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31
코치들도 뒤늦게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배터 박스 쪽으로 걸어왔다.
탕!
탕!
탕!
탕!
우익수, 우익수, 중견수, 중견수.
송석현이 치는 공은 우익 선상부터 시작해 점점 왼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이 왼쪽으로 갈수록 비거리도 늘어났다.
치는 공마다 홈런이 나오자 배터 박스 쪽으로 선수들이 우르르 몰렸다.
쾅!
쾅!
쾅!
오함마로 쇠못을 콘크리트 바닥에 우겨 박듯 귀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공이 좌측 담장을 넘어 한참을 뻗어 갔다.
홈런, 홈런, 홈런 그리고 홈런.
“수고하셨습니다.”
프리배팅이 끝나자 송석현이 배팅볼 투수에게 고개를 숙였다.
투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담장과 송석현을 번갈아 봤다.
“……뭐가 좀 큰일이 생긴 거 같지 않아?”
타격코치의 말에 다른 코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환이 말고 여기서 전부 다 담장을 넘긴 놈은 없었지?”
“최소한 우리 2군에는 없었지.”
“밀어서 넘기는 거 봤어?”
“봤어. 똑똑히 봤지.”
“이거 잘하면…….”
코치들끼리 눈빛을 교환했다.
“어이, 송석현. 송석현 맞지?”
그때 배터 박스로 구창현 2군 감독이 나타났다.
송석현은 감독을 보자 얼른 자세를 고쳐 섰다.
“네, 감독님. 송석현 맞습니다.”
“어, 힘이 아주 좋네. 장사야, 장사. 이제 보니 몸이 딴딴해 보인다, 야.”
감독은 송석현의 가슴을 쿡쿡 찔러 보더니 송석현의 배트를 집어 들었다.
“어이구야. 이거 뭐 펑고 배트야? 왜 이렇게 길고 또 무거워?”
“원래는 연습용 배틉니다. 일본에서 제가 써 보고 제 손에 맞는 거 같아서 쓰고 있습니다.”
“야, 이거 어디 시합 나가서 쓰겠어? 이거 휘두르다가 팔 나가겠다.”
감독이 배트를 들어 보이자 코치들과 선수들도 배트를 보기 위해 다가왔다.
가장 먼저 타격코치 강연태가 배트를 집어 들었다.
“확실히 좀 희한하네. 무거운 펑고 배트 같은데.”
코치의 말에 선수들끼리 수군거렸다.
“아무리 첫날이라고 해도 저런 걸로 유치하게 홈런을 조작하려고 그러냐?”
“여기가 뭐 홈런 쇼 케이스 장도 아니고, 훈련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펑고 배트로 홈런 치는 놈이 세상 어딨어?”
“쟤도 참 개념이 없다. 정률 선배가 감싸 주니까 나사 빠진 거 아니야?”
“그러면 그렇지, 뭔가 이상하다고 했어. 홈런이 이렇게 빵빵 터질 리가 있나.”
김정률은 뒤에서 선수들이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
타격코치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배트를 송석현에게 건넸다.
“이런 건 연습할 때나 써. 배팅할 땐 제대로 된 걸 쓰고.”
이때 김정률이 다른 타자가 들고 있던 배트를 슥 뺏어서 송석현에게 다가갔다.
“석현아, 이 배트로 한번 쳐 볼래? 어때?”
“지금요?”
“어, 내가 공 던져 줄게. 한번 쳐 봐.”
송석현이 뭐라 답하기도 전에 김정률이 공을 들고 배터 박스 앞에 섰다.
송석현은 감독과 코치를 번갈아 보면서 어찌해야 할지 살폈다.
코치가 한발 물러섰다.
“뭐…… 한번 해 봐.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해 봐.”
다른 사람이었다면 훈련을 방해한다고 한 소리 들었겠지만 누구도 아닌 김정률이었다.
코치는 김정률이 송석현을 과하게 감싼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된 송석현의 실력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송석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시작부터 너무 주목받는다.
기껏 무거운 배트에 다 적응해 놨는데 다시 가벼운 배트를 쥐어야 한다.
송석현은 자신을 보는 눈빛들을 바라보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럼 한번 쳐 보겠습니다.”
포수로 승승장구
This is Real
송석현이 배트를 살짝 흔들었다.
방망이 무게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900g 이하로 추정됐다. 평소 쓰던 방망이보다 100g 이상 차이가 난다.
“후우우우우.”
송석현이 숨을 내뱉었다.
원하진 않지만 쇼 케이스가 됐다.
김정률이 감싸고도는 후배로 찍혀 2군 생활 내내 피곤해질지, 아니면 ‘역시 뭔가가 있어서 그랬구나.’ 하고 평가받을지는 이 자리 하나로 판가름 난다.
“던질까?”
“예, 부탁드립니다.”
김정률은 검지와 중지를 딱 붙였다.
좋은 배팅볼은 포수가 투수에게 송구하듯 던져야 한다.
탕!
김정률이 공을 던지자마자 송석현의 배트가 돌았다.
공은 그대로 좌측 담장을 한참을 넘어갔다.
“……?”
두말할 것도 없이 까마득하게 담장을 넘어서는 공.
좌중이 조용해졌다.
“너무 가벼운데.”
송석현이 배트를 휙휙 휘둘렀다.
배트가 가볍다 보니 타점이 앞에서 생겨 당겨 치기가 됐다.
프리배팅은 밀어 치는 게 우선이라 우익수 방향을 보고 친 건데 100g의 차이는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탕!
탕!
탕!
송석현은 다음 공부터는 우익수 방향으로 밀어 쳤다.
밀어 친다고 했지만 워닝 트랙 근처로 떨어지거나 담장을 넘어갔다.
무거운 배트로 칠 때와는 달리 비거리는 줄었지만 밀어 쳐서 담장을 넘기는 공이 나온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
박수나 환호는 없었다.
침묵의 바다.
송석현은 침묵의 아우성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흠흠.”
김정률이 배팅 네트를 벗어나 씨익 웃었다.
송석현은 그라운드를 보고 있어서 뒤편을 볼 수 없지만 김정률은 달랐다.
송석현에게 쏠린 시선은 처음과 사뭇 달랐다.
“수고했어.”
김정률이 송석현을 어깨동무하며 배터 박스를 벗어났다.
감독은 손뼉을 서너 번 치면서 송석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름이 송석현이라고 했지?”
* * *
겨우 프리배팅 하나였다.
송석현에 대한 왈가왈부는 없었다.
김정률 백으로 들어왔느니, 고졸 신고 포수니 하는 말은 단숨에 정리됐다.
포수로서의 실력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힘 하나만으로도 김인환에 이어 팀 내 확고한 두 번째 선수였다.
어느 팀에나 거포도 있고 힘만 좋은 타자도 있지만 최소한 2군 내에선 송석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타자는 없었다.
어나 더 레벨이라는 김인환을 제외한다면.
“더 빨리! 빨리!”
프리배팅이 끝난 후 배터리코치는 송석현을 따로 불러 블로킹 연습을 시켰다.
배터리코치가 땀을 흘릴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었다.
훈련이 끝나자 배터리코치가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블로킹 기본기는 돼 있네. 연습할 방법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된 거야?”
송석현은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테니스공 가지고 벽에 튕겨 가면서 연습했습니다.”
“테니스공?”
“네, 테니스공이 익숙해지면 탱탱볼로 연습했고요.”
“그래? 하하하.”
배터리코치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올드 스쿨이구만. 옛날에 나도 그런 식으로 훈련을 했는데 말이야. 요새도 그런 훈련을 하나?”
“제가 포변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연습량이 부족해 혼자서도 훈련할 방법이 없나 찾다 보니까 이렇게 무식하게 하게 됐습니다.”
“무식하긴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최고지. 그런데 포변 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네, 고 2 때부터 미트를 잡았습니다.”
“고 2? 그러면 이제 3년도 안 됐어?”
“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하하하. 이야, 평생 포수 한 놈들 중에 너보다 못한 애들도 수두룩해. 아, 그러면 너 전에 포지션은 뭐였어?”
“저는 투수였습니다.”
“투수라고? 내야수도 아니고 투수? 투수가 포수라……. 특이한 케이스네. 그러면 송구는 좀 자신 있겠네.”
“이런 말씀 드리기 부끄럽지만 아직도 어깨는 싱싱합니다.”
“음, 그렇다면 한번 볼까? 공 던질 수 있지?”
“예, 물론이죠.”
“그럼 한번 던져 봐. 마운드로 올라가 봐. 구속이 얼마나 나오는지 보자.”
배터리코치는 미트를 들고 홈플레이트로 향했다.
송석현은 프로텍터를 벗고선 마운드로 향했다.
팡팡!
“던져 봐. 일단 몸 좀 풀어 보자.”
송석현은 어깨를 휙휙 돌렸다.
마운드에서 제대로 공을 안 던진 지 오래다.
송구 훈련을 하면서 어깨 단련은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와인드업으로 던지는 것과 송구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후우우.”
송석현이 숨을 가볍게 내뱉었다.
몸에 힘을 빼야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다.
송석현은 다리를 살짝 든 후 공을 던졌다.
팡!
“오, 좋네. 130km/h은 나오겠어.”
송석현은 점점 스트라이드를 넓혔다.
투수가 아닌 만큼 스트라이드를 여섯 발자국 이상은 뻗지 않았다.
여섯 발자국 반에서 일곱 발자국이 투수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구속을 최대치로 올리기 위한 최적의 스트라이드였다.
송석현이 스트라이드를 넓히자 공도 절로 빨라졌다.
“야, 스피드건 가져와 봐라.”
배터리코치의 말에 뒤에서 구경하던 컨디셔닝코치가 스피드건을 가져왔다.
“어, 정 코치. 속도 좀 재 봐. 속도가 꽤 나오는데?”
배터리코치가 송석현을 향해 크게 외쳤다.
“제대로 한번 던져 봐! 여기다 꽂아 봐!”
“네, 알겠습니다.”
송석현은 허리를 좌우로 돌렸다.
피칭의 핵심은 두 가지다.
스트라이드를 얼마나 넓게 가져가느냐.
옆구리 스트레치를 얼마나 길게 가져가느냐.
다리를 더 멀리 뻗을수록, 골반 라인과 어깨 라인의 비틀림이 깊을수록 구속과 구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여태 스트라이드를 넓혔다면 이제는 옆구리의 비틀림을 키울 때다.
“던지겠습니다.”
“던져, 던져.”
배터리코치가 미트를 내밀었다.
송석현의 어깨를 보아하니 최소한 130km/h 후반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강견이다.
포수 중에 투수로 포변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타고난 어깨에 송구 연습을 하면서 구속이 올라가자 구단에서 투수로 포변을 시킨 경우였다.
140~150km/h까지 나오는 구속이 포수 출신 투수의 특징이었다.
송석현은 반대 케이스지만 마운드에서 140km/h 이상이 나온다면 송구에 대한 걱정은 일절 지울 수 있다.
“후우우.”
송석현이 몸에 힘을 빼고 다리를 가슴까지 올렸다.
키킹, 스트라이드, 스트레치, 몸통 회전,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에 끌고 와 때리기.
평생을 해 온 투수 루틴이 몸을 지배했다.
팡!
공을 잡은 배터리코치가 움찔했다.
방금은 공을 잡은 게 아니다.
미트 안으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145km/h.”
컨디셔닝코치가 중얼거렸다.
“미쳤네.”
배터리코치는 공을 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뭐냐? 이 공 뭐야? 너 투수 할 때 구속 얼마까지 나왔어?”
송석현이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공식적으론 158km/h까지 나왔던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