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281
여기에 커브, 싱커도 던질 수 있다.
노림수를 갖기엔 변수가 많고, 보면서 치기엔 공이 좋다.
진퇴양난.
방법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방법이라면…….
-탕!!
[높습니다!!]하늘 높이 뜬 공이 밤하늘을 날아 조명 속으로 사라진다.
높다 못해 까마득한 공.
공은 폴대를 지나쳤다.
[파울입니다. 파울. 하지만 큼지막한 파울 홈런이었어요.] [정말 벼락같은 스윙이었습니다.]“후우.”
김영훈이 웃어 보였다.
풀스윙.
방금은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배트를 크게 휘둘렀다.
평소 송석현과는 다르다.
공을 보고, 고르고, 좋은 공이 안 오면 볼넷으로 나가는 송석현이 아니었다.
헛스윙이 좀체 없는 송석현이 아니다.
일발 장타.
헛스윙도 개의치 않는 풀스윙.
맞으면 담장을 넘기다 못해 공이 부서질 것 같은 스윙.
잠시 잊었던 송석현의 별명의 생각났다.
잠실 장외 홈런의 주인공.
쳤다 하면 장외로 넘겨 버리는 타자.
헐크 김인환 전에 장외의 사나이 송석현이 있었다.
“재밌네.”
김영훈의 3구는 슬라이더.
웬만하면 지켜봤을 송석현이지만 이번에도 온몸을 날려 스윙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 삼진입니다! 송석현 선수가 삼구 삼진을 당했어요.] [엄청난 파울 홈런을 보여 주긴 했지만 정확도는 많이 아쉽네요.] [이렇게 되면 김영훈 선수의 벽을 넘기 더 힘들겠어요.]송석현이 벤치로 돌아오자 김인환이 물병을 건넸다.
“허리 나가겠어.”
“땡큐.”
송석현은 물을 마시고선 숨을 토해 냈다.
“진짜 허리 나갈 뻔했네.”
“뭘 그렇게 죽어라 스윙하냐.”
“어차피 보고 치는 건 답 없잖아. 로또 하나 바라고 쳐야지.”
“니가? 흐흐. 니가 그런 말을 하니까 웃기네.”
“내 스타일이 안 통하면 뭐라도 방법을 찾아봐야지.”
“갑자기? 그러다 안 통하면 어쩌려고?”
송석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이게 최선이야.”
“도끼질이?”
“최소한…… 이렇게 하다 보면 선배도 부담스러워서 공을 빼거나 실투 던질 수 있잖아. 안 되면 방법을 만들어야지. 어떻게서든.”
김욱은 삼진.
설진일은 범타.
쉴 틈도 없이 6회 말이었다.
포수로 승승장구
Good bye (9)
-탕!
[안타! 안타! 박성민의 안타! 우익수 앞 안타로 무사 1루를 만듭니다.] [피닉스한테는 정말 좋은 흐름이에요. 이제 득점 하나는 만들어야 합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점수 1점 빼는 게 더 어려워져요.] [고트는 마무리 김정률도 대기하고 있죠?] [김정률까지 등판하면 정말 가망이 없습니다.]홍대성이 손을 풀었다.
고트 벤치에선 작전이 나왔다.
야수들이 내야를 좁히고 포수의 사인도 낮은 쪽 빠른 공으로 결정됐다.
경기 후반 2점 차에서 무사 1루.
득점력이 약한 피닉스에서 선택할 건 작전밖에 없다.
고트가 내야를 좁혔음에도 8번 타자는 배트를 짧게 잡았다.
[그냥 번트 가나요?] [이러면 확실하게 번트를 대야 합니다. 애매하게 댔다가 파울로 카운트 날려 먹으면 이도 저도 안 돼요.] [최악의 경우 병살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코스가 중요할 텐데요.] [투수 정면으로 직행한다, 이러면 병살도 가능하죠. 하지만 그게 걱정되면 지금 상황에선 번트를 대면 안 되죠. 댈 거면 확실하게 대는 게 맞아요. 타자가 김현우 선수 아닙니까. 타율이 2할 5푼이 안 되는 타자에게 큰 걸 기대하기 어렵죠.]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말씀하시는 거죠?] [네, 여기서 강공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양 팀 모두 번트로 승부 봐야 합니다.]타자는 몸을 앞뒤로 살짝 움직이며 몸을 낮췄다.
송석현이 타자의 어깨를 쳐다봤다.
페이크 슬래시를 준비하는 타자는 어깨가 긴장돼 있다.
베테랑은 이마저도 티를 내지 않지만 지금 타석의 김현우는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타자도 아니다.
여차하면 포수 바로 앞 공도 예상하고 튀어 나갈 준비를 마쳤다.
홍대성이 공을 던지는 순간, 김현우가 배트를 뒤로 돌렸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예상 밖의 작전이지만 스윙이 급하다.
이러면 제대로 공을 맞힐 리 없다.
150km/h가 넘는 빠른 공이라면 더더욱.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바로 땅으로 처박혔다.
볼티모어 촙.
단단한 땅이라면 큰 바운드를 노린 스윙이 먹혔을지 몰라도 오늘은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렁한 땅에 강한 타구는 낮은 바운드를 만들었다.
“어?”
순간 앞으로 달려 나온 투수 홍대성의 눈이 커졌다.
평범한 투수 앞 땅볼.
잡기만 한다면 병살로 이어지는 타구.
홍대성의 머릿속에 이미 병살이 그려진 순간, 공은 그의 글러브를 지나쳤다.
강한 회전을 먹은 공은 그대로 마운드를 향해 날아가다 옆으로 맞고 방향을 틀었다.
역동작이 걸린 3루수는 주춤했고, 그사이 타자는 1루로 달렸다.
“에이씨.”
김욱이 억지로 몸을 틀어 공을 잡고 노스텝으로 공을 던졌다.
역대 최고의 3루수는 단순히 공격력만 뛰어난 게 아니다.
빠른 반응 속도, 넓은 수비 범위, 타고난 어깨까지.
김욱의 송구는 스텝을 밟은 것처럼 빨랐다.
-팡!
유선호가 공을 잡으면서 심판을 돌아봤다.
심판의 손은 살짝 올라가다 그쳤다.
-세잎.
[세잎! 세이프입니다! 연속 안타! 홍대성 선수의 아쉬운 수비가 무사 1, 2루를 만듭니다.] [공이 생각보다 덜 튀었어요. 쉬운 타구였는데 바닥이 무르다 보니 공이 회전만 많이 먹고 튀질 않았습니다. 쉬운 수비는 아니었다고 봐요.] [이러면 피닉스가 찬스를 잡게 되죠. 공포의 9번 타자 장세완 선수가 들어섭니다. 9번 타자지만 힘 하나는 알아주는 타자죠.]함성훈과 투수 코치가 눈을 마주쳤다.
“연 코치, 어떻게 생각해요?”
투수 코치의 눈이 몇 번 깜박였다.
“일단 이번 이닝까지 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아직 대성이 힘 그대로고 정률이 빼곤 대성이만 한 투수가 없습니다.”
“장세완 한 방이 만만치 않을 텐데.”
“힘이 떨어진 게 아니라면 7회까지 지켜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함성훈이 팔짱을 꼈다.
두 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모두 단타다.
흐름이 좋지 않을 뿐이지 투수에게 문제는 없다.
무엇보다 홍대성을 대체할 투수가 없다는 게 뼈아프다.
감독으로 지내다 보니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여도 투수 교체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흐름.
흐름이 좋지 못하다.
우리 팀 공격이 막힌 상황에서 상대는 운 좋게 득점 찬스.
마음 같아선 투수를 바꾸고 싶었으나 이내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아요. 이대로 갑시다.”
장세완이 배트를 연신 빙빙 돌린다.
배드볼 히터.
변화구에 약하지만 스윙에 망설임이 없다.
송석현이 침음을 흘렸다.
장세완이 무서운 타자는 아니지만 홍대성과 상성이 좋지 못하다.
홍대성의 변화구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제구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투수.
반대로 장세완은 빠른 공은 곧잘 친다.
벤치가 분주한 게 보인다.
벤치에서도 고민했을 테지만, 자신이 감독이라면 일단 GO다.
김정률을 뺀다면 홍대성이 최선이니까.
-슬라이더.
장세완의 선구안을 알아보기 위해 미트를 아래로 뺐다.
홍대성의 초구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많이 벗어난 슬라이더.
장세완의 배트가 돌아갔다.
[0-1. 장세완 선수가 저 공에 스윙하네요.] [마음이 급해요. 천천히 해야죠.]송석현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천만다행으로 장세완의 선구안은 형편없다.
다음 공도 체인지업을 요구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3구는 빠른 공 하나를 외곽으로 뺐다.
장세완이 꿈틀거리다 참는다.
4구는 슬라이더에서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역시.”
“잘 넘어가네요.”
고트 벤치에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경수인을 빼면 이제 다시 무서운 타자는 없다.
1번 타자 강영호는 플라이로 아웃.
2사 1, 2루.
2번 타자 김진필이 나왔다.
노 스트라이드로 공을 치는 만큼 정확도는 높지만, 장타는 부족한 타자.
배터리는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었다.
[1-2 카운틉니다.]홍대성이 몸 쪽으로 빠른 공 하나를 붙였다.
노 스트라이드는 힘이 부족해 몸 쪽 공에도 빠른 반응이 어렵다.
몸 쪽에 제법 잘 붙인 공, 김진필도 참지 않고 스윙했다.
-탕!!
[큽니다!!]맞자마자 송석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트에 맞는 소리가 남달랐다.
심증이지만 김진필은 몸 쪽 공을 기다렸다.
그게 아니라면 노 스트라이드로 이렇게 빠른 스윙을 보일 수 없다.
[좌측 담장~!!!]공은 담장을 넉넉하게 넘어갔다.
130m짜리 홈런.
홍대성이 입을 떡 벌렸다.
[홈런!! 피닉스의 쓰리 런! 여기서 쓰리 런이 터집니다! 3-2! 3-2 역전! 피닉스의 역전 홈런!]김진필이 배트를 던졌다.
순간 대전 구장은 함성으로 들끓었다.
고트 선수들은 넋이 나간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6회 3-2.
아직 3번의 공격 기회가 남았지만 투수는 김영훈이다.
희박하다.
가능성이 희뿌연하게 보인다.
“죄송합니다…….”
투수 코치가 함성훈을 보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나요. 상대가 잘한 거지. 결정은 내가 한 겁니다. 연 코치가 괴로울 거 없어요.”
함성훈은 애써 웃어 보였다.
“조지 뿟네.”
6회가 끝나고 유선호가 꺼낸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