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내가 그 사부다. 어쩔텐가?
강월천이 백택과 묵운기를 데리고 장내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이현창과 흑포인이 그들이 사라진 곳에 나타났다.
하늘 높이 사라지고 있는 엽현 일행을 보며 이현창이 이를 바득대며 소리쳤다.
“취선루, 네 놈들이 드디어 미쳤구나!”
그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취선루가 무엇 때문에 이토록 많은 세력들을 적으로 돌리려는 것인가?
이 근처에는 십여 명의 만법경 강자와 세 명의 만법경 절정의 강자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중에는 대운 창목학원과 암계의 살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세력의 전력은 결코 어느 삼류 세력들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도 취선루는 이 두 세력들과 원수를 맺으면서까지 엽현을 구하려는 것인가?
흑포인이 생각에 빠져있는 이현창에게 말했다.
“저들은 믿는 구석이 있음이 틀림없소.”
“믿는 구석? 하! 그게 어떤 구석이든 간에 오늘 엽현이 죽는 것은 변함없다!”
이때, 이현창이 어두운 숲속을 향해 소리쳤다.
“그 놈은 어린 나이에 벌써 무도종사 그리고 검도종사의 경지에 이르렀소. 만약 오늘 그 놈이 죽지 않는다면 훗날 검주, 혹은 검황이되어 우리를 향해 검을 들이밀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여기 있는 모두에게 기분 좋은 일이 되지 않을 것이외다!”
장내가 고요한 가운데, 방금까지 기 원장과 싸웠던 노인이 나타나 엽현이 사라진 방향으로 솟구쳤다. 그의 곁엔 함께 왔던 소년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잔뼈가 굵은 무인들이었다. 만약 오늘 재앙의 불씨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훗날 분명히 큰 화근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노인의 뒤를 이어 몸을 날리는 신형들을 바라보며 이현창이 흉포한 웃음을 터트렸다.
“좋구나! 오늘 취선루도 뿌리 뽑을 수 있겠어!”
순간 이현창이 흑포인과 함께 사라졌다.
오늘 밤의 황성은 아무래도 평안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 * *
취선루 안.
구 루주와 강월천은 엽현 일행 네 명을 데리고 취선루에 도착했다. 황성 중심에 위치한 취선루 건물은 총 아홉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이곳은 취선루의 많고 많은 지부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엽현 일행을 데리고 가장 위층에 도착한 구 루주는 창문을 열어젖히더니 크게 소리 질렀다.
“관계가 없는 자들은 모두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라!”
그의 음성이 벼락같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취선루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 근처의 상권은 대부분 취선루 소유였으니, 그들 대부분은 취선루와 관계된 자들이었다.
장내가 어느 정도 정리된 듯하자 구 루주가 소리쳤다.
“출진(出陣)!”
쿵!
그의 말에 취선루 일 층에서 푸른빛의 다발이 솟아올라 순식간에 취선루 전체를 휘감는 하나의 장막을 이루었다. 뿐만아니라 장막 사이사이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부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취선루의 구령진(九靈陣) 이겠군!”
강월천이 감탄하듯 말하자 구 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발동할 때마다 삼천 개의 최상급 영석이 필요하고 그 외 작동 시 최소 오십 만개의 영석이 필요하다는…….”
강월천이 혼잣말을 하다가 고개를 돌려 구 루주를 바라보았다.
취선루는 엽현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는 것이다!
이때, 구 루주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 그렇게 의미 둘 것 없습니다.”
엽현의 곁에 있던 묵운기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취선루가 이렇게 멋있어 보이기는 처음이야…….”
“…….”
이때 구 루주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사부께서는 언제 도착하시는 건가?”
‘사부?’
장중 인물들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모아졌다.
사실 그들은 모두 엽현의 배후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사부도 없이 홀로 검도를 배운다는 것은 가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엽현을 향한 눈들이 호기심으로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특히 강월천은 지금 그것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떤 배후가 있기에 취선루가 이렇게 큰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엽현을 지키려 하는 것인가!
한편, 구 루주는 현재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다.
그가 엽현을 취선루로 데려온 것은 다분히 목적이 있었다. 만약 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엽현을 도와준다면 그의 사부인 검선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엽현 역시 장래가 유망한 무인이니만큼 사귀어 놓을 수만 있다면 취선루에 큰 재산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거양득!
단, 그 전제로는 그의 사부가 제시간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그들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 취선루는 수많은 거대 세력들, 특히 대운 창목학원과 암계에 의해 철저히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자신들은 목숨이 백 개라 할지라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엽현이 구 루주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취선루 지붕으로부터 큰 충격이 전달됐다.
쾅-!
순간, 취선루 전체가 격렬히 흔들렸다.
엽현 일행이 밖을 쳐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대운 창목학원의 노인과 이현창 그리고 흑포인이 흉흉한 눈으로 취선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무려 십여 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보통 무인이 아닌, 만법경 강자들인 것이다!
십여 명의 만법경 강자가 동시에 강국에 나타난 것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대사건이었다.
그들의 위풍당당한 진용을 바라보며 장내의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특히 구 루주의 안색은 마치 죽은 시체마냥 어두워졌다.
‘저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이때 이현창이 구 루주를 발견하고는 차가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취선루가 엽현과 한배를 타기로 한 것 같으니, 이대로 함께 죽어라!”
이현창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취선루를 향해 그대로 일 장을 뻗었다.
쾅-!
그의 일격의 취선루를 감싸고 있던 장막에 실오라기 같은 금이 생겼다.
“계진(启陣)”
쿵!
구 루주가 크게 외치자 눈부시게 환한 빛의 기둥들이 장막 곳곳으로부터 튀어 나왔다. 기둥들은 하나하나가 강대한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진이 펼쳐진 것을 보자 이 원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에 있던 자들에게 소리쳤다.
“더 이상 시간 끌 이유가 있소? 한 번에 공격해서 진을 무너뜨립시다!”
그러자 무인들이 서로 시선을 한 번 마주치더니 그대로 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만법경 강자 십여 명의 합공! 어찌 강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쾅-!
순간 빛의 기둥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십여 개의 강대한 기운이 취선루를 뒤흔들었다.
쾅-!
황성 전역에 커다란 굉음이 울리면서 웅장했던 취선루 건물이 순식간에 먼지와 가루들을 날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폐허가 된 취선루 건물 틈으로 엽현 일행이 겨우 기어 나왔을 때, 두 개의 그림자가 그들의 눈앞에 힘없이 떨어졌다.
그들은 바로 구 루주와 강월천이었다.
그때, 그들 주위로 십여 명의 무인들이 나타나 그들을 에워쌌다.
푹-!
순간 엽현 일행을 향해 무형의 강력한 압박이 쏟아지자, 그들의 몸이 자연히 바닥과 하나가 되었다. 심지어 그들의 뼈마디 군데군데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엽현이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그의 앞에 이현창이 나타났다.
그러자 강대한 힘이 엽현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푸우-!
엽현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튀었다.
이현창이 발밑의 엽현을 무심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이제 알겠느냐? 네가 창목학원에 들어오지 못한 것은 결코 창목학원의 실수가 아닌 너의 크나큰 불운이었다는 사실을!”
이현창이 엽현 근처에 있는 묵운기와 백택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퍽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멀리 수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땅에 떨어진 그들의 입에선 많은 양의 선혈이 흘러나왔다.
이현창의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네가 내 앞에서 수많은 창목학원 학생들을 죽였던 것처럼, 너의 동료들이 어떻게 죽는지를 똑똑히 보여주마.”
이현창이 발끝이 가볍게 움직였다.
피융!
그러자 세 조각의 파편이 날아가 백택, 묵운기 그리고 기안지의 복부를 관통했다.
이 장면을 본 엽현이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바로 이때였다.
쾅-!
그의 전신에서 강대한 전의 그리고 검의가 꿈틀대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순간 엽현이 자신을 짓누르던 무형의 압력을 이겨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때, 엽현의 몸이 움찔하더니 이현창을 향해 검을 들고 돌진했다.
이를 본 장내의 무인들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한 명의 소년이 만법경 절정 고수인 이현창의 압력을 이겨내고 몸을 일으킨 것이다. 게다가 지금 그의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무도종사인 동시에 검도종사였다.
검무쌍수의 천재!
모든 이의 머릿속에 이와 같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현창의 눈빛엔 경이로움이 가득했다. 엽현과 그의 경지는 몇 단계나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의경(意境)을 이용해서 자신의 압력을 이겨내다니!
이 얼마나 두려운 자질인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이현창의 눈에 깃든 살의(殺意)가 한층 더 깊어졌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엽현을 죽인다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엽현의 성장속도를 봤을 때, 훗날 창목학원의 재앙이 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이현창이 달려드는 엽현을 향해 가볍게 손을 저었다.
퍽-!
그의 손짓 한 번에 엽현의 신형이 지면을 부수며 수백 장 밖에 있는 묵운기 근처로 날아갔다.
바닥에 누워 꿈틀거리는 엽현의 입에서 쉴 새 없이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이현창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옆 현의 앞까지 다가갔다.
“말 했잖느냐, 너의 명은 오늘까지라고. 신선이 온다 한들 널 구할 순 없을 게야.”
이때, 묵운기가 입가의 흐르는 피를 닦으며 엽현을 향해 말했다.
“엽 강도…… 이번엔 정말로 안 될 것 같아…. 아무래도 내가 먼저 갈 것 같아…….”
이현창이 엽현의 면전에 얼굴을 들이밀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어째, 네 사부라는 작자는 아직도 오는 중이라더냐? 어서 불러 보거라!”
이현창의 발끝이 엽현의 복부를 가격했다.
퍽-!
엽현의 신형이 수십 장을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방금의 일격으로 엽현은 온몸의 뼈마디가 산산조각 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겨우 몸을 일으킨 엽현이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며 목을 타고 넘어오려는 불쾌감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바로 그때, 그의 미간 중앙에 황금색으로 ‘土(토)’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계옥탑이 흔들리더니 이내 엽현의 이마 사이에 작은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때, 엽현의 의식이 흐려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이마에 나타났던 글자와 탑 또한 사라지고 계옥탑도 다시 안정을 찾았다.
[에효…….]어디선가 작은 탄식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때, 이현창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다른 무인들의 시선 또한 하늘로 향했다.
그러자 밝은 달빛 아래 그들을 등지고 서 있는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소복 치마를 입은 여인은 긴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
여인이 천천히 한 손을 펼치며 청명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너라!]바로 그 순간, 황성 내에 있는 모든 나무가 격렬히 떨리더니 나뭇잎들이 공중에 치솟아 밤하늘을 어지럽게 수놓았다.
다음 순간, 육지의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하늘에 떠 있던 나뭇잎들이 한 대 모여 하나의 녹색 검을 만들더니 천천히 여인의 손으로 날아갔다.
장내의 무인들은 그저 입을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로 이때. 여인의 수중에 있던 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검이 다시 나타났을 때, 검은 이현창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다!
한없이 적막한 장내에 여인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내가 그 사부다. 이제 어쩔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