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42
1449화 혼란의 제안 (8)
대천사 앙겔스가 소속된 천사군의 공화정이 빼돌린 초고순도 헤르마늄은.
그들이 숨기고자 하면.
우리가 절대로 가지지 못하는 물건이었다.
애초에 우리와 어떤 접점도 없을뿐더러.
만약 어찌어찌해서 숨긴 위치를 알아낸다고 해도.
헤르마늄 광석을 찾아내 빼올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마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대천사 유니티를 필두로 한 감찰원이 그 물량을 찾아내서 전량 회수할 확률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면 공화정이 알아서 폐기해버리던가.
뭐 이쪽은 그 확률이 높진 않겠지만.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면.
자신들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그런 수를 둘 경우도 배재할 순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이 초고순도 헤르마늄을 가지게 되는 상황은 절대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그 초고순도 헤르마늄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대천사 앙겔스를 잡았으니.
이제 이 녀석을 잘 구슬리기만 한다면.
공화정이 빼돌렸던 초고순도 헤르마늄을 손에 넣는 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차피 신의 성배의 위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사군, 마왕군할 것 없이 전부 공개된다.
그런 쓸모가 없어질 정보를 써서 대천사 앙겔스를 이용해먹을 수 있다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지.
“대천사의 언령…….”
“못하시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죠?”
혹여나 대천사 앙겔스를 풀어주었는데 이 녀석이 마음이 변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사실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대천사의 언령은.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아주 좋은 족쇄였다.
대천사의 언령을 지키지 않으면.
이 녀석의 목이 날아갈 테니.
“크흠. 하지만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전부 가져올 순 없다. 내가 관리하는 건 그중 일부에 불과…….”
잠시 대천사 앙겔스에게 이유를 물어보려다가 그대로 손을 들어 녀석을 만류했다.
굳이 이걸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제가 그런 당신의 사정까지 일일이 알아야 합니까?”
“뭐?”
“간단히 말해드리죠. 대천사 앙겔스. 당신은 그저 공화정이 빼돌린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전량 회수해서 내 앞으로 가져오기만 하면 됩니다. 이게 어렵습니까?”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다!”
“그쪽에서 알아서 하실 일이죠.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만.”
대천사 앙겔스의 사정을 일일이 다 들어줘 가면서 일을 진행하면 끝도 없다.
이 녀석의 성격을 보면 어떻게든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를 할 테니까.
“아,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드리는데. 공화정에서 빼돌린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의 전체 물량을 제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뭐?”
그렇게 당당하게 말은 했지만.
사실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의 물량이 얼마나 빼돌려졌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내겐 그걸 확인할 방법이 있긴 했다.
그것도 대천사 앙겔스가 알면 기절할 방법이지.
대천사 앙겔스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장담하듯 말했다.
“공화정에 있는 물량을 네가 알 수 있을 리가…….”
“그럼 저와 내기할까요?”
“내기?”
“네. 별 것 아닙니다. 그냥 제가 딱 제시한 물량만큼만 가져오시죠. 그럼 저도 딱히 다른 말 하지 않겠습니다.”
“흠…….”
아마 지금 대천사 앙겔스의 머릿속은 팽팽하게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과연 내가 정말로 초고순도 헤르마늄의 양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만약 제시한 양이 자신이 생각했던 양보다 터무니 없이 적다면 흔쾌히 허락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꽤 볼만한 얼굴이 되겠지.
“저도 당신이 가져올 수 없는 물량을 가져오라고 생떼를 부리진 않습니다만…….”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대천사 앙겔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하지만 불가능한 물량을 부른다면…….”
“그땐 알아서 물량을 조절하시죠. 성의만 받겠습니다.”
“흐흐. 알겠다.”
이쯤에서 대천사 앙겔스는 내가 왜 이렇게 자신만만했는지를.
빨리 눈치 챘어야 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마왕 케만을 보고 말했다.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지금 말인가?”
“확인해볼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오래 걸리진 않겠지?”
“금방 돌아오죠. 한 가지 확인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한 가지가 뭔지는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던 마왕 케만이 모를 리가 없었다.
“흠. 대천사 앙겔스는 내가 잡고 있도록 하지.”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헤르마늄 저장고를 나오자 챠밍이 은신을 풀고 나타났다.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우린 얼마나 빼돌렸는지 전혀 모르는데.”
“아, 그게 아는 방법이 다 있지.”
챠밍을 보며 웃으면서 품 안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내들었다.
『 대천사의 휘장 (유니크). 』
– 소환자의 위치로 대천사를 소환할 수 있다.
– 대천사의 휘장을 소유한 이가 해당 대천사와 연락할 수 있다.
내가 꺼내든 대천사의 휘장을 본 챠밍의 눈이 놀라움에 크게 떠졌다.
“아! 대천사의 휘장이 있었죠.”
“응. 이거면 대천사 유니티한테 물어볼 수 있거든.”
이 근처에 대천사 유니티가 있다면 바로 물어보면 되겠지만.
애석하게도 마왕이 넷이나 있는 자리에 대천사 유니티가 나타났다가는 바로 전투가 시작될 것이다.
아마 마왕 케만은.
대천사 유니티가 대천사 앙겔스를 구해내기 위해 투입되었다고 판단할 테니.
실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무조건 그런 그림으로 보인다.
그렇게 여기에 대천사 유니티를 불러들여 싸우게 하는 건 미친 짓이라.
아아, 들립니까?
대공?
무사히 일을 마쳤나 보군요.
네. 덕분에 대천사 앙겔스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전부 얻을 수 있었어요.
그럼 조만간 공화정을 칠 수 있겠군요?
아뇨. 아쉽지만 이 증거 하나만으로 공화정 전체를 치지는 못할 거예요. 공화정에서는 대천사 앙겔스를 끊어내는 정도로 해결할 테니까요. 그리고 관련된 몇몇을 잡아내는 것으로 끝날 테죠.
그럼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지금은 그래요. 그래도 여기서 공화정을 한 번 멈춰 세울 순 있을 것 같아요.
대천사 유니티의 아쉬움 가득한 말투가 여기까지 잘 전달되었다.
생각보다 저 증거가 위력적이진 못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공화정에서는 대천사 앙겔스를 버려버리면 그만인 일이라.
꼬리라고 보기에는 다소 크긴 해도.
공화정 전체가 대천사 앙겔스를 보호하려다 썰려 나가는 것보다는.
대천사 앙겔스 하나를 잘라내는 편이 그들에게는 훨씬 이득일 것이다.
아,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네. 물어보세요.
혹시 공화정에서 빼돌린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으음. 아마 감찰원에서 회수 지시가 내려갈 거예요. 그럼 해당 대천사들이 회수 작업에 들어가겠죠. 전량 회수는 불가능해도. 빠르게 움직인다면 대부분 회수 할 수 있을 거예요.
흐음.
그렇단 말이지.
역시 예상대로 감찰원에서 나서서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회수할 예정이었다.
만약 대천사 앙겔스를 살려두지 않았다면.
무조건 감찰원이 쓸어갔겠네.
일을 실컷 도와주고 눈앞의 대어를 먹지 못할 뻔 했다.
챠밍도 같은 생각인지 말했다.
“대천사 앙겔스를 살려두길 잘 했어요.”
“응. 마왕 케만이 큰 일 했네. 이거 나중에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내 말에 챠밍이 웃음 짓더니 다시 물었다.
“대천사 유니티가 정확한 물량을 알까요?”
“알 거야. 이 녀석. 대천사 앙겔스의 기억을 담은 수정을 가져갔거든.”
“아! 그럼 확실히 알겠어요.”
곧장 대천사 유니티에게 물어보았다.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됩니까?
네. 주호 대공이 궁금한 거라면 얼마든지 대답해드리죠.
그동안 그녀에게 공을 들여놓았던 일이 헛되진 않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도 훨씬 우호적인 느낌이 들었으니까.
아마 이번에 대천사 앙겔스의 일을 처리해주면서 호감도가 더욱 오른 것이 영향을 미친 듯 했다.
혹시 대천사 앙겔스가 빼돌린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의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네? 그건 왜……?
대천사 유니티 입장에서는 꽤나 이상하게 들릴 질문이긴 했다.
굳이 내가 대천사 앙겔스가 빼돌린 물량을 궁금해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어차피 그건 자신들이 처리할 일이지.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었고.
아,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만. 알면 곤란한 일입니까?
으음. 천사군 내 기밀 사항이라…….
이건 순전히 대천사 유니티의 내게 대한 우호도에 맡겨야 하는 일이었다.
천사군의 기밀 사항에 해당하는 안건을 쉽게 말하긴 어려울 테니.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대천사 유니티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어차피 주호 대공이 아니었으면 가질 수 없는 정보였으니. 이번만 특별히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아마도 대천사 유니티는 내가 그 정보를 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일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리라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직접 그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에 접근할만한 방법이 없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그 정보를 얻게 해준 장본인이 나였다는 걸 고려해서.
선심 쓰듯이 정보를 공개해주었다.
대천사 앙겔스의 기억을 읽고 있어요. 잠시만요.
아무래도 대천사 앙겔스의 기억의 양이 적지 않으니 모두 파악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 대천사 앙겔스가 정말 많이도 해 먹었네요.
그래요?
네. 그동안 왜 무구 수선을 위해 헤르마늄을 신청해도 잘 안 나오나 했는데. 이만큼이나 빼돌렸으니 중앙 천사군 전체가 물량이 부족할 수밖에요.
아마 대천사 유니티가 혀를 찰 정도로 많이 빼돌린 듯 했다.
무려 삼십여 년 동안 야금야금 빼돌리고 있었어요. 더군다나 요즘 들어 그 양이 부쩍 늘었고요.
요즘 더 그랬다고요?
네. 처음에는 대천사 앙겔스 혼자서 빼돌렸다가 곧 그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공화정이 개입한 흔적도 부분 보이네요. 이쪽을 잘 파고들면 꽤 성과가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왜 그랬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공화정이 천사군을 장악할 작정을 하고 물량을 무리해서 빼돌리기 시작했을 확률이 높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예상대로 공화정에서는 내전을 준비 중이었네요. 좀 더 증거를 모아봐야 하겠지만. 이건 확실해요.
대체 빼돌린 양이 얼마나 되길래 그래요?
그리고 이어지는 유니티의 말은 나 역시도 혀를 차게 만들었다.
무려 대천사 10여 명을 전신 무장시킬 수 있는 양이에요. 최상급 헤르마늄 광산 열 개쯤을 샅샅이 뒤져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양이기도 하고요.
미친……
와.
대천사 앙겔스.
이 새끼 생각 이상으로 많이 해 먹었잖아?
말이 전신 무장이지.
단지 이걸 무기 하나로만 한정해서 만든다면.
대천사 몇 십은 넘게 무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 대천사의 숫자를 고려해본다면…….
공화정이 천사군 전체를 뒤집는 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가능했을 것이다.
안정적으로 무구를 만들어낼 시간 말이지.
그리고 아마 내가 짐작만으로 대천사 앙겔스에게 제시를 했다면.
분명히 저 양에 미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럼 대천사 앙겔스가 히죽거리면서 속으로 웃었을 테고.
하지만 이젠 이야기가 다르다.
아예 대천사의 언령으로 대천사 앙겔스가 거짓말을 못하도록 못 박아버릴 예정이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웃으면서 챠밍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앙겔스를 제대로 뜯어먹으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