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340)
콰아아아앙! 폭풍이 몰아치는 소리와 함께 로우켓이 공기를 찢으며 질주했다.
저게 어떻게 탈것이야. 폭발에 날아가는 거잖아. 어쩌면 저거, 최고속도는 아지보다 빠를지도. 짐승의 왕보다 빠르다니. 인간은 거기까지 도달한 건가?
물론, 아지는 네발짐승. 민첩하게 회피기동을 한다면 간단히 따돌릴 수 있겠지만….
“무우우웅! 짐덩이!”
그랬다간 뒤에 탄 내가 못 버틴다. 급히 방향을 바꿨다간 내가 수레와 함께 땅을 굴러서 피떡이 되겠지. 인간을 다치게 할 수 없는 아지는 변변찮은 수가 없어 그저 달리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게는 아지만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하늘을 향해 악을 쓰며 소리쳤다.
“빨리 와요!”
“가는 중이야!”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머지않아 회귀자가 내 앞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신호를 보내 아지를 멈추게 한 나는 회귀자를 향해 외쳤다.
“왜 이렇게 늦어요?”
“보자마자 바로 달려왔거든! 너야말로, 회주를 찾았으면 먼저 알려야지!”
“찾기 전까지 내가 찾을 줄 알았나!”
“찾겠다고 말이나 하든가!”
투덜거린 회귀자는 지잔을 꺼내 땅을 내리쳤다. 지잔의 궤적에 닿은 땅이 들썩이며 솟아나더니 낮은 벽을 만들었다. 넘어 다니긴 어렵지 않지만, 바퀴 달린 차량에게는 약간 부담스러운 높이였다.
“너는 또 뭐냐?!”
로우켓의 사륜차가 토벽을 앞두고 추진기의 방향을 바꾸었다. 8개의 추진기가 이쪽으로 보고 불꽃의 벽을 만들었다. 역분사로 속도를 죽인 로우켓은 시끄럽게 소리쳤다.
악을 쓰는 로우켓을 앞두고 회귀자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열폭회주라고 했지? 할 말이 있어.”
“나를 열폭회주라고 부르지 마라! 나는 로드 로우켓이라고 몇 번을 말하나!!”
“아, 미안. 알았어. 로드 로우켓.”
회귀자의 대답에는 별다른 뜻이 없다. 그냥 상대 이름이겠거니 하고 불러줬을 뿐이다. 그러자 자기가 원한 호칭으로 불리자 로우켓은 한껏 누그러진 채로 좌석에 걸터앉았다.
“그래. 말해봐라.”
저 사람 뭐야. 온도 오르기 쉬운 만큼 내려가기도 쉽다는 건가. 감정의 비열이 0에 가깝네.
비정상인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는 것일까. 회귀자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
“너도 회주라면 황금궁의 위치를 알겠지? 황금궁의 명령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고.”
“흥! 당연하지!”
“잘됐네. 황금궁의 위치를 알려줘.”
“뭐? 맨입으로?”
로우켓이 손을 내저으며 되물었다.
“저울 한쪽에 네 제안을 올렸다면, 반대쪽에도 무언가를 올리는 게 마땅하지. 내가 정보를 건넸을 때, 내가 얻는 게 뭐지?”
‘아, 맞아. 열국은 사사건건 대가를 물고 늘어졌었지? 잠깐 헷갈렸네.’
회귀자는 품을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다면체로 된 황금, 이해의 금이었다.
“자, 여기. 이거.”
“…저울이 뭔지 모르나? 황금경께 직접 처형당할 권리를 대가로 삼아? 희귀한 것과 가치 있는 것을 구분할 줄도 모르다니. 그 저주받은 것 치워!”
로우켓이 질색했다. 회귀자가 찔끔 이해의 금을 품에 넣자, 로우켓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바라는 것은 정보. 그렇다면, 저울의 반대편에는 그에 마땅한 정보가 있어야 할 터! 말해라. 없다면 거래도 없다!”
“끙. 잠깐만 기다려….”
회귀자는 인상을 쓰며 이전 회차에서 겪었던 일을 회상했다.
‘정보, 정보라. 어디 열폭회주라는 회주를 이전 회차에서 만난 기억이 없는데… 아! 맞아! 총사에게 격추당해 죽었다고 선전물에서 봤었어!’
너에게 정보란 이전 회차에서 얻은 것밖에 없냐. 이번 회차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그걸로 도대체 어떻게 설득하려고.
회귀자는 냅다 질렀다.
“너. 전쟁 일어나면 죽어.”
“…뭐라?”
“군국과의 전쟁 말이야. 이대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네가 가장 먼저 죽을걸?”
아니. 아직 안 일어난 일이잖아. 그걸 질러도 되는 거야?
“우리는 사실 휴전 협정을 맺으러 가는 거거든. 전쟁이 멈추면 너도 죽을 일 없어. 어때. 일석이조지?”
회귀자는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그렇다. 전쟁이 멈춘다면 열폭회주도 죽을 일 없겠지. 비극을 몸소 경험하고 돌아온 회귀자 생각에 휴전은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안 해서 나쁠 것 없는 일이다.
다만 진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 저기, 지금 말없이 회귀자를 노려보는 로우켓처럼.
“휴전이라고? 군국에서 제안하는 건가?”
“응,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나의 용매 부대를 공격한 건가?”
“딱히 죽이지는 않았는데? 애초에 그들은 열국인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던걸?”
로우켓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용매 부대는 대다수가 땅에 떨어졌을 뿐이다. 회귀자는 추진기를 꺼서 살육을 멈췄을 뿐이고, 티르도 용매 부대를 잡아끌면서 화풀이 중이지 딱히 죽이진 않았다.
지금 용매 부대를 공격하는 건 분노한 승냥이들. 다만 도망치던 중에 충돌한 거라, 아직까진 용매부대의 손실이 얼마 되진 않았다.
상황을 다 파악한 로우켓은 차량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나를 죽이겠다는 놈은 수백 명도 더 있었다. 다들 내 힘을 비웃으며, 돈을 땅에다가 버리는 병신이라고 지껄였지. 그들을 상대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아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로우켓은 발을 세게 굴렀다. 사륜차의 뒷좌석이 열리고, 거기서 수백 개의 로켓이 편대를 이뤄 하늘로 솟구쳤다.
“로켓을 그 주둥이에 박고 터뜨려주었다. 하나같이 다.”
어두운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간 로켓들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로켓에 담겨있던 수천 수만 개의 강철 파편이 불티를 내며 비처럼 쏟아진다. 열폭회주의 권능이 담긴 강철은 아무런 이유 없이 불에 타며, 저들끼리 만들어낸 바람에 휩쓸린다.
추진기의 연료가 다했더라도 상관없다. 열폭회주의 권능이 공간을 가득 담고 있는 지금, 이 땅은 로우켓의 공간이다.
“황금경의 연금술과 하나 된, 내 이 힘! 짜증나는 것들을 전부 날려버리는 힘으로!!”
꺼진 추진기에 불이 일제히 붙었다. 땅에 떨어진 용매 부대는 로우켓의 능력으로 다시 솟아올랐다. 불타며 흩날리는 강철을 연료 삼아서.
그 모든 걸 배경으로 선 열폭회주 로우켓의 모습은 전쟁의 겁화 그 자체였다.
“전쟁?! 죽는다고? 웃기지 마라! 지금까지 그 어떤 것도 나를 죽이지 못했어!!”
그러나 회귀자는 별다른 감흥 없이 대답했다.
“그러면 다음에 죽겠네.”
‘총사의 리, 영점잡이는 필중이야. 하늘을 날아다녀도 총탄보다는 느리니까 무조건 맞아. 거기다 총검총의까지 깨우쳤다면… 저 부대는 그냥 추풍낙엽이겠네.’
회귀자는 다 생각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로우켓에게는 독심술이 없다. 아니, 그는 입바른 말도 땔감 삼아 불탈 수 있는 다혈질이다. 회귀자의 말은 그의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어디!!! 한 번 죽여봐라!!!”
로우켓이 손을 흩뿌렸다. 공기 중에 흩어진 철가루가 분화하여 타올랐다. 회귀자는 급히 천앵으로 바람의 막을 만들며 외쳤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사실 요청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전쟁은 일어날 것이다! 너희들의 죽음을 시작으로, 더 거세게!!”
열폭회주 로우켓은 주전파. 전쟁이 벌어지기를 누구보다도 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옛이야기 중, 세 며느리에게 동전 한 닢으로 방 안을 가득 메우라고 과제를 내린 이야기가 있다. 옛이야기답게 정답이 여러 개 전해져 내려오나, 대체로 소리나 빛, 향기나 열 등 보이지 않는 물질로 채웠다고 한다.
그 옛 이야기대로다면 지금 무저갱 평야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찬 상태였다.
폭탄, 폭음, 폭연, 폭발. 사방이 폭탄과 그 부산물로 가득 찼다. 열폭회주가 흩뿌린 폭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곳에서 폭발했다. 흙먼지가 폭연에 휘말려 흩날리고, 땅이 사정 없이 파헤쳐졌다. 나름 평탄하던 평야에 역사적인 굴곡이 새겨졌다.
아지는 그 참극을 보며 짖었다.
“멍멍! 나쁜 인간들! 야단법석이야!”
“다 나쁜 건 아니잖아. 저 사람이 나쁜 거라고.”
아지가 나를 끌고 억지로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는 동안, 회귀자는 천앵으로 로우켓과 맞섰다. 열풍을 폭풍으로 막아낸 회귀자는 로우켓을 노려보며 외쳤다.
“무슨 짓이야!”
“이런 짓이다!”
로우켓이 맨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러자 땅에 금속이 나무뿌리처럼 뻗어나갔다. 연금술의 마력이 흙과 모래를 금속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급조한지라 무르고 약하지만, 그런 저급한 금속도 회주의 손에 닿으면 가치를 만들어낸다.
“터져 죽어라!!”
땅속 깊숙이 파고든 금속이 일제히 폭발했다.
흙이 가닥가닥 쪼개져 뒤집어졌다. 폭연과 흙먼지가 휘몰아쳐서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다. 땅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만이 그 폭발의 크기를 짐작하게 할 뿐.
무차별적인 파괴에 기겁한 아지가 더욱 수레를 끌며 울부짖었다.
“아우우우우우! 인간놈들!”
“인간이 미안해.”
“멍!”
연금술과 고유마도의 결합은 가치를 속여낸다. 흙더미를 연금해보았자 흙더미로 만든 싸구려 철쪼가리일 뿐이나, 열폭회주는 폭탄으로 쓸 수 있다.
고유마도와 연금술을 적절히 활용하는 열폭회주 로우켓은 확실히 강하다.
하지만….
“그렇게 죽고 싶어?”
회귀자는 더 강하다.
회귀자는 천앵으로 폭풍을 헤치고 지잔으로 땅을 끊었다. 어마어마한 폭발도 털끝 하나 태우지 못하고 땅을 타고 다가오는 금속의 뿌리도 쪼개버렸다. 쌍검을 가로로 든 회귀자는 살의를 담아 스산하게 중얼거렸다.
“알았어. 그러면 당장 죽여주지.”
그리고 성깔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도 않다. 상대가 적이라는 확신이 들자마자 천앵을 휘둘렀다.
“천검기, 도룡참!”
폭연과 흙먼지가 비스듬히 갈라졌다. 길게 늘어난 천앵은 회귀자와 로우켓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어깨서부터 옆구리까지, 보이지 않는 칼날로 베인 로우켓이 크게 비틀거렸다.
“커헉…!”
휘청이던 로우켓은 이내 사륜차 위로 푹 쓰러졌다. 회귀자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흥. 같잖게.”
군국과는 방향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열국의 회주는 육장성에 비견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물론 순수한 전투력만 단련한 육장성에 비하면 전투라는 측면에서는 하자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이리 압도적이라니.
상성 문제겠지. 저들보다 더 큰 신비를 거느린 회귀자는 어중간한 신비는 씹어먹는데 오히려 순수한 기공과 무술에 약하니까.
맡기기를 잘했…. 잠깐.
“셰이 씨! 방심하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