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15
1422화 대천사 사냥 (1)
대천사 유니티와의 비밀 회담은 예상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성과는 우리에게 우호적인 대천사 라인을 하나 뚫었다는 것.
적어도 이번 일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그녀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가 좋다면.
이후에도 꽤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테고.
이야기를 마친 대천사 유니티가 품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내 내게 건네었다.
“이건……?”
“대천사의 휘장이에요.”
화려한 무늬를 띈.
네 장의 날개 장식으로 만들어진 하얀 휘장.
“용도가?”
“위급할 때 휘장에 힘을 불어넣으면. 제가 바로 대공의 옆으로 이동할 수 있어요.”
“흐음…….”
『 대천사의 휘장 (유니크). 』
– 소환자의 위치로 대천사를 소환할 수 있다.
– 대천사의 휘장을 소유한 이가 해당 대천사와 연락할 수 있다.
옆에서 대천사의 휘장을 살펴본 재중이 형이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굉장한 호의인걸?
그러게요. 설마 이런 것까지 제게 쥐어 줄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이런 아이템은 들어본 적도 없는 물건이었다.
일단 마왕들에게는 없는 물건이기도 하고.
아…….
아니다.
다른 존재도 하려면 가능하기는 하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용마족 아스티아.
그녀가 원하면.
언제든 자신의 심장의 힘을 새겨둔 내게 공간 이동할 수 있었다.
나중에 마왕 헤르게니아에게도 물어볼까?
이런 물건이 있다면 위기의 순간을 한 번 넘길 수 있을 테니.
거기다 따로 연락을 할 수 있는 기능까지 고려해보면.
대천사 유니티도 이번 일에 진심이라는 걸 잘 보여주었다.
빤히 대천사 유니티를 보며 물어보았다.
“이런 걸 제게 줘도 괜찮겠습니까? 분명 문제가 될 텐데요?”
내 말은 언제가 되었든.
난 이걸 쓸 거라는 거다.
그리고 그때는 아마도.
옆에 대천사 앙겔스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는 건.
그녀 역시 바로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알아요. 위험 부담이 있다는 사실을.”
“감수하겠다는 건가요?”
“주호 대공은 이 휘장을 아무 때나 쓰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했으니까요.”
“절 꽤 높게 평가하시네요.”
내 말에 대천사 유티니가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되물었다.
“아닌가요?”
“흠.”
“분명 주호 대공은. 이 휘장으로 제가 가장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불러들일 거예요. 전 그때를 기꺼이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버렸다.
얘. 생각보다 무서운 대천사였네. 반드시 일을 완수하라고 압박까지 주잖아.
하하. 그러네요.
자신이 이만큼 호의를 보였으니.
나 역시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해내라는 거다.
그 말을 잘 알아듣고는 대천사 유니티에게 미소 지었다.
“공짜가 아니라서 좀 무섭네요.”
“그만한 대가를 할 거예요.”
“흠. 알았습니다. 곧 좋은 결과를 가지고 찾아뵙도록 하죠.”
그 인사를 끝으로 대천사 유니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언제 이곳에 있었냐는 듯 순간 이동으로 이 공간에서 사라져버렸다.
“아주 칼같이 사라지네.”
“깔끔하고 좋죠.”
곧 우리 팀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모두에게 대천사 유니티와 했던 계약을 이야기 해주었다.
전사 형이 기꺼이 웃으면서 내 등을 팡 쳤다.
“하다 하다 이젠 대천사까지 노리냐?”
“뭐 못할 것 있나요. 우린 마왕도 잡았는데요.”
“흐흐. 그래. 이번엔 대천사도 한 번 잡아보자.”
“아. 정확하게는 우리가 아니라 다른 녀석들이 잡을 거예요. 우린 숟가락만 올릴 거고요.”
다른 녀석들이라는 말에 전사 형이 바로 알아듣고는 크게 웃었다.
“곧 대천사 앙겔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겠는데?”
설마 우리가 마왕들과 손을 잡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를 테니.
그때가 되어 대천사 앙겔스의 표정이 완전히 구겨지는 걸 꼭 구경하고 싶었다.
“그럼 이제, 우리도 작업을 좀 해보죠.”
***
대천사 유니티와의 만남 이후에 우리를 차례대로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우선 1황자 직속의 3기사단장 아이라 루벤.
내게 오자마자 바로 허리를 숙여 보였다.
“이렇게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아. 너무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 보는 이도 없는데.”
“하지만…….”
“그보다는 1황자가 날 보자고 하던가?”
“그렇습니다.”
꼿꼿한 눈빛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아이라 루벤이라는 이 기사단장은 성마대전에서 끝까지 살아남는지 아닌지 난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에센시아 제국이 마왕군에 패해 무너지면서 죽었을 확률이 높겠지.
그리고 드는 생각은 좀 아쉽다?
실력은 일단 합격이고.
그동안 같이 다녀본 결과.
어디 한 군데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통솔, 지휘 능력이라던가.
모든 점에 있어서 상급.
이런 그녀를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붙여주면 최고일 텐데…….
레오나 에센시아가 부족한 건.
역시나 인재다.
만약 이대로 레오나 에센시아가 에센시아 제국을 먹더라도.
제대로 굴러갈 거라고는 보긴 어렵겠지.
잠시 의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다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1황자를 따르는 건 루벤 가문의 문제겠지?”
뜬금없이 내가 자신의 가문에 대해 물어보자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그녀가 답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라 기사단장의 뜻인지. 아님, 가문의 뜻인지가 궁금해서.”
“가문의 일이 곧 제 일입니다.”
꽤 단호하네.
아마 이대로 놔두면.
그녀는 역사보다도 훨씬 더 일찍 죽을지도 모르겠다.
1황자의 세력은 내가 박살내 줄 예정이라.
레오나 에센시아를 위로 끌어올리려면.
결국 1황자는 언제가 되었든 끌어내려야 한다.
그 와중에 그녀가 희생될 확률이 아주 높았다.
기사단장이라는 건 그런 일을 하는 자리니까.
주인을 대신해서 몸빵하는.
“흐음. 그렇군. 그런데 만약 충성할 군주가 없다면 어떨까?”
“네?”
“그냥 그런 상황이 온다고 생각해보면. 어때?”
내 말에 아이라 기사단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며 답했다.
지금 내 말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가문이 모시고 있는 1황자에 대한 모독으로 들릴 수도 있을 테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뇨. 곧 생각해야 할 순간이 올 거야. 천사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천사군이라는 말에 아이라 기사단장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분명히 그녀는 알고 있었다.
현재 1황자가 쥐고 있는 강력한 패가 천사군이라는 걸.
그리고 현실을 알려주었다.
“천사군들은 1황자가 당장 황위를 잇는 것보다는 다른 곳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더군.”
“네?”
“흠. 기사단장인 당신이 아예 모르진 않을 텐데?”
순간 아이라 기사단장의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보였다.
자세한 건 더 알아봐야겠지만.
에센시아 제국의 기사단장 중 하나인 아이라 루벤에게 있어 천사군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1황자가 그들을 끌어들여서 황위 쟁탈전을 한다는 것까지도.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일 리도 없을 테고.
“뭐 빙빙 돌려 말하는 건 취향이 아니라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내 말에 아이라 기사단장이 내게 시선을 집중하자 바로 본론을 말했다.
“1황자는 곧 그 황자 자리에서 내려올 거다.”
“……그럴 리가요.”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긴.
저런 반응이 당연하다.
누가 봐도 지금의 황위 쟁탈전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에 하나니까.
그런 그녀를 보면서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그럼 우리 내기할까?”
“무슨……?”
“만약 1황자가 어떤 이유에서라도 실각된다면. 괜히 버티지 말고 5황녀.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넘어와. 만약 가문이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가문을 버려서라도.”
가문을 버리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자 아이라 기사단장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만약 다른 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당장 아이라 기사단장이 검을 빼 들고 내 목을 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타란 제국의 대공인 내 발언은.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쯤은 아이라 기사단장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을 만큼.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게 물어보았다.
“혹시 천사군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나요?”
생각보다 더 날카로운데?
그리고 이 순간.
확신했다.
분명히 아이라 루벤은 레오나 에센시아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말해주지 않은 부분까지 알아챘다라. 합격점을 주고 싶네.”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맞아. 1황자는 현재 카이사르 황제를 독살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그것도 천사군의 힘을 빌어서.”
내 말에 아이라 기사단장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
저 반응을 보아하니 일단 기사단장인 그녀까지도 그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는 거다.
그렇다는 건 1황자와 천사군.
아마도 대천사들까지만 아는 비밀일 확률이 높았다.
어쩌면 몇 개의 가문이 더 힘을 보탰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아이라 기사단장조차도 전혀 모르는 걸 고려해본다면.
거기까지는 아닌 듯 했다.
그리고 이만한 일은 아닌 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을 터.
당장 카이사르 황제가 죽지 않는 이상.
황제를 독살하려는 게 알려지면.
1황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아직까지 카이사르 황제는 건재하니까.
곧 손이 벌벌 떨리는 아이라 기사단장이 내게 힘겹게 물었다.
“제가 대공의 정보가 진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죠?”
“아. 보통은 못 믿겠지. 일단 말이 안 되잖아.”
당연하다는 내 말에 아이라 기사단장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저 반응이 맞다.
그런데 내가 바로 그녀에게 하나의 문제를 던져주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그걸 알아내는 건. 아이라 기사단장의 몫일 테고.”
“네?”
“아쉽지만 난 당장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해. 1황자가 독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도 없고 말이지.”
“하지만 방금…….”
“어떻게 그 사실을 아냐고?”
내 말에 아이라 기사단장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 수밖에.
애초에 난 성마대전의 역사를 다 보고 왔으니까.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어떻게 독살까지 이어졌는지는 모른다.
타란 제국의 대공인 내가 에센시아 제국 내부를 휘저어서 조사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물론 레오나 에센시아는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만약 1황자에게 증거가 나오지 않았을 시.
그녀는 바로 카이사르 황제의 눈 밖에 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1황자의 측근이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라 루벤만이.
현재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인 셈이었다.
유일하게 1황자와 접점이 있고.
내게 호의적인 존재니까.
“대천사 유니티와 내가 만났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지?”
서로 만나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는 모르더라도.
나와 그녀가 만났다는 사실은 지금 다 퍼졌을 것이다.
대놓고 날 따라왔으니.
그리고 이건 아이라 기사단장 역시 마찬가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슬쩍 정보를 흘렸다.
“천사군의 전부가 1황자를 돕는다는 생각은 버려.”
순간 머리에 망치라도 맞은 듯 아이라 기사단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네.
곧 생각을 정리한 아이라 기사단장이 내게 물어보았다.
“어째서 제게 이런 정보를 주시는 건가요?”
얼마든지 다른 이에게 할 수 있었지만.
왜 콕 집어 자신이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대라는 인재가 마음에 드니까. 그러니 내 청을 거부하진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