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19
1426화 대천사 사냥 (5)
카이사르 황제의 허락 아닌 허락을 받고 난 뒤.
바로 에인세 공작령으로 향하는 비공정에 몸을 올렸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자 타란 제국의 비공정들도 연이어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 뒤로 레오나 에센시아의 기사단을 태운 비공정들 역시 따라붙었다.
타란 제국과 에센시아 제국의 비공정이 동시에 에센시아 제국성을 떠나자 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타국의 유저들로 보이는 녀석들.
아마 지금 바쁘게 어디론가 연락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
마왕군과 대치한 전시 상황이다 보니 이런 군사적인 변화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모르긴 해도 천사군이 헤르마늄 광산으로 떠난 일 역시 이미 확인을 마쳤을 터.
그리고 우리의 이동을 감시하는 건 단순히 유저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1황자와 3황자의 세력들.
우리가 워낙 급하게 떠났다 보니 이제야 부랴부랴 보고를 올리고 있지 않을까.
비공정이 북부를 향해 속도를 올리자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황제 녀석. 귀찮게 우리한테 혹을 붙이려고 했네.”
“아마도요.”
그러더니 멀어지는 에센시아 제국 수도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어지간히 우리를 못 믿는 모양이야.”
재중이 형 말대로 이미 대천사와의 언령을 맺는데 도움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우리를 믿지 않는 눈치였다.
겉으로는 믿는 척하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일 뿐이었다.
“뭐 우리나 천사군이나. 황제가 보기엔 외부인인 건 마찬가지겠죠.”
만약 레오나 에센시아가 타란 제국과 관련이 없었다면.
타란 제국의 군대가 에센시아 제국에 발을 들이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천사군도 마찬가지일 테고.
“싫은 놈보다 더 싫은 놈이 있으니 일단은 눈감아 주는 거려나?”
“그런 셈이죠.”
더 싫은 놈은 대천사들일 테고.
“그리고 어차피 에인세 공작령으로 가도 황제의 눈을 피하지는 못할 거예요.”
다른 황자나 황녀를 붙여준다는 걸 거절했을 때.
황제가 흔쾌히 넘어간 건.
어차피 에인세 공작 자체가 카이사르 황제의 사람이니까.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전달받을 수 있으니 굳이 우리와 얼굴을 붉힐 일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에인세 공작령으로 가자고 한 거겠지?”
“네. 키몬 후작은 형도 알다시피 1황자의 세력이잖아요.”
만약 우리가 에인세 공작령으로 향하지 않고 키몬 후작령으로 향했다면.
꽤 많은 말들이 나왔을 것이다.
특히 1황자나 3황자 모두에게서.
굳이 황제의 입김이 있는 에인세 공작령을 두고 키몬 후작령을 간다는 것 자체가 1황자와 어떤 커넥션이 있다고 보여질 수도 있으니까.
반대로 에인세 공작령으로 가면.
황제의 요청으로 움직였다는 그림이 되니까.
이 때문에 황자들이 귀찮게 하는 일도 없을 터.
무엇보다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문제들을 피해가려면.
에인세 공작령이 최선의 선택지였다.
“귀찮은 일은 피해가야지.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네. 굳이 안 맞아도 되는 돌을 맞을 필요는 없죠.”
그렇게 얼마나 날아갔을까.
《 에센시아 제국 북부, 에인세 공작령에 입장했습니다. 》
간단한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더니 에인세 공작령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에인세 공작령에서 전화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왕군이 이곳까지 밀고 내려오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바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연락했다.
어디쯤 왔어?
절반쯤?
용케 안 들키고 내려오는 중이네.
설마 마왕군이 에센시아 제국 북부의 절반을 가로지르면서도 들키지 않을 줄은 나 역시도 몰랐다.
솔직히 지금쯤은 들켰을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내 말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깔깔거리면서 웃어버렸다.
얘들 완전 바보야. 에센시아 제국 국기 달고 있으니까 그냥 막 보내주는데? 수로에서 한 번도 안 걸렸어.
하하…… 그거 참.
아무리 그래도 전시 상황인데.
이렇게나 허술하게 전선 관리를 할 줄은 나 역시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그때 옆에서 재중이 형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마왕군이 에센시아 제국 수송선을 타고 수로로 내려온다고 어느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으음.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넌 네가 작전을 짜고도 그게 얼마나 허를 찌르는 건지 모르겠냐.”
“솔직히 이만큼이나 안 들킬 줄은 저도 몰랐죠. 중간쯤에서 걸려서 대판 싸울 거라 예상했었거든요.”
“하긴. 나도 좀 의외긴 하네. 에센시아 제국이 이 정도로 형편없었나?”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전사 형이 조금은 다른 의견을 냈다.
“그거. 에센시아 제국 전역에 있는 병력들을 헤르마늄 광산으로 보내서일 겁니다. 수로의 정찰과 관문을 지키는 병력들도 일부 차출했을 테고요.”
“수비군에 구멍이 났다 이거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마왕군을 피해서 북부의 피난민들이 계속 중부와 남부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하니까. 딱히 의심도 사지 않았을 테고요.”
“그럼 우연들이 겹쳐서 그렇게 됐다는 거네.”
“그런 셈이죠.”
전사 형의 말은 원래 있던 병력을 빼내서 구멍이 난데다가.
북부의 피난민들까지 겹치다 보니 인력 부족이 생긴 듯 했다.
그리고 마왕군이 수로에 자신들의 배를 타고 내려온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할 테니.
이런 것들이 죄다 겹치다 보니.
마왕군이 무혈입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이거 나중에 성마대전 역사에 아주 흑역사로 남겠는데?”
마왕군이 밀고 내려오는 걸 코앞에 올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수도가 털리는.
희대의 웃음거리로 남을 일들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머리가 아파져 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대로 가면 에센시아 제국 수도가 털리겠죠?”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
“어, 아무리 길어 봐야 이틀? 그 안에 수도가 함락될 거다. 천사군은 그렇다 치고. 헤르마늄 광산으로 에센시아 제국군과 기사단이 잔뜩 나가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 지금 에센시아 제국은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다.”
“옆에서 두들기면 그냥 찢기겠네요.”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이쯤에서 마왕군이 정찰에 걸려서 비상이 걸린 뒤.
헤르마늄 광산에서 에센시아 제국군이 급하게 수도로 회군해야 했다.
그래야 겨우 시간이 맞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두면.
마왕군이 그냥 에센시아 제국 수도를 밀고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카이사르 황제는.
전에 아크 드래곤 때와 마찬가지로.
에센시아 제국 수도를 버릴 확률이 높았다.
뭐 헤르마늄 광산에 나가 있는 영웅들과 제국군이 돌아오면 나중에 어떻게든 되찾기는 할 테지만.
그 사이 피해가 말도 못하게 누적것이다.
특히 에센시아 제국이 한 번 쑥대밭이 되고 나면.
그 복구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된다.
흐음.
이거 어쩐다?
원래의 계획과 시작부터 어긋나는 상황이 오자 선택의 기로에 생각이 잠겼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재중이 형에게 물어보았다.
“형. 에센시아 제국이 멀쩡한 상황과 아닌 상황. 어느 쪽이 더 돈이 될 것 같아요?”
내 입에서 그 질문이 나오자마자 재중이 형이 입가에 크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건 뭔가 같이 꿍꿍이를 만들 때나 나오는 딱 그런 미소였다.
아마도 지금 재중이 형은.
나와 같은 판단을 내린 듯 했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아는 재중이 형이라면.
분명히 같은 답을 해줄 것이다.
“크큭. 아주 황제의 영혼까지 털어먹을 작정이냐?”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한 듯 했다.
“당연히 후자지.”
“확실히 그렇죠?”
“어. 원래 급한 놈이 더 애가 타는 법이니까.”
에센시아 제국 수도가 멀쩡하게 있는 것과 반대로.
만약 그 멀쩡해야 할 제국 수도가 함락된다면?
그때부터는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해야 한다.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어쩜 황제가 똥줄 타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는데?”
그 말을 하고는 재중이 형이 흘깃 멀리 있는 레오나 에센시아 쪽을 쳐다보았다.
“레오나 에센시아에게는 조금 미안할 수도 있겠네. 멀쩡한 제국을 넘겨주지 못해서 말이야.”
“뭐 어때요. 황제가 가진 걸 전부 뺏어서 넘겨주면 그만이죠.”
“크큭. 그런가?”
“그 와중에 죽어주면 더 고맙겠지만…… 그럼 다른 황자와 황녀들이 더 날 뛸 테니.”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고.”
“그럼 일단 질러요?”
“어, 그래. 어차피 내 땅도 아니고. 좀 타면 어때?”
어깨를 으쓱하면서 웃는 재중이 형을 보고는 나도 같이 웃어버렸다.
정말 생각도 못 한 시점에.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욕심과 천사군의 욕심이 겹쳐져.
일의 방향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이걸 다 컨트롤 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네, 그리고 이 편이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황제의 똥 씹은 표정을 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마 천사군 쪽에서도 비상이 걸릴 겁니다.”
“아하. 대천사 놈들?”
그러더니 재중이 형도 알겠다는 듯 말했다.
“그 녀석들도 선택의 기로에 서겠는데? 그대로 헤르마늄 광산을 먹을지. 에센시아 제국을 지킬지 말이야. 아마 천사군 본진에서는 명목상으로라도 에센시아 제국을 지키라고 했겠지만…….”
만약 에센시아 제국 수도가 무너졌는데도 헤르마늄 광산의 점유만 고집하면.
천사군이 싸잡혀서 연합군과 다른 제국들에게 욕을 들어먹게 될 것이다.
반대로 에센시아 제국을 도와준다면…….
“이건 천사군도 에센시아 제국도 윈윈이겠지만요.”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제국을 지켜서 좋고.
천사군도 에센시아 제국을 도와주면서 충분한 이득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내가 봤던 그 대천사들이 그렇게 할까?
“한 번 어떻게 나오나 지켜보죠. 다 같이 망할지. 다 같이 살아남을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곧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대로 에센시아 제국 수도까지 밀고 들어가.
응? 정말?
원래 의논했던 작전과는 완전히 다른 오더가 떨어지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사뭇 놀란 반응을 보였다.
뭐 그렇다고 반대한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었고.
그저 선택지가 달라진 걸 놀라워할 뿐이었다.
어. 제국 수도를 싹 밀어버려.
시간은 얼마나 있어?
마왕 헤르게니아는 불가능하다든지, 어렵다든지 하는 문제는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는가를 물어보는 모양새였다.
하루. 그 안에 결판을 내 보고. 안 되면 그냥 후퇴해.
하루? 너무 짧은데?
알다시피 지금 에센시아 제국은 텅 빈 창고나 마찬가지야. 제국군 주력은 헤르마늄 광산에 가 있으니까.
그래도 하루는 너무 짧아. 수송선으로 온다고 거대형 괴수들하고 공중형 괴수들을 전부 놓고 왔단 말이야.
거대형 괴수.
이는 흔히 우리가 아는 거대 몬스터들이었다.
공성에 반드시 필요한.
거기다 공중형은 성벽을 무력화해 성 내부를 타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었고.
심지어 비공정조차 없었다.
아무리 제국군 주력이 없다고는 하나.
성벽과 수성포, 마법진 같은 존재들은 그 공백을 꽤 오래 막아줄 수 있었다.
그 사이 제국군 주력이 돌아오면.
게임이 안 되는 거지.
하지만 우리에게 방법이 없진 않았다.
애초에 성벽 자체를 무시해버리면 되니까.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그대로 사장님에게 연락을 넣었다.
사장님. 지금 빠르게 해주실 일이 있어요. 어디에요?
응? 우리 에센시아 제국에서 피난 나오는 길인데? 무슨 일이냐?
그동안 헤르마늄 광산에서 빼돌린 광석들 있죠? 그거 어디 좀 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디 말이냐?
자.
이제 프리패스권을 한 번 질러볼까.
마왕군 수송선에요. 가득 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