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49
1456화 함정 (3)
에센시아 제국과 요하스 성국을 잇는 이동 포탈.
유저들 입장에서는 먼 지점을 연결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 굉장히 흔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성마대전 시대에는 그런 기술이 쉽게 구현되지는 않은 듯 했다.
만약 그랬다면 이미 대륙의 전 제국과 왕국들이 포탈로 연결되어 있었을 것이다.
다른 말로.
지금은 이런 이동 포탈은 굉장히 귀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건.
눈앞의 대천사 앙겔스를 비롯한 천사군일 테고.
그래서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이동 포탈에 대해 알려주자 더욱 신이 나서 연구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으니까.
“바로 쓸 수 있겠어?”
내 물음에 마왕 헤르게니아가 대천사 앙겔스를 슬쩍 보더니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동 마법진의 구동 방식 자체는 어렵지 않아. 다만 그 형식이 모두 천사군의 기술이 들어가 있어. 연구하는데 좀 걸려.”
“지금 당장 카피해서 쓸 순 없다는 거네.”
“시간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당장은 안 돼.”
그러자 대천사 앙겔스가 안심하는 듯 숨을 쉬었다.
아마도 천사군의 이동 포탈 기술은 마왕군이 카피하는 걸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런데 마왕 헤르게니아가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대천사 앙겔스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 대천사 녀석은 이걸 만들어 낼 만한 능력이 없어 보이는데…….”
“그래?”
대천사 앙겔스가 직접 만든 게 아니었나?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기술을 받아왔다는 건데.
지금 생각할 수 있는 녀석들은…….
일단 대천사 레미넌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녀석이었다면 대천사 앙겔스가 마왕들에게 죽이라고 던져주진 않았을 테고.
남은 건 대천사 베이넌.
이쪽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제국 수도 밖에 녀석을 여기로 끌어오지 않는 이상은 확인해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대천사 유니티 역시 마찬가지.
아무리 봐도 그녀는 전투형 대천사라.
잠시 고민해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앞에 답이 있으니 그냥 물어보면 되는 건데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거 누가 만든 겁니까?”
대천사 앙겔스에게 물어보자 잠시 입을 닫고 있다가 이내 대답해주었다.
“대천사 아그네스.”
“응?”
내가 저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더라??
분명 들어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때 마왕 헤르게니아가 바락 화를 내면서 외쳤다.
“야! 이거 그년이 만든 거였어?”
“허…… 감히 대천사에게 그년이라니…….”
“그럼 그놈이라 해줘?”
마왕 헤르게니아의 아주 당당한 대답에 대천사 앙겔스가 말문이 막히는지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나 역시 기억이 났다.
살짝 눈을 찡그리며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확인 차 물어보았다.
“타란 제국에서 봤던 그 녀석 맞지?”
“응. 맞아. 키메라 만들어 낸 대천사.”
키메라라는 말에 순간 대천사 앙겔스의 어깨가 움찔했다.
마치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적어도 대천사 앙겔스가 타란 제국에 연관된 건 아닌 모양이네.
만약 이 녀석이 타란 제국이나 대천사 아그네스와 조금이라도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방금의 반응은 나올 수 없었다.
혹 거기까지 고려해서 반응을 속였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곧 놀란 눈빛을 감춘 대천사 앙겔스가 인상을 구기면서 내게 물었다.
“방금 키메라라고 했나?”
“흠. 그랬죠.”
“그 키메라를 만든 게 대천사 아그네스라고?”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키메라 제조는 천사군의 최대 금기 아닌가.”
적어도 대천사 앙겔스가 대천사 아그네스와 키메라 관련해서 연결은 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화를 내는 모양새라.
갑자기 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슬쩍 썰을 풀어줘 볼까…….
“혹시 타란 제국에 제물의 결계가 쓰인 건 알고 있습니까?”
내 물음에 대천사 앙겔스의 두 눈이 놀라움에 확 커졌다.
“뭐라?”
“몰랐던 모양이네요. 이것도 대천사 아그네스의 작품이었는데 말이죠.”
“허…… 대천사 아그네스가 제물의 결계에 키메라 제조까지 했다는 건가?”
마왕 헤르게니아가 한심하다는 듯 대천사 앙겔스로부터 관심을 걷었다.
“이 놈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 본데?”
“그러게.”
대천사 앙겔스는 천사군의 내전에 쓰일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빼돌리는 작업까지 참여할 정도로 공화정에서는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천사 아그네스가 타란 제국에서 벌인 일을 전혀 모른다?
이건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대천사 앙겔스가 중요한 인물이 아닐 수 있거나.
혹은 대천사 아그네스가 천사군 내에서 그만큼 자신의 행적을 잘 숨겨왔다는 거다.
다른 대천사들이 눈치조차 채지 못하게.
그럼 대천사 아그네스는 공화정과 어떤 관계인 걸까…….
대천사 아그네스가 에센시아 제국에 이동 포탈을 설치할 수 있게 이 녀석을 도와준 걸 보면 에센시아 제국과 헤르마늄 광산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듯 한데…….
그렇다는 건 당연히 공화정과 대천사 아그네스가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는 말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굳이 대천사 앙겔스를 도와줄 리가 없을 테니.
최소한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빼돌리고 있는 과정에.
대천사 아그네스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다.
나와 마왕 헤르게니아가 대천사 앙겔스를 한심하다는 식으로 몰아가자 오히려 녀석이 발끈했다.
“모든 대천사들이 다른 대천사들의 일을 전부 알진 못해.”
“타란 제국을 전복시킬만한 커다란 작업을 하는데도 모른다는 겁니까?”
“그건…….”
어쩌면 자존심 같은 거려나?
자신이 공화정에서 했을지도 모를 핵심적인 일에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왕 헤르게니아의 한마디 말은 대천사 앙겔스의 자존심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얘. 그냥 쓰고 버리는 패 아냐? 아무것도 모르잖아.”
“으음…….”
차마 그렇다고 대답해주기에는 지금 대천사 앙겔스의 표정이 너무 굳어 있었다.
나름 공화정에서 장로라고 대접받는 위치였을 텐데.
지금은 마왕들에게 둘러싸여서 쩌리 취급받고 있으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수밖에.
“감히……!”
“억울하면 가서 알아보던가.”
“뭐?”
“요하스 성국으로 돌아가서 직접 알아봐. 네가 버려지는 패가 아니라면 그 정도 능력은 있을 것 아냐.”
마왕 헤르게니아 말에 대천사 앙겔스가 머리끝까지 올랐던 화를 눌렀다.
그녀의 말이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다른 데 가서 뺨 맞고 와서 엉뚱한 데서 화풀이래.”
“흠…….”
뭐 그 뺨을 때린 건 마왕 헤르게니아였지만.
지금 대천사 앙겔스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아마 한시 빨리 돌아가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채찍만 휘둘러서는 말을 듣지 않는다.
슬쩍 당근도 던져주었다.
“대천사 아그네스가 숨기고 싶어하는 비밀. 이걸 알고 있다는 것만 해도. 당신에게는 큰 무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던져주는 당근에 대천사 앙겔스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이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방금 대천사 앙겔스는 공화정에 돌아가서 쓸 수 있는.
꽤 근사한 무기를 손에 쥔 셈이니까.
“그렇다고 대놓고 휘두르면 당신이 당할 겁니다.”
“흠.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다른 방면으로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천사군의 장로쯤 되면 정치는 그럭저럭 할 줄 알 것이다.
그리고 대천사 앙겔스는 대천사 아그네스의 행동에 제동을 걸어줄 나쁘지 않은 패가 되겠지.
이 녀석이 끝까지 살아있다는 가정하에.
어쩌면 대천사 아그네스와 손잡고 붙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반응만 보면 그 가능성은 그렇게 커 보이진 않았다.
여기에 약간의 양념을 더 쳐볼까.
“대천사 아그네스가 이동 포탈을 굳이 당신에게 쥐어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이유?”
“아무래도 그렇잖습니까. 양방향 이동 포탈이라. 단순히 귀환용 포탈이었다면 대천사 아그네스가 신경 써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으음…….”
고민해라.
이건 대천사 앙겔스.
네게 주는 숙제니까.
잠시 침묵을 지키던 대천사 앙겔스가 뭔가의 결론에 도달했는지 눈빛을 형형하게 세우며 내게 물었다.
“설마. 대천사 앙겔스가 날 이용하려고 했다는 건가?”
“전 굳이 말하진 않았습니다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마 맞지 않을까요.”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양방향 이동 포탈을 줄 필요가 없었다.
뭐 대천사 앙겔스를 위한 지원 병력을 보내기 위해 포탈을 쥐어 줬다면 말은 되긴 하는데.
그럴 거면 애초에 처음에 올 때부터 많은 천사군을 파견했으면 그만인 일이다.
그런데 굳이?
“아마도 대천사 아그네스는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빼돌린 작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이곳 에센시아 제국에 온다고 했을 때 양방향 이동 포탈을 지원해준 것만 봐도요.”
“흠. 그럴 확률이 높겠군.”
“그리고 굳이 귀환 포탈이 아닌 양방향 이동 포탈인 건. 이미 눈치챘다시피. 다른 대천사들을 보내기 위함이겠죠. 어떤 일이 생겼을 경우 대처하기 위해서.”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말인가?”
일이 잘못 된다라…….
아니다.
보통 이럴 경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대천사 아그네스가 과연 당신의 뒤에 감찰원이 붙은 걸 몰랐을까요?”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그리고는 확실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대천사 아그네스는. 헤르마늄 광산을 확보하고 나면. 그 뒤에 바로 꼬리를 자르려고 했을 겁니다. 추가로 대천사들을 더 투입해서요.”
여기서 꼬리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듣고 있던 마왕 헤르게니아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천사 앙겔스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대천사 앙겔스는.
이용만 당하다가.
같은 편에게 팽 당하는.
딱 그 정도의 이야기였던 거다.
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대천사 앙겔스에게 던지듯 말했다.
“대천사 레미넌스와 대천사 베이넌을 얼마나 믿을 수 있습니까?”
내 말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은 듯 대천사 앙겔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마 자신이 모든 작업을 통제하는 관리자인 줄 알았을 텐데.
한낮 장기 말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을 때.
결코 화를 누를 수 없을 것이다.
“네 이 년을 당장……!”
대천사 앙겔스의 온몸에서 성력이 뿜어져 나오자 바로 손을 뻗어 그를 말렸다.
“밖에 있는 대천사 베이넌에게 당신의 존재를 들키고 싶은 겁니까?”
이젠 대천사 베이넌 역시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마왕군이 점거하고 있는 에센시아 제국 수도 안에서 대천사 앙겔스의 힘이 드러나면.
그 뒤는 뻔하다.
앞으로 살아서 나가더라도.
마왕군과 내통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이번 헤르마늄 광산 확보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대천사 앙겔스의 어깨에 뭉텅이로 올려버릴 것이다.
적과의 내통죄까지 덧붙여서.
“큭. 젠장.”
곧 실수했다는 걸 알았는지 대천사 앙겔스가 바로 힘을 걷어 들였다.
“조심하지.”
“그래야죠. 앞으로 할 일이 많은데.”
곧 시선을 돌려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었다.
“저 이동 포탈. 카피는 못 해도 변형할 순 있다고 했었지?”
“응.”
그리고는 이동 포탈에 그녀가 손을 대자 몇 가지 마법진이 떴다가 스며들 듯 사라졌다.
심지어 이동 포탈이 구동하기까지 했다.
대천사의 성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본 대천사 앙겔스가 깜짝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난 이쪽이 주특기라.”
곧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게 미소 지으며 자랑하듯 말했다.
“이제 저쪽에서는 절대 못 넘어와. 방금 내가 연결을 끊어버렸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