를 앞뒤로 흔들며 소리쳤다.
“갈 거면 혼자 가지! 그러면 의심이라도 덜 했을 거 아니냐! 왜 애먼 엘리를 끌고 온 거야?”
“내가 끌고 왔나! 자기가 숨어들어왔는데! 거기다 마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울고불고하는 통에 난감했단 말이에요!”
억울하게 외치는 것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데브의 뺨을 후려치려던 에비앙은 한숨을 내쉬며 엘리에게 말을 걸었다.
“엘리,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말없이 도망치면 어떻게 하니? 아주머니가 기다린다. 돌아가….”
“흑, 못… 돌아가요…! 죽을 거야!”
“죽기는 무슨. 경찰인 내가 있는데 누가 너를 죽인단 말이냐?”
“아니요! 정말, 죽을지도 몰라…! 저, 발견했단 말이에요…!”
울먹이던 엘리가 눈을 꾹 감고는 소리쳤다.
“…시체를!”
이곳에서 의외의 제보를 받은 에비앙의 눈이 커졌다.
“뭐엇?!”
차는 두 대였고, 운전할 수 있는 사람도 둘이었다. 에비앙은 엘리를 태운 채 자초지종을 들었다.
평소처럼 말괄량이 짓을 하려던 엘리는 무언가 기묘한 글귀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따라 계속 돌아다닌 결과, 이 평화로운 변방 마을이 숨긴 끔찍한 흔적을 발견했다…. 바로 파묻힌 뼛조각을….
에비앙이 물었다.
“잠깐만. 뼈가 있을 리 없는데. 최근에 돌아가신 분들 다 화장했잖아.”
“흑…!”
에비앙은 혀를 찼다. 패닉에 빠진 아이를 다그쳐봤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는 경관이지, 피도 눈물도 없는 헌병이 아니었다.
“시체가 있으면 나한테 알려야지. 왜 입을 다물고 있었니?”
“하지만, 에비앙 아저씨는….”
그리고 다시 입을 꾹 다무는 엘리. 에비앙이 답답한 듯이 다그쳤다.
“내가 못 미더워? 엘리, 경위는 도박으로 딴 게 아니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헌병대에 아래에서 범죄자들을 귀신처럼 잡아넣어야 진급하는 게 경위야. 우습게 볼 게 아니라고!”
군국은 군정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모든 의료 행위는 군사 병원에서, 토목공사 역시 공병단이 도맡아 하며, 수사는 헌병이 한다.
행정병이 일반 시민들의 행정을 집행하며, 공장조차도 기술개발국에 소속되어 돌아간다.
군경은커녕 사업체마저도 군사정권과 분리되지 않은, 군인의 나라인 것이다.
아주 특수한 몇몇 것들을 제외하곤, 모두 군국의 것.
“에델파이트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위 자 붙은 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군국에서 일부러 소속을 분리해서 그렇지!”
한 마을의 치안을 담당하는 이가 부패하는 일을 막기 위해, 군국은 소속을 분리하여 던져놓았다. 그렇기에 에비앙은 경력이나 직급에 비해 그리 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가진 권한에 비해 지위가 높다는 뜻이 된다.
“…흑.”
하지만 에비앙이 너무 친숙하기 때문일까. 엘리는 통 입을 열지 않았다. 눈을 부라리던 에비앙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도 못 미더우면 여관에 대위님이 계시니까 그분에게 말씀드리던가. 나보다 까마득하게 높으신 분이니, 너라도 만족할 수 있겠지.”
엘리가 질겁했다.
“여, 여관은 안 돼요. 그러면 저는 죽을 거예요…!”
“아니, 왜. 여관에서 시체가 발견되기라도 했니?”
“히익!”
“…너는 어디 가서 범죄 저지르지 마라. 진짜.”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왜 엘리는 계속 입을 다물었을까. 에비앙에게는 말하지 못하겠다면서 투덜거리던 것일까.
혹시.
“어디서 발견했는데? 베른 씨?”
“히이익!”
사람이 많이 소속된 여관 측 대표이자, 실질적 이 마을의 촌장과 다름없는 이.
심지어 에비앙의 등장 이후 더 권위가 높아진 그의 작은아버지, 베른.
그의 집에서 시체가 나오다니.
차라리 베른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를 처벌해서 권위를 꺾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시체가 나오기까지 바란 건 아니었다. 살인 사건은 또 이야기가 다른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에비앙은 경찰이었고, 이 마을의 치안을 담당했다. 살인 사건의 단서를 잡았는데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런 중대 사건을 무시하고 넘어간다면, 그가 군국으로부터 처벌을 받을지도 몰랐다. 거기에 더해 이 마을 전체에 심각한 페널티가 내려올 수도 있었다.
그건 막아야 했다.
“반드시, 범인을 찾으마.”
에비앙이 굳게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