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200)
EP.200 강처럼 흐르는 땅 – 2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회귀자의 생각은 나와 같았다.
“총사…! 치잇, 진짜 까다롭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회귀자가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여기 있어 봐! 내가 밖을 살필게!”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요! 보이는 순간 쏠 거예요!”
“나도 알아! 천경으로 공간을 비틀 거니까 괜찮아!”
“일제사격인데, 괜찮겠어요?!”
“비껴내야지! 방법이 없잖아! 왜, 구멍이라도 뚫어서 살펴볼까?”
그런 거 뚫어놓으면 히스토리아가 바로 찾아낸다. 그 자식, 행동은 막무가내지만 이상하게 핵심만은 잘 짚는 녀석이라. 감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내가 고개를 젓자, 회귀자는 투덜거리면서 나갈 채비를 했다.
“도대체… 저 넘치는 기력으로 총을 쏜다는 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야?! 이상하게 까다로워졌어!”
미안.
나는 짧게 중얼거리고는, 곧장 입고 있던 망토를 끌렀다. 철근 두 개를 십자가 모양으로 만든 채 거기에 망토를 두르니 순식간에 사람 모양 인형이 생겨났다.
좋아. 이 정도면 시선을 끌 수 있겠지.
“제가 뒤쪽 문을 열고 디코이를 던질 테니까, 그쪽으로 총격이 쏟아질 때 앞으로 나가세요!”
“좋아!”
‘뭐야, 제법 손발을 맞출 줄 알잖아!’
흡족해하는군. 점수를 땄다.
급조한 디코이를 들고 컨테이너 뒤쪽 문을 발로 걷어찼다. 문이 덜컹 소리를 내며 열리자, 그 문짝을 향해 총격이 쏟아졌다. 소름 끼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반쯤 열렸던 문이 그 충격으로 다시금 닫혔다가 열리길 반복했다.
“흡!”
문 사이로 디코이를 힘껏 내던졌다. 순간적으로 사람의 형체가 나타나자 병사들의 총격이 그쪽으로 향했다.
‘미끼. 저건 휴이의 작품인가.’
그러나 정작 속이고 싶었던 히스토리아는 아주 짧게 시선만 주고 신경을 껐다. 그녀의 총구는 여전히 흔들림 없이 컨테이너를 겨누고 있었다. 누가 나오든 반응할 수 있도록.
칫, 이것도 써야겠네. 하지만 디코이가 인사하면 어떨까?
네가 그렇게 소리를 잘 들어? 그러면 이것도 들어봐!
“좋은 아침, 리아!”
크게 외친 나는 내던진 디코이에 연결된 와이어를 잡아당겼다. 철근을 묶은 부분이 비틀리며, 걸레짝이 되어가는 망토가 순간적으로 손을 든 것 같은 모양이 된다. 정말 사람이라도 된 법한 행동에 아주 일순간, 히스토리아의 총구가 그쪽으로 향했다.
‘쳇, 뻔한 수작…!’
뻔한 것이 왜 뻔하겠어. 유효하니까 자주 써서 뻔해진 거 아니야.
직후 앞쪽으로 회귀자가 튀어나왔다. 상대적으로 탄막이 엷어진 틈을 타 반탄기공을 두르고 빠져나간 회귀자는 즉각 천앵을 휘둘렀다.
천검기, 천경.
반 박자 늦게 쏟아진 총탄이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길을 잃었다.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총탄의 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검을 거머쥔 채 회귀자는 눈을 부릅떴다.
멀리 보는 눈, 람안. 여섯 번째 눈으로 사방을 살핀 회귀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육장성 하나?! 어쭙잖게!”
“어쭙잖다, 라.”
타이밍을 놓친 이상 대응사격은 어렵다. 대신, 히스토리아는 자동마차 위에 붙박고 서서는 천천히 회귀자를 겨누었다.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이 넘치네, 귀염둥이.”
타아앙.
기력이 나선으로 소용돌이치며, 화약과 기공이 동시에 폭발하며 총신을 밀어냈다. 목표는 회귀자의 가슴 한복판.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전력을 다한 한 발이었다.
그와 동시에 회귀자의 칼날은 이미 움직였다.
칠색안의 칠색. 힘을 보는 눈 자안.
어마어마한 힘의 격류를, 발사부터 궤적까지 느릿하게 눈에 담았다.
강한 힘일수록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그 시작과 끝은 변화가 없이 명확하다.
반쯤 예지에 가까운, 힘의 해방을 관측하는 눈. 회귀자는 그 궤적 끝에 닿도록 손목을 움직였다. 무게 없는 천앵이 순식간에 움직인다.
수상할 정도로 성능이 좋은 마안이 총탄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러나 관측한 것만으로 따라갈 수 있다면 나는 이미 옛저녁에 세상을 지배했다. 아무리 눈이 좋더라도, 기감이 뛰어나도 막을 수 없다면 무익한 노릇.
하지만 회귀자에게는 방어에 특화된 기공이 있다.
천반경, 방어식. 쳐내기.
천앵이 허공을 가르고, 비슷한 순간 총성이 울렸다. 두 개의 궤적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지났다.
섬광이 비껴갔다. 멈추었던 숨을 깊게 내쉰 회귀자는, 휘두른 그대로 천앵을 이끌었다.
“까불지 마! 이곳은 바람이 많아!”
강처럼 흐르는 땅에서 거센 바람이 요동친다. 시야가 다 어그러질 정도의 폭풍을 휘감은 채로 회귀자가 거대하게 부풀어오른 천앵을 부채처럼 휘둘렀다.
천검기, 난영.
거대한 나비의 날개짓 끝에는, 보이지 않는 폭풍이 인다. 산들바람보다도 보잘것없지만, 나비의 작고 가벼운 몸을 밀어 올려주는 고마운 소용돌이.
그것이 지금은 몇만 배나 커진 채로, 벨트의 옆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 자동마차를 덮쳤다.
쿠르르릉. 묵직한 자동마차도 바람의 소용돌이에 힘없이 흔들렸다. 균형을 잃은 자동마차가 좌우로 허우적거리고, 균형을 잃은 몇몇이 마차 바깥으로 떨어져나갈 무렵이었다.
그 와중에도, 히스토리아는 마차의 지붕에 딱 달라붙은 채로 다음 총탄을 장전했다. 발밑의 흔들림은 자기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듯이, 팔과 다리로 능숙하게 균형을 잡고는 총을 겨누었다.
“칫, 까다롭긴…!”
“누가 할 소리.”
두 여자가 서로 대치할 그 무렵, 나는 고이 접어두었던 한 장의 보자기를 꺼냈다.
급하게 도망치느라 다 챙겨오지는 못했지만, 정말로 중요한 물건 몇 개는 챙겼다. 그중 하나가 내 트럼프 카드 한 벌. 하나하나에 어마어마한 연금화가 들어간 내 마술 카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피에르에게 특별하게 주문해서 받아온 특별한 보자기.
“원래 이렇게 쓰는 물건이 아닌데….”
마술 보자기이다. 가끔 공연할 때,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안쪽의 물건을 사라지게 하거나 바꾸는 불투명한 보자기. 특징은 아주 튼튼하고 주름이 잘 진다는 것.
이건 비밀인데, 사실 두 겹이라서 안에 무언가를 숨길 수 있다.
어쨌건 나는 아지의 입에 그 보자기를 물려주었다. 나를 빤히 보는 아지의 어깨를 짚었다.
“아지야. 할 수 있겠니?”
“멍. 날, 믿어!”
굳은 다짐을 한 아지가 곧장 앞쪽으로 뛰었다.
다음 총알을 막아낼 준비를 하고 있는 회귀자의 앞으로 아지가 내려앉았다. 한 장의 보자기를 입에 문 아지는 뿌리치듯 거세게 도리질을 쳤다.
폭풍에 흩어지는 도중에도 견제용 총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신경을 갉아먹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 그러나 아지의 등장으로 그것도 무의미해졌다.
펄럭이는 보자기, 그 아래 모든 총탄이 삼켜졌다.
투두두두둑. 물살을 거르는 그물처럼, 보자기가 뒤쪽으로 젖혀지며 들쑥날쑥한 자국이 생겨났다. 붙잡힌 총알이 헛된 소리를 냈다.
‘개의 왕이, 도구를 써? 하지만 그래도 개의 왕. 적이 되지는 못해.’
히스토리아는 시야에서 알짱거리는 아지를 무시했다. 흔들림없이 그 너머의 회귀자를 겨냥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서로 시야가 가려졌다. 이쪽을 보지 못하는 틈을 타, 관통해서 공격한다.’
무른 생각이었다.
총알이 발사되기 직전, 아지의 털이 일제히 곤두섰다. 육감에 가까운 짐승의 감. 총알이 발사되기 직전 아지는 크게 도약했다.
타앙. 다시금 울리는 총성.
그러나 총사의 총은 이번에는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두툼하고 튼튼한 마술 보자기를 꼭 문 아지가 총탄을 가로막았다.
평범한 천이라면 꿰뚫렸을 것이다. 심지어 상대는 히스토리아. 기공을 담아 쏘아내는 탄환은 세상을 찢어발길 듯 매섭다.
하지만 내 보자기도 보통은 아니라고.
총알은 회전한다. 바람을 뿌리치고 흔들림없이 나가기 위함이다. 그러나 회전 덕분에 무언가에 더 잘 들러붙는다.
보자기를 꿰뚫으려는 찰나, 그에 닿은 보자기가 소용돌이 모양으로 구겨진다. 아지가 물고 있는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누군가 거세게 잡아챈 것처럼 뒤로 늘어났다. 내 마술 천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텨냈다.
후우, 쫄렸다.
상대가 기공을 두른 칼이라면 잘릴 수도 있지만, 총알은 막아낼 수 있을 줄 알았어. 믿고 있었다고!
충격에 아지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으나 잠깐. 곧이어 휙 도리질을 치자 천에 붙잡혀 있던 총탄 수십 개가 땅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히스토리아가 혀를 차는 사이, 다른 자동마차에 타고 있던 장교가 외쳤다.
“개의 왕,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를 막지 마라!”
“멍? 나, 막는 건 이거야?”
아지가 앞발로 떨어진 총탄을 톡톡 두드렸다. 발끈한 장교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너는 인간을 적대하는 중이다!”
“멍? 유감!”
“어째서, 개의 왕이 한쪽을 편드는 거지?”
튼튼한 보자기를 입에 문 채로, 아지는 저쪽에 있는 수많은 사람을 바라보며 선언했다.
“정치적 행보야! 나, 왕인걸!”
“뭐?”
“군국, 유감을 표해!”
“이래서 왕이란 것들은…!”
분노한 장교가 으르렁거리던 때, 무언가를 감지한 히스토리아가 허공을 향해 공포탄을 쏘았다. 기공으로 이루어진 푸른 기운이 신호탄처럼 솟아올랐다.
육장성의 신호에 모두 그에 집중하는 사이, 히스토리아가 사납게 외쳤다.
“전부 회피해!”
아지가 어떻게 끼어들었는지는 몰랐지만, 회귀자는 나타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언제나 기회를 포착하고 잡아채는 능력은 회귀자의 덕목이었다.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모았다. 흐르는 바람이 회귀자를 기점으로 뒤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공을 쓰고 전설의 검을 손에 쥐고 있지만, 회귀자의 힘은 마법사와 닮았다. 세계를 바꾸고 뒤틀며, 어마어마한 힘으로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내는 개변자의 방식.
“자기만 쏠 수 있는지 알아!”
바람은 충분했다. 회귀자는 응축한 바람을 손에 쥔 채, 지잔의 손잡이를 들어 서로 맞댔다.
지금까지는 지잔을 손잡이로, 천앵을 칼날로 삼아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지잔은 포신으로, 천앵을 포탄으로.
총사의 방식 그대로 총사를 겨누었다.
‘총을 직접 맞대고 싸울 때 까다로운 거지, 원거리 화력 투사는 전혀 무섭지 않거든!’
히스토리아의 무기라고 해봤자 군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총. 나쁘다는 건 아니나 총의 태생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에 반해, 회귀자의 무기는 만능에 가까운 보검.
회귀자는 히스토리아의 방식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공평하게 서로를 밀어내야 할 바람은 반동 없는 지잔에 몸을 걸치고 전신을 쏘아낼 준비를 마쳤다. 압축된 바람이 뜨겁게 타오르며 지잔의 끝부분을 달구었다. 새까만 지잔 끝부분에 붉은 기운이 맴돈다.
땅에서 하늘로 쏘아내는, 대지가 하늘에게 전하는 자기주장.
천지검곤, 활 화산.
히스토리아와는 또 다르다. 히스토리아가 쏘아낸 힘이 세상을 관통하는 듯한 총성이라면.
회귀자의 바람 탄환은, 소리를 안에 품은 채로 적을 덮쳤다. 소리조차 아깝다는 듯, 힘 그 자체가 쏘아졌다.
엇나간 힘은 열기가 된다. 어마어마한 열기를 담은 바람의 격랑이 쏘아졌다. 그토록 뜨거움에도 불이 붙지 않은 건, 단순히 불탈 게 없기 때문.
하지만 날아가는 와중에도 좌충우돌 이글거리는 열기는 안에 담긴 힘을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혀를 찬 히스토리아는 총알을 장전하는 대신 격하게 공기를 빨아들였다.
발사할 때와는 반대로 소용돌이가 일며, 총구 안쪽으로 기력과 바람이 빨려 들어간다. 한계치까지 힘을 응축한 히스토리아는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기공을 폭발시켰다.
폭사경, 화망.
히스토리아의 기공은 불을 닮았다. 터지고, 타오르고, 분출한다.
총탄이 서로 가로지르며 만들어낸 화망이 아닌, 말 그대로 푸른 불꽃의 그물망이 회귀자의 바람을 가로막기 위해 퍼져나갔다.
터져나가듯 쏘아진 불의 그물망이 바람의 탄환과 부딪힌다. 불꽃과 열기, 언제나 함께하던 둘이 지금 서로 충돌한 채로 잠깐 길항했다.
아주 잠깐, 불꽃이 열기를 집어삼키고 부풀어오르는 듯했으나.
무리였다.
회귀자가 가진 건 전설의 검 두 자루. 심지어 대지와 하늘의 쌍검이라는 사기적인 수준의 힘이다. 개인이 발휘할 화력으로는 대항하지 못한다.
그래도 저항 정도는 할 수 있다.
“마도장교! 맞바람을!”
장교가 외치자, 자동마차에서 일제히 똑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미리 마력을 모아두고 있던 장교는 일제히 팔을 뻗으며 외쳤다.
“세트, 리! 파스칼!!”
마법처럼 독특한 수단은 같은 마법이 아니라면 대응하기 어렵다. 군국은 경직된 나라이나 전술마저 그래서야 사냥당할 뿐.
부대마다 배치된 마도장교가, 저항을 위해 남은 힘을 몽땅 끌어냈다. 내뻗은 팔과 그것을 둘러싼 장갑에서 맞바람이 쏟아져나왔다.
그마저도 부족했지만, 없었던 것보다는 나았다. 세 대의 자동마차가 왼쪽 바퀴 살짝 들리는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텼으니까.
한 대는 왼쪽 바퀴가 들린 채로 쓰러질 뻔했지만, 히스토리아가 재빠르게 권총을 꺼내 세 발을 쏘자 간신히 균형을 맞추고는 제자리를 찾았다.
권총을 집어넣은 히스토리아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대응하지 않았다면… 다 전복되었어. 바람을 다루는 힘도 난감해. 심지어 상대는 시조가 나서지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히스토리아는 후퇴를 명했다. 자동마차는 기다렸다는 듯 속도를 줄이고 핸들을 바깥쪽으로 틀었다. 구르릉, 바퀴가 거칠게 진동하며 멀어졌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메타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우리와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그래도 상대방의 수단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한 성과가 있었다. 정보가 고픈 쪽은 우리 쪽이니까.’
히스토리아는 자동마차 위에 올라탄 채로 이쪽을 계속 노려보았다. 마주 선 회귀자와 시선을 교환하는 동시에, 컨테이너 안쪽을 흘긋 시선을 던진다.
‘어차피, 총공세는 내일 아침. 탐색전으로는 나쁘지 않아.’
이게… 탐색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