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188)
EP.188 살고 싶다고 말해 – 4
고난은 경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그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읽는 능력, 그건 적을 만들지 않는 데 특화된 힘이다. 마음을 읽고는 거기에 보조를 맞추어, 상대방의 마음과 충돌하지 않도록 절묘하게 치고 빠지는 일.
말하자면 춤을 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독심술은 전능은커녕 만능조차도 못 된다. 마음을 읽는 거지 미래를 보는 게 아니기에 변덕까지 예상할 수는 없고,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에는 대응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사람이 상대라고 해도, 명백한 적의는 막지 못하니.
‘뒷골목을 조사하고 다니던 군국의 장교가 있다고 했지. 인상착의와 일치하는군.’
저 너머에서 어두컴컴한 살의가 느껴졌다. 감정적으로 난 결정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을 통해서 내린 결론.
‘살인멸구한다.’
차가운 살의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경악한 대위가 골렘으로 상황을 살필 시간도 없었다. 울펜은 이미 우리를 시야에 둔 채였다.
이 시커먼 어둠을 뛰어넘어, 그는 분명하게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을 감지하자마자, 나는 마차 문을 열며 외쳤다.
“세피! 대위! 마차 안으로 들어와요! 선배는 당장 출발해!”
“어? 어디로?”
“어디든!”
내가 대위와 세피를 단숨에 끌어당겨서 다시 마차 안에 태웠다. 마차에 말을 매던 선배는 급히 운전석에 뛰어올라서 말을 재촉했다.
“이랴!”
히히히힝.
힘찬 소리와 함께 마차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태생이 명마라 그런가, 사자마는 몇 걸음만에 최고 속력에 도달했다.
세피와 대위는 아직 영문도 모른 채였다. 대위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설명하자면 길어요! 그림자가 붙었어요!”
‘그림자? 하나, 본관의 시야에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데….’
대위는 고유마도로 가장 가까운 골렘과 동조했다. 그녀의 시야가 일렁이며, 한구석에 최고 속도로 달리는 마차가 나타났다. 어슴푸레 비치는 가로등을 지날 때마다 갈기가 휘날리는 사자마가 마차를 이끌고 내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가로등이 차례로 깜빡거렸다. 마치 어둠이 거리를 질주하는 것처럼….
‘어둠?’
사태를 파악한 대위가 급히 외쳤다.
“무언가가 따라붙고 있습니다! 전신을 어둠으로 감싸는 기공을 고려할 때, 본그림자…! 울펜으로 추정!”
“그래요. 따라붙는다니까!”
나와 대위가 비명을 지르듯 외치고 있음에도 세피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 듯 태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마차를 끄는 말은 보통 말이 아니라, 사람의 속도로는 따라잡지 못하니까요. 또, 이 마차 역시 4레벨의 방호레벨을 지니고 있어요.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결코 뚫을 수 없어요.”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말아요! 듣는 내가 다 두려워!”
“그저 안심하라고 말씀드렸을 뿐이에요.”
‘이 마차 하나를 만드는 데 건물을 지을 돈을 때려박았어요. 제가 탈 마차를 대충 만들 리 없잖아요? 골격부터 뒤덮은 천까지, 하나같이 4레벨 짜리 연금강에 연금사라고요. 도대체 뭐가 불안하다는 건지.’
이제는 생각으로 업보를 쌓네! 제발 그만해!
순간, 내 독심술에 희미한 적의가 잡혔다. 나는 급히 세피와 대위를 붙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둘은 휘청이며 내 품안에 안겼다.
“스승님?!”
“귀하?! 이것은 무슨.”
말할 틈도 없었다. 울펜의 공격의지는 곧장 현실이 되어 닥쳤다.
마차가 크게 덜컹거렸다. 그가 쏘아낸 단검이 마차와 바퀴를 잇는 이음매를 꿰뚫었다. 동시에, 다른 단검 하나가 유리창을 비스듬히 관통하고는 앞 좌석 등받이에 틀어박혔다. 어둑한 기운이 풀풀 풍기는 단검은 손잡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박혔다.
균형을 잃은 마차가 기우뚱 기울었다. 내가 미리 잡아당겨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저편으로 넘어질 뻔했다.
“꺄아아악!”
세피가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 와락 안겼다. 그래, 내가 네 목숨을 구했다. 그러니까 조금 더 고마움을 느끼고 내 말을 따라….
“어째서? 총탄도 간단히 튕겨내는 수정 유리라며! 이거 만든 놈들 누구야?! 지옥을 보여주겠어!”
“지금 그딴 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세피!”
나는 날뛰는 세피를 진정시키며 정신을 집중했다. 독심술, 저 멀리 끝자락에 울펜의 생각이 느껴졌다.
살얼음이 낀 호수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적의. 그 끝에는 위태롭게 달려나가는 마차가 있었다. 이제 둘의 거리는 점차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튼튼하다. 바퀴를 아예 잘라내려고 했건만, 축이 어긋나는 정도인가.’
마차가 튼튼해도 반탄기공을 쓸 수는 없다. 그리고 바퀴 달린 마차는 특성상 움직임이 쓸데없이 정직하다.
즉, 기공을 잔뜩 불어넣은 단검으로부터 피할 수는 없다는 소리.
‘두어 번만 더 하면 되겠군.’
젠장. 이대로 가면 반드시 마차가 멈춘다. 그 상태로 발이 묶이면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쳇, 이거 완전 독박 쓰는 건데.
“세피. 말 탈 수 있죠?”
“뒤에 저딴 칼 던지는 놈 달고는 못 해요!”
‘스승님의 제자니 말 정도는 탈 수 있지요. 다만, 추격자를 뿌리치는 일은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되네요.’
급해서 그런지 본심이 막 튀어나오네. 나는 세피의 어깨를 꼭 붙잡고는, 타이르듯 단호하게 일렀다.
“세피. 대위를 본부까지 데려다줘요. 삐 대위는 아주 중요한 기밀 임무 중이라, 그것을 끝마치면 저를 도와줄 수 있어요.”
세피는 즉각 되물었다.
“스승님은요?”
감도 좋네. 내가 조금 대답을 늦추자, 세피는 곧장 눈을 부라리며 나를 추궁했다.
“설마, 저거랑 맞서 싸우겠다는 건 아니죠? 시간을 끌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면 스승이고 뭐고 없어요!”
‘헛소리도 정도껏 해요! 대책도 없이 그딴 짓이나 하고! 죽어버리면 앞으로 한 푼도 안 줄 거예요!’
요새는 제자가 스승을 다그치기도 하네. 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심지어 생각도 말도 나를 탓하고 있다. 안쪽 바깥쪽에서 찌르는 게 어지간한 고문 못지 않다.
나는 다급히 세피의 어깨를 붙잡았다.
“세피. 나 못 믿어요?”
“당연하죠.”
‘네. 당연히.’
빈말 어디 갔어? 알뜰살뜰 모아두었던 세피포인트는 다 어디 간 거야?
후우, 달래기 힘드네. 나는 세피의 어깨를 꼭 잡은 채 대위를 가리켰다.
“봐봐요. 저기 대위가 있잖아요. 군국의 대위라면 제가 당하기 전에 지원을 끌고 올 수 있어요. 그게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급조한 계획 따위가 통할 것 같아요?!”
“급조한 계획이 아니에요. 사실 저는 처음부터 군국의 힘을 빌려서 그림자를 청소하려고 했어요.”
사실, 계획이 어긋난 지금 와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군국마저 한발 먼저 끌어들이려고 했다.
내 계획은 이랬다.
마켓, 보호소, 패밀리. 그들을 노리는 조직을 하루 먼저 이끈다. 그와 동시에 비밀 정보를 건네 군국 역시 끌어들인다.
그러면 마침 몸이 단 그림자가 참전하고, 군국의 헌병대와 마주쳐서 소탕당한다…는 완벽한 계획이다.
이름하여 시스템은 너만 쓰냐. 나도 쓰지 작전.
그런데 군국이 영 움직이지 않았다. 이만한 떡밥을 뿌렸는데 웬일인지 평소 출동보다 늦어지고 있다. 마치 아미텐그라드 내에 있는 부대를 전부 어딘가 보내놓은 것처럼.
이 빌어먹을 나라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내 실책이라면 실책이다.
하지만.
“썩어도 군국이에요. 일련의 소동에 맞설 병력을 미리 대기시켜 놓았을 거예요. 제가 버티고 있는 동안, 병력이 출동해서 울펜과 마주치기만 한다면 내 승리. 그러니까 세피나 삐 대위가 서둘러줘야 제가 사는 거라고요.”
쿠당탕. 마차가 한 번 더 크게 흔들렸다. 바퀴의 흔들림이 마차로 다 전해질 정도였다.
간신히 균형을 잡은 나는 믿음을 가득 담은 채 대위를 바라보았다.
너라면 알겠지, 대위? 이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걸?
“알아들었죠, 대위?”
“위험!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 또 왜요.”
대위의 표정은 더 이상 딱딱하게 굳어있지 않았다. 큼직한 눈망울에 걱정을 가득 담은 채로, 대위는 내 말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상대는 탄탈로스의 탈옥수입니다. 귀하가 마술사라고 한들, 귀하의 힘으로는 상대를 제압할 수 없습니다! 귀하는…! 생각보다 약하잖습니까!”
“면전 앞에서 약하다 그러니까 자존심 상하네. 나도 알아요! 그래도 시간을 끌 정도는 되거든요?”
“본관보고는 살아남으라고 말했잖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말한 귀하가 위험에 처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나도 진짜, 진짜 이러고 싶지 않거든요? 희생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하지만 이게 최선이에요!”
이건 거룩한 희생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 면밀하게 계산된 단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기껏해야 노역자로 끌려가는 일개 잡범. 하지만 본그림자 울펜은 무저갱에도 다녀온, 진짜배기 위험인물이다.
뭐, 티르나 아지나 회귀자에 비하면야 한참 모자라지만, 그 애매한 강함이 나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원래 도토리들이 이런 키 재기에 더 민감한 법이거든.
“차라리, 본관이 미끼가 된다면!”
“하하하하하!”
나는 격하게 웃었다. 순간적으로 시선이 몰린다. 나는 웃음을 짧게 끊고는, 표정을 싸늘하게 뒤바꾸며 대꾸했다.
“진짜 웃기지 말아요. 미끼는 낚아서 올릴 수 있어야 가치가 있는 거지. 대위는 그냥 연못에 흩뿌린 간식거리도 안 되거든요? 단칼에 울펜의 무용담 하나 늘려줄 뿐이에요.”
“그렇다면 귀하는 그를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대위가 제때 지원군을 가지고 오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유일한 방법이다. 진짜, 이게 최선이라는 점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상대는 은신술과 암습, 심리전을 주요 무기로 삼는 왕국의 그림자.
나는 내세울 건 독심술밖에 없는 잡범.
비록 그 기량이 현저히 차이가 난다고 해도, 상성상 가장 유리한 상대는 바로 나다.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범위는 이미 넘어섰다.
“스승님.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탄탈로스에 갇힌 이라면 역사에 기록될 만한 범죄자들.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그들을 상대로는!”
이제 더 설득할 시간이 없다.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는 세피를 향해 말했다.
정이니, 포인트니.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차가운 의지를 담아서.
“세피에르 바키아. 스승으로서 부탁이자, 가르침이에요. 해야 할 일을 외면하지 마요.”
“하지만!”
“고집을 계속 피우겠다면, 이게 스승으로서의 마지막 부탁이 될 거예요. 제가 살아남든, 죽어버리든.”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자 세피는 숨을 삼켰다. 호되게 혼난 제자의 입에서 히끅, 하고 분한 듯 억눌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것도 잠시, 세피에르는 자기 정장을 펼쳐 대위를 감쌌다. 방탄, 방검, 방마의 효과가 있는 재킷을 대위의 어깨에 걸쳤다.
정장으로 뒤덮인 대위가 떨리는 눈으로 되물었다.
‘진정으로 그를 홀로 상대할 것입니까? 하나 귀하는…!’
“나를 살리고 싶으면 살아남아요. 본부로 가서 지원군을 불러와요! 그게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강하게 쏘아붙인 나는 곧장 마부석을 향해 외쳤다.
“선배! 탈출 준비해! 마차를 버릴 거야!”
“알았다!”
그리고 직후, 다시금 가해진 충격. 비틀거리며 어찌저찌 날아가던 마차는 그것으로 명이 다했다.
끼기기긱. 기울어진 마차가 땅과 마찰하며 비명을 토했다. 반쯤 잘린 창문 밖으로 마차의 바퀴가 마차를 앞질러 가는 광경이 보였다.
“자. 이따 뵈어요!”
나는 반대쪽 문을 열고 비스듬히 기울어진 마차의 위에 올라섰다.
저 너머로 시커먼 어둠이 보였다. 흑영기공으로 모습을 감춘 채, 이쪽을 빤히 노려보는 울펜의 생각이 똑똑히 느껴졌다.
‘남자? 호위인가? 상관없지. 전부 죽일 것이니.’
누구 마음대로 죽인다 만다야? 누가 편하게 죽어준대?
인사나 해주자. 여유로운 듯이 미소를 보여주며, 나는 주머니에서 다이아몬드 3 카드를 꺼냈다. 그것을 한손으로 접은 채 울펜을 겨누었다.
연금변환. 카드는 순식간에 커다란 활로 바뀌었다. 이미 한 번 쏘았던 터라 화살이 매여 있지 않지만, 원래 화살은 당겨서 쏘는 법. 나는 신중히 어둠을 노려보며, 그 너머에 있는 울펜을 정확히 겨누었다.
“피렌하이트!”
화륵. 화살촉 끝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그 뒤 팅, 하고 당겨지는 소리. 곧게 뻗은 거리에서 한 발의 화살이 어둠을 갈랐다.
화살은 정확히 울펜을 향했다. 울펜의 눈가가 움찔했다.
‘화살은 별것 아니다. 하지만, 흑영기공을 꿰뚫어 보다니?’
왜 화살이 별거 아니야.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쏜 거니까 위기감을 가져줬으면 하는데.
‘반탄기공.’
쳇. 그럼 그렇지.
기공이 부풀어 올랐다. 불길이 어둠에 삼켜지며, 온 힘을 다해 쏘아낸 화살이 헛되게 튕겨 나갔다.
어쨌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인사를 끝마친 나는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지만, 바퀴가 떨어지는 바람에 속도가 느려진 터라 간신히 설 수 있었다.
내 뒤로 마차는 점점 느려졌다. 어떻게든 운전석 너머로 옮겨가서 말 위에 올라타는 세피와 대위.
그들을 등진 나는 굳건히 서서 울펜을 마주했다.
“…시간 끌기인가.”
목소리는 내 오른쪽 귓가에서 들렸다. 하지만 생각은 왼쪽에서 들려오고 있다.
어딜, 내 앞에서 심리전을.
나는 피식 웃으며 활을 집어넣고는 다음 카드를 꺼냈다.
다이아몬드 4, 단창. 작살과 같은 창날을 그가 있는 쪽으로 내밀자 울펜은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저 너머에서는 대위와 세피, 그리고 선배가 말 위에 올라타 나란히 달려나갔다. 마차에서 해방된 사자마는 빨랐고, 이미 거리가 벌어진 이상 아무리 울펜이라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을씨년스러운 거리에서, 이제 완벽하게 단둘인 상태.
그러든 말든. 울펜은 놓친 이들에게 미련조차 두지 않은 채 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우연이 아니로군. 어둠 속에서, 본을 정확하게 바라보다니….”
“어쩌면,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 역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죠.”
나는 모자를 벗고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기습을 할 기회였음에도 울펜은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나를 경계한 것일까, 아니면 이러한 종류의 허례허식에 관대한 것일까.
‘기량, 불명. 정체, 불명. 기감이 특출나게 뛰어난 것인가? 혹은, 알 수 없는 다른 힘?’
둘 다겠지.
울펜도 나와 마찬가지로, 심리전을 십분 활용하여 싸우는 타입이니.
좋아. 이제 시간 싸움이다.
시간을 끌면 내가 이기고, 그 전에 죽으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싸움.
“안녕하세요, 울펜 펜슈타인.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왕국 시절부터 이 세상에 존재해온, 이 나라의 어둠을 상징하는 그림자라고.”
“너는 누구지?”
다시 마술사 모자를 푹 눌러 쓴 나는, 모자챙을 살짝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중등학교 전교 수석이자 호스트계의 초신성, 맞춤형 가정교사이며 만남의 주선자, 소매치기계의 전설이자 결코 패배하지 않는 도박사. 아이들의 우상, 선량한 돌보미, 전과 1범에 빛나는 마술사 휴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