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375)
“확실히, 그건 곤란한 문제입니다만….”
뇌신을 없애줄 거냐고 되물으려던 우레회주는 말을 삼켰다. 불가능한 일을 요구해봤자 상대방을 비꼬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레회주는 말을 삼킬 필요가 없었다.
“내가 뇌신을 죽일게.”
회귀자는 어느 때보다 살갑게, 어느 때보다 무서운 말을 했다.
***
억압회주 헥토의 부관, 데카는 황금함을 따라가지 않았다. 추격전을 벌이던 동안 흩어졌던 억압회주의 부하들은 마른 물자국처럼 길게 늘어졌고, 언제나 뒤치다꺼리만 하는 데카는 그들을 수습해야 했다.물론, 그 와중에도 데카는 불만을 토하고 있었다.
“젠장, 젠장…! 우리가 지금까지 열국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데!”
상회는 회주와 운명을 함께한다.황금경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 열국에서, 상회가 다른 연금술사보다 큰 경쟁력을 가지려면 단순히 기술만 좋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다고 한들, 장인 한 명이 세상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그래서 필요한 게 회주. 없는 가치조차도 만들어낼 수 있는 선택받은 연금술사가 있어야 열국을 아우르는 세력이 된다.
“빌어먹을 헥토 씨, 그렇게 죽어버리면 다야? 당신의 이상에 공감해서 따라온 이들은 다 내버리고?”
쌓아둔 식량을 가공하는 이들. 가공한 식량을 운송하는 이들. 옥수수밭과 도시에 흩어졌던 상회원들을 전부 그러모은 숫자는 물경 오백. 많은 숫자는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개개의 결속이 희박한 열국에서 오백 명이 넘는 집단은 흔치 않다. 그들이 전부 집채만 한 탈것을 갖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편제를 갖춘 상회는 움직이는 도시나 마찬가지였다.예전엔 이 웅장한 광경을 보면 가슴이 벅차올랐으나… 곧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데카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데카는 눈을 부릅뜨며 손가락을 깨물었다. 짓눌린 살갗 아래로 피가 배어 나왔다.
“안 돼. 이대로 흩어질 수는 없어. 헥토 씨의 재산을 다 나누어 주면 상회는 하나 남은 구심점마저 잃게 돼! 제길, 하지만 어떤 회주에게 가야….”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을 혼잣말이 핏방울과 함께 떨어진다. 기적이 없다면 데카의 한탄은 그저 한탄으로만 끝날 것이다.
“-그대의 뜻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기적처럼.데카의 앞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로브를 깊게 눌러쓴 여자였다. 갸름한 턱선을 제외하고는 얼굴 그 어느 부분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나마 소매 사이로 슬쩍 보이는 붕대를 감은 주먹으로 짐작하건대 꼭 기공을 익힌 무투가처럼 보였다.
도대체 언제 그의 곁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데카는 왈칵 짜증이 나려고 했으나… 가장 힘든 시기, 불현듯 운명처럼 찾아온 느낌에 입을 다물고 그녀에게 집중했다.
“질서는 언제나 필요합니다. 모두가 믿는 가치는 믿음을 위해서라도 지켜야 합니다. 억압회주의 드럼상회는 열국의 식탁이며, 열국민이 굶주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존속해야 합니다.”
그 말이 맞았다. 데카는 격하게 공감했다. 도대체 어째서, 일을 저지를 줄만 알지 그 뒤에 있을 일을 대비하려 하지 않는가. 드럼상회가 당장 사라진다면, 열국의 승냥이들의 절반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그대는 열국을 이루는 체제의 일부. 비록 마신에 의해 한 번 어그러진 나라라지만, 그 와중에도 나름의 질서를 세운 공을 어느 누가 부정하리까. 그대는 공헌했나니.”
마음이 시원하다. 가려운 곳을 긁어내어, 그 시커먼 때를 어디론가 내버리는 것 같다. 이루 말 못할 심정에 데카는 격하게 고개만 끄덕였다.데카는 공헌했다. 열국은 그를 비롯한 드럼상회의 공헌으로 배를 불렸다.데카는 노력했다. 밤새도록 일하는 건 일상이었고, 어느 날에는 목숨을 걸기까지 했다.데카는 충실했다. 그는 언제나 진심으로 일해서 헥토의 눈에 띄었고, 결국 그의 부관 위치까지 올랐다.그렇다면, 마땅한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세상의 이치일 것이다.
“…다, 당신은.”
“그대를 아는 이이자, 그대를 인정하는 이이며, 그대에게 보답할 이.”
페르엘은 두건을 벗으며 얼굴을 보였다. 잿빛 머리카락 위로 빛나는 헤일로가 그녀의 정체를 은근히 나타내고 있었다.
“아아! 드디어!”
…물론, 데카가 진정으로 원한 게 질서와 규율은 아닐 것이다. 열국의 평화나 번영처럼 거창한 건 헥토의 밑에서 일한 결과였지 그의 목표가 아니다.그는 흔한 소인배였다. 더 큰 권위에 기대어, 일체감을 갖고 제 것처럼 휘두르며 쾌감을 느끼는 평범한 비겁자. 헥토가 아닌 다른 이의 아래에 있었다면 충분히 해악을 끼쳤을 만한. 그러나, 성녀에게 부름을 받은 지금. 데카는 열국을 위해 일했던 진정한 애국자였다.
“그대가 받아 마땅한 대우를, 이 몸종이 직접 찾아주겠습니다.”
“아, 아아….”
세상에는 천국도, 지옥도 없다. 죽은 이를 기리는 무덤만이 외로이 남아있을 뿐.그러나, 신은 그렇게 죽어가는 이들을 기만한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며, 보다 나은 목적을 위해 사노라고. 현재는 어디까지나 밑거름일 뿐 그걸로 맺어나갈 드높은 이상이 남아있노라고. 죽더라도 그에 공헌할 수 있으면 천국에서 기쁠 것이라고.데카의 진정한 바람은 그게 아니겠지만, 무슨 상관일까. 인간의 믿음이란 그토록 얄팍한 것인데.
강철의 성녀, 페르엘은 그녀의 신도를 향해 지엄하게 명령했다.
“이 몸종을 클라우디아로 인도하십시오. 그게 그대의 사명이니.”
“…네! 받들겠습니다!”
그는 여전히 소인배였다. 더 큰 권위에 기대고자 하는.데카는 페르엘 앞에 무릎을 꿇고는, 그녀를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더없는 고양감을 느끼며.
***
신을 죽이겠다는 회귀자의 말에 우레회주는 잠시 말을 잃었다.
‘뇌신을 죽여주겠다고요? 클라우디아의 숙원을, 누군지도 모를 떠돌이가 이루어준다고?’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클라우디아는 적란운이 들이닥칠 때마다 집 안에 틀어박혀서 공포에 떨지 않았으리라. 뇌신을 죽여주겠다는 회귀자의 말은 믿기엔 너무 허황되었으나, 헛소리로 치부하기엔 너무 달콤하다는 게 문제였다.
‘무엇보다, 저 소년에게선… 기묘한 확신이 느껴져요. 저리 자신만만하다는 건 나름의 수단이 있다는 거겠죠? 받아들여 나쁠 건 없겠네요.’
그래도 한 도시의 지배자인데 너무 쉽게 믿는 거 아닌가 싶지만. 뭐, 회귀자라면 그럴 수도 있지.우레회주는 뜸을 들이다 말했다.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허풍인지. 모든 건 클라우디아에 도착해야만 알겠군요.”
중얼거린 우레회주는 몸을 홱 돌려 선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까는 걸을 때마다 천둥이 울리는 것 같더니, 기세를 죽인 지금 발걸음은 고요하기만 했다.이젠 기싸움할 필요 없다는 거지? 우레회주의 힘 때문인지 감정이 행동으로 직접 나타나네. 독심술 쓰는 보람이 없는데.
“일단 여러분을 클라우디아로 모시겠어요. 귀빈으로, 말이죠.”
우레회주는 한층 정중한 태도로 우리를 초대했다.
세가 큰 도시는 다 그러하듯, 클라우디아는 거기 살고자 희망하는 이들이 군살처럼 덧붙어져 있다. 클라우디아에 도달하기 전에 황금함은 수십 개의 판자촌을 지나쳤다. 승냥이조차 되지 못하는, 도시에 기대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이들은 산 주변에 조촐한 캠프를 차리고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클라우디아가 아니다.클라우디아의 경계는 국경보다도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2m 높이의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의 형태로.철조망 밖에 있는 건 클라우디아의 밖. 진정한 클라우디아는 울타리 안쪽부터다.
울타리 앞에 선 우레회주가 손을 뻗었다. 무형의 기운이 뻗어나가서 강철로 된 대문을 잡아당겼다.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리며 2m 높이의 강철문이 벌컥 열렸다.우레회주는 당당하게 앞서 걸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이곳이 구름의 마을, 클라우디아입니다.”
클라우디아의 첫인상은 흐릿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안개가 짙게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개를 헤치고 어느 정도 나아가자 눈이 휘둥그레지는 광경이 나타났다.높다란 철제 건물이 가장 먼저 우릴 반겼다. 못해도 30층은 넘어 보이는 높다란 건물이 우뚝 서서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높아질수록 너비가 줄어들다, 옥상에 이르러선 철제 가지를 사방팔방으로 뻗고 있다. 마치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나무처럼 보였다.
사방팔방으로 뻗은 강철 잔가지 아래에, 그보다는 작지만 충분히 높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마치 나무 그늘에 비를 피하는 것처럼.우레회주는 그걸 보고는 설명했다.
“피뢰탑이에요. 뇌신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철제 구조물이죠. 혹여나 날씨가 어두워지고 갑작스럽게 번개가 친다면, 당황하지 말고 피뢰탑의 그늘에 숨으세요…. 아.”
설명하던 우레회주는 입가를 가리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라면 번개 정도는 맞아도 문제가 되지 않겠죠. 괜한 말을 했네요.”
“아닌데요? 꼭 필요하니까 있는 대로 알려주세요.”
“멍! 멍!”
두 짐승의 왕은 필사적으로 짖었다. 은근 겁을 먹은 듯한 나와 아지의 태도에 회귀자는 의아한 듯 물었다.
“평소에는 무서운 것도 없이 행동하더니, 지금은 왜 이래?”
“왜 이러냐니요? 벼락을 무서워하는 건 본능이죠. 갑자기 맞으면 골로 갈수도 있어요.”
“멍!”
아지가 호응하듯이 짖었다.느닷없는 굉음과 빛으로 두려움을 주며, 가끔은 죽음마저도 선물하는 벼락. 짐승에게 벼락은 가장 흔하고 가까운 천재지변이다. 요즘은 노하우가 생겨서 잘 당해주진 않지만 종에 새겨진 두려움은 어쩔 수 없다.
인간이라면 미리 읽고 피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의 호의를 사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벼락은 인간만큼이나 변덕스러우면서도 강력하다. 직격당하면 죽고, 간신히 살아남는다고 해도 끔찍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으니.오죽하면 가장 먼저 신앙의 대상이 되었을까.
우레회주는 이해한다는 듯이 대답했다.
“원래 그래요. 특히 수인들이 클라우디아를 더욱 싫어하는 편이죠. 왜냐하면….”
회귀자가 열정적인 학생처럼 답했다.
“털이 안개에 젖거나, 그렇지 않으면 벼락에 들뜨거나 하니까?”
“맞아요. 어떻게 아셨죠? 타지인은 알기 어려운데.”
회귀자의 대답에 우레회주가 놀라워했다.
“뭐, 그럴 것 같았어.”
‘저번 회차에도 들었던 내용이거든.’
또 이전 회차 지식을 자랑하네. 아는 척하고 싶은 이해하는데, 그래도 괜찮아? 결국 그런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네가 회귀자라는 걸 까발리는 행위 아니냐고.에이, 몰라. 그렇다고 ‘저기, 전 회차 지식 너무 언급하면 의심받아요?’라고 조언해줄 수는 없잖아. 냅두자.
피뢰탑 아래에 사는 인간의 수만 해도 천은 훌쩍 넘어갈 것이다. 그런 피뢰탑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저 멀리 보이는 구름 폭포를 배경으로 못해도 열 개가 넘는 피뢰탑이 보였다.열국 최대의 도시가 가지는 위용은 어마어마했다. 우레회주가 설명을 이었다.
“안개가 덜 닿는 외곽은 대부분 거주구역. 폭포와 가까운 내부에는 생산구역이 있죠. 열국을 맴도는 승냥이들의 7할은 클라우디아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지금은 황금경이 온다는 소식 때문에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여러분이 막아주신 덕에 도시를 구할 수 있었네요. 잔녹, 아니, 황금회주.”
갑자기 이름 불린 페루가 뒤늦게 대답했다.
“…네.”
“똑똑히 봐둬요. 이곳은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래도 열국의 일부. 당신이 내릴 선택에 이 도시의 명운이 달려있어요.”
원래도 안 좋았던 페루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부담감을 느낀 페루는 힘없이 대답했다.
“…그걸, 부탁하려고 우레회주께.”
“아니요. 당신이 해야 해요.”
“…중책을 맡기엔 경험이 부족해요. 뛰어난 우레회주께서 하시는 게.”
“황금경도 한 나라의 왕이라는 중책을 맡기기엔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었죠. 하지만 그는 열국의 왕, 아니, 신에 가까운 지배자였어요. 그건 황금경의 힘 때문이죠.”
부담을 주는 건지, 아니면 격려하는 건지 모를 태도로 우레회주는 신랄하게 말했다.
“저는 분명히 뛰어난 인간이에요. 저에 비하면 당신에겐 손색이 있죠.”
“…그러니.”
“그래도 황금경의 인정을 받은 사람은 잔녹회주, 당신이에요. 열국에서 독보적인 파괴력을 가진 당신이 그 종을 손에 넣었으니, 열국을 원하는 대로 창조하거나 파괴할 수 있죠. 제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어디까지나 ‘인간’. 한 도시를 책임지고, 신을 받드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에요.”
자기를 자랑하는 건지 낮추는 건지 영 모를 태도였다. 확실한 건, 우레회주는 분명하게 입장을 구분하고 있었다.우레의 힘을 두르고, 클라우디아 한정으로는 거의 무한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우레회주 엘키드. 그러나 어디까지나 ‘인간’의 힘이다. 그녀가 아무리 황금경을 경멸한다고 해도, 그와 별개로 열국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만들어낸 황금경을 인정한다.
…내가 보기엔 신과 같은 힘을 휘두르는 우레회주나 페루가 거기서 거기로 보이지만 어쨌든.
“황금경은 끔찍한 신이었죠. 당신을 도울 테니, 보필할 가치가 있는 신이 되세요.”
그러니까 이 말은 우레회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원이었다.
‘…신이라니. 나는, 그럴 능력이 없는데.’
정작 당사자는 부담스러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렇게 우리는 가장 깊숙한 피뢰탑으로 향했다.
구름 폭포에 옆면이 1/4쯤 잠긴 채로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우레방아. 그 반대편 끝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거대한 피뢰탑이 끄트머리를 슬쩍 갖다 대고 있다. 꼭 우레방아를 폭포 속으로 짓누르는 것처럼 보인다.구름 폭포 아래쪽으로는 구름이 고여서 생긴 수원지가 흐릿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크기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다. 채 물이 되지 못한 구름이 땅을 타고 내려오는 탓이다.
지금까지 말없이 풍경을 관찰하던 티르는 지름만 100m는 될 법한 우레방아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옛날 내가 구름 폭포를 지날 적 이런 물레방아 같은 건 없었는데.”
우레회주는 티르의 혼잣말에도 하나하나 대답했다.
“최초의 우레방아는 평범한 물레방아 크기였어요. 황금경을 피해 달아난 사람들이 클라우디아에 모이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커졌고, 그에 비례해서 우레방아도 점차 커졌지요. 열국에서 금속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니까요. 그런데….”
우레회주는 한참 멀리 떨어져서 머뭇거리는 나와 아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분은 아직도 벼락이 무서우신가요?”
벼락이 무섭냐고? 흥, 무슨 소리를. 나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딱히 벼락만 무서워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제가 제어할 수 없는 위협은 언제나 두려워할 뿐.”
“멍멍!”
찌릿찌릿한 느낌이 여전히 내 피부 위를 기어 다닌다. 심지어 아지 머리털은 이제 사자 갈기처럼 부풀어 올랐다. 여기서 어떻게 불쾌감을 안 느껴? 생존본능이 남아있다면 당연히 자리를 피해야지.우레회주는 완강한 우리 둘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요. 우레의 힘은 평범한 인간이 다루기에는 너무 거칠고 강력한 힘이니까요. 저 정도 인간이 아니라면 두려움에 떠는 게 당연하죠.”
“와, 자뻑.”
“그럴 자격이 있는 자에겐 사실 적시에요.”
당당하게 말하는 우레회주에게선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토록 자기 확신에 찬 타입은 처음이라 또 새롭네.
“우레방아 아래는 우레의 힘이 가장 강력한 곳. 어쩔 수 없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서 쉬고 있어요. 피뢰탑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번개에 다치진 않을 거예요.”
“좋아요. 저와 아지는 여기 있을 테니 다들 갔다 와요. 저기 안전해 보이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멍!”
“같이 가자꾸나. 나도 한번 둘러보고 싶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