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254)
EP.254 강철의 나라와 얼굴 없는 인간들 – 3
‘만일 네게 충분한 정의감이 있다면, 이 제련소는 당장 부수고 싶을 정도로 증오스럽겠지.’
딱히 이 제련소가 증오스럽지는 않다. 인간의 증오는 오직 인간을 향한다.
물건을 보고 화내는 사람은 머저리다. 의미 없는 일에 공을 쏟으니까. 나라를 향해 증오심을 불태우는 사람은 바보다. 나라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감정을 소모하니까.
사실 그들은 전부… 그 너머에 있는 인간을 찾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시설을 파괴하고 노역자를 해방하는 게 가장 일반적인 선택.’
내 감정이야 어쨌든, 지금은 지크흐룬드의 대본을 따라간다. 그가 생각한 대로 나를 이곳까지 이끈 회귀자와 히스토리아를 향해 요구했다.
“당장 이곳을 다 때려 부수죠! 군국의 죄악,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 노역장을 때려 부수고 노역자를 해방하면 군국도 커다란 타격을 입을 거예요!”
‘하지만, 이 제련소의 진상을 아는 자라면 그 주장에 동의하지 못할 터.’
지크흐룬드의 대본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그가 고른 무대는 모두에게 공감되는 분노를 일으켰고, 그가 초빙한 배우들은 전부 그의 생각대로 움직였다.
“어서요! 시간 끌 이유 없잖아요!”
회귀자는 이 공간을 불편해하면서도 내 제안에는 난색을 표했다.
“부숴? 여길? 지금?”
“지금, 이라니요?”
“지금 시점에서, 연금강 제련소는 흉악범을 가둬두는 곳이잖아. 여기 있는 녀석들은 다 범죄자들이라고.”
회귀자가 보고 왔던 미래에는 흉악범 말고도 다른 인간을 가둘지도 모른다. 그때 군국은 벼랑 끝까지 몰려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자만 연금강 제련소에 있다. 고통받는 이들의 기억을 살펴보면 지옥에 가도 감히 죗값을 치를 수나 있는지 의심되는 이들이 많다.
무고한 시민에게 신무기를 시험해 본 장교나, 흡혈귀가 되고 싶다는 이유로 어린아이를 납치하여 피를 취한 여인. 지주회사를 장악한 뒤 폭력배를 고용하고 사조직을 만들어 왕처럼 군림한 어리석은 이까지.
용서할 수 없으며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조차 불의인 죄인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는 합법 지옥인 셈이다.
“그래도!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이런 방식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쩌자고? 이들을 아무런 조치 없이 풀어줄 수는 없어.”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나와는 대립하는 의견이 생긴다. 이 역시, 지크흐룬드가 적은 대본대로.
‘특히, 총사는 절대로 이들을 그냥 해방할 수 없다. 몇몇은 그녀가 직접 잡아넣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총사가 취할 행동은 정해졌지.’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나와 회귀자가 결정을 못 내리고 잠시 고민하는 동안, 무언가 결심한 히스토리아가 운을 띄웠다.
‘모든 고민을 해결할 간단한 방법. 이들을 전부 죽이면 된다. 이들은 이미 사형을 언도받은 대죄인이고, 총사에게는 죄인을 즉결처분할 권한이 있으니.’
“노역자의 행동은 생체 단말을 꿰뚫은 쇠사슬에 의해 제어되고 있어. 그리고 혹시나, 노역자들이 반란을 일으킬 때를 대비해 장치를 준비해뒀지.”
“노역자가 반란을 일으킬 때를 대비해서, 군국이 만든 장치? 그다지 좋은 장치처럼 들리지는 않는데.”
“…미뤄둔 사형을 집행하는 장치야.”
간단히 말해, 그 장치를 작동시켜서 이곳 모두를 죽이겠다는 뜻이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야기에 다들 놀란 사이, 히스토리아는 그 말만 남기고는 앞장서서 걸었다.
‘총사는 한정된 보신주의를 갖고 있다. 자기가 정한 테두리 안쪽의 사람은 필사적으로 지키지만 그 바깥의 존재는 쉽게 내버린다. 제련소의 노역자는 명백히 테두리 바깥의 존재. 총사에게 있어, 연금강 제련소의 노역자는 구할 가치가 없는 것들.’
그래서, 히스토리아는 이들을 전부 죽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가 지크흐룬드의 대본에 따라 발끈하려는 찰나, 나보다 먼저 회귀자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다 죽이자는 거야? 이 많은 인간들을?”
“이곳의 노역자들은, 이미 사형을 선고받은 5레벨의 중범죄자. 갱생의 여지가 아예 없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용납하지 않아. 이들은 군국이 곧 시체가 될 이들을 이용하는 것뿐이야. 휴이 너도, 이들이 저지른 죄를 알면 당장 네 손으로 찢어 죽이고 싶어질걸.”
나야 별생각은 없지만, 확실히 이 정도 죄목이라면 살아남기는 글렀다. 이곳이 군국이라서 써먹으려고 살려둔 거지, 왕국 시절이었다면 집행 기사라고 불리는 떠돌이 기사들이 정의를 집행한답시고 대낮에 결투를 벌여 아주 잔혹하게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목을 앞에 효수했겠지.
무엇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회귀자가 투덜거렸다.
“그래도 그렇지. 이들을 다 죽이는 건 좀.”
“전쟁을 막으려는 네게 있어서도 나쁜 일은 아닐 텐데. 당장은 비축된 연금강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추가적인 공급이 없으면 장기적인 전쟁은 불가능해. 시설이야 어떻게든 복구할 수 있지만… 죽은 인간은 복구하지 못하니까.”
“끙. 그렇긴 한데.”
‘어떤 결론이 나던, 너희 모두는 결국 최심부 제어실로 향할 것이다.’
뾰족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티르는 점점 지지부진해지는 이야기에 지루해하며 그들을 중재했다.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를 않는구나. 시간이 그리 많다면야 나야 천년만년 기다려 줄 수 있다만, 너희는 한시가 급하지 않았더냐?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전에 일단 움직이자꾸나.]티르가 뒤를 돌아보며 ‘캐러팔드’를 불렀다.
[길잡이!]티르가 부르자,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던 ‘캐러팔드’가 길잡이는 자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대답했다.
“어, 저, 저요?”
[우리를 안내하거라. 그것이 너의 임무이니.]“네, 넵! 그러면 제어실로 안내하겠습니다!”
‘좋은 배우들이로군. 어젯밤 내내 고친 대본이 무색하지 않게 해주었어.’
칭찬해줘서 고마워. 너도 대본 좀 잘 짜더라. 인간에 대한 관찰력이 제법인데 말이야.
‘흠, 하지만. 배역이 비어 있지 않으면 내가 연극에 참가할 수 없잖아? 그래서야 재미없지. 무리를 조금 나눠볼까.’
우리를 저 안쪽으로 안내하려던 ‘캐러팔드’는, 잠시 멈칫거리고는 걱정스레 공주와 시아티를 돌아보았다.
“저, 공주님. 공주님께는 퇴로를 지켜주십시오. 안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절규에 잔뜩 움츠리고 있었던 공주가 되물었다.
“퇴, 퇴로를 지키라니요? 저, 저보고 이곳에 혼자 남아있으라고요?”
“아니요. 바깥에서 보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안쪽은… 그. 공주님 보시기엔 좀.”
‘캐러팔드’는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고는 우물쭈물거렸다.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말한 것과 다름없다. 안쪽에는 더 끔찍한 광경이 있으니, 공주는 밖에서 쉬고 있으라는 뜻이었다.
공주는 충분히 그 뜻을 알아챘다.
“캐러팔드. 혹시 제가 충격을 받을까 봐 떼어놓으려는 건가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퇴로를 지켜야 하니까요. 만일 지켜야 한다면 공주님께서 적임이시니까….”
‘적의를 피하는 공주는 떨어뜨리는 편이 좋다. 인간의 감정, 그 자체에 간섭하는 반칙적인 존재는 배우 역할에 걸맞지 않아. 잘 연출된 무대에서 열연하는 배우의 외침이 일으키는 감동이야말로 진짜지. 공주는… 기계장치에게 맡겨야 겠군.’
공주는 발끈해서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타이밍 좋게도 누군가의 끔찍한 비명이 들리고, 공주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움츠러들었다.
회귀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곳을 파괴하든 뭘 하든. 공주가 활약할 일은 없을 거야. 여기에는 적이 없으니까 네 능력을 쓸 일도 없겠지.”
미안하지만 틀렸다. 저 최심부에는 아마 적이 숨어있을 거다. 그러니까 지크흐룬드도 공주를 내보내려는 거고.
그러나 지크흐룬드의 이 일련의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를 제외한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만일 내가 그의 정체를 밝히며 나서도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내가 그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최근까지 같이 있었을 시아티도, 공주도 알아채지 못했는데 6년이란 간극이 있는 내가 알아채는 게 더 비합리적이니까.
그렇다고 독심술의 존재를 밝힐 수도 없고.
“으, 저, 저는….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공주가 남아있기로 결정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때. 나도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티르, 셰이 씨. 미안해요. 저도 잠깐 빠져있어도 될까요?”
티르는 내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휴. 안색이 창백하구나. 괜찮으냐?]“네. 그저 마음의 문제일 뿐이에요. 어떤 결말이 나오든… 지켜보고 있기 힘들 것 같아서요.”
살짝 내리깐 시선, 꽉 쥔 주먹. 나는 누가 보더라도 제련소의 모독적인 광경에 분노한 모습이었다.
내 달라진 태도에 티르는 잠깐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는 자애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할 만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오지 않았느냐. 지치지 않는 흡혈귀와는 달리, 너에게는 약간의 휴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구나.]“고마워요, 티르. 저는 그러면 아지랑… 잠깐, 아지는 또 어디 갔지?”
공주가 뒤쪽을 가리켰다.
“아지 양은 저기… 문에 들어올 때부터 우뚝 멈춰서는 들어오질 않던데요.”
“왠지, 개 짖는 소리가 안 들리더니.”
고개를 돌려보니 아지는 문틈으로 안쪽을 흘금거리면서도 차마 발을 내딛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결계에 가로막힌 것 같았다. 어떤 노역자가 고통에 신음할 때마다 아지는 무언가 불편한 듯이 이빨을 드러내며 그르렁거렸다.
인간의 감정에 민감한 아지에게, 수많은 인간이 고문 수준의 형벌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는 이곳은 지옥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어차피 아지를 혼자 둘 수도 없었으니. 잘 되었네요. 저는 바깥에서 왕들이랑 망이나 보고 있을게요.”
회귀자도 흔쾌히 허락했다.
“뭐, 그래. 아까 바깥쪽에는 별다른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어차피 단순 파괴 행위에 네 힘까진 필요없기도 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후딱 처리하고 나올게.”
회귀자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나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한시라도 빨리 떨어지고 싶다는 듯이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
‘일단, 둘은 떨어뜨려 놓았다. 공주랑 참모. 괜찮은 배역이군. 내가 그 배역을 연기한다면, 충분히 즐거운 장면이 나오겠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네가 내 자리를 차지한다면, 꽤 즐거운 장면이 나올 거야.
그러니까 나도 무대를 준비해두고 있을게. 너 혼자만 무대를 독차지 하는 건 불공평하잖아. 그렇지?
철컥. 연금강 제련소의 강철 문이 닫혔다. 틈 하나 보이지 않도록 단단히 닫은 나는 팔을 뻗어 아지를 쓰다듬었다. 아지는 여전히 기분이 나쁜지 그르렁거리고만 있었다.
“저… 휴이, 님?”
“네? 왜요?”
나는 아지를 달래며 싱긋 웃어 보였다. 공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표정을 힐끔이며 물었다.
“방금, 표정이 갑자기 바뀌신 것 같아서…. 무슨 즐거운 일이라도 떠올리신가요?”
“즐거운 일? 조금 전까지 저딴 꼴을 보고 왔는데 어떻게 즐겁겠어요?!”
“죄, 죄송해요오…! 어, 그런데 눈은 웃고 계신데요….”
“당신이 내 표정에 대해 뭘 알아!”
“히익!”
웃고 있긴. 나는 분노해야 한다.
저들은 죽어 마땅한 범죄자다. 인간은 대의를 위해 다른 인간을 심판할 권리를 갖기에, 죄악을 저지른 저들은 대의의 이름 아래 처단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존엄이라는 게 있다. 설사 그것이 범죄자라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도리니까.
우습게도.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주님? 어차피 죽어야 할, 그리고 죽을 이들인데. 묶여서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다니.”
“그, 그렇지만… 죽일 거라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모두의 앞에서 죄를 드러내고 최후를 맞이하게 해야죠. 저건, 저건 너무해요! 쇠사슬에 묶여서 착취당하는 건 마치… 가축 같잖아요!”
공주는 주먹을 꾹 움켜쥐며 치를 떨었다. 적의란 종류의 감정을 접해본 적 없었던 그녀의 일생에서, 군국의 악의와 접한 건 처음이었을 테니까.
“가축처럼 착취하면 안 되나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당연히 안 되죠!”
“어째서죠? 군국에게는 이런 시설이 필요하고, 이런 시설을 운영할 능력도 있어요.”
“할 수 있다고 뭐든지 해서는 안 되잖아요! 언제나 정도를 지켜야 해요. 그것을 지키지 못해서 저희 부모님도…!”
차마 말을 못다 한 공주를 위해 내가 뒷말을 이어주었다.
“그러게요. 선친께서는 왕국 경영 더럽게 못 해서 나라를 말아 드셨죠? 본인이 말아먹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경험자다 보니 와닿는 바가 다르네요.”
“네, 네에?!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요! 얼굴도 못 보았다고는 하지만, 제 부모님이세요! 최소한 제 앞에서는 말을 가려주세요!”
나는 피식 웃으며 아지와 함께 자동마차에 올라탔다. 공주는 씩씩거리며 내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자동마차에 앉았다.
‘정말,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제가 그런 걸 따지는 건 아니지만, 예절이나 품위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배려도 부족하고…!’
“해서는 안 될 말이지만. 할 수 있죠.”
자동마차의 시동을 걸었다. 우레바퀴가 털털 돌아가며 자동마차 전체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멈추었던 자동마차가 다시 박동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주가 놀라서 말을 걸었다.
“잠깐만요, 휴이 님? 망을 보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말이란 것도 결국 제 입과 혀를 이용해서 소리를 빚어내는 건데. 무엇을 발음하고 순서를 어떻게 배치하냐에 따라 해선 안 될 말이 되지요.”
구르르릉. 점차 가속하던 자동마차는 곧 최고속도에 이르렀다. 나는 조종간을 돌려서 거대한 연금강 제련소의 외벽을 따라 달렸다. 좌측에 보이는 건 끝도 없는 회색 콘크리트 벽. 아무리 가도 똑같은 광경만 반복되어, 곧 내가 전진하는 건지 멈춘 건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다.
“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할 수 없어야죠.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걸요.”
“…예컨대, 가능한 일이라면 그건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군요.”
잘 알아듣네. 예리하고 제법 머리도 돌아가서 말이 잘 통한다니까.
“하지만 달라요. 할 수 있다고 뭐든지 하는 것이야말로 야만이며, 죄예요. 왕국이 멸망한 건 할 수 있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해서였어요.”
“나보고는 뭐라고 하더니, 정작 자기가 부모님을 탓하네.”
“제 부모님이니까 뭐라고 해도 제가 해요!”
발끈한 공주가 빽 소리치곤, 눈을 똑바로 뜨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네! 왕국은 멸망할 만했어요! 그러니까, 해서는 될 일과 안될 일이 있어요! 예전에 왕국의 치안을 책임졌던 집행 기사분들. 그분들은 죄인을 처치하고 규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세상을 떠돌며 집행 결투를 했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집행 결투는… 보다 더 참혹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처형식이 되었어요! 심지어 무고한 이마저 누명을 씌워서 처형하는 일도 생겼죠!”
“그건 타락한 집행기사들의 잘못이잖아요?”
“기사들의 왕국이었잖아요! 왕국이 그들을 긍정했으니까, 왕이, 저희 부모님이 결국 모두의 손에 끌어 내려진 거예요!”
모순…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지. 공주의 말에는 조금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나는 그곳을 조심스레 짚었다.
“그 말대로라면, 공주님 입장에선 저 제련소의 존재가 반갑겠네요. 부수지 않는 편이 좋겠죠? 언젠가, 저 제련소는 흉악한 범죄자뿐만이 아니라, 군국의 뜻에 반하는 모두를 잡아넣다가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말 테니까. 이야, 레지스탕스 만만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