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256
“그럼 천운이가 피시의 자리를 메우는 거로 하고…… 후.”
함성훈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 팀 분위기가 엉망이죠?”
“……아무래도, 네.”
“올 시즌 초부터 이러면 앞으로 웨일스랑 붙을 때마다 볼만하겠네요. 선수들에게 신신당부해 주세요, 부상 안 당하게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작정하고 저렇게 더럽게 나오면 방법이 없잖습니까. 애초에 빌미를 주지 말아야죠.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함성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시를 잃은 게 뼈아프지만 작년에 6선발을 돌려 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정천운이나 정진오는 다른 팀에서도 5선발 안에 들어갈 만한 자원이었다.
특히 정진오는 소화한 이닝이 적을 뿐 작년에 방어율 4점대로 준수한 활약을 보여 줬다.
한두 경기 대량 실점을 제외한다면 안정감도 좋다.
자리만 잡는다면 앞으로 요긴하게 쓰일 자원이다.
“쉽게 가는 시즌은 없구나, 없어.”
함성훈이 혀를 찼다.
* * *
웨일스와의 2차전.
그라운드 볼러 멕킨지를 앞세운 고트와 파이어볼러 던스를 앞세운 웨일스.
둘 다 좌완이지만 구속이 10km/h 이상 차이 났다.
멕킨지가 제구력을 바탕으로 땅볼을 유도하는 선수라면 던스는 제구는 썩 좋지 못하지만 좌완으로 155km/h까지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였다.
서로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의 등판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이닝 종료! 던스가 강속구로 1회에 삼진 두 개를 뽑아냅니다. 고트는 세 타자 모두 출루에 실패했습니다.] [던스 선수의 기록을 보면 볼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오늘 보니까 구위는 정말 확실하네요. 투구 폼도 까다롭고 공도 좋아서 스트라이크존에만 집어넣을 수 있다면 한가운데 공도 쉽게 치기 어려울 거 같아요. 그만큼 공이 좋습니다.]1회 초는 웨일스의 완승.
던스의 공을 보고 온 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특히 좌타자인 이지성과 김인환은 두 손, 두 발을 번쩍 들었다.
“와, 저런 애가 메이저에서 실패했다고? 그게 말이 되냐?”
“치라고 줘도 못 칠 거 같은데. 갑자기 공이 뻥 하고 나타나는 거 같아.”
1회 말 고트의 공격.
작년까진 고트의 2선발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멕킨지였지만 1회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던지는 공들이 죄다 타자 허리띠 높이였다.
밑으로 낮게 온다 싶으면 바운드 볼이었으니 타자들은 편하게 공을 골라내며 공략했다.
탕!
탕!
[네 타자 연속 안타. 점수는 2-0입니다.] [오늘 멕킨지 선수가 썩 좋지 못하네요. 제구력이 좋은 선순데 제구력도 영 그렇고, 일단 장타 허용이 많아요. 맞으면 외야까지 쭉쭉 뻗어 갑니다. 혹시 몸에 무슨 문제가 없는지 걱정될 정도예요.] [아, 결국 포수가 한번 올라오네요. 1회부터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합니다.]“괜찮아요?”
송석현의 질문에 멕킨지가 땀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공이 손에 잘 안 붙어서 그런 거야.”
“오늘 낮게 제구는 힘들 거 같은데 그러면 사이드 제구만이라도 힘써 봐요.”
“알았어. 그렇게 해 볼게.”
송석현이 다시 홈으로 돌아왔다.
멕킨지의 부진은 세금과도 같았다.
멕킨지는 애초에 메이저리그에서도 불펜으로 던지던 선수.
구종도 커터, 싱커, 체인지업으로 단조로웠다.
제구도 좋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많은 나이와 불안한 위치, 선발에 대한 욕심으로 한국에 온 케이스.
멕킨지가 피네스형 투수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구위를 믿고 던지는 선수에 가까웠다.
문제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구속은 그대론데 제구가 안 좋아지고 구위도 떨어졌다는 거다.
그라운드 볼러 유형의 선수들이 롱런한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감을 잃었을 땐 답이 없다.
구속이 빠르다면 설령 제구가 좀 안 되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이겠지만,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상황.
투수가 감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둘 다 속을 썩이네…….”
함성훈이 혀를 찼다.
멕킨지를 바꿨어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멕킨지급의 투수들은 흔하지 않다.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재원이다.
용병 투수는 확실하게 나은 게 아니라면 교체는 자제해야 한다.
용병 투수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리그 적응도 중요하다.
그뿐이랴?
한국 생활에 대한 적응, 팀과의 융합도 중요한 변수다.
멕킨지 급의 용병은 잘해 봐야 1년에 네댓 명 정도가 전부다.
뽑기로 뽑는다고 해도 멕킨지보다 나은 선수는 한두 명이나 될까.
이들이 한국 리그에 적응하고, 생활에 적응하고, 팀과도 융합될 가능성은 좋게 봐줘도 절반 이하.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멕킨지는 무조건 끌고 가는 게 맞다.
탕!
[안타! 안타! 또 실점을 허용하는 멕킨지 선숩니다.] [오늘 정말 웨일스 타자들이 받쳐 놓고 때립니다.]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에이스로 불리는 투수들도 1년에 몇 경기는 망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은 뼈아프다.
어제는 피시를 잃고 오늘은 멕킨지가 부진하다…….
작년에 누구보다 든든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메워 주던 두 선수기에 속이 더 아린다.
1회 말 점수는 5-0.
멕킨지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벤치로 돌아왔다.
2회부턴 고트가 반격에 나섰다.
송석현, 유선호, 김욱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어느 팀이든 부담스러워하는 파괴력이 있었다.
탕!
탕!
탕!
[세 타자 연속 안타! 점수는 5-2! 고트가 바로 반격에 나섭니다!] [이게 바로 고트의 저력이죠. 1번부터 6번 타선까지 투수들이 숨 쉬어 갈 틈이 없습니다. 특히 3번부터 6번까지는 리그 최고의 핵타선이라고 불러도 무방합니다.]고트의 반격도 잠시, 던스는 지명타자로 나온 최재완의 옆구리를 154km/h의 강속구로 맞혔다.
최재완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어제부터 신경전을 벌이던 양 팀이었던 만큼 고트 선수들이 바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아, 이러면 안 됩니다. 프로야구예요. 프로야구에선 그만한 품격을 보여야죠.] [양 팀 모두 너무 흥분해 있는 거 같아요. 신사적으로 해결해야지 이런 건 아니죠.]TV로 경기를 지켜보던 김나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만 하면 양비론이야. 시비는 저쪽이 걸고 피해는 우리만 받았는데 왜 동급 취급을 하는 거야?”
벤치 클리어링은 투수 던스의 사과로 빠르게 일단락됐다.
최재완은 숨을 들이마실 때 옆구리를 맞은 터라 얼굴이 붉어진 채로 숨을 꺽꺽거렸다.
결국 최재완은 김정덕으로 교체됐다.
“이건 고의 아니겠죠?”
함성훈의 물음에 수비코치 안영재가 어깨를 으쓱했다.
고의라도 어쩌겠냐는 대답이었다.
중심 타선도 아닌 하위 타선이고 제구력도 안 좋은 투수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고, 고의라고 보기엔 개연성이 약했다.
화를 내기도 애매하다.
여기서 고트가 더 강하게 나간다면 오히려 상황이 우스워질 수 있다.
“저 영감탱이 진짜 마음에 안 들어.”
함성훈의 입에 나온 말에 코치들이 움찔했다.
평소 코치들에게도 존대하는 함성훈이기에 더 놀라웠다.
고트가 2회 초 4점을 뽑아 줬으나 멕킨지가 2회 말에 2점을 더 헌납했다.
결국 투수 교체.
김진석이 올라와 급한 불을 껐으나 3회 말에 또 2점을 헌납했다.
함성훈은 주먹을 몇 번이나 쥐었다 펴더니 고개를 떨어뜨렸다.
“경기 버리죠. 여기서 불펜 낭비할 순 없습니다. 진석이랑 진오가 오늘 경기 끝내는 거로 가시죠.”
“……네.”
경기 결과는 14-8.
고트의 타선이 8점이나 벌어 줬으나 실점이 그 이상이었다.
불행히도 고트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선발 이창훈은 3회 5실점으로 강판됐다.
또 불펜의 조기 가동.
고트는 이날 경기도 7-5로 패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고트 팬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에이스 피시를 잃었고 연패가 끊기면서 2패를 기록했다.
유망주 최재완은 옆구리 통증으로 당분간 경기에 들어갈 수 없었고, 유격수 정영수도 도루를 하다 상대 스파이크에 어깨에 긁히는 부상을 당했다.
불펜의 조기 가동으로 시즌 초부터 불펜 과부하가 온 건 덤이다.
커뮤니티마다 웨일스 팬들과 싸우는 건 물론, 순진하게 당하고만 있었다고 고트 선수들과 감독까지 욕했다.
함성훈은 외야수 두 명을 2군으로 보내고 투수 두 명을 1군으로 콜업하며 부족한 불펜을 보충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5연승을 구사하며 이대로만 간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는데, 3경기 만에 팀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월요일 하루 휴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루의 휴식 후 만난 팀은 대구 스콜피언.
첫 경기부터 KS 듀오의 백투백이 터지면서 9-1 완승.
이날 송석현은 3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데일리 MVP에 올랐다.
7승 2패로 성적은 여전히 공동 1위.
그제야 고트 팬들의 사나운 반응이 조금 잠잠해지기 시작했지만…….
포수로 승승장구
시작은 좋았으나 (5)
“와, 오늘 무슨 날이가?”
스콜피언과의 2차전.
유선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벤치로 돌아왔다.
전광판의 숫자는 0-0.
경기는 이제 5회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게요. 치는 족족 다 걸리네요.”
“넘어갈 것도 안 넘어가고.”
“투수가 강찬열인데, 돌겠다 진짜.”
오늘 등판한 스콜피언의 투수 강찬열은 5선발을 오가는 투수 중 하나였다.
구속도 빠르고 제구도 나쁘지 않은 편이나 자신만의 강점도, 결정구도 없어 방어율 5~6점대를 오가는 투수.
리그 최강의 화력이라는 고트 타선이라면 진즉에 3~4점은 빼고도 남을 시간인데, 오늘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체인지업이 좋아지긴 했어요.”
송석현의 말에 김인환이 한숨을 쉬었다.
“체인지업이 좋아지니까 똑같은 직군데도 타이밍 잡기가 어렵다니까.”
“뭔가 항상 2%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2%가 채워진 느낌? 근데 그 2%가 채워지니까 레벨이 하나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2, 3개가 넘어간 거 같아요.”
“나도 그런 느낌이야. 뭔가 까다로워졌어.”
유선호가 중얼거렸다.
“아가 생겨서 그라나. 확실히 칼을 갈고 나왔네.”
김욱이 말했다.
“역시. 버프는 분유 버프가 최고구만. 온갖 사람들이 달려들어도 안 되더니 애가 생기니까 확실히 달라졌어.”
김욱의 농담에도 선수들은 웃지 못했다.
원래 잘하던 투수에게 당한다면 어쩔 수 없겠거니 하겠지만 한 수 아래로 얕보던 상대에게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이라면 양 팀이 무득점이라는 사실이었으나 그마저도 6회 초 조양철의 쓰리 런으로 균형이 깨져 버렸다.
“고생했다.”
투수 코치 연우식이 마운드로 올라가 정천운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천운이 6회까지 3실점으로 막아 낸 건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아쉬운 건 타선.
상대 에이스들도 두들겨 패던 타선이 오늘은 잠잠하다.
타선에는 사이클이 있다지만 투타의 엇박자는 아쉬울 따름이다.
[정천운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이번 이닝까지 던졌다면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을 텐데, 벤치의 판단은 교체였습니다.] [정천운 선수가 공을 많이 던지기도 했고, 지금은 교체 타이밍이 맞아요. 지금 교체하는 게 딱 좋습니다.] [점수는 3-0. 고트가 오늘은 좀처럼 화력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계속 불타오르지 않았습니까? 가끔 쉬어 가는 날도 있는 거죠.]고트는 8회 설진일의 솔로 홈런으로 마수걸이 득점을 뽑아냈으나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점수였다.
경기 결과는 4-1.
고트가 필승조 정홍민까지 써 가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한번 식은 방망이는 다시 타오르지 않았다.
“자 자, 오늘 고생했어.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어.”
“수고하셨습니다.”
함성훈은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해산시켰다.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이런 경기가 시즌 내내 몇 번이고 반복될 거다.
최강의 타선이라고 한들 매 경기 대량 득점을 뽑아낼 수는 없다.
타선에는 사이클이 있는 법이고, 잠시 주춤하면 또 불타오르는 타이밍이 있다.
강팀은 타선이 주춤할 때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
핵심은 연패.
연패만 없다면 올라갈 팀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 * *
고트의 대진은 스콜피언과 홈에서 붙고 페가수스와 원정에서 붙기로 돼 있었다.
고트는 스콜피언과의 3연전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다.
고트 타자들이 8점을 기록했지만 대체 선발로 나선 정진오가 무려 2이닝 6실점을 저지르며 마운드가 무너졌다.
페가수스 원정 3연전, 첫 경기 부진했던 멕킨지가 8안타를 허용하면서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면서 고트가 6-5 신승을 거뒀다.
연패를 끊었지만 또다시 2연패.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이창훈은 5이닝 5실점을 하며 끝내 8-7로 석패.
마지막 날 선발 한민석은 7이닝 2실점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 줬으나 믿었던 고진석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긴 연패는 없었으나 루징 시리즈가 3번 반복되자 어느덧 순위는 4위로 내려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