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299
1298화
Special Ep. Fin – THE DREAM TEAM (66)
2019년 9월 26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17500 도넙 로드. 빅터 브라우닉 호수(San Antonio, TX. 17500 Donop Rd. Victor Braunig Lake).
샌안토니오 시내에서 남쪽으로 17마일 가량 떨어진 빅터 브라우닉 호수는 본래, 동쪽 호수(East Lake)라는 이름으로 불렸
었다. 면적 1,350 에이커. 최고 깊이 15M를 자랑하는 이곳은 낚시할 장소가 많지 않은 이 도시의 몇 안 되는 명당 중 하나였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큰 파티가 벌어지 고 있다.
“뭐에요? 낚은 물고기를 먹지 않아요?”
“당연하지. 자연을 존경해야 하는 법이 야, 꼬마.”
“쯧. 전 꼬마가 아니거든요?”
“하-! 꿈도 크셔.”
“…”
매년 오프시즌 폴 조지가 주최하는 낚시 대회는 그가 소속 된 팀의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였다. 올 해에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었
고, 스퍼스의 스타-플레이어는 팀이 쉬는 날에 맞춰 동료들을 모두 이곳에 초대했다.
물론, 완전히 모두는 아니다.
“이봐! 그는 정말 오지 않는 거야?”
“Yup! 걘 지금 이 도시에 없어!”
“대체 어디에 있는데?”
“어디겠어? 오그던!!”
2019 FIBA World Cup을 우승으로 이 끈 대표팀이 본토로 돌아온 건, 정확히 열 흘 전의 일이었다. 떠들썩한 환대도 또 백 악관의 초청도 없는 소박한 귀환이었고, 이는 FIBA World Cup 이 지닌 현재의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축하를 받았고,
또 나라를 위해 공헌한 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인정받았다. 바로 SNS 라는 수단을 통해.
폴 조지는 지금, 질문을 던져온 P.J 터커에게 휴대폰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30분 전에 업데이트 된 마르커스 스마트의 인스타그램이 있었고, 그와 또 궁금해 했던 다른 한 남자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야외에 차려진 기다란 식탁을 따라, 행복 해하는 이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P.J 터 커는 행복해 보이는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Damn! 그래도 이 신발을 보여주려고 했단 말이야.”
“하하. 있다가 사진을 보내줄게.”
“그렇게 해. 단! 알지? 신발은 주가 되어 선 안 돼.”
“평범하게 찍은 사진 같지만, 그가 눈치 챌 수 있게끔 적당히 부각 시키라고?”
“바로 그거지!! 역시 넌 말이 통한다니까?”
P.J 터커는 NBA에서 가장 유명한 슈즈-콜렉터이자, 유니크한 스타일의 패셔니스타 로 유명했다. 처음 샌안토니오에 도착을 했던 날에도, 은 터 커의 패션을 하나하나 분석해 낸 기사를 기 고했다.
오프-시즌이기에 가능한, 약간의 여흥이
었다. 기자들에게도 그런 휴식시간은 필요 한 법이었고, 오늘의 일도 SNS 로 재생산 되어 미디어의 관심을 사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삶의 방식이 현대의 NBA 선수들을 나타내고 있다. 비단 NBA 뿐만이 아니라, NFL이나 NHL. 또 MLB 역시도 마 찬가지다.
“좋아- 그럼.”
찰칵 _
“그리고오- SEND! 보냈어.”
“…걔가 눈치를 챌까?”
“두고 봐야지.”
오늘 폴 조지의 낚시대회에 참여를 한 건, 선수들 일부와 코칭스태프. 또 스퍼스에 근무하는 스태프들 다수였다. 오전 9시부터 진행 된 낚시대회는 의외의 복병이었던 서 지 이바카의 승리로 끝났고, 그는 조지가 직접 만든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었다.
지금은 에이프런을 두른 채로 요리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데, 스퍼스의 사람들은 그가 기괴한 식재료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다 행으로 여겼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좋은 팀이야.”
“하하. 넌 지금 스퍼스에 대해 말하는 거야. 그거 알지?”
“그건 또 그러네. 그런데 내 말은.”
“응?”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좋다는 거야.”
“…그래. 나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시간이 흐르면서 빛이 바라고 또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것 같았던 ‘ SPURS ERA ’ 는, TIM’s ERA에 이은 KIM’s ERA를 통해 20년을 넘어 30년 이상을 바라보 고 있었다.
1999년부터 시작 된 우승의 역사 또한, 2003/2005/2007/2014. 그리고 2018년 과 2019년이라는 리핏을 통해 7차례까지 확장이 되었다. 이는 1957년부터 1986년 까지 29년간 16번의 우승을 차지한 셀틱스 엔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의미가 조금 달랐다.
현대농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
클 조던의 시대 이후, 같은 기간 7차례의 우승을 차지한 건 오직 샤퀼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필 잭슨이 이끌던 로스 앤젤레스 레이커스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현재, 스퍼스는 현대농구가 시작 된 후 최다우승인 8번째를 바라보고 있다. NBA 역사상 단 세 팀(셀틱스/불스/레이커 스)밖에 이루지 못한 쓰리-핏과 함께.
“역사와 성취는 꽤나 특별한 무게감이 있지.”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저 남자도.”
“하하. 물론 그도 빼놓을 수 없지.”
폴 조지와 P.J 터커가 이제 바라보는 것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장대
같은 남자였다. 티모시 시어도어 던컨은 3 개월 만에 은퇴를 번복하며 스퍼스의 A/C 로 돌아왔고, 이러한 사실은 팀 전체에 큰 영감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누 지노빌리 역시, 가까운 시간 안에 팀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한 상태였다. 마누는 최근 중국에서 있었던 이벤트 친선경기에서, 스퍼스로의 복귀를 기정사실 화했다.
하지만 그건 2019-20 시즌은 아니었고, 빠르면 2020-21. 늦어도 2021-22 시즌쯤 에는 스퍼스로 돌아올 것 같았다. 현재는 그도 따로 자리를 잡고 디죤테 머레이, 케빈 포터 등을 데리고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물론 스퍼스의 사람이라면, 저것이 단순 한 건설적인 대화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이 팀의 문화를 관통하는 건 저 녁식사와 조크라는 두 단어다.
“여긴 뛰어난 팀이야. 휴스턴에서도 물론 좋았지만, 그곳과 여긴 비교조차 할 수 없어. 모두 재능이 넘치고, 조금만 삐끗하면 자리를 빼앗길 것 같아.”
“덕분에 좋은 점도 있어.”
“예를 들면?”
“일단은 이 일이 조금 쉬워져. 그래도 여전히 어렵단 건 차이가 없지만 말이야. 그리고 또,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지. 네가 조금 아팠을 때, 그걸 감추지 않아도 된단 것도 좋아.”
“그래- 그건 이야기가 들었어. 그거 진짜야?”
“그렇고말고. 말하는데, 폽을 화나게 하면 안 돼.”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는 어디에 있는데?”
“이런! 아까 사진에서 못봤어?”
아까의 인스타그램을 다시 보여주는 폴 조지.
화면의 끝에 폽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앉아 있다.
“봤지? 이번엔 다 함께 갔다니까.”
“오그던. 그의 대학이 있는 곳이었지?”
“맞아. 잘 찾아보면 데임도 있어.”
” 진짜?”
다시 휴대폰을 유심히 쳐다보던 터커는 이제야, 오그던에서의 모임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거 알아? 오그던에서 얘는 완전 영웅 이야. 지금은 샌안토니오가 녀석의 집이지만, 결국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은 바로 거기지. 이번에도 오그던에 있는 모든 공립 초등학교들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니까?”
“총합?”
“아니. 개별로.”
3개월 전에 있었던 김민혁의 MVP 연설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특히나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 성공을 해왔는지를 많은 이들이 알았기에, 그 감동은 더더욱 배가되었다.
지금도 그는 자신이 마치, 타인에게 베풀 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행동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폴 조지는 김민혁의 가족들을 만나 고 나면, 어째서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의 아내를 만나보라면서 말이다.
현재 미디어에는 김민혁과 스테이시를 MLB의 클레이튼 커쇼 부부와 나란히 놓고 있었다. 미국에서야 성공한 이가 자선을 베 푸는 건 흔한 일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케이스라며 유난을 떨 정도로 주 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여기엔, 그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게 오히려 더 큰 이유가 되었다. 현재는 귀화를 선택해 미국인이 되었다지만, 김민혁의 자선활동은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장담하는데, 녀석과 함께하는 건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거예요.”
“나도 기대하고 있어. 그러니까 미리 스포일러해서 망치지 말아줄래?”
“머요? Jesus!”
인상을 확 구긴 조지가 터커를 밀쳐내고, 다시 낄낄거리면서 뭉친 두 남자는 한낮의 햇살을 고스란히 비추는 호수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침묵이 결코 어색하지 않았다.
“기다리기 힘드네. 난 어서 이 팀으로 경기를 가지고 싶어.”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다시 찾아온 두 남자의 대화 틈을, 호숫 가에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채우고 있었다.
* * *
2019년 10월 1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스퍼스 레인. 메디스타코포레이션 Ltd. 샌 안토니오 스퍼스 트레이닝 시설.
“맬러 카이!!!”
“Yes Sir!!”
10월의 시작 된 날의 이른 새벽, 맬러카 이 콜이 새롭게 취업한 후 어느 때보다도 바쁜 하루가 시작되려고 한다. 평소보다 훨 씬 더 많은 인원이 출근한 것은 물론, 아직 사람들이 단잠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이곳은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시설에 손상된 곳은 없는지부터 시작하 여, 훈련도구들과 각종 음식들의 재고확인. 또 체육관 높이 걸린 배너의 청소에 이르기 까지 구석구석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지금 막 배너들을 청소하고 또 군인처럼 각을 잡아 정리하고 온 맬러카이 콜은, 상 사의 부름에 빠릿하게 움직여 얼른 발걸음
을 가져갔다.
“배너는?”
“완벽해요.”
“그럼 농구공은?”
“…그 말은 하신 적이 없는데요.”
“그래서??”
“…지금 당장 갈게요.”
반사적으로 몸을 돌리는 맬러카이 콜을 트레이닝센터 총 관리직으로 승진한 로치 데인스가 붙잡는다. 그는 스퍼스를 위해 16 년 동안 헌신을 해왔으며, 현재 트레이닝센터의 관리인들 중 경력과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데인스를 향해 거드름을
피운다며 수근 댔지만, 한 달 전 그를 처음 만난 맬러카이 콜은 그가 꽤 좋은 사람이라 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다소 까탈스럽기야 하지만 관리하는 입 장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도 그는 해낸 일에 대하여 쓸데없이 꼬투리를 붙잡지 않았다. 전 직장에서 그런 상사를 만나 고생을 해온 맬러카이 콜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격이었다.
지금도 데인스는 맬러카이에게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다소 퉁명한 말투였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바람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야. 농구는 해봤나?”
“정식으로요? 아니면…”
“…”
“매주 일요일, 친구들과 KIM’s Yard에서 농구를 합니다.”
“좋아. 그럼 두말하지 않아도 되겠군.”
“Yes sir.”
“가 봐.”
맬러카이 콜이 부리나케 복도 한쪽으로 달려 나가고, 데인스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약간 어리 바리하긴 하지만 그건 아직 이 일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잘만 관리하면, 꽤 쓸 만한 직원이 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흔히 사람들은 이런 관리직에 대해 그리 특별한 시각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일의 보람이라고 해봐야 선수들로부터 받는 팁 (Tip)이라든가, 아주 가끔 듣는 감사인사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최소 이곳 샌안 토니오 스퍼스의 관리인들은 이 지구상의 어떠한 관리인들보다도 더 뿌듯한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마치 이 일의 고귀함이, 몇 단계나 상승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그건 순수 노동의 값어치에 관한 것일 뿐이다. 실제의 삶은 그것보다 더 많은 가치들을 요구했고, 그것을 채워준 이가 오늘 출근을 하려고 했다.
오래전부터 선수들이 훈련을 해왔기에 특별할 것 없는 하루처럼 보내도 무방했지만, 로치 데인스는 오늘이 그 어떠한 날보 다도 완벽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었으니까.
‘보잘 것 없지만 말일세…’
어쩌면 스스로를 낮추는 건, 자기 자신인 지도 모른다.
데인스는 금방, 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번 다시는, 이 일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 * *
* * xx * *
샌안토니오, 텍사스. 리온 밸리. 포레스트 미도우 스트리트.
팀의 프리시즌은 10월 5일부터 시작되고, 우린 오늘부터 모여 본격적인 팀 훈련에 들어간다. 그리고 모레 무료로 관중들을 초 청해, AT&T 센터에서 스크리미지 경기를 가진다.
그래. 드디어, 새로운 시즌의 시작인 거다.
“다녀올게.”
“응. 애나? 아빠가 가네?”
“Da-ddy-”
“오, 그래 우리아가.”
애나가 아빠라고 말을 할 때마다, 나의 심장은 쿵하고 내려앉는다. 나쁜 종류의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저, 이 조그마한 사랑 스러운 아이가 너무나도 예뻐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난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지금, 내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집을 떠난 동안 스테이시가 애나에게 몇몇 단어들을 알려줬는데, 지금 막 그 중에 하나를 말했던 것이다.
솔직히 우리 부부 모두,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던 단어이기도 했다. 이제 고작 16 개월밖에 되지 않았기에,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Daddy. Don’t. Go…”
“오, 이런 세상에나…”
눈이 휘둥그레진 스테이시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비슷한 표정을 지어보인 나는 애나를 넘겨받아 안아 올렸다. 그리곤 연신 볼에 뽀뽀를 하며, 차가 있는 곳까지 함께 이동했다.
“지금 가지 말라고 한 거야? 응? 아빠 가지 말까? 응? 오, 이런. 내 아가. 너 너무나 사랑스럽구나. 그거 아니?”
“…”
남자는 가끔, 멈춰야 할 때를 몰라 아내에게 등짝을 맞는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건 대략 3일 만의 일이다.
“NO TATTOO! 그리고 결혼하기 전까지 절대로 섹스는 안ㄷ ….”
찰싹-!!
“욱-!!”
애나를 도로 빼앗아간(?) 스테이시가 날 쳐다보며 눈을 흘긴다.
“고작 한 살짜리 애한테 그런 단어를 쓰면 어떻게 해?”
“조기 교육이 원래 중요한…”
찰싹-!
“아오-!!”
이번엔 스테이시가 내 가슴팍을 때렸다.
아오-! 진짜 아프잖아?
“애나? 아빠가 간대. 그리고 두 번 다시는 가지 말라는 말은 해주지 마. 알겠지?”
“꺄- 흙흙흙.”
현관으로 걸어가기 시작한 두 사람을 향해, 난 나만 따돌리기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 래도 억울한 걸 어떻게 해.
하지만, 이런 하루는 언제나 환영이다.
“다녀올게!”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응?”
현관에 선 두 사람이 내게 손을 흔들어 주는 지금의 이 장면을, 영원히 내 머릿속에 저장해두고픈 심정이었다.
뭐, 이미 그러긴 했지만 말이다.
“Good Morning- Kim. 오늘 출근을 하나요?”
“넵. 윌리는 아직 자나요?”
“그럴 리가요! 조깅을 다녀와서는 또 어디론가 나갔네요?”
“하-! 어쩐지 현역으로 돌아와도 될 것 같지 않아요?”
“그 말을 전해주죠.”
“뭐라고요? 안 돼요!”
만약 이 이야기가 윌리의 귀에 들어간다면, 난 족히 일주일은 잔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제야 삶의 활력을 되찾은 노구를 다시 그 무덤으로 끌고 들어갈 것이냐면서.
보나마나 그는 지금, 내가 선물한 셔츠를 입고 시내를 활보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 윌리의 취향에 맞는 셔츠들을 몇 벌 찾았는데, 예상대로 그는 내 선물을 크게 만 족해 하는 중이었다. 하여간, 보람이 참 넘 치는 분이다.
여러모로
윌리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르번에게 인사를 하며, 난 차를 도로로 몰 고나와 핸들을 꺾었다. 며칠 전에 출근을 할 때 이 길이 왜 그리도 낯설게만 느껴지 던지.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 했다.
정말로.
‘여러모로. 정말로. 라임을 맞췄네. 히힛’
라임 (Rhyme)하니 생각이 나, 신호를 받아 정차한 중에 휴대폰을 만져 블루투스를 연결해 노래를 틀었다. 대표팀에서야 한창 릴 나스의 곡을 들었지만, ‘ Old Town Road ’ 도 지금은 한물갔고, 아무래도 이젠 포스트 말론(Post Mai one)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건, ‘ Circle
난 비트를 따라 발을 구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We couldn’t turn around-
Damn-
이 얼마나 완벽한 날인가?
* * *
* * xx * *
샌안토니오, 텍사스. 스퍼스 레인. 메디스 타 코포레이션 Ltd. 샌안토니오 스퍼스 트레이닝 시설.
“응?”
출근을 서두르던 포포비치는 복도에서 한 남자를 마주쳤다.
아니. 정확히는 ‘ 여러 사람이다.
“뭘 하는 건가?”
지금 김민혁은, 트레이닝시설의 스태프들 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 폽! 잘 됐네요. 그럼, 나중에 뵈요! 아-! 그리고! 와-우! 오늘 진짜 체육관 상태가 환상적인데요? 고마워요-!!”
뭔가 귀찮은 예감이 든 포포비치는 빠르게 김민혁과 멀어지려고 했지만, 그는 사람 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얼른 가까이로 달라 붙었다. 그런데 문득, 포포비치는 체육관의 컨디션이 달라진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 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자,
“응? 매번 오는 곳이잖아요?”
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하-! 그렇겠지.”
“??”
고개를 가로저은 포포비치가 연습장으로 들어서는 문 앞에 멈춰서며, 김민혁을 돌아 봤다. 그리고 그는 대체 무슨 꿍꿍이냐며 질문을 던졌다.
“찾았어요!!”
“…뭐?”
“찾았다니까요!!”
“그러니까 뭘??”
“우리가 뭘 목표로 해야 할 지요!!”
“…뭐???”
어이가 사라진다는 게 이토록 쉬운 일이었는가라는 생각이, 포포비치의 머릿속을 관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노련한 베테 랑답게 간신히 정신줄을 붙들었고, 김민혁이 정확한 대답을 할 때까지 팔짱을 끼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그 전까진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테니까. 체육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시즌모 드가 되어야만 했기에, 안에서까지 이러면 곤란했다.
“우린 쓰리-핏을 할 거죠. 그렇죠? 그거야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제 말을 좀 들어 봐요. 누가 팀 SNS에 이런 댓글을 달았는 데, 8이에요!”
“8??”
“네-!! 그야 당연히 8이죠!! 마이클 조던의 시대 이후, 본격적인 현대농구가 시작됐죠. 그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더 큰 놀라움은, 그때 이 후 어떠한 팀도 8번 이상 우승을 하 지 못했다는 거예요. 레이커스가 7번이고. 그리고 우리가 마찬가지로 7번째가 되었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하아-
과연 누가 이 남자를 말리겠는가?
포포비치는 순간 머리가 아파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나 마찬가지로,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남자는 목표한 건 해내고야 말았다.
그래서 포포비치는 맘대로 하라며 문으로 손을 가져갔다.
잠시 뒤 체육관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GOOD MORNING!!!”
김민혁의 우렁찬 인사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이어, 포포비치의 곁에 다른 한 사람이 나타났다.
“말했죠? 틀림없이 뭔가를 가지고 나타 날 거라 했잖아요.”
“…그래. 그랬지. 그런데 그거 아나?”
“응?”
샌안토니오의 단장 올리버 루카스는 포포비치가 내민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것은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고, 꽤 오래전의 것인지 다소 구깃구깃했다.
영문을 몰라 하는 올리버의 어깨를 두드 리며,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올 리버는 어깨를 으쓱이며 접혀진 종이를 펴 들었다. 그러자 잠시 뒤, 그의 입 꼬리가 한 껏 위로 치솟았다.
[ 쓰리핏. 그리고 여덟 번째 우승… ]
놀랍게도 거기엔, 금방 김민혁이 말한 내 용들이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또,
[ 그것을 위한 ONE GAME. ]
이를 지켜보던 올리버는 항복했다는 듯 양 손을 들어 올렸다.
‘하여간에 정말. 못 말리는 두 사람이라
니까.’
본래라면 훈련을 관전하려던 올리버였지만, 그는 발걸음을 곧장 바꿔 체육관을 떠 나기로 결정했다. 뒤늦게 허겁지겁 달려온 새로운 비서가 어디를 가느냐고 묻자, 올리 버는 다시 AT&T 센터로 돌아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왜요? 뭘 두고 온 게 있나요?”
“Nope! ONE GAME을 찾기 위해서야!”
이제 고작 스퍼스에 합류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남자에겐, 지금 올리버의 말은 수수께끼투성인 것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날 올리버 루카스의 얼굴엔- 하루 종일 기쁜 미소가 스며들어 있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