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02
1002화 치료부터 해야 할 거 같은데
이때 신제가 악마안에게 조심스레 전음을 날렸다.
[정말로 이 애송이를 천도와 붙이려는 게냐?] [후후, 적어도 천도에게 의외의 한 방은 먹일 수 있을 것이다. 궁금하지 않느냐? 과연 그녀가 악마와 신령의 전승을 이어받은 인간을 죽일 수 있을지, 아니면 실패할지?] [그야 보나 마나 뻔한 것 아니겠느냐? 저 아이가 무슨 재주로 천도에게 대항할 수 있단 말인가!]신제의 말에 악마안이 천천히 두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그가 아니다. 그 배후의 있는 자가 한다.] [배후? 그 소도란 여인?]악마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 말고 또 다른 자가 있다…….]금강령체!
악령사체!
대략 한 시진이 지난 후, 엽현은 두 개의 외공비법을 모두 터득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수련뿐.
이제 악마안이 엽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먼저 금강령체를 익혀 보겠느냐?”
“좋습니다!”
악마안이 웃으며 신제를 바라보자, 신제가 엽현을 향해 고갯짓했다.
“따라오너라.”
두 사람은 이윽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로 장소를 옮겼다.
자리에 멈춰 선 신제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 위에 인장 하나가 나타났다. 뒤이어 그가 몇 마디 주문을 외자 인장이 덜덜 떨리고, 천지가 동요하면서, 강대한 위압이 하늘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 모습을 보는 엽현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이때, 신제가 하늘을 향해 검지를 치켜세웠다.
쾅-!
순간 세상이 번쩍하며 허공에 한 줄기 거대한 뇌전이 응집됐다.
“어르신, 설마 저더러 저 뇌전에 맞서라는 건 아니겠지요?”
엽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묻자 신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일반 뇌전이 아니라, 우리 신령족이 직접 배양한 천뢰(天雷)라는 것이다. 인간들은 저것을 하늘이 내리는 벌이라 여겼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 천뢰로 네 몸을 단련할 것인데, 이때는 절대 어떤 보호구도 착용해선 안 된다.”
“…제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훗, 그건 네 자신에게 물어보거라. 만약 견뎌낸다면 네 육신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소멸하겠지.”
소멸!
“…….”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무를 수 있다.”
이에 엽현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이제 와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시작하시지요!”
“좋다!”
잠시 후, 신제가 엽현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지자, 하늘에 걸려있던 뇌전이 그대로 엽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두 눈을 꾹 감은 엽현의 몸이 저절로 흔들렸다. 그만큼 신뇌의 위력이 엄청났던 것이다.
이 순간, 엽현은 자신의 육신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저걸 받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도 잠시, 엽현은 이런 생각을 금세 떨쳐냈다.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더 강해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생각이 미친 순간, 엽현이 인상을 찡그리며 두 눈을 번쩍 떴다.
“오너라!”
쾅-!
신뇌가 정수리에 박힌 순간, 엽현의 육신이 피를 튀기며 반으로 갈라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쾅-!
연속해서 또 다른 신뢰가 떨어지자, 엽현의 육신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이때, 신제가 가볍게 소매를 펄럭이자 한 무리의 녹색 빛이 엽현을 감싸면서 순식간에 그의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켜 놓았다.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또다시 신뢰 한 발이 떨어졌다.
쾅-!
부르르 떨며 터져 나가는 엽현의 육신.
이때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악마안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저러다 죽어버리는 거 아냐?”
“흥! 평범한 검 한 자루도 백 번은 두들겨야 하거늘!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엽현의 육신은 터지고 갈라지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신제가 금세 그의 몸을 회복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고통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죽음을 반복하는 상황!
이 순간 엽현은 깨달았다. 촉룡갑과 불사지체가 없이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무적검체는 검에게만 적용될 뿐, 사실상 이런 상황에선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천뢰.
신령족이 직접 만들어 낸 이 천뢰의 위력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맨몸은 물론이거니와 촉룡갑을 걸친대도 반드시 막아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만큼 천뢰의 위력은 강력했다.
그렇게 엽현은 삶과 죽음을 끊임없이 반복해갔다.
“악마안, 네가 보기에 천도가 정말 잠들어 있는 것 같으냐?”
신제가 무심한 얼굴로 엽현을 회복시키며 물었다.
이에 악마안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보기엔 어때?”
“…….”
“혹시 이 오유겁이 그녀로 인한 것이 아니란 말을 하고 싶은 건가?”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생각도 없잖아 있다.”
“흠… 봉인돼 있는 동안 바깥세상의 상황에 대해 들었다. 이전 시대에 존재하던 모든 강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더군. 이게 과연 우연히 발생한 일일까?”
“그녀를 의심하는 건가?”
신제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이에 악마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무도 모르지. 직접 물어보기 전까진.”
“…….”
잠시 말이 없던 두 사람.
이때 악마안이 천뇌에 맞고 머리가 터져 나가는 엽현을 보며 즐거운 듯 미소를 지었다.
“저놈의 실력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의 몸 안에 세 자루의 범검이 있다는 것이다. 즉, 최소 세 명의 강력한 배후가 그를 지지해 주고 있다는 것.
게다가 저 혈맥은 또 어떤가? 나는 처음부터 저놈이 범인혈맥(凡人血脈)을 이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보아하니 전당포의 그 계집도 놈의 편에 선 것 같더군.”
소도!?
“소도… 그녀가 아직 살아 있는가?”
질문하는 신제의 목소리가 다소 떨렸다.
마찬가지로 악마안의 얼굴에 있던 미소도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잠시 말이 없던 이때, 악마안이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오래전부터 그 여인이 천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엽현을 돕는 것을 보면 기우였다라는 생각이 든다.”
“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나저나 앞으로 어쩔 생각인가?”
“어쩌긴 뭘 어째, 잘 살아남아야지.”
악마안이 무덤덤하게 대꾸하자 신제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더 이상 그들의 세상이 아니었다. 설령 악마안과 신제와 같은 초절정 강자들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천도까지도 마음 편히 살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너의 진짜 의도를 알려 줄 순 없는가?”
신제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나의 진짜 의도는 매우 간단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과실을 얻기 어렵겠지만.”
“나도 동의한다. 놈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분명하지만 그 실력은 전 시대를 통틀어 보자면 미천하기 그지없지. 그렇기에 천도도 함부로 그에게 관여하지 못할 테고.”
이 말에 악마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어리석은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구나! 확신하는데 그 당시 천도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너희 신령족은 우리에게 멸망 당했을 것이다.”
“…….”
“천도는 벌써부터 놈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관심 정도가 아니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그게 무슨 소리냐? 저런 평범한 검수를 그녀가 왜…”
이때 무언가 떠오른 신제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천도필!?”
이 반응에 악마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은 선천지인이 아니다. 하지만 천도필을 사용할 수 있지.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 그랬군. 그렇게 된 것이었어.”
신제는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도필, 지고지상한 천도의 신물.
만약 소도가 이 물건을 사용했다면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신비한 존재이니까.
그러나 엽현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신제의 시선이 천천히 엽현에게로 돌아갔다.
“왜지? 어째서 천도가 놈을 주시하는 거지?”
“글쎄, 어쩌면 ‘그 남자’ 때문인지도,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저 아이에게 투자한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을 거란 게 내 생각이다.”
“음… 동의한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한 달이 되는 시점이 되었다.
그동안 끊임없이 신뢰로 연마된 엽현의 육신은 이미 커다란 변화를 겪은 상태여서, 더 이상 몸이 갈라지지는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엽현이 신제를 돌아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공입니까?”
“성공?”
신제가 엽현에게로 다가오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제 겨우 금강령체를 연마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난 것뿐이다.”
“이제 시작이란 말입니까!?”
“그럼 고작 이 정도로 끝인 줄 알았느냐? 잔말 말고 따라오너라!”
엽현은 무언가 굉장히 억울했지만, 할 수 없이 신제를 따라나섰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폐허가 된 전각이었다. 대전 안에 들어선 신제가 손을 펼치자, 손바닥 위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과일 하나가 나타났다.
“어르신, 이건?”
“신령과. 역시 신령족의 신물이지. 이것을 복용한 후, 내 지시에 따라 금강령체의 심법을 운용하거라.”
“알겠습니다!”
신제가 신령과를 내밀자 엽현이 손을 뻗었다. 이때 신제가 다시 손을 거뒀다.
“왜…?”
“정말 귀한 거다. 진짜로!”
“아, 알겠습니다. 이런 귀한 물건을 주신 은혜 각골난망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제는 그제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신령과를 받은 엽현은 주저 없이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순간, 엽현의 몸 안으로 정순한 기운이 말 그대로 물 밀듯 쏟아져 들어왔다.
순간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몸 안으로 들어오는 이 기운이 너무나 강렬해서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지금이다. 심법을 운용하여 모든 힘을 혈맥에 집중하도록 하거라.”
엽현이 황급히 금강령체의 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 안으로 들어온 기운이 점점 혈맥 안으로 녹아들면서, 그의 몸 전체가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한 시진이 지난 순간, 엽현의 몸 안에서 갑자기 강대한 기운이 분출됐다.
쾅-!
이 폭발과 함께 엽현의 전신이 붉은빛이 감도는 황금색으로 변했다.
금강령체!
이로써 엽현의 육신은 또다시 새로운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천천히 눈을 뜬 엽현은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았다. 그러자 놀랄만한 기운이 순식간에 손안으로 몰려들었다.
이렇게나 강하다고?
“놀랄 것 없다. 금강지력이라 하는 것이다.”
신제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금강령체를 완성했으니, 네 몸은 이미 불후지체에 단 한 걸음만을 남긴 셈이다. 일단 불후지체가 되기만 하면 일반 신물로는 네 몸에 어떤 상처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 말에 엽현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불후지체는 둘째치고, 지금 상황에서도 촉룡갑만 걸치면 누구도 자신을 쉽게 죽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혹시 아라 정도의 강자라면 가능할까? 그것도 확실하진 않다.
이때 장내에 악마안이 나타났다. 엽현의 몸을 한 번 훑어본 그녀는 감탄의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대단하군! 어디, 내가 한 번 시험 해 봐도 되겠느냐?”
“시, 시험? 어떻게 말입니까?”
“어떻게라니? 바로 이렇게!”
엽현이 채 말릴 틈도 없이, 악마안의 손가락이 그의 가슴 부위로 향했다.
쾅-!
엽현의 육신이 피를 튀며 갈라져 나갔다.
자연히 조금 전 완성 된 금강령체 역시 순식간에 파괴되었고, 엽현은 중상을 입고 말았다.
입으로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는 엽현.
그런 엽현을 보며 악마안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생각보다 튼튼하진 않구나. 그래도 뭐, 내 공력의 이 할을 견뎌 냈으니 아슬아슬하게 합격이군. 가자! 곧바로 악령사체를 연마하러 간다!”
말을 마친 악마안은 피투성이의 엽현을 질질 끌고서 어디론가로 향했다.
“저, 저… 먼저 치료부터 해야 되는 거 아냐?”
신제가 걱정스러운 듯 묻자 악마안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좀 이따 또 이렇게 될 건데 뭐 하러 치료를 해?”
“아, 그렇긴 하지. 근데 저기 피 말고 다른 것도 삐져나왔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