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00
1407화 뒷거래 (2)
에센시아 제국성에 올 때부터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는 했다.
남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이곳에서 천사들이 마음대로 자신들의 힘을 내보이는 태도랄까.
혹시나 해서 먼저 말을 하지 않고 기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대천사가 나를 찾는다고 무작정 따라오라는 명령에 가까운 말투를 쓰고 있었다.
그것도 타란 제국의 대공을 상대로 말이지.
그리고 한 제국의 대공에게까지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평소에 다른 녀석들에게 어떻게 했을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천사 녀석이 내게 명령투로 말을 하자 오히려 옆에 있던 아이라 루벤과 타룬 벡스터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비에른 백작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바로 내 앞으로 나서면서 그 천사를 향해 날을 세웠다.
“상당히 무례하군요. 타란 제국의 대공에게 제대로 된 예를 표하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비에른 백작의 말을 들은 천사 녀석이 매우 띠겁다는 표정으로 대응했다.
“하. 이 녀석은 카샤스 대공도 아니지 않나.”
그리고는 위아래로 나를 흘깃 훑어보더니 우습다는 듯 말을 이었다.
“딱 봐도 약해빠진 녀석인데. 어떻게 타란 제국에서 대공씩이나 하고 있는 거지? 돈이라도 가져다 바쳤나?”
방금 저 천사가 내 신체를 훑어본 것은.
아무래도 내가 어느 정도로 힘을 지니고 있나를 가늠해본 모양이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이 천사 녀석. 스캔 능력 같은 거라도 가지고 있나 본데요?
그렇다면 멀리서부터 살펴봤을 수도 있겠어.
실상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을 때의 지금 상태라면 일반적인 유저들과 크게 차이를 낼 순 없었다.
그리고 저 천사 녀석이 정말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딱 그만큼의 능력치를 확인했을 테고.
지금처럼 안하무인으로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런 정보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딱 자기가 당장 본만큼만 알 수 있는.
어떻게 보면 하수 중에도 하수인 녀석이다.
재중이 형이 팔짱을 끼더니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대공이 새로 바뀌었다고 한번 기를 눌러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네. 살펴보니 생각보다 약하다 싶었나 보죠.
만약 간을 보려고 이런 놈을 보냈다면. 그 대천사 놈도 대충 알 만해. 정보를 모으는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져. 아님, 처음부터 그냥 관심이 없었던가.
타란 제국에서 있었던 일들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 규모가 너무 컸기에 숨기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알려고 노력만 했다면 얼마든지 관련 정보들을 알아낼 수도 있었을 터.
아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정보가 들어오는 자리라면 이미 보고 받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타란 제국의 정보를 받았음에도 대충 넘겼다던가.
그런 정보를 받고 분석할 능력조차 없던가.
중간에 다른 정보가 올라갔던가.
뭐, 알고서도 도발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면 정말 삽질하는 거다.
마왕급이 넘어서는 키메라와도 일전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대에게 이따위 형편없는 도발을 한다?
웃음 밖에 안 나오는 짓이지.
대충 판단이 서자 이 천사 녀석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어졌다.
그리고 무례로 나선다면.
굳이 이쪽에서 제대로 된 응대를 해줄 이유도 없었다.
“만약 돈으로 샀다고 치면? 그러면 내가 타란 제국의 대공이 아니게 되는 건가?”
“뭐?”
“타란 제국의 대공은 그대들이 우러러 보는 대천사들조차도 함부로 하지 못 한다. 그런데 지금 네 녀석의 이 태도는 뭐지?”
이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타란 제국에서 대공이라는 위치는 타란 제국의 힘을 상징하는 자리다.
그리고 실제로 이전 타란 제국의 대공인 카샤스는 성마대전의 전장에서 대천사들의 수준을 넘어 섰다.
전투 능력부터 전장 지휘까지.
“대천사도 아닌. 천사 나부랭이가 지금 감히 타란 제국의 대공에게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건가?”
만약 카샤스 황제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천사군이고 뭐고 바로 목을 날려버렸을 터.
그리고 나 역시 지금은 타란 제국의 대공이다.
내가 고작 천사 나부랭이에게 무시당했다는 게 알려진다면.
카샤스 황제가 당장 날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라.
인벤에서 아이템을 하나 소환하자, 바로 내 손에 화려한 황금빛이 터져 나오며 그 사이로 아름다운 검신을 뽐내는 무기가 쥐어졌다.
뭐 고작 이런 녀석에게 보여주려고 가져온 건 아니지만.
일단은 밥값은 해야 하니까.
주변을 환하게 비추는 용신검 아스카론이 내 손에 들리자 천사 녀석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하는 표정이었다.
그건 내 옆에 있던 비에른 백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라 루벤, 타룬 벡스터 역시도 마찬가지.
용신검 아스카론은 타란 제국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무구다.
정확한 형태는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뿜어내고 있는 이 황금빛을 내는 무구를.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닌 타란 제국의 대공이 들고 있다는 건.
한 가지 사실로 귀결된다.
이게 바로 그 전설로 내려오는 용신검이라고.
“용신검??”
“아스카론!”
순간 다들 할 말을 잃었는지 주춤하는 사이 내가 한 발짝 앞으로 발을 내딛으면서 용신검 아스카론의 검신을 슬쩍 흔들어 보였다.
그 흔들림을 따라 빗살처럼 무수한 황금빛을 내뿜는 용신검 아스카론을 본 천사 녀석이 자신도 모르게 두 발 정도 물러섰다.
“감히 타란 제국의 대공을 무시한 대가는…… 네 녀석의 목 정도면 되려나?”
그러자 천사 녀석이 화들짝 놀라면서 다시 주춤 물러섰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스캔할 수 있는 스킬을 가진 천사 녀석이라면.
지금의 내 상태를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유저의 스탯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을 만큼 육체 능력이 올라갔다는 걸.
그런데 천사 녀석의 동공에서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듯 빛이 반짝였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천사 녀석의 두 눈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곧 거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는 두 눈에서 피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천사 녀석이 눈을 감싸면서 쓰러졌다.
“으아악!!”
옆에서 재중이 형이 입가에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용신검에는 스캔 스킬이 안 먹히나 보네.”
그러면서 내가 들고 있는 용신검을 가리켰다.
뭐 복사된 레플리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용신검이라 이건가?
감히 저 수준의 천사 따위는 그 능력을 훔쳐볼 수 없을 정도의 등급이라는 거다.
그리고 억지로 능력을 확인해보려고 하다가 리바운드를 그대로 받고 있는 것이고.
고통스럽게 눈을 감싸고 쓰러져 있는 천사 녀석에게 걸어가자 앞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지는지 뒤로 기며 물러나려 했다.
그런 천사 녀석의 목에 용신검의 검신을 가져다 대면서 한 마디를 꺼냈다.
“깜냥도 되지 않는 놈이 함부로 나대면 어떻게 되는지 이제 좀 알겠어?”
이제 내가 살짝 힘만 주면 이 천사 녀석의 목이 날아갈 것이다.
그걸 너무 잘 아는 천사 녀석이 바로 머리를 숙이면서 외쳤다.
“주호 대공님. 제 무례에 한 번만 자비를……!”
이 자리에서 그 대천사 녀석을 대신해 나온 이 천사 녀석의 목을 날리면.
분명 천사군과 마찰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중간에 이 녀석이 타란 제국의 대공에게 무례를 저지른 일과는 무방하게 말이지.
하지만.
지금의 난 타란 제국의 대공이다.
타란 제국을 대표해서 나온.
푸확!!
그리고 그런 내 판단에.
이 천사 녀석을 굳이 살려둘 이유는.
1도 존재하지 않는다.
용신검 아스카론을 휘두르자 천사 녀석의 목이 그대로 잘려 날아가더니 저 멀리 바닥에 나뒹굴었다.
설마 천사군의 목을 바로 날려버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비에른 백작이 잠시 놀란 눈빛을 했지만.
곧 표정을 가라앉히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제대로 모시지 못해 송구합니다.”
마치 여기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죄송하다는 딱 그런 뉘앙스였다.
아이라 루벤과 타룬 벡스터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서 그 의견에 동참하는 뜻을 내보였다.
“감히 에센시아 제국에서 함부로 외부인이 날뛰는 건 우습긴 하네.”
방금 말한 외부인은 바로 천사군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이라 루벤과 타룬 벡스터가 더욱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들도 천사군이 에센시아 제국에서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는 걸 그다지 원하진 않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그들의 답답한 속을 내가 한 번 뚫어준 셈이 된 것이다.
곧 천사군의 신체가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몇 가지 아이템이 드랍되었다.
경험치 역시도 꽤 올라가 있었고.
상급 천사쯤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최상급은 아니다.
만약 그 정도 등급이었다면 한 번에 목을 날릴 순 없었을 터.
어지간히 인물이 없나 보네. 고작 상급 따위를 보내다니.
예전엔 상급 천사도 버거웠겠지만.
대천사와 마왕들을 하도 자주 보다 보니 이젠 감흥도 없었다.
그리고 전령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나댄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일부러 누군가 시킨 듯한 느낌도 들었고.
아마도 그건 이 녀석을 보낸 대천사일 확률이 높겠지.
그 대천사 면상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아직은 안 돼. 여기가 에센시아 제국 내라고 하더라도 대천사 녀석이 날뛰면 곤란하니까.
마왕 헤르게니아나 다른 마왕들이 있다면 또 모를까.
당장 대천사 급을 상대할 전력으로는 좀 부족하긴 했다.
물론 남의 안방에서 진심으로 날뛸 만큼 정신이 없진 않을 것이다.
마왕들이 코앞에 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뭐 정말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든다면.
그때도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나올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그럼. 들어가지.”
내가 앞장서자 비에른 백작과 아이라 루벤, 타룬 벡스터가 뒤를 따랐다.
“대전에 황제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아. 황제부터 보는 게.”
그리고는 두 기사단장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1황자와 3황자는 그 뒤에 보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선순위는 일단 에센시아 제국 황제다.
나머지들은 그 다음이고.
그런데 그 와중에 천사 녀석이 끼어들어서 삽질을 한 셈이라.
황제를 제치고 대천사를 먼저 보자고 한 것도 어떻게 보면 황제를 무시한 처사였다.
과연 이걸 황제가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정말 궁금해지네.
그렇게 대전에 들어서자 황제와 이전에 봤던 그 호위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서 있었다.
“흠. 오는 길에 소란이 있다고 들었다.”
거참.
다 보고 있었다 이거지?
그럼에도 전혀 나서지 않았고.
이 황제 녀석이 정말 바라는 게 뭔가 다시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가벼운 소란이었습니다만. 제가 정찰을 떠난 사이 못 보던 손님들이 꽤 많아진 것 같습니다.”
“손님이라…… 그대 눈에는 그렇게 보였는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라??
만약 이 황제가 천사군과 완전히 손을 잡은 상태라면.
방금의 천사의 목을 날린 행동은 분명 그에게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황제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동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표정을 숨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런 건지.
그렇다면 한 번 떠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손님이 아니라면…… 꽤 귀찮은 이웃이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그 말을 하는 순간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눈빛이 번뜩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인자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주호 대공이라면. 그 귀찮은 이웃을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