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06
1006화 나도 요즘 힘들다
중년인이 엽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는다.
“보아하니 믿는 구석이 있는가 보구나. 상관없다. 나 역시 네게 어떤 패가 있는지 궁금하구나!”
말과 동시에 정말로 중년인의 영혼이 육신으로부터 분리돼 나왔다.
이를 본 엽현 역시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중년인과 마주했다.
바로 이때, 중년인이 시간을 주지 않고 곧장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엽현이 금세 말을 바꿀까 두려웠던 것이다.
한편, 정면의 엽현은 천주검을 꼭 쥔 채로 요지부동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러다 중년인이 십여 장 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돌연 공중으로 솟구쳤다.
이때 그의 손의 천주검이 순간 진혼검으로 바뀌었다.
진혼검을 발견한 중년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제야 그는 엽현에 왜 영혼 상태로 싸우는 것을 제안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함정이었구나!
비록 마음속으로 변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그였지만, 엽현이 진혼검을 꺼내 들 줄은 꿈에도 몰랐던 중년인이었다.
함정에 걸려든 것을 알아챈 중년인은 속으로 깜짝 놀란 상태였으나, 그렇다고 이제 와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순간, 어금니를 꽉 깨문 중년인이 창끝을 맹렬하게 밀어냈다.
전력을 다한 일격!
이 한 번의 공격이 지나간 후에 반드시 삶과 죽음이 갈리리라!
이때 날아드는 엽현의 검.
쾅-!
천지가 진동하면서 강대한 영혼력이 물결처럼 사방으로 밀려났다. 이와 동시에 중년인의 영혼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일검정혼!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중년인이 무어라 입을 여는 순간, 진혼검이 그의 미간을 꿰뚫고 들어왔다.
쾅-!
한 번의 폭발과 함께 중년인의 영혼이 그대로 진혼검 안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다시 검을 회수한 엽현. 이때, 소혼의 흥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주인! 대박입니다!]“하하, 오랜만에 영양 보충 좀 하거라!”
[이것 말고 더 없습니까? 오랜만이라 양이 안 차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하하하, 걱정 말거라. 조만간 마음껏 먹여 줄 날이 올 테니!”
[헤헤…….]바로 이때, 엽현의 눈앞에 소도가 나타났다. 엽현이 무사한 것을 본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실력을 다소 과소평가한 듯하구나.”
“후후, 이제 나의 실력을 알아보겠소?”
“아직 우쭐댈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나저나 호도자들의 총단이 어딘지 알고 싶다 하지 않았느냐?”
“그렇소. 알려줄 수 있겠소?”
엽현이 묻자 소도가 눈을 반짝이며 손을 내밀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지?”
“…친구 사이에 이러기요?”
“후후, 친구니까 이할 할인해 주겠다. 어떠냐?”
“흠… 왜 나를 굳이 그들의 소굴로 보내려는 것이오?”
“내가 언제 그랬느냐? 나는 그저 위치만 알려줄 뿐, 가고 안 가고는 네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럼 한 가지만 묻겠소. 만약 아라와 함께 가면 호도자들을 몰살시킬 수 있겠소?”
소도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둘이 함께 간다면, 그녀는 살아 돌아오겠지만 너는 그곳에 뼈를 묻게 될 것이다. 만약 정말로 멸망시키고 싶거든 네 배후의 여인과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천녀!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우선 그녀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것도 있지만, 굳이 자신의 인과를 대신 짊어지고 있는 그녀를 번거롭게 하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그녀와 함께 있으면 안전은 하겠지만, 실력 향상을 꾀하는 것은 요원할 것이 틀림없다.
엽현이 원하는 것은 모든 적들을 섬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강해지는 것 아닌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천녀에게 기대고 싶지도,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었다. 천녀와 함께 호도자를 치는 것은 이런 그의 마음에 반하는 일이었다.
이때 소도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너는 저들이 왜 달랑 도사 하나만을 파견했는지 알고 있느냐?”
“나를 만만하게 여겨서?”
“하하, 물론 그런 이유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바로 그들에겐 더욱 강력한 적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강력한 적?”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누군가에게 견제를 받고 있다. 때문에 네게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지.”
호도자들을 견제하는 세력?
“흠… 소도 낭자, 이 세상은 도대체 얼마나 넓고 얼마나 많은 세력들이 있는 것이오? 참으로 궁금하구려.”
“궁금해?”
“그렇소.”
“그럼 돈을 내!”
“…….”
소도가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엽현을 보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악마석을 구해다 주기도 했으니, 내 특별히 무료로 알려주도록 하겠다. 이 오유계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곳이다. 왜 이렇게 말하는고 하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한정적인 반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강자들에게는 거의 무한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넓은 곳이 이 오유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유계의 대부분은 황무지다. 때문에, 몇몇 강대 세력들은 자신들이 머무를 공간을 개척하곤 하지. 이 무변지하성 역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무변지하성을 창조한 이는 누구였소?”
“너는 당시 성 밖에서 만났던 외발의 여인을 기억하느냐?”
소도의 물음에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창조한 것이었소?”
“그렇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자는 세상에 단 둘뿐이지.”
“그대와 또 누구 말이오?”
“바로 내 눈앞에 있지 않느냐?”
엽현은 소도가 말한 사람이 자신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흠… 그 여인의 정체는 무엇이오?”
“그녀는… 세상의 많은 강자들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존재지. 지금 와서 말하지만, 당시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는 그녀에게 죽었을 것이다.”
“그럼…”
엽현이 더 질문을 하려 하자, 소도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자, 그녀의 신분은 네게 말해 줄 수 없으니 더 이상 묻지 말거라. 대신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력들을 세분화해서 설명해 줄 순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네가 알고 있는 세력들 중, 허무계가 두 번째로 강하다는 것이다.”
허무계!
“그들이 두 번째라면, 첫 번째는 누구요?”
“그건 말해줄 수 없다. 하지만 첫 번째 세력은 더 이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니, 허무계가 제일 강하다고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니, 어째서 말이오?”
엽현이 추궁하듯 묻자 소도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 그만 좀 물어보거라! 왜 이리 호기심이 많은 것이냐!”
“…….”
“후… 너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가 기가 빨린다 빨려. 어쨌든 허무계가 강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웬만하면 그곳에는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아무리 운수대통인 너라도 그곳에서까지 운이 좋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하나만 더 묻겠소. 그렇다면 허무계가 아라의 대황국보다 강하다는 것이오?”
소도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엽현의 표정이 다소 기이하게 변했다.
“아라를 포함해도 말이오?”
“마찬가지다. 그녀가 있어도 허무계가 더 강하다.”
“그럼 우리 천녀 누님…”
“그만-!”
소도가 비명을 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짜악-!
얼떨결에 소도에게 뺨을 맞은 엽현이 그대로 수백 장 밖으로 날아갔다. 한참을 쓰러졌다가 겨우 일어난 그의 볼에는 시뻘건 손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게다가 입가에는 붉은 선혈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손찌검으로 엽현의 오장육부를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육신의 고통보다 더 큰 정신적 충격에 잠시 말을 잊어버린 엽현.
이때, 소도가 손가락을 튕기자, 생명수가 든 물통 하나가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그만 살인 충동이 일었구나.”
“…….”
이내 뺨을 감싸 안고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엽현.
이를 본 소도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말을 많이 할 때마다 참기 힘들 때가 있다. 심지어 어쩔 땐 지금처럼 패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끓기도 한다. 알고 있느냐?”
순간 엽현의 안색이 사색으로 변했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언젠가 정말 맞아 죽을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아닌가!
무서운 여자다.
“어디 보자. 다시 보니 큰 부상은 아닌가 보구나.”
소도가 물통을 회수하려 하자, 엽현이 황급히 병마개를 열고는 순식간에 생명수를 들이켰다. 이내 그의 상처가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다음에 또 이따위 어리석은 질문을 하면 그땐 어디 한 군데 분질러 놓겠다. 알았느냐?”
“…헤헤, 미안하오. 그저 궁금한 게 많은 것뿐이었소.”
“후… 네 배후의 여인은 강함과 약함을 계산할 때 논외로 쳐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일반적인 규칙을 벗어난 존재이니 말이다. 알겠느냐?”
“그럼…”
“또, 또!”
소도가 눈을 부릅뜨자 엽현이 입을 틀어막았다.
“더 이상 이 주제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참, 호도자들의 본거지가 어딘지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공짜로 알려주는 것이오?”
“…….”
잠시 엽현을 말없이 바라보던 소도가 한숨을 푹 쉬며 돌아서려다 다시 멈춰 섰다.
“도사를 조심하거라. 조금 전 그 자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존재일 테니까.”
말을 마친 순간, 소도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제 자리에 침묵하고 있던 엽현이 문득 진혼검을 바라보았다.
“소혼, 다음 진화까지 얼마나 많은 영혼이 필요하느냐?”
[음… 모르겠습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하하, 좋다. 때가 되면 네게 영혼을 실컷 먹여주지!”
[감사합니다, 주인!]이때, 그의 주변 공간이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공간이 완전히 소멸되고 엽현의 앞에 다시 천도전당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장 전당포 안으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소도가 그를 흘끗 쳐다보며 물었다.
“또 무슨 일이냐?”
“소도 낭자, 호도자들의 위치를 알고 싶소.”
“자기 백 개!”
소도가 손을 내밀자, 엽현은 군소리 없이 자기 백 가닥을 소도에게로 날려 보냈다. 자기를 거둬들인 소도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한 줄기 빛이 엽현의 미간 사이로 파고들었다.
순간 엽현의 머릿속에 새로운 정보들이 빠르게 입력됐다.
천도성역(天道星域)!
소도가 준 정보에 따르면 호도자들의 본거지는 천도성역이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엽현의 위치와 호도자들 사이에는 백여 개의 성역이 존재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더럽게도 멀구만!’
엽현의 생각을 읽은 듯 소도가 웃으며 말했다.
“이미 알아챘겠지만, 그곳까지의 거리는 상당하다. 은하수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족히 십 년은 걸리는 거리지. 하지만 내가 특별히 제공하는 전송진을 이용한다면 반 시진이면 충분하다. 물론 왕복으로!”
이때 소도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자, 이 편리한 전송진을 이용하는데 자기 이백 개만 받겠다. 물론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네게 십 년을 벌어준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저렴한 것이지. 어떠냐, 생각이 있느냐?”
“…소도.”
“부르지 말고, 생각이 있냐니깐?”
“자기가 그렇게도 궁하시오?”
이 말에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요즘 이래저래 지출이 늘어서 말이야.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않겠느냐?”
“후…….”
엽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소도 앞에 자기 사백 가닥이 떨어졌다.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이백 가닥 더 넣었소. 하지만 이것으로 그대와 거래하는 것도 끝이오. 왜냐하면 내게도 자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말이오.”
소도가 잠시 엽현의 얼굴을 살피더니, 자기를 받아 넣었다.
“음… 나도 네가 손해 보는 것은 원치 않으니, 한 가지 선물을 주마.”
선물?
그 말에 엽현의 눈빛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