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05
1005화 외물을 쓰지 않겠다
전당포 안.
소도는 잠시 작은 장부를 꺼내 훑어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유겁에 대한 것은 이쯤 하기로 하고, 호도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꾸나. 저들은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다. 지금 네가 이렇게 활보할 수 있는 것도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만약 그들이 진심으로 나오는 날이 온다면…”
여기까지 말한 소도가 돌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다. 그래야 소용없겠지. 저들이 전부 힘을 합친다 해도 너를 죽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라만 등장해도 호도자들이 엽현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엽현의 배후는 아라 하나만이 아니었다.
“소도 낭자. 어찌 되었든 나는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고 싶지는 않소.”
“음… 네 말도 일리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 불리해지는 것은 네 쪽이니까.”
이때 소도의 손가락이 엽현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 줄기 빛이 엽현의 머릿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호도자들에 대한 약간의 정보다. 공짜로 주는 것이니 넣어두거라.”
그 말에 엽현이 재빨리 포권을 취해 보였다.
“정말 고맙소!”
“감사는 무슨… 악마안과 신제에 대해서나 말해 보거라.”
“그들 모두 내게 전승을 전해 주었소. 그리고 겉보기에 화친을 맺은 듯한 느낌이었소.”
“흠… 그들이 제법 머리를 잘 굴렸구나.”
이때 엽현이 질문했다.
“혹시 그들이 나를 이용해서 천도에게 복수하려는 것 아니겠소?”
“흥! 그들은 그럴 배짱이 없다. 게다가 천도 역시 너에게 악의가 없기도 하고.”
그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도 원수 짓지 않은 자와 다투고 싶지는 않소. 그건 바보 같은 짓이오.”
“하하, 저들이 네게 전승을 전해 준 것에 대해 의심을 품을 필요는 없다. 저들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일 뿐, 악의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네가 받은 것에 대해선 분명 인과가 따라오겠지만, 이 역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소도 낭자. 조금 전 말하길 그대는 오유계의 최초의 모습을 보았다 하지 않았소? 그런데 천도가 아니라 하니, 그럼 그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오?”
“이 질문은…”
소도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유료입니다, 고객님!”
“…….”
“하하, 사실 나는 이 오유계에 초대된 손님이다.”
“손님? 그게 무슨 뜻이오?”
소도가 대답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별 뜻 없다. 너는 우선 네 일에나 신경 쓰도록 하거라.”
“음… 뭐, 말하기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럼 난 이만 가 보도록 하겠소.”
“잠깐!”
막 일어서서 나가려던 엽현이 뒤돌아섰다.
“웬만하면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 말에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문밖을 나가지 말라니?
엽현이 시선을 돌렸다. 문밖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소도를 향해 고개를 돌린 엽현.
“소도 낭자 왜 그러시오?”
엽현이 물었지만, 소도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제야 엽현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엽현이 다시 걸음을 떼려 할 때였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거라.”
“후… 그럼 이곳에 영원히 있기라도 하란 말이오?”
“…….”
“후후, 기왕 손님이 왔다면 고개라도 내미는 게 도리가 아니겠소?”
말을 마친 엽현은 곧장 걸음을 옮겼다.
그가 막 문밖으로 한 걸음 뗀 순간, 갑자기 그의 시야가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처음 보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공간도칙을 운용해 보려 했으나, 그의 주변 공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간이 봉인된 건가?
바로 이때였다.
“쓸데없는 데 기운 쓰지 말거라.”
누군가의 음성에 뒤를 돌아보자, 엽현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년인은 장포 안에 양손을 감춘 채,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도사?”
엽현의 물음에 상대가 고개를 저었다.
“네 실력으로 그를 만나기에는 아직 접합하지 않다.”
“그래… 시작할까?”
엽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중년인의 손에 검고 긴 창 한 자루가 쥐어졌다. 그가 천천히 두 눈을 감는 이때, 엽현의 안색이 돌연 딱딱하게 굳었다.
쿵-!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수십 장 밖으로 밀려난 엽현!
자리에 멈춰 선 그가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니, 촉룡갑이 움푹 패여 있었다.
강하다!
엽현은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꼈지만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제법 매서운 창술이었지만, 힘이 다소 모자라군. 내 갑옷조차 뚫지 못하다니 말이야.”
“하하, 촉룡갑을 걸치고 우쭐대는 꼴이 우습구나! 자, 그러면 몇 번이나 더 견딜 수 있는지 한 번 확인 해 볼까?”
말을 마침과 동시에 중년인의 신형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미간을 찡그리는 동시에 검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가 채 검을 휘두르기도 전, 강렬한 통증이 복부에서 느껴졌다.
이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빠르게 튕겨 나갔다. 엽현이 막 수십 장 밖에 멈춰 섰을 때, 이번에는 그의 목을 향해 상대의 창이 날아들었다.
순간, 엽현이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쾅-!
순간 그의 몸 주변으로 신비한 힘이 생성됐다.
검역.
검역의 범위 안에 들어온 창이 허공에 멈춘 듯 느려지자, 엽현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쉭-!
엽현의 검이 허공을 가른 순간, 중년인이 수십 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중년인의 표정엔 여유가 넘쳐흘렀다.
“자, 다시 해 보자꾸나!”
또다시 자리에서 사라진 중년인.
바로 이때, 엽현의 등 뒤에서 한 쌍의 날개가 돋아났다.
악마의 날개.
콰쾅-!
공기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각각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때 중년인의 얼굴에는 옅은 검상이 생겨난 반면, 엽현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뺨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엽현을 주시하는 중년인.
“악마 사조의 날개라니…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지나치게 외물에 의지하는군!”
이에 엽현이 웃으며 물었다.
“몇 살쯤이나 되었나?”
“나 말이냐? 너무나 오래돼서 세어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구나.”
“하하, 스물 밖에 먹지 않은 내가 너 같은 노괴와 싸우면서 외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던 중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군. 그렇다면 네 신물들이 얼마나 오래 네 목숨을 지켜줄는지 한 번 보도록 할까!”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중년인이 기습적으로 창을 내밀었다.
공간을 꿰뚫으며 날아드는 창끝에는 강렬한 고대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이 강대한 기운이 나타나자 갑자기 하늘이 소멸될 듯 희미하게 변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왼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안에 황금색 방패 하나가 나타났다.
수미순.
엽현이 수미순을 앞으로 내미는 순간,
쾅-!
돌연 방패 앞부분에서 매우 강력한 기운이 방출됐다. 이 기운과 충돌한 중년인은 순식간에 창을 쥔 채로 백 장 가까이 밀려 나갔다. 자리에 멈춰 선 중년인이 손을 내려다보자, 그의 창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중년인의 시선이 다시 엽현에게로 향했다.
“수미지력… 그 방패는 설마……”
“하하, 아직 성능 시험을 해 보지 못했었는데, 이제 보니 이거 쓸만하구먼!”
“…엽현, 도대체 네 놈은 신물을 얼마나 갖고 있는 게냐?”
“하하하, 알고 싶으면 계속 덤벼 보던가!”
이에 중년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손을 뒤집었다. 그러자 들고 있던 창 대신 은색 빛이 나는 창이 나타났다. 창의 촉 부위에는 청룡의 혼령까지 맺혀 있었다.
“과연 이 창이 네 방패를 부술 수 있을지 시험해 보자꾸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중년인의 창이 은색 빛을 휘날리며 빠르게 날아들었다.
쾅-!
창이 방패를 때리자, 그 충격에 엽현이 몇 발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미순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이때 중년인이 멈추지 않고 맹렬히 창을 횡으로 휘둘렀다.
쾅-!
조금 전보다 훨씬 강렬한 충격이었다.
이 공격에 엽현의 신형이 무려 백 장 가까이 튕겨 나갔다. 겨우 자세를 잡은 엽현이 고개를 든 순간, 그의 눈앞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창이 보였다.
이때 엽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번에는 검도 집어넣은 채, 양손으로 방패를 붙잡은 상태였다.
콰쾅-!
마치 산 하나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엽현이 몇 장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중년인은 무려 백 장 가까이 튕겨 나갔다.
수미순의 반탄력에 오히려 중년인이 역으로 당했던 것이다.
“하하하! 고작 이 정도인가? 얼마든지 막아 줄 테니 더 덤벼 보라고!”
“…빌어먹을, 역시 함부로 볼 수 있는 방패가 아니로구나.”
“그러는 네 창도 쉽게 볼 수 있는 신물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 네 힘이 부족하다는 소리지.”
이에 중년인이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엽현, 부득불 너를 얕보고 있었음을 인정…”
중년인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때, 엽현이 휘휘 손을 내저으며 말을 끊었다.
“헛소리는 집에 가서 하고, 어서 덤벼라! 와서 내 목을 가져가 보거라!”
엽현의 도발에 중년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순간, 강렬한 힘이 그의 전신에 집중됨과 동시에 창끝에 달린 은룡의 혼이 크게 포효했다.
용의 포효소리에 크기 흔들리는 지면!
이를 본 엽현의 표정이 조금씩 진중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것을 감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중년인이 하늘 높이 도약하더니, 곧바로 엽현을 향해 창을 내리꽂았다. 순간 감히 필적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창망(槍芒)이 은룡의 혼과 함께 작렬했다.
이때 엽현은 마치 온몸이 굳어버린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양손에 쥔 방패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악! 죽어도 막아낸다!”
은빛 창망이 수미순 위에 꽂힌 순간,
콰쾅-!
엽현 주변의 공간이 큰 파도와 같이 일렁였고, 강대한 기운이 마치 폭풍처럼 사방에 휘몰아쳤다. 이 엄청난 풍랑 속에서 엽현은 두 다리를 지면에 단단히 박은 채, 방패를 든 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약 일각의 시간이 흘러 태풍이 멎었을 때, 엽현은 여전히 방패를 쥔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위치는 어느새 처음보다 백 장 떨어진 곳까지 밀려나 있었다.
백지장처럼 창백한 엽현의 안색.
막아내긴 했지만, 조금 전 일격은 정말이지 간단하지가 않았다.
만약 수미순이 아니었더라면 뼈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 분명했다.
중년인의 안색 역시 매우 어둡게 변해 있었다. 엽현의 방패가 단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력을 다한 자신의 일격까지 막아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수미순을 뚫으면 그것으로 끝나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다음엔 또 촉룡갑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중년인이 어처구니가 없어 잠시 할 말을 잃은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이렇게 싸우다간 내일 해가 뜰 때까지도 승부가 나지 않겠군. 좀 더 재미난 방식으로 싸워 보는 게 어떤가? 우선 나는 수미순과 촉룡갑을 사용하지 않겠다.”
“신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정말이냐?”
중년인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묻자, 엽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 대신 우리 둘 다 영혼의 상태로 싸워야 한다. 이렇게 하면 서로 공평한 조건에서 싸우는 것이니 신물이 어쨌느니 궁시렁대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겠지. 어떤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중년인이 의혹의 기색을 보이며 묻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나 역시 궁금한 참이었다. 외물의 도움 없이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말이다!”
“다시 한번 묻겠다. 정말로 방패와 촉룡갑을 사용하지 않는단 말이지?”
이에 엽현이 진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검수의 명예를 걸고 하늘에 맹세한다. 지금부터는 수미순과 촉룡갑 없이 결투에 임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