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29
1436화 대천사 사냥 (15)
현재 대천사 유니티 입장에서 최악은 뭘까.
그건 바로 대천사 앙겔스가 헤르마늄 광산을 손에 넣는 일.
꼭 헤르마늄 광산 전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중 일부분에 대한 소유권만 얻어낼 수 있다면.
대천사 앙겔스가 천사군 내에서 벌인 일들을 전부 무마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천사군의 빈 곳간을 다른 곳에서 보충해 채워 넣을 수 있게 되니까.
그럼 앞으로 대천사 유니티가 자력으로 대천사 앙겔스를 잡아넣는 일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대천사 앙겔스가 속한 세력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될 수도 있을 테고.
감찰원이 괜한 곳을 들쑤시고 다닌다고 압박이라도 받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대천사 앙겔스 쪽을 조사할 수도 없게 될 터.
어쩌면 감찰원의 윗선이 이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대천사 유니티도 입지가 위태롭기는 매한가지라는 거다.
물론 그렇다고 이 일을 빌미로 그녀가 감찰원에서 나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로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내게 물었다.
“설마 대천사 앙겔스를 제게 넘겨준다는 뜻인가요?”
“음. 딱히 그렇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신이 원하는 게 그것이라면. 아마도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돌려 말하는 건 제 취미가 아닙니다.”
“아,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 가능성만 만들어드리는 겁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하는 건. 본인 마음이겠죠.”
그러니까 대천사 앙겔스와 대면할 자리는 만들어주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할 지는 알아서 정하라는 뜻이었다.
“죽이든, 살리든 제 의지대로 하라는 건가요?”
“그 역시 마찬가지고요. 전 무대만 만들어드리죠.”
거기까지 말이 이어지자 대천사 유니티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그 무대에 날 올려주세요.”
흠.
결과가 어찌 됐든.
칼을 뺐으니 끝장을 보겠다는 뜻이었다.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는 이전에 마왕 케만에게 그랬듯이.
대천사 유니티 앞에 지도를 쫙 펼쳐놓았다.
곧 손가락으로 한 곳을 짚으며 말했다.
“에센시아 제국 북부…… 인가요?”
“네. 원래라면 이곳에 마왕군이 있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쪽으로 이동했죠.”
그러면서 에센시아 제국 수도까지 향하는 수로를 따라 쭉 손가락을 그었다.
“그건 저도 알아요. 그들은 지금 에센시아 제국 수도로 진군해서 수도를 함락했잖아요.”
아무리 에센시아 제국에서의 소식이 막혀 있다고 해도.
당장 에인세 공작성에 잠시만 돌아다니면 바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이건.
에센시아 제국의 모든 이들이 모르는 정보이기도 했다.
“전에 제가 말했죠. 현재 에센시아 제국 북부에 주둔했던 마왕의 숫자가…….”
“여덟이라고 했어요.”
“그럼 에센시아 제국 수도로 간 마왕은 몇일까요?”
내 말에 설마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으음. 전부가 아니군요?”
“네. 사실 마왕들이 전부 몰려갈 필요도 없죠. 지금처럼 에센시아 제국 수도의 병력이 비어있다면 넷만 있어도 충분하니까요. 특히 기습이라면 더 그렇죠.”
혼란스러운 눈빛의 그녀를 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마왕이 여덟인데. 넷 밖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에센시아 제국 북부는 비어있다고 한다. 뭔가 많이 이상하지 않나요?”
“확실히…… 이상하군요.”
에센시아 북부가 비었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 성의 주인인 에인세 공작이 굳이 공작성을 비워가면서까지 수도로 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공작성은 그냥 짓밟힐 텐데.
아무리 충성심이 넘친다고 하더라도.
본진 비워 놓고 돌아다니는 건 무리지.
한 마디로.
남은 마왕 넷은.
지금 어디론가 가고 없다는 뜻이었다.
곧 그녀가 답을 찾으려는 듯이.
당연한 질문을 내게 했다.
“그럼 나머지 넷은 대체 어디로 간 거죠?”
바로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에센시아 제국 북부에 손가락을 짚었다가 이번엔 반대쪽.
헤르마늄 광산으로 가는 산맥으로 손가락을 쭉 그어 보였다.
“아……! 설마?”
“네. 현재 마왕 넷을 포함한 마왕군은. 헤르마늄 광산으로 직군 중입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정보를?”
“흠. 잊으셨습니까? 이래 보여도 저. 타란 제국의 대공입니다만.”
타란 제국 대표 문물.
용의 빠른 기동력을 이용한 정찰 능력은 대륙 내에서 최고로 뽑힌다.
그중 내가 빌려온 실피드는 그 정점에 있었고.
뭐 직접 정찰 간 건 아니지만.
마왕 케만을 눈앞에서 보고 왔으니.
정찰한 것과 똑같은 게 아니겠어?
“대공이 그렇게 말한다면 확실하겠네요.”
그러자 이젠 그녀의 관심이 온전히 마왕군의 진로에 꽂히게 되었다.
자.
슬슬 대천사 유니티도 눈치챌 텐데?
보고 있던 챠밍이 말을 꺼냈다.
이쯤 되면 그녀도 알 수 있겠죠? 마왕들이 왜 헤르마늄 광산으로 가고 있는지.
응. 그리고 그녀라면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이미 머리에 다 그리고 있을 거야.
감찰원 소속 대천사라 그런지 머리가 상상 이상으로 좋다.
이제 내가 몇 가지 단서만 주어도.
나머지 그림들을 알아서 짜 맞출 것이다.
곧 대천사 유니티가 내게 물어보았다.
“전에 대천사 베이넌이 에센시아 제국으로 따라갔다고 했었나요?”
“아마 그랬던 것 같군요?”
거기까지 질문이 닿자 묘한 미소를 짓는 날 보는 대천사 유니티도 결국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의도하신 건 아니겠지만. 상황은 대공이 원하는 그림대로 되었군요.”
대천사 베이넌을 내 쪽에서 움직였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비약이 심했다.
그래서 대천사 유니티도 그런 점은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뭐 솔직히 나도 대천사 베이넌이 1황자와 손을 잡고 움직일 줄은 몰랐기에 딱히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고.
결과적으로 좋은 쪽이 되긴 했다만.
대천사 유니티를 보며 웃으면서 말했다.
“대천사 베이넌이 헤르마늄 광산에서 빠졌으니. 지금 남은 대천사는 둘 뿐이죠.”
“그리고 마왕은 넷이 몰려가고 있고요.”
이 말의 뜻은 곧.
대천사 둘과 마왕 넷이 붙는다는 뜻이 된다.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
만약 대천사 중에서도 최고의 무력을 가진 존재가 헤르마늄 광산에 있다면 또 모를까.
하지만 내가 본 대천사 앙겔스는 절대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대천사 레미넌스도 마찬가지고.
뭐 그들도 숨겨둔 저력이야 있겠지만.
평범한 전투로는 절대 마왕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와 반대로 마왕 케만은 마왕 서열이 무려 4위였다.
비슷한 서열의 대천사가 있어도 게임이 될까 말까인데.
무력에도 밀려.
숫자 싸움에도 밀려.
지금은 서로 마주치는 순간.
대천사의 목이 그냥 날아갈 것이다.
결국 대천사 유니티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 대천사 앙겔스가 죽는 것도 문제에요.”
“증거를 찾지 못해서요?”
“네. 사실 대천사 앙겔스가 죽든 말든 관심은 없지만. 그가 가진 정보는 필요하거든요.”
역시나.
대천사 앙겔스의 목숨 따윈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마왕에게 죽든 말든.
대천사 유니티는 그녀가 원하는 것만 손에 넣으면 된다.
이러면 이야기는 쉬워지지.
괜히 그녀가 대천사 앙겔스를 살려달라고 하기라도 했다면.
정말 피곤해질 뻔했다.
마왕들이 그 녀석 목을 치려고 얼마나 벼르고 있는데 말이지.
여기서 만약 대천사 앙겔스를 빼돌리기라도 했다간.
앞으로 마왕 케만의 협조를 얻는 건 물 건너갈 테니.
잠시 대천사 유니티를 쳐다보다가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게 이어지는 내 제안을 듣다가 대천사 유니티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빤히 쳐다봤다.
정말 제대로 놀란 것 같아요.
으음. 이런 식의 일 처리는 아마 처음 해볼 테니까.
혹시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아냐. 그녀는 반드시 하게 되어 있어. 이 일이 무조건 필요하거든.
아니나 다를까.
놀란 눈빛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대천사 유니티가 결국 내 손을 잡았다.
“해보겠습니다.”
***
이후에는 별다른 일이 없이 챠밍과 대천사 유니티를 실피드에 태우고 헤르마늄 광산으로 이동했다.
거리가 있어 비공정이 편하긴 할 테지만.
지금 편한 것 따지고 있을 땐 아니라서.
실피드를 써야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산맥을 몇 개 넘어 한참을 날아가자 저 멀리서 수많은 병력들이 까맣게 밀집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마왕군의 군대가 뭔가를 포위하듯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랄까.
그리고 그 안쪽에는 방진을 세우고 버티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천사군의 군대.
애초에 병력 숫자부터 이미 몇 배를 넘어섰다.
멀리서 보니 그 점이 더 잘 보이기도 했고.
챠밍도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벌써 도착했어요.
그러게. 생각보다 마왕 케만이 발이 빠른데?
내 예상 시간보다 훨씬 빠르다.
그 말인즉슨.
마왕 케만이 진군 속도를 상당히 올렸다는 뜻이었다.
혹시라도 중간에 정보가 새어나가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진군이 들통 나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 예상했을 수도 있고.
뭐 그 덕분에 천사군을 완전히 포위할 수 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는 것보다야.
좀 무리하는 편이 백배 나은 선택이지.
옆에서 대천사 유니티도 정말 내 말처럼 마왕군이 이곳에 와 있자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마왕군……!”
“꽤 많죠?”
“네. 저만한 규모라면. 군단급 하나를 끌고 왔겠네요.”
역시.
대치 상황을 대략 살펴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의 전력이 왔는지 바로 파악했다.
거기다.
“그리고 저 문양이라면…… 마왕군 4군단입니다. 마왕 케만이 수장으로 있는.”
“깃발의 문양만 보고…… 아니다. 모르는 게 더 이상하겠죠.”
내 앞에 있는 이는 감찰원의 대천사다.
그런 그녀가 상대 마왕군의 깃발만 보고 어느 부대인지 아는 건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조건 숙지해야 하는 일이지.
빤히 그들을 쳐다보던 대천사 유니티가 이상하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4군단이라면…… 지금쯤 성마대전 경계 남쪽 부근에 주둔하고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이곳에 온 거지……?”
그녀가 보기에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4군단이 원래 있어야 하는 위치와 지금 눈앞의 위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 정도 오차면.
아예 틀린 정보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자신들의 정보 수집 능력에 구멍이 났다는 뜻이기도 할 테고.
어느 쪽으로나 보나.
대천사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은 절대 아니었다.
천사군의 정보가 누락되어 빠졌다는 걸.
인정해야 할 테니.
아마 이 일이 끝나고 그녀가 돌아가면.
그들의 경계 라인을 쥐 잡듯이 뒤집고 다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뭐 그때쯤 되면.
그럴 정신도 없게 되겠지만.
앞으로 또 다른 커다란 폭탄을 던져줄 예정이라.
이번 일은 까맣게 잊히게 될 것이다.
곧 마왕군이 포위하고 있는 외곽보다 훨씬 떨어진 구역에서 실피드를 내렸다.
이 이상 접근하면 우리도 그들의 눈에 띄게 될 테니.
웃기게도 나나 챠밍은 반겨주겠지만.
내 옆에 있는 대천사 유니티는 아니다.
눈을 뒤집고 달려들게 뻔하니 일단 접근은 여기까지만.
“잠시. 정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챠밍. 대천사 유니티와 이곳에 기다리고 있어.”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위장 마법으로 주변을 일렁이게 만들어 모습을 감췄다.
“조심해서 다녀와요.”
“응. 금방 올게.”
유니티가 어디로 안 튀게 잘 잡아둘 수 있지?
네. 때려눕혀서라도.
그렇게 당당하게 답하는 챠밍을 보고 웃어주고는 그대로 달려나가 마왕군의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마왕군 중 몇몇이 날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라 공격하려다 다시 무기를 내렸다.
“아군이다……! 공격 중지.”
마왕군이 아군이라……
유저들이 보면 기겁할 일이지만.
편안하게 그들 사이를 걸어 들어가자 곧 마왕 케만을 만날 수 있었다.
“흠. 왔나?”
“아직 안 싸우나 봐요?”
다 몰아놓고도 안 싸우는 걸 궁금해서 물어보자 마왕 케만이 입가를 다시면서 말했다.
“다 몰아놨으니 이제 잡기만 하면 된다. 퇴로도 없어.”
토끼몰이 중이었다 이거네.
그걸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대천사 앙겔스는 지금쯤 하늘이 노랗게 변했을 테고.
잠시 마왕 케만을 보다가 씨익 웃으면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대천사 앙겔스. 반쯤 죽여서 퇴로를 열어주세요.”
“뭐?”
“중간에 실수로 놓친 척.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