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125
-스트라이크!
“하, 저 백도어 슬라이더 큰일이네. 오늘 우타자는 저거 못 치겠는데? 쟤 자신감이 붙었네, 자신감이 붙었어. 이게 다 송석현 너 때문 아니냐.”
“제가 왜요?”
“네가 아까 저걸 못 치니까 쟤가 기 살아서 던지는 거 아냐.”
“그게 왜 제 탓이에요?”
“어쭈, 이놈이 야구 좀 잘한다고 이제 기어오르네?”
김정률과 송석현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최재완은 공 두 개를 걷어 내며 노볼 투 스트라이크를 유지했다.
정용욱은 끈질기게 버티는 최재완을 잡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이 패스트볼.
구속은 느려도 볼 회전이 좋아 살아 오르는 느낌이 있다.
조진호가 공을 던졌다.
타자 어깨 높이를 넘어오는 공.
탕!
최재완이 짧은 스윙으로 투수 정면으로 밀어 쳤다.
“3루 주자! 홈으로! 홈으로! 2루 주자까지 홈으로! 홈으로! 홈에서~~~.”
김인환이 미끄러지면서 손으로 홈 플레이트를 스쳤다.
정용욱의 미트가 막아 보려 했지만 이미 김인환이 지나간 후였다.
“세이프입니다! 최재완 적시 2타점 2루타! 순식간에 역전을 만들어 냅니다.”
“최재완 선수! 포효하네요. 크게 세리머니를 합니다.”
“오늘 경기의 MVP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
“좋은 수비를 보여 주더니 결승타가 될 수도 있는 안타를 쳐 냈습니다.”
함성훈 감독이 박수를 보냈다.
됐다.
최재완도 슬슬 틀을 깨고 있다.
김인환, 송석현에게 눌렸던 재능이 뒤늦게 피어오른다.
강타자는 아니지만 장타자의 재목을 지닌 선수가 최재완이다.
우산효과가 타선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고트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로 지금, 지금부터.
포수로 승승장구
Team
-스트라이크! 아웃!
“김정률!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고트가 페가수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기분 좋게 1승을 따내고 시작하네요.”
“마지막에 저 떨어지는 싱커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김정률이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송석현이 마운드로 가 김정률과 주먹을 부딪쳤다.
“축하드립니다, 승리 따내신 거.”
“오늘 형 쩔지 않았냐?”
“네. 오늘 공이 뭐 아주 살벌하던데요?”
“이게 되네. 공이 느린데 애들이 치질 못해. 캬, 이럴 거면 내가 뭐 하러 그렇게 어깨 빠지게 빠르게 던졌나 모르겠다.”
김정률 곁으로 김인환이 다가왔다.
“승리 축하해요, 형.”
“땡큐, 땡큐.”
유격수, 2루수, 3루수까지 와서 김정률의 승리를 축하했다.
김정률은 광대가 한껏 올라가 껄껄 웃었다.
“오늘 니들 약속 빼 버렷! 형이 고기 쏜드아!”
“한우! 한우! 한우! 한우!”
“먹고 싶은 거 다 사 줄 테니까 나를 따르라!”
“김정률! 김정률! 김정률!”
김정률이 앞장서서 뛰자 선수들이 기차놀이를 하듯 김정률 뒤에서 발맞춰 뛰었다.
이를 본 함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팀 같네요.”
감독의 말에 배터리코치 김태우가 답했다.
“그동안 분위기가 너무 처져 있었죠.”
“참…… 그동안 많이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감독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속 많이 썩으셨죠?”
“다 제 불찰입니다. 뎁스를 튼튼하게 키웠어야 했는데……. 석현이가 아니었다면 이번 시즌은 정말 암담했을 겁니다.”
“그것도 다 저희 복이지 않겠습니까. 운도 실력이죠, 프로에선.”
어느덧 외야수에 벤치 선수들까지 모여서 긴 기차를 만들었다.
김정률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행렬에 난색을 표했지만 김인환이 김정률의 혁대를 잡고 안 놔줬다.
“야! 너무 많잖아! 내 지갑 빵꾸 나!”
“김정률! 김정률! 김정률!”
“야, 이 미친놈들아! 내가 법인 카드냐? 니들한테 어떻게 한우를 다 사 주냐고!”
“김정률! 김정률! 김정률!”
“김인환! 벨트 놔! 놓으라고~~!”
“한우! 한우! 한우! 한우!”
수훈 선수 인터뷰는 김정률이 아니었다.
결승타를 친 최재완도 아니었다.
홈런을 친 송석현도 아니었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정천운이었다.
“오늘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페가수스 상대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습니다. 소감 한마디 들을 수 있을까요?”
정천운은 헤드셋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저도 던지고 나서 알았습니다.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할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호투의 비결이 있을까요?”
“포수가 던지라는 데로만 던졌습니다.”
“사전에 약속되거나 훈련한 게 따로 있었을까요?”
“아뇨. 그냥 포수가 던지라는 대로만 던졌습니다.”
해설자가 허허 웃었다.
“오늘 템포가 상당히 빨랐습니다. 승부도 아주 과감했구요. 미리 준비했던 거 아닙니까?”
“아니요. 저는 포수가 던지라는 대로만 던집니다.”
“그런가요? 그만큼 포수에 대한 믿음이 있는 걸까요? 송석현 선수가 정말 대단한 타자이긴 하지만 아직 어린 신인 포순데 선배로서 이끌어야 한다, 뭐 이런 생각은 없으신가요?”
정천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석현이가 저보다 똑똑한데 제가 석현이 말 듣는 게 낫지 않나요?”
“아……하하, 그렇군요. 송석현 선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시네요.”
“저보다 똑똑한 친구가 저 대신 머리 써 주면 고맙죠. 아, 석현아, 고맙다. 다음에도 부탁한다.”
인터뷰가 끝난 후 캐스터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인터뷰에서 건질 게 너무 없었는데요?”
“그러게. 저렇게 인터뷰하면 너무 시시하잖아.”
“저거 진짜예요? 위원님은 투수였으니까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저거 진심인지, 아닌지.”
“저기서 거짓말할 필요 있나. 오늘 좀 위험한 장면이 있긴 했어도 송석현이 리드할 줄은 알던데?”
“이제 갓 스무 살짜리가 그게 되나?”
“그러게 말이야. 박신언 팔릴 때만 해도 고트가 문 닫으려고 그러나 했는데.”
“고트가 참 운이 좋아요, 하필 이 타이밍에 송석현이 툭 나오고.”
“그거야 작년 피닉스만하겠어?”
* * *
“젠장! 젠장! 젠장! 돼지를 먹었는데도 지갑이 후달리다니!”
식당에서 나온 김정률 뒤로 선수들이 줄줄이 따라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선배님!”
“형! 고마워요!”
김정률은 손가락으로 눈가를 매만졌다.
송석현은 김정률에게 가 조용히 물었다.
“선배님, 괜찮으세요?”
“크, 걸신이 들렸나. 애들이 왜 이렇게 많이 처먹는 거야.”
“죄송합니다. 저도 많이 먹었는데…….”
김정률이 송석현에게 어깨동무했다.
“넌 괜찮아. 넌 매일 한우 사 줄 수 있어.”
뒤에 있던 이지성이 입맛을 다셨다.
“저도 오늘 잘했는데 저도 한우 먹을 자격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 지성이. 너도 잘했어. 너도 오늘같이 하면 매일 돼지고기 정도는 사 줄 수 있지.”
“석현이는 한운데 왜 저는 돼집니까?”
“넌 스페인 돼지 말고 한돈까지 오케이 해 줄게.”
“그거나, 그거나 똑같잖아요.”
“그럼 네가 석현이만큼 치든가. 그럼 매일 한우 사 줄게.”
“……에이, 그건 좀.”
유선호는 이쑤시개를 입에 물곤 김정률의 엉덩이를 발등으로 툭 찼다.
“치사하구로, 먹는 거 갖고 아를 차별하나.”
“아, 형. 나도 체면이 있는데 대로변에서 엉덩이를 까면 어떡해요?”
“어쭈? 대가리 좀 컸다 이거야?”
“형, 조심해요. 내가 형보다 먼저 은퇴해서 코치 하는 수가 있어.”
“어이구, 무서워라. 무서워서 오금이 저리 뿌네. 야. 니가 투수라고 포수 너무 감싸는 거 아이가? 지성이도 오늘 날라다니는 거 못 봤어?”
“지성이도 잘했다니까요. 그래도 내 베스트 픽은 석현이예요. 형도 억울하면 석현이만큼 해요. 그럼 내가 형 소개팅도 시켜 줄게.”
“치아라. 니가 무슨 연줄이 있어가 소개팅을 시켜 주는데?”
송석현이 말했다.
“곧 국수 먹을지도 모르는데…….”
“국수? 무슨 국수?”
김정률이 송석현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직 국수 확실한 거 아냐, 아직.”
“어허, 말해 봐라. 니 누구 있나?”
“에헤이, 아직 아닙니다. 아직 오픈 전이에요.”
“확 마. 이적생이라고 차별하는 기가?”
“에이, 그건 아닌데.”
“빨리 말 모 다나?”
대답은 김인환이 했다.
“형, 팽혜리 아나운서랑 진지하게 사귄 지 좀 됐어요.”
“혜리? 팽혜리? 가가 니랑 사귄다꼬? 와? 가가 미칬나?”
“에헤이, 형. 곧 제수씨가 될 사람한테 미쳤다니.”
“가가 뭐가 아쉬워가 니랑 사귀는데?”
“아쉽다니, 내가 어때서? 나는 뭐 어디 빠지나?”
“그렇다고 알아주는 얼굴도 아이니까 하는 얘기지.”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하지, 무슨. 노총각이라고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 봐.”
“질투는 무슨. 하이고. 됐다, 마. 치아라. 누군 뭐 못 사겨서 이라는 줄 아나. 야들아, 2차 갈 사람 붙어라. 애인 있는 놈들 빼고 내랑 놀러 갈 놈 있으면 손들어 봐라. 2차는 더 좋은 데로 갈 끼다. 니는 마 빠지고. 애인이나 만나러 가라, 인마.”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 나도 데이트 약속 있는 남자야, 왜 이래.”
유선호가 2차를 쏜다고 하자 선수들은 또 우르르 모였다.
김정률과 유부남 몇만 빠지고 대부분 유선호를 따랐다.
“석현이 니는 와 안 가는데? 니도 여자 있나?”
“저는 잠잘 시간이라서…….”
“……니 얼라가? 이 시간에 잔다꼬?”
“네. 죄송합니다, 선배님.”
유선호는 황당하다는 듯 송석현을 바라보다 이내 웃어 넘겼다.
“그래, 마. 누가 니한테 뭐라 할 끼고. 그래. 가서 푹 자라. 내일도 한 방 쌔려야지.”
“죄송합니다, 선배님. 다음에는 꼭 참석하겠습니다.”
“그래, 오늘 고생했다. 내일 보자이.”
“들어가십쇼.”
유선호는 손을 흔들곤 선수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송석현은 유선호를 따라나서는 이지성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이지성 선배님도 자기 관리 철저하신 분인데 회식을 2차까지 따라가시네요.”
김정률이 말했다.
“자기 관리는 자기 관리고, 때론 자기 관리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오늘 같은 날이 딱 좋거든.”
“뭐가요?”
“뭐긴. 첫 1군 등록일이고, 페가수스 상대로 역전승까지 한 날이야. 이런 날처럼 친해지기 좋은 날이 어딨냐? 회식 하면서 노가리도 까고 그래야 또 으쌰으쌰 하는 거지.”
송석현은 고개를 돌려 김정률을 봤다.
“그럼 선배님 오늘 회식도 일부러 한 거예요?”
“겸사겸사. 이런 날 명분 만들어서 회식하는 거지. 이런 회식은 고참 선에서 스윽 진행하는 거야.”
“저는 유선호 선배님이랑 이지성 선배님이랑 여태 함께 지내서 오늘 회식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 건 공부로 되는 게 아니지. 눈치껏 하는 거니까.”
“유선호 선배님도 다 아시고 2차 가시는 거네요, 그럼?”
“저 양반이 그 정도도 모를까 봐. 덩치만 저렇지, 여우야, 여우. 그리고 여태 감투를 쓴 게 몇 년인데 그 정도는 기본이지, 인마.”
송석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나도 따라갈걸. 지금이라도 갈까요?”
“너는 굳이 안 따라가도 돼. 포수는 언제나 익스큐즈다. 송석현은 고트에선 언제나 프리패스지. 누가 너한테 터치를 하겠니?”
“누가 들으면 제가 되게 싸가지 없다고 보겠어요, 쩝. 선배님은 이제 데이트 가시는 거죠?”
“나? 아니.”
“아까 데이트 있다면서요?”
“오늘 없어. 그냥 가라로 한 말이야.”
“왜요? 회식 가기 싫어서요?”
“그게 아니지, 인마. 내가 빠져 줘야 선호 형이 으쌰으쌰 할 기회가 생기는 거 아니냐. 내가 있으면 형이 좀 불편하지 않겠냐?”
“아…….”
송석현이 김정률을 새삼스럽게 쳐다봤다.
“이거까지 다 생각한 거예요?”
“생각은 무슨. 그냥 보통 그렇게 하는 편이야. 이 정도는 눈치지, 뭐.”
“일부러 유선호 선배님이 후배들이랑 친해질 수 있게 자리 만들려고 큰 그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