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224
“잘 들어. 여기 고트야. 리그에서 가장 돈이 많은 팀이야. 그건 잘 알고 있지?”
“네.”
“자 자, 잘 들어 봐. 너 내년이면 연봉 인상률이 최소한 100% 들어갈 거고, 우리 팀은 고트잖니? 내가 보기엔 최소 400% 이상이야. 그것만 해도 1억은 되겠지?”
“1억이요?”
“왜? 1억이 뭐라고. 네 실력이면 1억은 우습지.”
“그래도 연봉 인상률 400%는 좀…….”
“최소 400%야, 최소. 그리고 석현아, 우리 모기업이 어딘지 알지?”
“전성이죠.”
“알면 됐네. 너 지금 시즌 끝나면 최소한, 진짜 최~소한 CF 네댓 개는 예약돼 있어. 모기업 CF만 해도 네댓 개야. 대기업 CF야. 내가 시세는 잘 모르지만 CF 하나 찍으면 못해도 몇천만 원은 떨어지지 않겠어?”
송석현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올 시즌 끝나면 네 통장에 억 단위는 찍힌다는 얘기야. 물론 지금 당장 들어오는 돈은 아니니까 네 말대로 월셋집 살면서 내년이나 후년에 더 좋은 집을 찾는 게 맞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네가 돈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거야.”
“근데 정말 CF가 그렇게 들어올까요?”
함성훈이 갑자기 씨익 웃더니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내가 재밌는 얘기 해 줄까?”
“네?”
“우리 팀 올해 성적이 좋아. 한국시리즈 진출한 것만으로도 몇 년 만이지……? 아무튼, 근 10년 동안 최고 성적이야. 정률이 제외하곤 네가 최고의 스타고. 내년에 너 연봉 억은 될 거고, CF도 찍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석현아.”
“네.”
“우리가 한국시리즈 우승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 뭐……. 근데 뭐가 어떻게 돼요?”
함성훈이 손가락을 튕겼다.
“데뷔하자마자 팀을 우승시킨 슈퍼 루키 송석현! 우리 모기업 전성에서만 너를 광고 모델로 쓸까? 뉴스에도 네 이름이 도배될 거고, 너를 쓰고 싶은 기업이 매일같이 늘어날 거야. 그러면 CF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겠지? CF도 많이 찍을 거고.”
송석현이 마른침을 삼켰다.
“네가 MVP라도 돼 봐. 어우, 게임 끝, 게임 끝. 한국시리즈 MVP! 신인왕! 스무 살에 이런 성적 거둔 사람은 여태 아무도 없었거든? 근데 네가 그런 성적을 거뒀다? 작년에 너 김영훈 봤지? 걔 CF 몇 개 찍었는지 알지?”
“네, 엄청 찍으셨죠.”
“그다음은 너야. 네가 한국시리즈 우승시키고 MVP 따는 순간 몇 억으로 안 끝날걸.”
“……꿀꺽.”
“네가 제일 걱정하는 게 너희 어머니랑 동생이지? 그치?”
“네, 아무래도 집안 생계를 제가 책임지다 보니……. 저희 어머니가 지금 뭐 일할 형편도 아니시구요.”
“어머니가 몸이 많이 안 좋으신가?”
“그 정도는 아닌데, 아무래도 무거운 거 들고 이런 건 좀.”
“그러면 카페 이런 거 하시면 되겠네. 동네에 카페 하나 열고 네 사진이랑 사인 박아 놓으면 고트 팬들이 얼만데 거길 한번 안 갈까. 네가 가끔 가서 사인도 해 주고 사진도 찍어 주면 뭐 게임 끝나는 거지.”
“아…… 그런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다른 야구 선수들 보면 그렇게 많이들 해. 그러니까 돈 걱정하지 말고 넌 한국시리즈 걱정만 해. 네가 야구 잘하는 만큼 돈도 벌리는 거야. 아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못 하고로 네 수중에 떨어지는 돈이 몇 배는 차이 날 거다. 너도 이제 애아빠 되는데 빨리 돈 벌어서 좋은 집 사고, 너희 부모님도 호강시켜 드리고 해야지. 안 그래?”
송석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너무 사적인 얘긴데 다 들어 주시고, 해결도 해 주시고.”
“아직 해결 아니야. 네가 잘해야 해결하는 거지.”
“그래도 엄청 답답했는데 이제 조금 풀린 거 같습니다.”
“이제 정신 차리고 훈련할 수 있겠어?”
“죄송합니다. 정신 제대로 차리고 훈련하겠습니다.”
“그래, 넌 돈 걱정하지 말고 무슨 걱정 해라?”
“한국시리즈……?”
“그래, 야구 잘하는 게 제일이야.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은 거 맞지?”
“네, 알겠습니다.”
송석현은 함성훈에게 몇 번이고 인사를 한 뒤에야 자리를 떴다.
함성훈은 피식피식 몇 번이고 웃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분유 버프라. 인환이랑 석현이 둘 다 분유 버프면 볼만하겠는데.”
* * *
송석현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결혼 발표를 하려 했으나 뜻밖에도 기사가 먼저 나왔다.
정미남에게 말한 게 정미남의 부모님 귀에 흘러가게 되었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모두의 충격과 놀라움 속에서도 송석현은 훈련, 또 훈련에 매진했다.
짧은 휴식일이 지나고 한국시리즈 1차전 전날.
페가수스의 최성연 감독은 한 선수를 감독실로 불렀다.
“앉아.”
감독실로 불려 온 선수는 최영일.
최영일은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차 뭐 마실래?”
“네? 아, 제가 따라 드리겠습니다.”
“아냐, 아냐. 앉아. 커피? 커피 괜찮아?”
“네,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최성연은 커피 한 잔을 최영일에게 건넸다.
최영일은 커피를 받아 한 모금 홀짝하고선 두 손으로 잔을 잡았다.
대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눈치였다.
“성연아.”
“네, 감독님.”
“너도 내년이면 서른넷이야. 그치?”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서른넷.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치?”
“…….”
최성연이 최영일을 곁눈질로 힐끔거렸다.
“영일아, 너는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니?”
“계획이요?”
“그래, 계획.”
최영일이 말을 더듬으면서 뜸을 들였다.
“글쎄요. 일단 내년에도 1군에서 뛰는 게 목푭니다.”
“음, 그래.”
최성연이 커피를 홀짝였다.
“올해 너 몇 경기 뛰었지?”
“한 12이닝 정도……. 하지만 올 시즌엔 손가락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거지 아직 공은 문제없습니다. 내년에 충분히 뛸 수 있습니다.”
“영일이 너 참 아쉬워. 왼손에다가 구속도 145 넘게 나오고 구위도 묵직하고. 제구가 좀만 더 받쳐 줬으면 진즉에 FA도 하고 했을 텐데 말이야. 그치?”
“……네.”
“다들 네 재능이 아까워서 트레이드해 봤잖아. 너 벌써 여기가 여섯 번째 팀이지?”
“네.”
“영일아, 네가 앞으로 현역으로 뛴다면 1년 정도는 더 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게 우리 팀은 아닐 거다. 올 시즌 끝나면 너 트레이드 카드로 올라갈 거야. 그마저도 안 되면 팀에서 너 그냥 풀어 줄 거고. 잘하면 다른 팀에서 기회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겠지.”
“……결정된 겁니까?”
“99%. 너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잖아? 올 시즌 성적을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힘들지. 네 나이도 있는데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최영일이 고개를 숙였다.
“감독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 이대로 웨이버 풀리면 다른 데 가기도 힘듭니다. 보여 준 게 있어야 기회를 받죠.”
“나라고 별수 있나. 구단에서 정하는 건데.”
“하지만 감독님이 언급이라도 한번 해 주신다면……. 감독님, 아시잖습니까. 저 이혼하고 애도 저희 엄마가 키워 주고 계십니다. 저 아직 더 뛰어야 합니다. 내년까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뼈를 묻을 각오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아직 어깨도 싱싱합니다. 이 팔이면 2~3년 너끈히 던질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
최성연이 컵을 만지작거렸다.
“다른 데 가서 코치 해도 괜찮지 않아?”
최영일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것도 인맥이 있어야 들어가지요……. 저희 고등학교도 폐교된 지 오래고, 팀도 계속 옮겨 다녔는데 제가 내세울 만한 인맥이 어딨겠습니까?”
“베이스볼 아카데미 같은 데 있잖아. 레슨 같은 건?”
“그것도 믿을 만한 선배가 있든지 모아 놓은 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제가 애엄마한테 뜯긴 게 많아서…….”
“이거 참, 너도 사정이 복잡하구나.”
“감독님, 딱 한 번만 도와주시면 정말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내년까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제 능력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최성연은 숨을 한번 골랐다.
“영일아.”
“네, 감독님.”
“솔직히 말하자. 여태 네 제구 못 고쳤어. 10년이 넘도록 안 됐어. 선수로서 넌 힘들어. 너도 잘 알 거야. 안 그래?”
“……감독님, 그래도 한 번만…….”
“하지만 넌 여러 구단을 돌아다니면서 쌓아 온 경험도 있고, 성격도 좋아서 코치로선 나쁘지 않아. 그래서 말인데.”
최성연이 잠시 뜸 들였다.
“내년에 우리 팀 코치로 들어오는 건 어때? 신입이라고 해도 연봉 5천 보장에 팀 성적 보너스도 추가돼서 지금 네 연봉보단 몇 배로 받을 수 있을 거야.”
갑작스러운 제안.
최영일이 입을 크게 벌렸다.
“제가요? 코치를요? 하지만 저는 뭐 아무것도 없는데…….”
“네가 원한다면 내가 일본 쪽에 연락해서 코치 연수도 주선해 줄 수 있어. 한 1년 코치 연수 갔다 오면 연봉이며 대우도 좀 더 좋아지겠지? 당장 코치를 하든지 아니면 연수를 받든지 그거야 네 마음이고. 물론 연수받는다면 구단에서 비용을 부담할 거야.”
최영일이 마른침을 삼켰다.
“정말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니까 하는 말이지. 네가 팀을 위해 희생해 준다면 말이야.”
“그럼요. 기회만 준다면 얼마든지, 얼마든지 희생할 준비는 돼 있습니다. 얼마든지요.”
최영일의 두 눈에 불이 타올랐다.
최성연은 최영일을 보며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그러면 말이야. 네가 꼭 해 줄 게 있어. 꼭.”
“말씀만 해 주세요. 뭐든 하겠습니다.”
“그래, 마음만 먹으면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대단찮은 일이거든.”
포수로 승승장구
오프너
“오프너요?”
“그래, 내일 너는 대기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 출전할 수도 있고, 모레 출전할 수도 있어.”
조진희가 말을 잇지 못했다.
최성연 감독이 자신을 부를 땐 내일 경기 준비를 위해 부르나 보다, 가볍게 생각하고 왔다.
내일 1선발이 자신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프너는 왜……?”
조진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프너 전략은 선발투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첫 번째 투수를 올린 후 불펜 투수처럼 상황에 따라 바로바로 바꾸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가짜 선발 전략이라는 비아냥과 비난도 있었지만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써 왔던 전략이다.
조진희, 김성훈이라는 국내 좌우완 대표 원톱 투수와 A급 용병 둘이 있는 페가수스인 만큼 선수들은 오프너 전략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터였다.
“우리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잖아. 너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아직 실전 감각이 무뎌.”
“청백전 성과는 괜찮잖습니까?”
“청백전이라는 게 우리 팀끼리 붙는 거잖아. 내가 스콜피언, 고트 경기를 쭉 봤어. 너도 경기 봤을 거 아냐. 그치?”
“네.”
“고트 지금 방망이가 정말 뜨거워. 걔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한테 좋을 거 없어. 스콜피언 봤잖아. 걔들은 그 좋은 불펜이 있는데도 대량 실점 했어. 바로바로 안 바꿔서 그런 거야. 단기전에선 더 빠르게 투수 교체가 들어가야 돼. 고트 상대로는 더더욱 빠르게. 그래서 너를 아끼려는 거다, 진희야. 네 실력과 상관없이 분위기에 휩쓸리면 그땐 널 바로 내려야 하는데…….”
최성연 감독이 한숨을 쉬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한국시리즈 내내 따라다닐 텐데 퀵후크 하는 모습 보여 주고 싶어?”
메이저리그.
조진희는 메이저리그 소리가 나오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아니오…….”
“그러니까. 내일 첫 경기야. 첫 경기 중요성 잘 알지?”
“네.”
“내일은 4~5회까진 불펜 투수들을 올릴 생각이야. 광욱이랑 규옥이만 빼고 내일은 다 올라갈 수 있어.”
“그럼 제가 5회 끝나고 올라가는 겁니까?”
“올라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예?”
“우리가 불펜을 탈탈 털어도 고트 기세를 못 꺾는다? 그러면 넌 내일 나가야지.”
“내일 경기를 포기하신다는 말씀이세요? 하지만 1경기가 중요하시다고 방금-.”
“중요하지. 중요한 만큼 너를 아끼는 거야. 우리 전력을 짜내도 어렵다면 모레 경기에 집중하는 게 맞지 않아? 안 그래?”
“…….”
“그러니까 너는 내일 사인을 주기 전에는 몸 풀지 마. 상황을 봐서 사인을 줄 테니까.”
최성연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희야, 네가 주인공의 돼서 메이저리그 가야지. 피날렌데 멋진 모습, 필요하지 않을까?”
최성연 감독과의 대화를 마친 후 조진희는 감독실을 나갔다.
침울한 표정으로 라커룸에 돌아오자 포수 정용욱이 물었다.
“왜 울상이냐?”
“네? 아, 아니에요.”
“아니긴. 내일 선발로 나갈 놈이 죽상하고 있으면 포수가 신경 쓰이냐, 안 쓰이냐? 말해 봐. 무슨 일 있어?”
“그게 아니라…….”
조진희가 감독에게 들은 얘기를 털어놨다.
정용욱은 팔짱을 낀 채 경청했다.
“오프너……. 음, 감독님이 평소랑은 다르네.”
“그쵸?”
“우리 팀이 굳이 이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데. 여태 하지도 않으셨고. 내일 누가 첫 번째로 나가는지 알아?”
“그건 안 물어봤는데요.”
“그래…….”
정용욱은 한참 생각하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감독님도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다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잖아. 그럼 좋게 생각해.”
“그런……가요?”
“그럼. 안 그럴 게 뭐야.”
정용욱은 불안해하는 조진희를 달랜 후 먼저 집으로 보냈다.
홀로 남은 정용욱은 벽에 몸을 기댄 채 중얼거렸다.
“뜬금없네, 진짜.”
* * *
-달려라! 고트! 달려라! 고트! 워워워워워!
-페가수스! 날아올라라! 높이, 높이, 저 높이! 우리의 용마는 거칠 게 없네!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시작 전부터 양 팀 응원단장은 앰프에 응원가를 크게 틀어 놨다.
잠실과 사직을 제외하곤 큰 축에 속하는 수원 구장이지만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외야석까지 사람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23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고트.
작년에 피닉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은 후 다시금 왕조 재건에 도전하는 페가수스.
양 팀 팬들은 다른 이유지만 같은 마음으로 야구장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