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17
“우진고 나왔습니다.”
“우진고……. 거기가 어디야?”
“아,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고등학굡니다. 서울에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거기서 너한테 타격 알려 준 코치님은 누구야?”
“타격요?”
송석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 타격 폼 때문에 그러세요? 너무 이상한가요?”
“이상한 게 아니라……. 흠, 독특하긴 하지. 스탠스도 좁고 스트라이드도 안 하잖아. 히팅 포지션도 어깨높이고. 그런데 첫 타구에 홈런 때렸지? 다음에는 계속 밀어 쳤고.”
“……예. 그런데요.”
“밀어 치는 공도 거의 공이 다 지나간 후에 쳤는데도 쭉쭉 뻗어 나갔단 말이야.”
“네.”
“…….”
김인환이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솔직히 말할게. 전혀 이해가 안 간다. 누구한테 배운 거야, 네 타격 폼? 이론적으로 보면 절대 장타가 나올 수 없고, 컨택존도 앞에다 둬야 하는데 뒤에서 나오잖아. 그런데 어떻게 장타가 나오는 거냐?”
송석현이 눈알을 굴렸다.
무슨 상황이지?
자신을 혼내는 건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말 없던 김인환이 흥분할 정도면 이유가 있을 텐데 프리배팅을 봤다고 열을 낼 이유가 뭔지 떠올리기 어려웠다.
“인환아. 일단 좀 앉아라. 뭐 그리 급하냐?”
어느새 곁에 다가온 김형석이 두 사람 옆에 앉았다.
김인환은 선배의 말에 두말 않고 자리에 앉았다.
“석현아.”
“네, 선배님.”
“인환이가 마음이 급해서 그래. 이해해라. 쟤가 바깥쪽 떨어지는 공에는 쥐약이거든. 그런데 아까 네가 타격할 때 보니까 바깥쪽 공을 늦게 쳐도 안 밀리니까 신기한 거야.”
“그거야 배팅볼이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요? 프로 투수가 던지는 공이면 밀리겠죠……?”
“밀리더라도 애초에 너처럼 그렇게 컨택존을 뒤에다 두면 좋은 공이 안 나오는데 너는 계속 안타를 쳤잖아.”
“예……. 하지만 그게 특별할 거까지야…….”
“스탠스도 좁게 잡아, 히팅 포인트도 낮게 잡아, 스트라이드도 안 하고, 토탭으로 공을 툭툭 미는데 쭉쭉 나가잖아. 이론적으로 말이 안 돼. 너도 힘깨나 쓰는 놈이지만 인환이만 하겠냐? 이상해서 물어보는 거야. 그냥 네가 막 치는 건데 넘어가는 건지, 어디서 배워서 치는 건지. 우진고라고 했지? 우진고 타격 코치가 누군데 너한테 그런 걸 가르친 거야?”
스탠스는 타자가 타격 전에 두 다리를 벌리고 자세를 잡는 걸 말했다.
히팅 포인트는 타자가 공을 치기 전에 배트를 뒤로 쭉 빼는 걸 말했다.
스트라이드는 앞다리를 뻗으면서 체중을 싣는 자세였고, 토탭은 앞다리를 뻗지 않고 스탠스 자세에서 바로 공을 치는 걸 말했다.
통상적으로 스탠스가 넓을수록, 히팅 포인트는 높을수록, 스트라이드를 뻗을수록 더 강한 공을 칠 수 있었다.
반대로 스탠스가 좁고 히팅 포인트는 낮으며, 스트라이드를 좁게 가져가거나 안 가져가면 정확도는 높아지지만 파워는 약해졌다.
정확도를 높일 것이냐 파워를 높일 것이냐.
모두를 가지면 좋겠지만 타자는 둘 중 하나의 성향을 기본 베이스로 택하기 마련이었다.
송석현은 자세만 보면 교타자인데 공은 쭉쭉 뻗어 나간다.
타고난 장사인 김인환도 송석현처럼 쳐서 홈런을 때려 낼 자신이 없었다.
“그게…….”
송석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김인환이 불타는 눈동자로 송석현을 바라봤다.
“제가 고 2부턴 거의 전력 외라 따로 훈련을 했거든요. 투수만 해 와서 타격도 별로였구요. 그래서 혼자 훈련할 때 친구들이랑 책 보고 영상도 보고 이러면서 만든 폼이라 따로 가르쳐 준 코치님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송석현이 고개를 푹 숙였다.
기대 가득한 김인환을 잔뜩 실망시킨 셈이었다.
“그러니까 너 혼자서 뚝딱뚝딱 만든 폼이라는 거야?”
김형석의 물음에 송석현이 진땀을 뺐다.
“당연히 저도 배운 게 있어서 처음에는 남들처럼 쳤는데, 포수로 포변하다 보니까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타격 훈련할 시간은 많지 않아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최고의 타자를 찾아서 따라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최고의 타자? 누구? 경수인? 아, 그러고 보니 경수인이랑 비슷하긴 하네. 노 스트라이드에 컨택트 존도 엄청 뒤에 두고.”
“아니요. 제가 경수인 선배님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을 롤모델로 삼았습니다.”
“누구? 누군데?”
“베이브 루스요.”
뜬금없는 대답이었다.
야구의 제왕 베이브 루스는 홈런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대단한 타자긴 하지만 수십 년도 전의 인물이었다.
“베이브 루스의 타격 영상이 있긴 하냐?”
“예, 인터넷엔 많더라고요. 제가 포수고 하니까 교타자처럼 칠 필요는 없고 장타를 치면 되지 않을까 해서 베이브 루스의 타격 영상을 참고했는데 지금 타격 폼이랑 완전히 달랐습니다. 요새는 히팅 포인트를 최소한 어깨, 어떤 타자는 그보다도 높게 두지 않습니까? 어퍼 스윙요. 저는 당연히 베이브 루스도 어퍼 스윙을 할 줄 알았는데 영상으로 보니까 극단적인 레벨 스윙으로 보였습니다.”
“베이브 루스가?”
“네, 영상이 옛날 거라서 자세히 볼 순 없었어도 도저히 지금의 어퍼 스윙이라 보긴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보질 않으니 알 수가 있나.”
송석현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검색을 해 보니까 베이브 루스가 CSR을 높이기 위해 그랬다는 걸 읽었습니다. CSR이 뭔지 몰라서 검색하니까 장타를 치기 위한 조건이 레그 킥이나 히팅 포인트를 높이는 게 아니라 톱 핸드 각도랑 배트 각도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김인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대체 뭐야?”
김인환은 어느덧 프로 3년 차였다.
역대 최고의 거포 유망주 입단에 수많은 타격 코치들이 김인환을 붙들고 가르쳤다.
김인환은 거포들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깥쪽 변화구.
바깥쪽 변화구를 치기 위해서 배트도 가벼운 거로 바꾸고 타석도 포수와 가깝게 섰다. 조금이라도 공을 오래 보기 위함이었다.
결과는 무용지물이었다.
배트가 가벼워지고 공을 더 오래 본다고 해서 변화구 약점이 개선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아예 스탠스를 좁히고 극단적인 클로즈드스탠스로 서고 싶었지만 김인환은 거포 유망주였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홈런을 쳐야 한다.
자신 있게 스윙하라는 주문은 홈런이 아니라 삼진을 적립했다.
삼진이 많아지자 기회는 줄었다.
김인환은 프로 생활 3년간 외줄을 타는 심정이었다.
정확도를 높이자니 거포로서의 정체성이 걱정이었고, 타격 폼을 고수하자니 삼진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한데 송석현은 뜬금없는 자세로 자신의 고민 해결의 단초를 제시했다.
근거가 인터넷이라는 게 어이가 없어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김정률을 떠올렸다. 김정률도 입스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프로 선수가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방법을 찾는 경우는 여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프로라는 자부심, 출처 모를 정보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CSR이라는 게 쉽게 말해서 톱 핸드 각도는 줄이고 배트와 팔의 각도는 늘리라는 얘깁니다. 더 쉽게 말하면 투수가 타자 몸 쪽 하이 코스에 느린 공을 던질 때 공을 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톱 핸드를 펼 수 없으니 톱 핸드 팔꿈치가 갈비뼈에 완전히 붙을 거고, 몸 쪽 공이다 보니 배트가 일찍 돌아가서 칠 테니 배트와 팔의 각도가 최소 90도 이상, 한 120도 이상 되잖아요? 어떤 타자도 몸 쪽 하이 코스 배팅볼은 타이밍만 맞으면 홈런이죠.”
송석현의 설명에도 김인환의 표정이 풀어지지 않았다.
“모든 타격을 몸 쪽 하이 코스 공을 칠 때처럼 치는 게 CSR입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나가서 해 보니까 오히려 이게 더 쉬웠습니다. 톱 핸드를 애초에 접어서 칠 생각을 하니까 저절로 배트가 레벨 스윙처럼 나가더라고요. 배트 발사각이 작으니까 임팩트 영역이 넓어져서 타격도 쉽고요.”
송석현이 두 사람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여태 송석현의 말을 듣기만 하던 김형석이 입을 열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포수로 승승장구
상식에 대하여
상식.
상식이란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식, 가치관, 판단을 말한다.
모든 분야엔 상식이 있다.
물론 야구도 마찬가지다.
세상 어디에나 상식이 있는 게 상식이라면 시대가 변하는 것도 상식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시대의 흐름에 항상 몇 발자국 뒤처졌다.
한국 프로야구가 2000년대 들어 크게 발전했으나 학생 야구부터 프로야구까지 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데만 치중할 뿐,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연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 * *
“정체요?”
송석현은 당황한 티를 숨기지 못했다.
“뭐, 야구 박사야? 너 어떻게 그런 걸 다 줄줄 꿰고 다니냐?”
김형석이 웃음을 보이자 송석현도 따라 웃을 수 있었다.
농담이었구나.
“줄줄 꿰는 게 아니라 이 정도는 조금만 검색해도 나옵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저도 막 찾아본 거구요.”
“열정이 대단하네. 이런 걸 찾아봤다고?”
“저 혼자 한 건 아니구요……. 제 친구 중에 야구 오덕이 있는데 그 친구랑 있으면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 덕에 저도 검색하고 찾아보고 하는 게 몸에 배여서요. 사실 완전 노 베이스에서 야구 서적을 읽는 건 오래 걸려도 야구 선수들은 금방 읽고 이해하거든요. 시중에 풀린 야구 책 중에 읽은 만한 책 추려도 50권이 채 안 될걸요. 오히려 번역된 책들이 너무 없어서 매일 새로운 거 없나 검색하는 게 제 취미이다 보니……. CSR도 검색하다 알게 된 겁니다.”
“요새 애들은 너처럼 다 그렇게 공부하나? 대단하네, 어린애가 이런 것도 알고.”
“그냥 취밉니다, 취미. 이론이죠. 실전이랑 같겠습니까? 제가 할 것도 없고 친구도 야구 이론에 빠삭하다 보니 같이 지내면서 귀동냥으로 들은 게 많아서요.”
김인환이 손을 들었다.
“CSR이 뭔지는 이해했어. 그런데 베이브 루스도 너처럼 스탠스 좁게 하고 쳐?”
“아아, 그거요?”
송석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이건 제가 그냥 하는 거예요. CSR이 장타력을 높이는 데 가장 주효하다면 굳이 스탠스를 넓히고 히팅 포인트를 높이고, 레그 킥을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전부 파워는 올려도 정확도를 낮추는 방법인데요. 그래서 말이죠.”
송석현이 자리에 서서 타격 자세를 보였다.
“요새 메이저리그에선 어슬레틱스스탠스가 유행이잖습니까? 스탠스를 좁히는 대신 상하 반동을 넣어서 타격하면 정확도는 높이고 파워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으니까 저도 어슬레틱스로 해 본 거죠.”
“……그게 뭐야? 어슬레틱스?”
송석현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베이스가 없어도 너무 없다.
최근 트렌드만 모르는 게 아니라 야구 이론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다.
송석현은 한숨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자신도 야구를 배울 때 코치가 하란 대로 하면서 몸으로 익혔지 야구 이론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한 적이 있던가.
프로는 다를 줄 알았지만 프로도 똑같다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스탠스가 다리 넓이에 따라서 컨택, 슬러거, 노스텝, 어슬레틱스가 있잖습니까? 어슬레틱스는 컨택스탠스랑 비슷한데 대신 무게중심을 앞다리가 아니라 양쪽에 비슷하게 두는 겁니다. 상하 움직임으로 통통 튕기듯 스윙하는 거죠. 요새 메이저리그는 커터나 싱커처럼 빠른 변화구가 많으니까 여기에 대처하려고 나온 스탠스죠.”
김인환과 김형석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송석현이 하는 말은 분명 야군데 여태 들어 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 나설 수 없었다.
알은체를 했다가 후배 앞에서 망신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송석현도 두 사람의 반응을 읽고 더 쉽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자세하게 설명하자면요…….”
* * *
송석현은 근 1시간이 넘도록 때아닌 강의를 했다.
왜 스탠스를 좁게 서는지, 왜 팔꿈치를 몸에 붙여야 하는지, S각이 무엇인지 등등 입이 마르도록 얘기를 이어 갔다.
송석현이 물을 마시는 사이 김인환이 물었다.
“그러니까 팔꿈치를 몸에 붙이면 선구안이 좋아진다는 거야?”
“선구안이라기보단 컨택이 더 쉬워지는 거죠. 히팅 포인트를 낮추고 팔꿈치를 몸에 붙이면 배트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각도가 낮아지고, 그러면 공과 배트가 만나는 면이 더 넓어지죠. 그 말은 배트로 공을 칠 수 있는 임팩트 에어리어, 그러니까 음…… 컨택트 존이라고 하죠? 공을 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요. 그래서 제가 공을 뒤에서 때릴 수 있는 거죠.”
이쯤에서 김형석은 아예 뒤로 빠졌다.
안 그래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투수인 자신이 고생할 필요가 무언가.
“보통은 그렇게 때리면 밀리는데 톱 핸드가 접혀 있어서 CSR 값이 커서 밀리지 않고 공이 나간다는 거고.”
“예, 경수인 선배도 비슷하게 포수 미트에서 공을 꺼내 친다고 할 정도로 임팩트가 뒤에 있는데 이건 저랑 달라요. 경수인 선배는 노 스트라이드지만 스트라이드를 넓게 해서 하체 힘으로 공을 밀어내는 거예요. 저는 하체 힘은 줄이는 대신 CSR 값을 키워서 치는 거라 체력 소모가 적고 공을 맞히기 더 쉬워요.”
“공은 왜 맞히기 쉬운 거야?”
“하체 이동이 크지 않으면 그만큼 몸의 중심이 안 흔들리니까 공을 조금 더 오래 보고 자세를 갖춰서 치기 좋죠.”
“아…….”
“물론 이런 타격도 단점이 있어요. 팔꿈치를 계속 임의적으로 붙이면 바깥쪽으로 스트라이크가 후한 심판을 만났을 때 답도 없죠. 그냥 눈 뜨고 코 베이는 거예요. 아예 배트가 닿지 않으니 못 치는 거예요.”
“그러면 곤란한데.”
김인환의 약점은 바깥쪽 변화구.
바깥쪽 공을 치지 못한다면 송석현의 조언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송석현이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그 정도로 정밀 제구를 할 투수는 전 세계를 뒤져도 많지 않아요. 공 하나만 빠져도 볼인 지점이니까 후하게 쳐도 공 두 개 정도예요. 바깥쪽 공 한 개에서 한 개 반을 포기하는 대신 정확도를 높이는 거죠. 장점 아닌 장점이라면 애초에 바깥쪽 공 공략이 안 되니까 바깥쪽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는 변화구는 아예 배트가 안 나가요. 공이 잘 들어오면 루킹 삼진, 아니면 볼. 조금 더 선택의 폭이 넓어지죠.”
“그런가?”
“이건 저도 확신할 수 없어요. CSR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CSR을 높이는 타격은 결국 당겨 치기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애매하게 바깥쪽 공을 노리느니 버릴 건 버리고 나머지를 확실히 당겨서 넘겨 버리는 게 CSR 타격의 목표예요.”
김인환이 이론적 토대가 부족하다고 한들, 평생 야구만 하던 남자다.
송석현의 설명이 자세해지자 실마리가 잡혔고, 실마리가 잡히자 이해할 수 있었다.
“아예 바깥쪽 공을 버리는 게 되나?”
“이건 이론이라 저도 확답을 드릴 순 없어요. 하지만 제가 해 보니까 고교야구 수준에선 무조건 통했어요. 그 정도로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없으니까. 프로는 모르겠어요. 제가 아직 안 겪어서요.”
얘기가 끝났다.
김형석은 기지개를 켰다.
“훈련 흐름이 완전히 끊겨 버렸네. 정률이도 없고 어수선한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고 내일 제대로 하는 건 어때?”
김인환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형 먼저 들어가세요. 저는 이따가 들어갈게요.”
“너는 더 하고 오게?”
“네, 지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김형석은 두말하지 않았다.
감이 왔을 때, 이거다 싶을 때 해야 깨우침이 있다.
송석현이 하는 말이 그저 이론에 불과한 허상이든 새로운 이론이든, 실마리가 잡혔다면 파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나 먼저 들어간다.”
컨디셔닝코치와 김형석이 먼저 들어갔다.
송석현은 김인환의 요청에 야구장에 따로 남았다.
“네가 내 자세를 좀 봐 줄 수 있어?”
“제가요?”
프로 3년 차 선수의 폼을 봐 달라고 하는 게 무슨 가당찮은 소린가.
송석현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지만 김인환은 완고했다.
“어차피 네가 말한 CSR 이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지금 여기 너밖에 없어. 네가 봐주는 게 맞지.”
“저도 그냥 이론만 좀 공부하고 나머진 제멋대로 해석한 거라서요. 제가 어떻게 선배님한테 조언을 드립니까?”
“너한테 책임지란 얘기 안 해. 한번 무슨 느낌인지 감을 잡아 보려고 하는 거야.”
“그래도…….”
“일단 공 좀 던져 줄래? 공 던지면서 한 번씩 봐줘.”
김인환의 강권 아닌 강권에 송석현도 공을 들었다.
김인환은 자세를 잡고 송석현의 공을 기다렸다.
탕!
김인환이 친 공이 파울이 됐다.
아까보다 스탠스를 좁힌 데다 배트가 공보다 빨리 돌아간 덕이었다.
“계속 던져 줘.”
김인환이 치는 공은 자꾸 파울이 됐다.
스탠스를 좁혀 배트 시동이 빨라지자 타이밍도 빨라진 덕이었다.
김인환은 앞발을 조금 더 안쪽으로 뒀다.
클로즈드 스트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