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225)
EP.225 유리한 쪽은 작전을 걸고
군국의 딸이 그들을 배신했을 가능성을 언급하자, 장성들의 불편한 시선이 참모에게로 향한다.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누군가는 짚었어야 하는 문제이며, 그것은 높은 확률로 참모의 의무가 된다.
침묵이 맴도는 와중 가장 먼저 파트락시온이 손을 내저었다.
“어허. 그건 좀 너무 나갔다. 저쪽에 뭐가 있다고 전향까지나 해?”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있잖습니까. 히스토리아 소장이 그 사건에 집착하는 경향은 이미 유명합니다.”
“그래? 그 정도야? 군국의 딸내미가 피리 부는 날라리에게 집착한다고?”
파트락시온이 별생각없이 묻자, 총사대를 따라갔던 다른 장성 한 명이 벌떡 일어나서는 히스토리아를 변호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본관이 총사대에 파견되어 소장을 도울 때, 히스토리아 소장은 전력을 다해 그들과 맞섰습니다! 소장의 전향을 논하는 것은 너무 멀리 간 일입니다!”
의심할 사람이 없어서, 한참 어린 총사를 의심해? 그 나이 먹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쯧쯧.
소리만 나지 않을 뿐 그런 시선이 쏟아지자, 참모도 땀을 삐질거리며 변명했다.
“저, 저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조금만 기다려보십시오. 히스토리아 소장이 진정 잠입한 거라면,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취할 겁니다.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애써 말을 피했음에도 사방에서 날아오는 날카로운 시선. 주눅이 든 참모는 곧 자기 말을 후회했다.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는 게 참모이기에 지휘관을 곧잘 언짢게 만들지만, 그래도 자기 일을 한 건데 너무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속으로 그렇게 불만을 토로하던 때였다.
가만히 앉아있던 골렘에게서 끼긱 소리가 났다. 통신용 마도골렘이었다. 혹여나 이 상황을 타파할 정보가 생기기라도 할까, 모두의 시선이 그쪽이 쏠렸다.
골렘은 다급함이 느껴질 정도로 삐걱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메타컨베이어 벨트 담당, 군국 통신병 피유 대위입니다. 긴급 정보입니다! 주목하여주십시오!』
골렘 속 통신병이 빠르게 외쳤다.
『관측 정보! 1개 컨테이너가 벨트를 벗어나, 극동 해안도로로 질주 중! 반복합니다. 1개 컨테이너가 동쪽 평야를 질주 중!』
몇몇 앉아있던 장성들이 벌떡 일어났다. 장성이면서도 짬이 부족한 말단은 밖으로 뛰쳐나가 큰 목소리로 병력을 불러모았다.
저들이 한 발 먼저 움직였다. 목표는 극동 해안도로. 드디어 메타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땅에서 진정한 의미의 추격전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 야밤에 질주? 적극적이군. 아주 좋아. 가만히 있는 것보단 무언가를 하는 편이 낫지. 언제나 말이야.”
실실 웃던 파트락시온은 턱을 긁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기착지에서 승부를 보는 대신 해가 뜨기 전에 공국으로 달아나겠다는 심산인가 보군.”
“그렇겠지. 그들도 한낮에 평야에서 대군과 마주치고 싶진 않을 테니까. 전군! 일단 대기하라! 나 역시 베르나르테른에 연락을 취하겠다!”
프렐비요르가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은밀히 다가온 간드 대령이 파트락시온에게 말했다.
“위장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령부 명령이 아닌 이상 통신병이 제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보일 뿐입니다. 결국, 상세 정보를 묻고 판단을 내리는 건 저희 쪽입니다. 통신병에게 다른 정보가 있는지 여쭤보십시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냐? 네가 해. 나는 귀찮아.”
“…저는 이 자리에 낄 계급이 안 되잖습니까. 대장님이 하셔야죠.”
“평소에는 나를 그렇게 갈구더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겸손한 척 굴긴. 너 나랑 내외하냐?”
더는 참지 못한 간드 대령은 파트락시온을 놔두고는 냅다 소리쳤다.
“통신병! 그 컨테이너에 특이사항으로는 무엇이 있지!”
『컨테이너 외벽에는 탄흔이 가득했으며, 아래에는 급히 개조한 듯한 사륜 바퀴가 달려있었습니다. 평야를 내달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개조한 건가? 하지만 바퀴가 달렸다면 만약 더욱 위장일 가능성이 있어. 그건 딱히 손대지 않아도 굴러갈 테니까… 그것을 이끄는 동력은 뭐지?”
『컨테이너 전방에, 체고 3m가 넘는 거대한 붉은 말이 그것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역사서에 기록된 시조의 권속, 혈마 랄리온이라고 추정!』
혈마 랄리온이라면 시조의 권속이며, 그녀와 떨어진 적이 없다는 추억의 말이다. 그게 있다면 실제로 시조가 같이 있거나, 아주 공을 들인 위장이거나 둘 중 하나다.
어쨌건 정보는 주어졌다. 판단은 이쪽의 몫이다. 간드 대령은 혹시나 다른 단서가 있을까 다시 물었다.
“말하지 않은 또 다른 특징은? 아무거나 다 말해도 좋다.”
『위장 가능성이 농후하여 따로 보고를 드리지는 않았으나, 어둠으로 둘러싸인 컨테이너 상단에, 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의 실루엣이 비쳤습니다.』
모두들 말을 멈추었다. 제복을 입은 젊은 여성, 그녀가 누구인지는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간드 대령이 중얼거렸다.
“…만일 그게 위장이라면, 매우 믿음직스러운 미끼로군요. 확인하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길 만큼.”
아마 컨테이너 안에는 히스토리아가 있을 것이다. 그게 위장이든, 아니든. 최소한 혈마 랄리온을 따라잡고 그 안을 확인할 병력을 보내야 한다는 소리다.
참모를 비롯한 몇몇 장성이 프렐비요르에게 호소했다.
“병력을 나누는 건 악수입니다. 한 곳을 결정해야 합니다.”
“단서가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어느 한 곳을 선택한다면 다른 쪽은 비우게 된다. 부대야 나누면 되지만, 육장성은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육장성이 없다면 저들을 저지할 수는 있어도 이길 수 없다.
최종 결정권자는 마장과 절창이지만 작전을 내는 건 장성이다. 그들의 고민이 깊어질 시기였다.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앉아있던 파트락시온이 마도 골렘을 향해 말했다.
“통신병. 그들이 벨트에서 뛰어내린 위치가 어디지?”
『메타컨베이어 벨트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할 때, 약 50분 거리입니다.』
“좋아. 할매! 잠깐 갈 준비나 하자!”
프렐비요르가 파트락시온의 행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건 왜 묻는 거지?”
“아까 말했잖아. 히스토리아가 일부러 잡혔다고.”
“들었다. 그것과 무슨 상관… 아.”
히스토리아는 일부러 잡혔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이 위장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파악하고 있다는 뜻.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암호든, 아니면 신호든.
거기까지 사고가 이어진 마장이 작게 탄식했다.
“그렇군! 소장이 남긴 신호를 발견한다면 단서를 얻을 수 있겠구나! 오랜만에 도움이 됐다, 애송이!”
“말로만 대견하다, 대견하다 하지 말고 믿어줘야지. 그게 자식을 대하는 자세야. 어이쿠. 할매는 결혼도 안 했으니 그걸 모르겠구나.”
“쓸데없는 소리. 나는 마법과 결혼했다.”
“노처녀들이 신처럼 주워섬기는 말이네.”
장성들은 조금의 웃는 티도 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새어나간다면 군생활뿐만 아니라 생활이 부서질 수가 있었다
품위도 없이 중얼거린 파트락시온은 마장을 뒤로하고는 명령했다.
“자, 두 가지 모두 채비하자! 컨테이너가 미끼일 경우, 그리고 진짜일 경우 나눠서! 어떤 경우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육장성의 명령에 따라 부대는 바쁘게 움직였다. 통신병을 통해 베르나르테른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두 쪽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채비했다.
파트락시온은 몇몇 장성과 함께 프렐비요르의 마법으로 하늘을 날았다. 거인이 바람을 통째로 붙잡고 걸어가는 듯한 프렐비요르의 마법은 상하좌우 전후좌우로 요동치는 배에 탄 것마냥 끔찍한 기분이었다.
파트락시온이 멀미를 하지 않은 건 순전히 그가 건강을 넘어 강건했기 때문이었다.
“우욱. 곤기공을 익히지 않으면 10할 멀미한다. 이러니까 장성 진급조건이 ‘마장의 비행 마법을 견뎌낼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어떤 새끼가 그딴 망발을 하는가?”
그렇게 목표 위치에 도착한 마장과 절창을 비롯한 몇몇 장성은 재빨리 탐조등을 켜고 주변을 수색했다. 조금 전까지 어둠이 머물다 간 것 같은 을씨년스러운 벨트 위에는 전투에 휩쓸린 컨테이너 몇 개가 널브러진 모습이 보였다.
낯익은 발자국을 발견한 파트락시온은 거기에 발을 맞추고 서서, 낮에 있었던 전투를 복기했다.
그는 이 위치에 도착한 뒤 시조와 맞서 싸웠다. 싸움을 걸었다가 튕겨 나오기를 수차례. 어둠 너머는 정말 밤이라도 찾아온 것처럼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으나… 분명, 그들이 머물던 컨테이너는.
여기서부터 30보.
파트락시온이 뛰듯이 성큼성큼 삼십 발자국을 걸었다. 그가 마지막 발을 내디뎠을 때, 컨테이너가 있었던 땅은 지금 평탄한 바닥만을 내보였다.
“흠. 컨테이너를 옮긴 건 확실한데.”
중얼거린 그의 눈에, 메타컨베이어 벨트 모퉁이에 부자연스럽게 엎어진 컨테이너 조각이 보였다. 한달음에 다가가 그것을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기공으로 섬세하게 뚫린 점자. 군용 암호였다. 히스토리아는 잡힌 척하고 이쪽의 정보를 알려주었던 것이다.
파트락시온은 시시콜콜한 암호를 외우지 않고 있었기에 그 암호문을 간드 대령에게 건넸다. 간드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
“붉은 말은 미끼.”
총사의 잠입에는 의미가 있었다. 새롭고 치명적인 단서가 주어졌다. 프렐비요르도 굳게 고개를 끄덕이고, 파트락시온도 씨익 미소를 지었다.
“들었냐. 혈마는 위장이란다. 저쪽은 아직 컨베이어 벨트에 남아있겠지! 다들 준비해!”
자, 공이 하나 있다.
몸이 달아 기다리는 관객을 상대로 이 공을 숨겨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왼손에 숨겨야 할까, 아니면 오른손에 숨겨야 할까.
티르는 오른손을 골랐다. 아지는 냄새를 맡고 찾아냈다. 나비는 하악질을 하는 바람에 무서워져서 냉큼 보여주었다. 회귀자는 녹안으로 꿰뚫어 보려고 했다… 다음부터는 얘한테 마술 절대 안 보여줘, 진짜로.
그리고 히스토리아는, 담배 연기를 풀풀 풍기며.
“…손 자체가 속임수, 겠지.”
역시, 예전에 오래 봐와서 그런지 나를 좀 잘 안다는 말이야.
왼손과 오른손을 언급한 시점에서 저쪽의 주의는 그 둘로 쏠린다. 사실, 굳이 거기 숨길 이유는 없는데. 단지 선택지를 제시한 것만으로도 그 답안에 매몰되고는 만다.
실제로는… 내 주머니 안에 숨어있는데 말이지.
“안쪽으로 가죠.”
그래서 나는 제안했다.
사실 해안도로로 뚫어도 어찌저찌 갈 수는 있을 것이다. 티르의 힘은 가공할 정도이고, 회귀자는 수단을 가리지 않을 시 어떻게든 이루어낼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굳이 군국과 충돌할 필요는 없잖은가. 말마따나, 저쪽이 눈이 뒤집혀서 베르나르테른 같은 정규군을 끌고 오면 곤란한 쪽은 우리다. 그 정도부터는 정말 생사결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설마 군국이 미쳐서 정규군까지 끌어오겠냐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
그러니까.
“우리는 이너서클. 메타컨베이어 벨트의 내부로 진입하여, 지름길을 뚫죠.”
굳이 공국으로 향할 이유. 없다. 애초에 군국이 아니면 누가 굳이 우리를 잡으려고 할까.
위쪽으로 돌아서, 무저갱 황야를 경유하여 열국으로 향해도 되는 문제다.
“저쪽이 극동에 중심이 쏠린 사이, 우리는 군국의 옷자락 안에 숨어서 북쪽으로 향합시다. 한참을 앞지른 다음 화물인 척 메타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타… 편안하고 쾌적한 여행을 즐기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