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38
1445화 혼란의 제안 (4)
마왕 케만은 절대 알 수 없는.
천사군 내에서의 대천사 앙겔스의 상황을 알려주자 마왕 케만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마왕 케만이 뭔가 걸린다는 듯 내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런 고급 정보는 어떻게 얻은 건가? 그 어느 마왕군도 얻지 못했을 텐데.”
친밀도가 올라간 것과는 별개로.
마왕 케만이 날 의심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이만한 정보는.
천사군 내부를 완전히 들여다보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정보니까.
마왕들이 아무리 알아내려고 해도.
그들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애초에 마기를 가진 마왕군이 천사군 내부로 침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니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정보로 움직일 뿐.
뭐 이건 천사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속성의 천사들이 마왕군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건 똑같으니.
그래서 더 마왕 케만이 나를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거다.
물론 이때를 위해서 생각해둔 말들이 있긴 했다.
“혹시 모험가들 기억하십니까?”
“모험가?”
“네. 그들은 현재 천사군과 제국, 왕국의 연합군을 돕는 중이죠.”
마왕군은 아직까지 모험가들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모험가들이 천사군과 연합군에 있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성마대전의 전선에서 마왕군과 매번 부딪히고 있기도 하고.
“그들을 이용하면 천사군의 내부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만.”
“흠. 그것 참…….”
마왕 케만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는 듯 놀라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애초에 이 시대의 마왕들이 유저들과 접촉할 리가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시대였다면 또 모를까.
적어도 지금의 마왕들은.
유저들과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그럼 그 정보도?”
“그렇죠. 생각 이상으로 모험가들의 눈은 전 대륙에 꽤 넓게 퍼져 있습니다.”
이건 사실이기도 했다.
대륙 곳곳의 제국과 왕국에 유저가 없는 곳이 없었다.
거기다 유저들은 손가락 하나만 놀리면 바로 대륙 반대편까지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었고.
뭐 마왕군 본진을 제외하면 말이지.
그렇게 치면 천사군의 본진 역시 마찬가지긴 한데.
여기까지는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냥 마왕 케만이 그렇다고 착각해주기만 하면 된다.
“음. 놀랍군.”
새삼 유저들의 위력을 알았을까.
마왕 케만이 슬쩍 욕심을 드러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마왕 케만에게 손을 들어 올리면서 거부의 뜻을 표했다.
“영업 비밀입니다만. 저도 가지고 있는 패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으음.”
마왕 케만도 유저들과 접촉하려면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사실 이만한 수준의 정보는 유저들을 이용한다고 해도 절대 얻을 수 없었다.
애초에 유저들도 절대 얻을 수 없는.
천사군 내부의 기밀이니까.
대천사와 손을 잡지 않은 이상에야.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정보다.
한 마디로.
마왕 케만은 죽었다 깨도.
유저들을 통해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지.
뭐 유저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도도 있긴 하겠지만.
마왕 케만의 구미에 맞는 수준은 아닐 터다.
그렇게 마왕 케만이 실망하려고 하자 바로 당근을 꺼내 들었다.
“필요한 정보는 미리 알려드리도록 하죠.”
“그렇다면야…….”
어차피 마왕 케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한다고 나만큼 정보를 알아낼 순 없다는 걸.
그렇다면 내게서 적당한 정보를 얻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물론 난 딱 필요한 만큼만 전해줄 테고.
동시에 마왕 케만에게 난 중요한 인물로 인식됐을 것이다.
천사군 내부의 정보를 줄 수 있는.
잠시 침묵하던 마왕 케만이 내게 물어보았다.
“대천사 앙겔스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원래라면 대천사 앙겔스는 지금쯤 싸늘한 주검으로 바닥에 누워있어야 한다.
대천사 앙겔스를 살려준다는 선택지는 그들에게도 있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물어보는 마왕 케만을 조금은 색다른 눈치로 쳐다보았다.
솔직히 대천사 앙겔스와 손을 잡을 때만 해도.
우리를 제외해버리고 독단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 태도를 완전히 바꾼 상태였다.
굳이 내게 의견을 물을 정도로.
아무래도 대천사 앙겔스의 숨은 정보를 알려주면서 친밀도가 올라간 것이 꽤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기도 했다.
“일단은 모른 척. 해주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모른 척해라?”
“네. 대천사 앙겔스는 아직 당신이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흠. 녀석 마음대로 움직이게 해보라 이거군.”
“대천사 앙겔스가 어떻게 나올지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대놓고 대천사 앙겔스를 협박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다.
하지만 그러면 대천사 앙겔스가 마왕 케만의 눈치를 보게 될 터.
어쩌면 마왕 케만의 눈을 피해 움직이려고 할 수도 있을 테고.
아니.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은…….
곧장 마왕 케만을 보면서 말을 꺼냈다.
“조만간 성마대전에 큰 지각 변동이 생길 겁니다.”
내 말에 마왕 케만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 천사군과 관련된 일인가?”
이미 날 천사군의 정보통으로 여기는 거려나.
뭐 이것도 나쁘지 않다.
적당히 둘러대기만 하면 알아서 오해해줄 테니까.
“뭐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그리고 대천사 앙겔스는 그때. 확실히 움직일 겁니다.”
“흠. 정말 천사군 내부에서 내전이라도 일으킬 모양이군.”
잠시 고민을 하던 마왕 케만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그럼 나도 움직일 준비를 해둬야 하나?”
“네. 그때를 위해 최대한 준비를 해두시는 편이 좋겠죠.”
“혹시 대천사 앙겔스가 함정을 판다면?”
“그럴 경우 제 쪽에서 먼저 파악 가능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발을 빼도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어차피 마왕 케만은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싸움이다.
잘 되면 좋고.
아니면 손을 떼면 그만인.
“아, 그리고 대천사 앙겔스에게 반드시 대천사의 언령을 요구하시죠.”
“대천사의 언령?”
이제껏 성마대전의 역사 중에 대천사와 마왕이 대천사의 언령을 맺었다는 건 들은 적이 없었다.
이건 눈앞의 마왕 케만도 마찬가지.
“그게 뭔가?”
“아. 모르십니까?”
마왕 케만이 전혀 모른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다.
잠시 대천사의 언령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자 마왕 케만의 눈빛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대천사의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정보이기도 했고.
“그게 가능한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나도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내가 대천사가 아닌 이상에야.
뭐 이번에 확인해보면 되는 일이다.
대천사가 마왕을 대상으로 대천사의 언령을 할 수 있는지는.
“만약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저 음흉한 놈이 제대로 할 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그냥 목을 쳐버린다고 하시죠. 어차피 아쉬울 것 없지 않습니까.”
“흠. 그렇긴 하지.”
“무엇보다 대천사의 언령을 요구하지 않으면. 오히려 대천사 앙겔스가 뭔가 이상하다고 의심할 겁니다.”
“제깟 놈이 의심해 봐야…….”
그러면서도 마왕 케만은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쪽이 자신에게도 이득이라는 걸 잘 알 테니.
그렇게 마왕 케만과의 대화가 끝난 뒤.
다시 돌아가자 마왕 셋이 대천사 앙겔스를 포위한 상태 그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천사 앙겔스가 내 쪽을 흘깃 쳐다보고는 설명을 요구하는 듯 마왕 케만을 쳐다봤다.
“이쪽 사람이다.”
“흠.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그때 뒷짐을 쥐고 손에 마검을 소환해냈다.
그러자 순간 내 주위로 강렬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왕 케만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대천사 앙겔스 역시 놀랐는지 내 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적당히 마기를 흘려내고는 그대로 마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괜히 마검을 보게 해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
“평소 마기를 숨기는 걸 선호하는지라.”
내가 이쪽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주자 대천사 앙겔스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왕 케만도 꽤 흡족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그대를 아끼는 이유를 알겠군.”
“저 생각보다 약합니다만…….”
“흠. 방금 내가 느낀 건. 그 이상이었다. 마왕처럼 느껴질 줄이야.”
“뭐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그리고 이건.
마왕 케만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은 듯 했다.
마기가 이만큼 충만한데 천사군 쪽 사람일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을 테니.
물론 자신의 자리를 넘볼 정도라면.
경계를 했겠지만.
곧 마왕 케만과 대천사 앙겔스와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대천사의 언령을 요구하고 싶군.”
마왕 케만에게서 그 말이 나오자마자 대천사 앙겔스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그러자 멀리서 은신 상태인 챠밍을 보면서 말했다.
쟤 표정 관리 못 하네.
그러게요. 대천사의 언령을 마왕 케만이 말할 줄은 전혀 몰랐나 봐요.
당황 가득한 눈빛을 봐서는.
절대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천사의 언령은.
그들의 일급 기밀이기도 하니까.
절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대체 누가……!”
그 순간 내가 끼어들었다.
“뭐 전에도 당신 같이 마왕과 손을 잡은 대천사가 있었나 보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럼 당신이 최초겠군요.”
“이익……! 지금 나와 말장난을 하자는 건가?”
잔뜩 화가 난 표정을 봐서는 어지간히 분노한 듯 했다.
놀리는 건 이쯤 하고.
괜히 더 건드렸다가 자폭해버릴라.
“그런데 지금 그 사실을 우리 마왕님이 아셨다는 게 중요합니까? 앙겔스. 당신의 태도는 마치 대천사의 언령을 처음부터 해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큭……!”
내 압박에 마왕 케만이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 자리는 서로 거래를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당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는 자리지. 계약이 다소 불리하다는 건 충분히 인지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까지 말을 하자 대천사 앙겔스도 입을 다물어버렸다.
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대천사 앙겔스의 목이 날아가도 할 말이 없는 자리였다.
한 마디로.
목숨을 걸고 구걸을 하는 자리라는 거다.
대천사의 언령?
그런 것을 해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저 녀석에는 남는 장사지.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큭. 하지만 대천사와 마왕과의 직접적인 계약은 불가능하다.”
흠.
설마 했지만.
이전 성마대전의 역사에서 대천사와 마왕과의 계약이 없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
애초에 대천사의 언령 자체를 마왕에게 걸 수 없다면.
서로 계약이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필요에 의해서 없는 게 아니라.
이건 그냥 안되니까 없었던 거다.
그 순간 마왕 케만을 비롯한 마왕 넷과 대천사 앙겔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몰렸다.
그리고 마왕 케만이 다행이라는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내가 아니라 아쉽지만. 다행스럽게 이곳에 마왕이 아닌 자가 있지 않은가.”
대천사 앙겔스도 짜증난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마왕과 대천사의 언령을 할 순 없어도.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으니.
“하하. 저요?”
“그래. 너. 그대가 대신 대천사 앙겔스와 언령을 맺어라.”
이거 참.
떠먹여 주는 것도.
너무 정성스럽게 떠먹여 주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