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179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인마.”
“허를 찔리니까 허무해요.”
“우리나라에서 야구로 날고뛰는 놈들이 모이는 게 프로야. 다들 어릴 때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놈들만 모였겠는데 만만하겠냐?”
“안타라도 쳤어야 했는데 병살은 최악이에요.”
“맨날 안타만 치면 그게 야구냐, 사기지.”
마운드에 올라온 이백찬의 표정은 편안했다.
쌍꺼풀이 짙던 눈도 어느새 생기가 돌았다.
타석에는 2번 타자 강균승.
이백찬이 초구부터 몸 쪽에 공 하나를 꽂았다.
탕!
강균승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쳤지만 공은 내야 높이 떴다.
“마이!”
유격수가 손을 들어 공을 잡았다.
-아웃!
“아웃! 공 하나로 아웃 카운트 하나! 이백찬 선수가 효율적인 투구를 합니다.”
“보통 투수들은 공격이 길어지면 어깨가 식어서 다음 이닝에 오히려 더 고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이백찬 선수는 반댑니다. 오히려 더 쌩쌩해졌어요.”
“마치 처음 나와서 공을 던지는 거 같네요.”
“강균승 선수가 출루를 해야 하는데 나가질 못해요. 나가기만 하면 이백찬 선수를 흔들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주루 플레이에 약하다고 하지만 이백찬 선수가 저렇게 던져 주면 주루할 기회도 없어지는 거예요.”
“이번 타자는 정대한 선숩니다. 우투수의 공을 잘 치는 좌타자예요. 발도 빠른 주자고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조양철 선수라 신중하게 승부해야 합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공을 던졌네요. 볼입니다.”
이백찬은 포수가 던진 공을 잡자 숨을 한번 고르고 바로 공을 던졌다.
탁.
정대한이 공을 쳤지만 배트 밑에 맞았다.
이백찬이 공을 잡고 1루로 토스.
아웃이었다.
“공 세 개로 투 아웃. 이백찬 선수가 정말 효율적인 투구를 보여 주네요.”
“스콜피언 선수들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이백찬 선수의 템포에 그대로 말렸습니다. 똑같이 빠르게 스윙할 필요는 없어요. 자기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중요해요.”
“이번 타석은 4번 타자 조양철 선숩니다.”
탕!
“초구 타격! 중견수, 중견수, 중견수가 나와서 잡습니다. 하이 패스트볼을 쳐 봤지만 공이 멀리 가지 못하고 높게만 떴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백찬 선수는 공 네 개로 아웃 카운트 세 개를 가져갑니다. 정말 효율적인 투구예요.”
“스콜피언 선수들은 제대로 말렸어요. 완전히 말렸습니다. 침착해야 하는데 이백찬 선수가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침착할 수가 없어요.”
7회 말, 고트는 유선호의 볼넷 이후 연속 2안타로 1점을 추가했다.
스콜피언 이건후 감독은 바로 투수를 교체했다.
교체된 투수는 무사 1, 3루를 무실점으로 막아 내며 스콜피언의 철벽 불펜의 위용을 증명했다.
8회 초, 유격수 김세균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집중해야 돼. 고트가 한 점씩 따라오고 있잖아. 한 점, 한 점 쉽게 내주지 마. 그리고 타자들.”
“네.”
“차라리 삼진을 먹더라도 공 좀 보고 치자. 왜 그렇게 맘이 바쁘냐?”
“알겠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공 하나씩 보고 치는 거야. 알았어?”
“네!”
“이백찬이잖아. 저런 쌩짜배기 신인한테 놀아나고 싶냐?”
“아닙니다!”
“집중하자, 집중.”
“네, 알겠습니다.”
스콜피언의 다음 타자는 좌타자 고원성.
고원성 타석의 결과는 삼구 삼진.
“쟤 뭐 하냐?”
평소 말을 아끼던 이건후 감독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직구 세 개를 다 지켜보는 놈이 어딨어?”
다음 타자는 공포의 6번 타자 조철웅.
빠른 공 두 개로 스트라이크 두 개를 내준 조철웅이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며 삼진.
“왜들 저러는 거야……. 스트라이크존에 오면 치라고 그래.”
“네, 감독님.”
감독의 작전이 나오자 7번 타자 도지환은 초구 슬라이더를 건드려 땅볼 아웃.
이건후가 입을 꾹 다문 채 코로 바람을 훅훅 내뱉었다.
8회 초가 끝난 뒤.
유선호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야들아.”
“네.”
“역전 생각하지 말고, 좋은 공 치고, 나쁜 공은 보내 뿌라. 삼진 먹어도 되니까 아니다 싶은 공은 건드리지 마라. 알았나?”
“네.”
“이제 8회다. 여서 병살 하나 나오 뿌면 겜 끝난다. 큰 거 안 쳐도 되니까 일단 나가는 것만 생각해라.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그래, 함 해 보자. 자, 모이바라. 손 모으고. 우째 하는지 알제?”
“네!”
선수들이 손을 모았다.
“고트, 고트, 고트!”
유선호가 손을 위로 들었다.
“가자!”
선수들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
“가즈아!”
유선호가 벙찐 표정을 짓자 선수들이 키득거렸다.
유선호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들이 하늘보다 더~ 높은 선배를 뭐로 보고. 니들 오늘 역전 못하면 내한테 죽는 기다. 알았나!”
“네!”
8회 말은 이지성부터 시작이었다.
스콜피언은 또 투수를 바꿨다.
“성훈기 선수가 내려갑니다. 이지성 선수가 좌타자라서 사이드암인 성훈기 선수를 내리는 걸까요?”
“예. 그럴 수는 있지만 여기서 성훈기 선수를 내린다는 건 스콜피언이 오늘 경기를 무조건 잡을 거라는 선전포고 같네요.”
“성훈기 선수가 내려가고, 올라오는 선수는 탁기덕 선숩니다. 스콜피언의 마무리죠. 8회부터 마무리 탁기덕 선수를 올리는 강수를 두네요.”
“고트의 추격이 거셉니다. 이건후 감독은 더 거세게 반응합니다.”
탁기덕이 연습 투구를 보여 줬다.
미트에 박히는 소리가 우렁찼다.
“탁기덕 선수는 스플리터를 잘 던지는 선수예요. 본인은 포크볼과 스플리터를 섞어서 던진다고 하는데, 아무튼 떨어지는 공 하나는 기가 막힌 선숩니다.”
“마무리 탁기덕 선수가 어느덧 나이가 서른둘입니다만 벌써 200세이브가 넘었죠. 이 페이스라면 300세이브도 어렵지 않습니다.”
탁기덕의 초구에 이지성이 반응했지만 헛스윙.
제2구 빠른 공에도 헛스윙이었다.
“이지성 선수가 공을 못 따라가네요.”
“탁기덕 선수의 스플리터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저 직굽니다. 돌직구죠, 돌직구. 직구만 던져도 타자들이 치기 어려워하는 하거든요.”
탁기덕의 스플리터에 이지성은 헛스윙 삼진.
설진일도 삼진이었다.
“역시 탁기덕 선수네요. 삼진 페이스 무섭습니다.”
“오늘 가장 무서운 선수라면 역시 이 선수, 김인환 선숩니다. 김인환 선수를 상대로 탁기덕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네요. 정면 승부일까요? 아니면 피해 가는 승부?”
탁기덕의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
김인환이 헛스윙했다.
“김인환 선수의 배트가 늦네요. 탁기덕 선수의 공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겠죠?”
“탁기덕 선수는 공도 좋은데 투구 폼도 까다로워요. 중간에 한 번 멈추는 거 같은 저 자세 때문에 타이밍을 잡기 더 어려워요.”
탁기덕의 2구는 포크.
김인환의 배트과 공이 한 뼘은 차이가 났다.
“와.”
김인환이 고개를 저었다.
“쩌네.”
탁기덕의 결정구는 포크.
김인환은 참지 못하고 배트를 돌렸다.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 탁기덕 선수가 엄청난 퍼포먼스로 고트의 추격을 확실하게 끊습니다.”
“역시 탁기덕. 저게 탁기덕이죠. 현존 최고의 클로저라고 불러도 무방합니다.”
“이렇게 8회 말이 끝납니다. 오늘 경기는 정말 깁니다. 길어요. 초반에는 스콜피언이 쉽게 이길 거라고 봤는데 고트의 추격이 거셉니다.”
“고트가 폭발력만 있는 팀이 아니네요. 참 끈질긴 팀입니다.”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송석현이 배트를 어깨에 걸쳤다.
“야구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수로 승승장구
천재 (6)
“어느덧 9회네요.”
“네, 어느덧 9회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마운드에는 이백찬 선수가 서 있어요.”
“오늘 경기가 긴박하다 보니 저희가 간과했는데 이백찬 선수가 9회까지 서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스콜피언은 오늘 네 명의 투수를 올렸는데 고트는 지금 두 명의 투수만 올리고 있습니다. 이백찬 선수가 1점을 내준 이후로 무실점 행진 중입니다.”
9회 초.
마운드에는 이백찬이 서 있었다.
고트의 투수코치 연우식은 흐뭇한 미소로 이백찬을 보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확실한 성과가 있네요. 백찬이 최소한 1군에서 통할 만한 그릇이라는 건 증명된 거 같습니다.”
함성훈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만 더 쌓으면 선발도 가능하겠어요.”
스콜피언의 공격은 8번 타자부터.
이건후 감독은 선수들에게 침착한 공격을 지시했다.
결론은 삼구 삼진.
이백찬은 단 하나의 볼도 없이 존에 직구를 집어넣었다.
“삼구 삼진! 이백찬 선수가 150km/h 넘는 공으로 삼진을 잡아냅니다. 삼진까지 1분이 조금 넘었던 거 같아요. 오늘 이백찬 선수의 투구 템포는 심박수 200입니다. 숨이 가빠서 중계도 힘들 지경이에요.”
9번 타자는 포수 구승철.
구승철은 1구를 기다린 후 2구를 노려서 쳤다.
탕!
우중간으로 잘 뻗어 가는 공.
구승철이 1루로 여유 있게 뛰었다.
탓, 탓, 탓, 탓!
“이지성, 이지성, 이지성! 잡습니다! 저걸 잡아요! 이지성의 슈퍼 세이브! 저 공을 잡아 버립니다!”
“이지성 선수의 수비 범위는 정말 어메이징하네요. 전성기 시절의 실력을 다시 보는 거 같습니다.”
“분명히 빠진 공이라고 봤는데 저걸 잡아 버립니다.”
“이지성 선수가 친정 팀에 비수를 제대로 꽂네요. 이백찬 선수 든든하겠어요. 외야는 이지성 선수가 꽉 잡고 있네요.”
이지성이 공을 보여 주며 활짝 웃었다.
포수 구승철은 쓰게 웃었다.
“짜슥이. 그걸 잡아 뿌네.”
다음 타자는 1번 타자 황기덕.
황기덕이 나오자 서일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만.”
타임을 부른 서일혁이 마운드로 걸어갔다.
이백찬이 영문을 몰라 서일혁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백찬아.”
“네.”
“질러라.”
“……네?”
이백찬이 눈을 깜박였다.
“지르라고. 몸 쪽으로 세 개 던져. 쟤 내보내도 되니까 승부해. 오늘 네 페이스면 쟤 1루 나가도 도루 못 해. 그러니까 자신 있게 질러. 오케이?”
“아…… 네.”
서일혁이 이백찬의 어깨를 두드렸다.
“짜식. 빨리도 큰다.”
서일혁이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백찬은 멍하니 있다가 씨익 웃었다.
“두 선수가 무슨 말을 나눴을까요?”
“글쎄요.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자신 있게 던져라, 이런 얘기 아닐까요?”
“이백찬 선수가 웃네요. 좋은 얘기를 나눴나 봐요.”
“발 빠른 황기덕 선수가 나가면 고트는 또 머리가 아파요. 이백찬 선수가 견제에는 취약하거든요. 여기서 투수 교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백찬이 숨을 크게 두 번 들이켰다.
로진백을 들었다 놓고, 모자도 고쳐 썼다.
이백찬은 다리를 들어 올린 후 몸을 앞으로 던졌다.
팡!
-스트라이크!
“154km/h! 오늘 최고 구속이 나옵니다! 이백찬 선수, 최고 구속을 갱신했습니다.”
“오늘 잠실 스피드건이 조금 후한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대단하네요. 9회에 공이 더 빨라졌어요.”
“이백찬 선수의 빠른 공에 황기덕 선수가 꼼짝도 못 했습니다.”
“저런 공이 몸 쪽으로 제대로 붙어 오면 타자는 할 게 없죠.”
황기덕이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배트를 조금 짧게 쥐고 스트라이드를 좁혔다.
이백찬의 제2구는 바깥쪽 빠른 공.
황기덕이 스윙했다.
탁!
“파울. 파울입니다. 배트가 밀리네요.”
“이백찬 선수가 공을 많이 안 던져서 아직 힘이 남아 있어요. 아니, 오히려 어깨가 풀려서 더 잘 던지는 거 같습니다.”
이백찬의 3구는 슬라이더.
황기덕의 배트가 돌다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