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189)
EP.189 살고 싶다고 말해 – 5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중등학교 전교 수석이자 호스트계의 초신성, 맞춤형 가정교사이며 만남의 주선자, 소매치기계의 전설이자 결코 패배하지 않는 도박사. 아이들의 우상, 선량한 돌보미, 전과 1범에 빛나는 마술사 휴즈입니다.”
멋들어진 자기소개이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사소하기 그지없다. 전부 실화 기반 이명. 과대포장을 하고 싶어도 할 게 없는, 처량한 잡범의 신세여.
내 정체를 짐작한 울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사. 들어본 적 있다. 뒷골목에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잡범이라지.”
“쑥스럽네요.”
“그림자조차도 찾아내지 못한 것을 보면, 허명은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인생 헛살지 않았네. 탄탈로스 탈옥범도 내 이름을 들어보았다니 말이야.
어쨌건 소문은 그림자나 메아리 같은 거라 원래보다 부풀어지기 마련이다. 울펜도 내 기량을 과대평가하겠지?
“기이한 일이다. 본이 있던 시절, 전설은 그리 쉽게 붙여지는 이명이 아니었다. 한데 군국은 잡범마저도 추앙해야 할 만큼 신비가 부족한 나라였던가.”
칭찬하는 척 돌려까기?
미안하지만, 트래쉬 토크로 싸우면 너는 백 번 싸워서 백 번 다 진다. 말로 싸우는 세상이었다면 나는 유일신이다.
어딜, 독심술사의 마음 후벼파기를 보여주지.
“저도 이상하다고 느껴요. 왕국의 그림자는 겉멋이 좀 들었을지언정 그래도 한가락 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거든요.”
거기까지 말하고는 포옥 한숨을 내쉬며, 실망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설마, 탄탈로스에서도 꼬리를 말고 내뺀 쥐새끼라니. 탄탈로스 탈옥범이라는 브랜드를 갖다 붙이기에는 너무 모양이 빠지잖아요. 이래서 내가 탄탈로스 탈옥했다고 어디 가서 자랑할 수 있겠어요?”
도발로 나를 상대하려고 하다니. 한참은 멀었다. 독심술은 남에게 호의를 사기도 좋은 능력이지만 적의를 불러일으키기는 더 좋거든.
내가 탄탈로스를 언급하자, 의외의 이야기를 들은 울펜은 눈을 살짝 치켜뜨며 물었다.
“…탄탈로스에 대해 아는가?”
“저도 한 번 다녀왔는데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요.”
아, 그러네. 따지면 저쪽이 내 선배라고 할 수 있겠네.
나는 탄탈로스에 먼저 갇혔던 선배를 향해 짧은 경례를 보내며 대답했다.
“반가워요, 선배. 탄탈로스 2기 수감생입니다. 여러분이 안 계신 탄탈로스에서 평화롭게 지내다가, 3개월 정도 있다가 무저갱을 부수고 탈옥했어요. 별거 없던데 어쩌다 20년 가까이 갇혀 계셨대요?”
“…허풍이 지나치군. 무주공산이 된 탄탈로스에서 살아남은 것이 그토록 내세울 일인가?”
“정말 허풍처럼 보여요?”
쫄아라. 내 허세에 겁을 집어먹어라. 네 안에서 내가 괴물이 되어갈수록, 나는 그만한 힘을 발휘할 테니까.
나는 산보하듯 가볍게 옆으로 한 걸음씩 걸었다. 의미 없는 발걸음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며, 울펜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를 선택했다.
“혹시 여러분들은 시조 티르칸쟈카의 흑기사에 맞서본 적 있어요? 개의 왕과 투닥거린 적은? 사지가 찢긴 채 방치된 불사자를 부활시키고, 지선이 땅을 뒤집을 때 거기 매달려 봤어요?”
거짓은 말하지 않는다. 단, 진실이어도 너무 허무맹랑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있을 법한 일로.
상대방의 상상이 닿지 않는다면 허풍은 뜬구름일 뿐. 내가 티르칸쟈카의 심장에 꼬챙이를 꽂아 넣고 지선의 뒤통수를 쳤다고 말해봤자 의심만 사겠지.
‘시조, 불사자, 짐승의 왕. 무저갱에 있던 것들이다. 들은 이야기… 같지도 않군. 요술사가 불사자의 사지를 찢었다는 사실은 직접 본 이만 알 테니.’
판단은 빨랐다. 울펜은 내가 탄탈로스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동시에 나에 대한 경계를 끌어올리며, 내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꽁무니를 빼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울펜은 멍청한 부하들을 두었을지언정, 생각보다 멍청하지는 않았다.
‘대면한 이상 싸움은 피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라도.’
그래. 이렇게 될 거라 예상했다.
이성적으로 볼 때, 대면한 이상 맞서 싸우는 게 정답이다. 내가 허세였다고 해도 싸워서 밝혀야 하고, 허세가 아니더라도 전력으로 저항해야 하니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니 두렵다고 꼬리를 내리지 않겠지.
‘어차피 뒷골목의 패권을 위해서라면 한번 맞서야 할 상대.’
뒷골목 따위를 노리면서 패권? 소박하다고 해야 해, 거창하다고 해야 해?
이해해. 떵떵거리며 살고 싶겠지. 누구 눈치를 보지 않고 부귀영화 누리면서 살고 싶겠지.
그러면 나처럼 모두의 친절한 이웃이 되라는 말이야. 왜 굳이 죽여가면서 그렇게 군림하려고 하는 건지. 아깝게.
“본의 계획을 방해한 게 너인가, 마술사?”
“맞아요.”
“어째서 본에게 저항한 거지?”
“네? 그건 또 뭔 소리예요?”
원래도 재미없을 만큼 진지한 사람이었지만, 울펜은 더없이 진지하게 물었다.
“마술사. 너는 딱히 세력을 일구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기존 세력이 밀려나는 것 역시 네가 바라던 바 아닌가?”
“어이가 없네요. 반대로 물을게요. 왜 뒷골목을 깨끗하게 청소하려고 하는 거예요? 당신이랑 상관도 없는 사람까지 건드리면서?”
“기이한 일이군. 새로 터를 일구려면 원래 있던 것을 무너뜨려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울펜의 상식선에서, 자신이 굳이 누군가를 위해 수그리거나 조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는 뒷골목에서 누구보다도 강력했으니까.
나는 새삼 울펜이 왕국 시절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왕국은 약육강식, 강한 이가 결투를 통해서 모든 것을 쟁취하는 가혹한 세상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군림했던 울펜에게, 강한 그가 약한 이로부터 빼앗는 건 태양이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만큼이나 당연한 상식이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되물었다.
“그러신 분이 겁쟁이의 기공을 익히셨어요? 자기보다 강해보이면 숨고, 비슷해보이면 암습으로 이기려고?”
“그것이 세계의 법칙이다. 강한 자가 취하고, 약한 자는 잃는다. 약한 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을 숨기는 수밖에 없다. 단, 본은 그들보다 강하며, 그들은 숨지 않았으니. 본은 그들로부터 모든 것을 취할 것이다.”
말이 안 통하네. 하아, 이런 사람들은 진짜.
재미없어.
“일차원적이긴. 이러다가 군국에 머리 깨져야 정신을 차리지.”
“안타깝지만, 그럴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너에게도, 군국에게도.”
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단검이 날아왔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전부인 군국의 골목에서, 거무튀튀한 어둠에 둘러싸여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필살의 비수.
‘어디, 시험해볼까.’
목표는 내 오른발. 인간의 눈은 정면으로 오지 않는 것에 둔한 감이 있어서, 그 사각을 노리겠다는 의도였다.
‘일단 오른발부터. 보이지 않는 단검이다. 어떻게 대응할 거지?’
그러나 이미 읽고 있다면 상관없다. 나는 오른발을 살짝 든 뒤, 단검이 땅에 박히기 직전 다시 내디뎠다.
콱. 내 오른발 아래 땅에 틀어박힌 단검이 희미하게 진동했다. 여유롭게 양팔을 펼치고, 그게 다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단검을 가볍게 밟고 선 내 모습은, 꼭 날아오는 단검을 발로 잡아 챈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울펜이 조금 더 경계심을 더했다.
‘단순한 잡범은 아니군. 신중하자. 기사를 상대한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짓밟는다.’
이제 말로 끌 수 있는 시간은 다 지났다.
지금부터 시간을 끄는 건 오직 내 역량에 달렸다.
“구시대의 전설, 울펜 펜슈타인. 슬슬 세대 교체 타이밍이죠? 이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주세요.”
“너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면.”
울펜은 주무장인 소도를 꺼냈다. 단검보다는 기나 장검보다는 짧은 애매한 길이의 검은 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가 기공을 끌어올린 순간, 검신에 거무튀튀한 기운이 솟구치며 칼날을 감싸더니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림자의 상징이자, 근접전 최고의 기술. 상대에게 간격을 보여주지 않는 그림자 검.
울펜의 생각을 읽은 덕분에 칼이 거기 있음을 알면서도 절로 긴장이 찾아왔다. 여차하면 보이지 않는 칼날이 내 몸속을 파고들 테니까.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단한 마술을 부려야 할 것이다. 마술사.”
그에 맞서, 나에게 있는 건 한 벌의 카드뿐.
카드를 펼쳤다. 한순간 50여 장에 달하는 카드가 촤르륵 흩날리다가, 내가 섞는 척을 하며 박수를 치자 수십 장에 달하는 카드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남은 건, 아까 미리 바꿔두었던 단창 한 자루뿐.
나는 단창을 양손으로 쥐며 그를 마주보았다.
“한 판 붙죠, 퇴물.”
울펜의 신형이 사라졌다. 직후 보이지 않는 칼날이 나에게로 날아왔다.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소도가 내 어깨를 노렸다. 만일 나에게 독심술이 없었다면 여기서 승부가 났으리라. 칼날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아슬아슬하게 공격하여 반응을 보자. 마술사, 너는 검의 간격을 알아챌 수 있는가?’
다만, 독심술로는 상대의 의도가 똑똑히 느껴졌다. 언제든지 뒤로 빠질 수 있도록, 먼 거리에서 가볍게 건넨 참격이다.
그렇다면 겁먹을 필요 없지. 어깨를 살짝 비트는 동시에 창을 내밀었다. 다가오는 울펜의 정면으로 창날이 단숨에 향했다.
‘예리하다. 반응이 빨라. 단….’
팅. 소도가 내 창을 손쉽게 튕겨냈다. 나는 순간적으로 누가 창을 잡아 뽑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소도와 창. 길이 차이가 압도적인데도 더 격하게 흔들린 건 내 쪽이었다. 고작 튕겨졌을 뿐인데 손아귀가 욱신거리며 창끝이 힘없이 흔들렸다.
이것조차 속임수인 것처럼, 낭창거리는 창을 다잡고는 뻗었으나. 울펜은 이제 내 공격에 과민반응하지 않았다.
‘예리한 것에 비해 힘과 속도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 그렇다면 힘겨루기를 해볼까.’
문득 그런 생각과 동시에 소도에 시꺼멓고 끈적끈적한 기운이 들러붙었다. 검은 진흙과도 같은 기운이 창에 닿더니, 곧 창을 휘감고는 놓아주지를 않았다.
이대로 순수한 힘겨루기로 넘어갈 셈이다.
칫. 약자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이대로 힘을 겨루면 내 보잘것없는 힘이 들통나는데.
어쩔 수 없지. 창이 아깝지만.
움직이지 않는 창을 손에서 놓고, 소매에서 카드 하나를 꺼낸다.
다이아몬드 9, 손도끼.
던지기 좋은 모양의 손도끼가 왼손에 잡혔다. 들러붙은 단창을 무릎으로 차올리는 동시에, 창 그림자에 숨긴 채로 도끼를 내던졌다.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가 빙글빙글 돌며 울펜의 가슴팍을 쪼갤 듯이 덮쳤다. 갑작스레 나타난 도끼의 모습에 울펜이 반응했다.
‘카드가 무기로 바뀌었다. 연금술?’
반탄기공으로 튕겨낼까, 아니면 피할까.
고민은 짧았다. 울펜은 자기 안위를 두고 도박을 벌이지 않았다. 지근거리에서 던져진, 회전하는 도끼는 반탄기공으로 튕겨 내기는 애매했기에.
‘피한다.’
울펜이 몸을 크게 회전시켰다. 망토가 펄럭거리며 창도, 도끼도 울펜의 어깨너머로 허무하게 사라졌다. 가볍게 발을 디딘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내 손과 발을 살폈다.
‘주무기는 창이 아니군. 연금술? 혹은, 다른 무기?’
다 주무기가 아니다. 애초에 나에게는 주무기랄 게 없거든.
벌써 카드를 두 장이나 소모했다. 다시 주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겠지.
이 틈이 기회다. 그가 물러난 틈을 타, 나는 냅다 골목으로 달음박질쳤다. 내가 등을 훤히 보이고 도망치자 울펜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의문이 떠올랐다.
‘도망? 도저히 전술을 종잡을 수가 없군. 싸움에서 등을 보이는 게 얼마나 불리한지 모르는 건 아닐 터인데?’
싸움에서 등을 보이는 게 불리한 이유는 등 뒤를 보지 못하기 때문. 등 뒤를 보지 못하면 상대의 공격을 파악하지 못하기에, 도망치는 건 전장에서나 결투에서나 불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심술이 있는 나에게는, 등을 보이나 앞을 보나 별 차이가 없다. 어차피 상대의 공격은 독심술로 읽으니까.
아니, 오히려 등을 보이는 게 상대방을 방심시켜서 좋지.
‘단검을 던지며 신중히 접근하자.’
저 단검은 왜 끝도 없이 나오냐. 나처럼 카드로 만들어두고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투덜대는 것도 잠시, 울펜이 쏘아낸 단검 두 자루가 내 등을 향해 똑바로 날아왔다. 그의 손에서 단검이 떠난 순간 즉시 앞으로 굴렀다. 서늘한 감각이 등 위를 스쳐 지나갔다. 조금이지만 내 망토가 찢겨나갔다.
나름 비싼 재료로 만든 건데, 울펜의 기공은 특히 예리하다. 아무래도 방호력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단검을 감지했다. 기감이 좋군. 그렇다면, 기운을 사방에 펼치면 어떨까. 그래도 감지할 수 있을까 보자.’
순간적으로 어둠이 피어올랐다. 사방으로 퍼뜨린 기운이 안개처럼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다가왔다. 모르는 사람이 우연히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어딘가에서 산사태라도 나는 바람에 먼지가 쏟아지는 줄 알았을 것이다.
넘실거리는 그림자를 몰고 그 속에 몸을 숨긴 채, 울펜은 그림자 속에서 내게 달려들려다가.
내가 망토 속에 숨기고 있던 리볼버를 보고는 멈칫했다.
‘총? 연금술이 총도 만들어낼 수 있던가?’
다이아몬드 6, 리볼버.
저번에 한 발을 쏴서 남은 다이아몬드는 다섯 개. 기공을 펼치느라 반탄기공이 엷어진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
철컥철컥. 은밀하게 변환시킨 리볼버를 허리춤에 가져다 댄다. 방아쇠를 당긴 채로 공이를 쳐서 다섯 개의 총알을 단숨에 뿜어냈다.
타타타타타.
짧은 간격으로,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본체를 노려 총을 쏘았다. 팔, 다리, 가슴, 이마, 다리. 울펜의 사지 곳곳에 총탄이 틀어박혔다.
단시간에 연달아 충격을 받은 울펜은 잠깐 비틀거렸다.
‘모르겠다. 기량을 정확히 짚을 수가 없어. 하나 확실한 것은, 기이할 정도로 기감이 뛰어나다는 것.’
그러나 엷어진 반탄기공조차 총탄 정도는 간단하게 막아낸다. 몸은커녕 새까만 옷조차도 관통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땅으로 떨어지는 총알.
울펜은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했다. 사방으로 뻗어나간 기운이 다시금 그의 코와 입으로 스며들었다.
그건 마치 울펜이 어둠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모습을 숨기는 것은 포기한다. 우악스러운 정면 대결…. 본의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그 방법밖에 없겠군.’
드디어 자기 우위를 깨달은 울펜은, 머리를 쓰는 대신 멍청해지기로 결정했다.
흑영기공은 빛과 소리를 삼키는 기운으로 모습을 숨겨,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암살기공. 그렇기에, 울펜처럼 사방에 흩뿌리는 방식으로 적의 감각을 속이는 게 정상적인 사용법이다.
그러나 울펜은 과감하게 그 사용법을 버렸다.
되도 않게 내뿜던 기운을 몸으로 돌린다. 사방으로 흩뿌려 시야를 가리는 대신, 몸 내부로 집중시켜 힘을 더했다.
원래의 의도 따위는 보이지 않는 우악스러운 용도. 하지만.
‘오직 힘과 기공으로 승부한다.’
나한테는 쥐약이지.
아,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