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ise as a catcher RAW novel - chapter 53
김인환은 영문을 몰라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앉아.”
감독의 권유에 옆에 있던 배터리코치가 말했다.
“부담스러워서 어디 앉겠습니까? 다들 불편한 사람투성인데.”
“그런가? 하하. 그럼 인환이 거기 서서 들어.”
“네, 알겠습니다.”
“2군 기간 다 채우고 너 바로 1군으로 갈 거야. 1군에서 특별 지시가 내려왔어. 요새 네 성적 좋다고 그대로 컨디션 잘 유지시켜서 올려 보내란다. 대규의 몸 상태가 별로야. 아마 너 1군 올라갈 때 되면 둘이 교대할 거 같아.”
“벌써 올라갑니까? 내려온 지 얼마 안 됐는데요?”
“그러게 누가 그렇게 잘하래? 하하. 너 풀스윙 돌리는 거 영상으로 보내 주니까 1군에서 바로 올라오라고 성화더라.”
“아…….”
김인환이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감독은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놨다.
“어허, 반응이 왜 이래. 시원찮네. 1군 싫어?”
“아니요. 아닙니다. 조금 더 여기서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그만하면 됐지. 여기서 네가 더 할 게 뭐 있냐?”
“제가 많이 부족해서요.”
“겸손은. 됐어, 인마. 그리고 우리 1군도 지금 상황이 별로 안 좋다. 너도 귀가 있으니 들었을 거 아니냐. 잘하면 바로바로 올라가서 써먹어야 돼. 그러니까 컨디션 조절 잘해서 이번엔 1군 붙박이로 있어라. 좀 오래 있으란 얘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네, 알겠습니다.”
“그래그래, 나가 봐. 몸 관리 잘하고. 술 먹지 말고. 어?”
“네.”
김인환은 그대로 나가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몸을 돌린 김인환이 말했다.
“저…… 외람된 말씀이지만 정률이 형하고 석현이는 1군에서 소식이 없을까요?”
감독은 어깨를 으쓱했다.
“두 사람도 조만간 연락이 올 거야. 우리가 매일같이 1군에 올려야 한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거든.”
“아, 그렇습니까?”
김인환의 얼굴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김인환이 감독실을 나갔다.
감독은 웃었다.
“웬일이래. 맨날 진지하고 죽상이던 놈이 이제는 웃고 다니네.”
“그러게요. 인환이는 너무 진지한 게 탈이었는데 요새는 좀 애가 웃고 다니고 그러네요.”
“저놈은 생각이 너무 많아. 타자가 머리가 복잡하면 더 안 되거든.”
배터리코치 김태우가 말했다.
“석현이가 들어온 후로 셋이서 잘 어울리고 다니는데 서로 죽이 잘 맞나 봅니다.”
“850g 배트를 쓰라고 한 것도 석현이가 말한 거라면서?”
“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석현이가 시너지가 좋아. 정률이 입스 고치는 데 아이디어도 줬다고 하고.”
“복덩이가 들어온 거 같습니다. 드디어 우리도 막힌 혈을 뚫고 우승하는 거 아닙니까?”
“선수 하나 들어왔다고 우승하면 죄다 우승하게?”
“피닉스는 했잖습니까? 만년 꼴찌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하겠습니까?”
“거긴 김영훈이 있잖아. 그 미친놈 데려와. 그럼 나도 우승할 테니까. 투수랑 포수랑 같아? 그 미친놈은 혼자서 1, 3, 5선발 뛰는 놈이잖아. 으으, 생각만 해도 무섭네.”
“혼자 잘하는 투수도 무섭지만 석현이는 복덩인데요. 저는 석현이가 이대로 커 준다면 앞으로 무조건 우승권이라고 봅니다.”
“그건 그때 생각하자고.”
조용히 있던 투수코치가 말했다.
“정률이가 마무리하고 인환이가 4번 뛰고 석현이가 포수 보면…… 라인업은 최고네요. 인환이랑 석현이 둘 다 터지면 우승 못할 수가 있겠습니까?”
감독이 파하하 웃으면서 제 가슴을 툭툭 쳤다.
“우승 못해도 둘 다 터지면 우리가 할 건 다 한 거지. 아, 그러면 내 공이 제일 큰 거 아냐? 2군에서 세 명을 키워 내는 건데. 차기 감독은 내 자리가 되겠네. 안 그래? 하하.”
“꿈이라도 크게 꿔야죠. 저희도 다 같이 감독님을 따라 1군에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듣기만 해도 좋네. 듣기만 해도 좋아.”
* * *
김인환은 감독실에서 나와 양손으로 두 볼을 비볐다.
김인환은 마냥 웃지 않았다.
그날 저녁.
김인환은 김정률, 송석현과 함께 단골 고깃집으로 향했다.
“자, 석현이 많이 먹어라.”
김인환은 고기를 죄다 걷어서 송석현 앞 접시에 올렸다.
젓가락을 내밀던 김정률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야, 너 이런 걸로 노인네 차별하는 거 있냐?”
“형 거 있잖아요, 여기.”
“난 이게 먹고 싶었다고. 이게 더 잘 익고 탐스러워 보였다고.”
송석현이 고기를 집어 김정률 앞 접시에 올렸다.
“드세요, 선배님.”
“됐어. 이러면 핵 찌질해 보이잖아.”
“그러면 제가 다 먹을까요?”
“그건 네가 너무 싸가지 없어 보이지 않니?”
세 사람이 고기로 어느 정도 배를 채웠을 때였다.
김인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곧 1군에 갈 거 같아요. 아마 다음 주 정도?”
“1군 콜업도 아니고 뭐 그렇게 길어? 코치님이 얘기한 거야?”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그러면 확실하구만. 축하한다. 이번엔 가서 잘해라. 내려오지 마, 인마. 거기서 뿌리박아. 아주 뿌리를 쫙쫙 내리라고.”
“그래야죠. 같이 올라가면 좋은데 저만 올라가니까 미안하고 그러네요.”
“웃기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나도 곧 올라갈 거거든? 석현이도 그렇고. 안 그러냐?”
송석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는 조금 더 여기서 묵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야, 너는 여기서 더 묵히면 썩어, 썩어. 지금 제일 잘 익었어. 그치, 인환아?”
“석현이도 곧 올라갈 거예요. 아까 감독님한에 여쭤봤는데 형이랑 석현이도 곧 1군에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어요.”
“석현이는 이미 보여 줄 거 다 보여 줬어. 지금 올려야지. 여기서 뭘 증명해? 용욱이 형이랑 붙어서 오늘 이겼잖아. 안 그래?”
송석현이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뭘 이겨요? 팀이 이긴 거지.”
“야, 맞대결해서 이기면 이긴 거야.”
“저랑 선배님이랑 비교가 되나요. 오늘만 해도 볼 네댓 개는 스트라이크로 만들던데요. 제가 본 것만 그 정도니 아마 그보다 더하시겠죠.”
“형 미트질이 같은 편이 보면 신묘한 손짓인데 적으로 만나면 양아치 같다니까.”
“그게 기술이죠. 정용욱 선배님 프레이밍이 톱클래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검색하다 보니까 저번 WBC 분석 기사를 봤는데 프레이밍 점수가 2위던데요. 1위랑도 큰 차이 안 나고 3위랑은 차원이 다른 2위던데.”
“형이 얍삽하게 잘하긴 해.”
“얍삽한 게 아니라 고급 스킬입니다. 저는 그거 따라가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몰라요.”
“야 야, 석현아. 너는 용욱이 형을 제쳐야 1군에 올라갈 거야? 너 정도 되면 올라가야지. 가서 배우는 거야. 오늘 용욱이 형도 너 보면서 뜨끔한 적 많을걸. 세월에 장사 없다고 생각할 거야. 20세 신입 포수가 이 정도라니……! 두둥!”
세 사람은 1차 고깃집에서 모임을 마쳤다.
모두 오늘 경기를 뛴 덕에 일찍 가서 쉬자고 뜻을 모았다.
숙소로 가는 길.
송석현은 걸려 온 전화의 발신자를 확인했다.
동생 송철현이었다.
“잠시만요.”
송석현이 한쪽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
“어, 왜? 무슨 일이야?”
송석현은 철현의 말에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뭐?”
포수로 승승장구
새옹지마 (1)
페가수스전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송석현은 바로 짐을 쌌다.
송석현은 김인환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크게 안 다치셨다며?”
“……예.”
김인환은 서울로 가는 내내 송석현을 위로했다.
두 사람은 서울 터미널에서 내렸다.
“저는 이대로 병원에 가려고요. 나중에 들어가기 전에 제가 연락할게요.”
“병원에 같이 가.”
“형이요?”
“그래, 후배 어머님이 다치셨는데 병문안하러 가야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병원에 오래 계실 것도 아닌데.”
“그래도 사람 도리가 그게 아니지. 가자. 병원만 잠깐 들렀다 갈게.”
김인환은 송석현의 만류에도 병원까지 동행했다.
김인환은 병원 입구에서 과일과 음료 세트 하나씩을 사 들고 병실로 향했다.
똑똑.
송석현은 2인실 병실의 문을 열었다.
거기엔 송석현의 어머니가 누워 있었다.
“엄마.”
어머니 옆에는 동생 송철현이 앉아 있었다.
“오지 말라니까. 쉬지 뭐 하러 왔어.”
송석현의 어머니가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송석현은 일어나지 말라며 손사래 쳤다.
송석현의 어머니는 송석현과 입씨름하다 김인환과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석현이 같은 팀 선배 김인환이라고 합니다.”
김인환은 바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어머님이 편찮으시다고 해서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 이렇게 찾아뵀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우리 석현이 선배구나. 석현아, 엄마 좀 일으켜 봐라.”
“아닙니다, 어머님. 누워 계십쇼. 인사만 드리고 가려 했습니다. 우선 이거.”
김인환은 과일과 음료를 송철현에게 건넸다.
“어머님 허리 다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예, 예. 괜찮아요. 내가 허리가 이래서 일어나기가 힘드네요. 미안해요, 내가.”
“아닙니다, 어머님. 저는 인사드렸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부디 쾌차하십쇼.”
“벌써 가려고요?”
“정말 인사만 드리려고 온 겁니다. 아, 맞다.”
김인환이 송석현을 가리켰다.
“석현이가 요새 우리 팀에서 제일 잘합니다. 아마 곧 1군에 가게 될 겁니다. 석현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앞으로 스타가 될 친굽니다.”
“우리 석현이가요?”
“네! 이건 정말입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송석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형도 참.”
“석현아, 그럼 난 가 볼게. 내일 복귀할 때 보자.”
송석현의 어머니가 송석현을 팔로 툭툭 쳤다.
“이대로 보내면 어쩌니. 저기 과일이랑 먹을 거 좀 있다.”
“아닙니다, 어머님. 전 정말 여기서…….”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정미남과 김영석이었다.
“어, 석현아.”
“야, 니들은 여기 왜 있어?”
“너 온다기에 우리도 맞춰 나왔지.”
뒤이어 김나영도 두 사람을 따라 들어왔다.
김인환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들어오는 김나영을 보았다.
김인환은 숨이 멎은 채 눈을 깜박였다.
“너까지 왔어?”
김나영은 문 앞의 김인환을 보지도 않은 채 송석현만 바라봤다.
“진~짜 얼굴 보기 힘들다. 너는 어디 뭐 해외 취업이라도 했니?”
* * *
송석현이 온다는 소식에 세 친구들까지 모두 모였다.
일찍 간다던 김인환은 어물거리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송석현은 김인환을 세 사람에게 소개시켰다.
다섯 사람은 휴게실에서 음료수 한 잔씩을 뽑고 자리에 앉았다.
“형, 엄마가 잠깐만 오라는데?”
“알았어. 잠깐만.”
송석현은 앉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나영도 송석현을 따라 일어섰다.
김인환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덥석.
그때 정미남이 김인환의 손을 만졌다.
“와! 손도 진짜 크시네요. 저보다도 크신데요?”
“어? 손?”
김인환이 큰 눈을 깜박였다.
“역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장사라는 타이틀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요. 와, 알통 봐. 알통도 진짜 대박이네. 영석아, 인환이 형이 나보다 더 팔 굵은 거 같지 않냐?”
“내가 보기에도 좀 그런 거 같은데?”
“이야, 이게 프로구나. 프로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형은 3대 몇 치세요?”
“3대?”
김인환은 3대라는 소리에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하이바 기준인가?”
* * *
김나영은 송석현을 따라 병실까지 들어갔다.
송석현은 잠시 할 말이 있다며 김나영을 멈춰 세웠다.
“잠깐만. 금방 얘기하고 나올게.”
송석현이 병실로 들어가자 어머니가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어, 엄마.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