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12
1012화 재밌는 녀석
역외전장!
천자가 손을 번쩍 들자, 그의 앞에 있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역외전장으로 가는 길이 다시 열린 것이다.
“돌진!”
천자가 먼저 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아래쪽에 도열 해 있던 무인들이 일제히 그의 뒤를 따랐다.
“현엽, 우리도 가자!”
천함이 엽현의 어깨를 툭 치고는 공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에 엽현과 천안도 동시에 공중으로 솟구쳤다.
공간 통로 안.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중에 엽현의 시선은 천자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구층 주민, 천선지인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오?] [대단하지. 그것도 그냥 대단한 게 아니라 엄청! 아무리 온갖 신물을 덕지덕지 처바른 너라 해도 저놈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상대 역시 불후지체에 달한 너를 꺾기는 쉽지 않겠지.] [후후, 그대가 보기에도 불후지체가 대단하오?] [그게 말이냐? 그럼 대단하지 않다는 게냐?] [하하하, 내가 볼 때 그리 어렵진 않은 것 같소. 날 보시오.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단박에 불후지체에 이르지 않았소? 모르긴 몰라도 불멸금신까지 가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소! 하하하!] [앞으로는 말 시켜도 절대 대답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알아라.] […….]이때, 엽현의 시선에 천함에게 슬슬 접근하는 도명이 포착됐다.
“천함 낭자……”
“그냥 천함이라 부르시오.”
“하하, 고맙소. 천함, 듣자 하니 범검까지 한 발만을 남겨 놓았다는 말이 있소. 사실이라면 축하드리오!”
천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저…”
도명이 계속해서 말을 건네려 할 때, 천함이 돌연 엽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 검을 배워본 적 있느냐?”
그 순간 엽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혹시 자신이 검수란 사실을 눈치채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
“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외공 말고는 다른 무공을 수련해 본 적이 없소.”
“그래? 참 이상하단 말이지. 왜 네게 가까이 갈 때마다 내 검이 반응을 하는 걸까?”
“응? 그, 그럴 리가… 하하! 혹시 그대의 검도 내가 미남인 걸 알아봐서 그런 것 아니오? 하하하!”
“…….”
이때 곁에 있던 도명이 둘 사이에 불쑥 끼어들었다.
“외공을 익혔다고?”
도명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하하, 어쩐지…….”
도명은 얕잡아보는 듯한 표정으로 엽현을 훑어보더니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바로 이때, 사방의 공간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모두의 앞에 역외전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는 임마를 필두로 한 천마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임마의 시선은 곧장 천자에게로 향했다.
“가볍게 한 수 겨뤄 볼까?”
“물론!”
대답과 동시에 천자가 폭발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콰쾅-!
일권이 방출된 순간 장내 무인들의 안색이 변했다.
그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공간이 순식간에 희미하게 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엽현 역시 천자의 실력이 예상을 상회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도권(天道拳)!”
엽현 곁에 있던 도명이 소스라치듯 소리쳤다.
“말로만 듣던 천도권 이렇게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게다가 이 위력은 대체 뭐란 말인가!”
바로 이때 천자와 맞선 임마가 양손을 빠르게 인을 맺고는 정면으로 힘껏 뻗어냈다.
“천마대수인(天魔大手印)!”
쾅-!
순간 임마의 등 뒤로 검은 기운이 몰려들더니, 그 사이에서 거대한 검은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빠르게 날아갔다.
두 기운이 정면에서 마주친 순간,
콰쾅-!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장내가 온통 뒤흔들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콰콰쾅……
연속된 폭음이 울려 퍼지는 동시에 강대한 기운이 회오리처럼 사방으로 불어 닥쳤다. 이에 주변에 있던 무인들은 버티지 못하고 죽죽 뒤로 밀려 나갔다.
천함 역시 황급히 검을 휘둘러 전신에 검의를 둘렀음에도, 십여 장 미끄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엽현은 천함보다 한술 더 떠 백여 장 가까이 밀려났다.
사실 그는 천자와 임마의 격돌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다만 다른 이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 고의로 밀려나는 척했을 뿐이었다.
아직은 정체가 드러나선 안 돼!
엽현이 겨우 자리에 멈춰 선 이때, 천안이 돌연 그의 옆에 나타났다.
“연기가 아주 일품이군.”
“하하, 그게 무슨 말…”
“사실대로 말해 봐. 넌 천자보다 약하지 않지?”
“…….”
엽현은 당황스러워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천안은 어떻게 자신의 실력을 알아 볼 수 있었던 걸까?
바로 이때, 천자와 임마가 동시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먼 하늘 위에서 백광과 묵광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순간 하늘이 요동치고 대지가 다시 한번 사방으로 갈라졌다.
엽현은 이 장면을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실력이 막강했던 것이다.
‘얕볼 상대는 절대 아니군!’
이때 천자의 손에 투명한 하얀 창이 나타났다. 이 창이 등장하자 하늘색이 희미해지고, 사방의 공간이 갈라져 나갔다.
정면, 임마가 씩 웃으며 먼저 주먹을 내질렀다.
콰쾅-!
두 사람이 다시 한번 맞붙은 순간 하늘이 와르르 무너져 칠흑처럼 어두운 공간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공간은 금세 다시 복구되었고, 두 무인 역시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 장 간격을 두고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
천자는 오른손을 허리 뒤에 둔 채,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임마 역시 웃으며 오른손 주먹을 쥐자 검은 기운이 그의 주먹 주위로 흘러나왔다.
“계속할까?”
천자의 말에 임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지.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다.”
임마가 다시 출수하려는 이때, 천자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 전에 한마디만 해도 될까?”
“무슨 말이 더 필요하지?”
이에 천자가 웃으며 말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선 너도 잘 알 것이다. 각 시대의 강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때, 천마족이든 우리 호도자들이든 오유계의 제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잘못하다간 다른 세력이 먹혀버릴 가능성도 존재하지.”
“후후, 그러니까 화친을 맺자는 말이냐?”
“너는 천마족 젊은 세대의 최강자이자 천마족의 미래라 할 수 있다. 자연히 이와 같은 큰일에는 우리 둘의 태도 역시 매우 중요하지. 그렇지 않은가?”
“흠…….”
임마가 침묵하자 천자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돌아가서 곰곰이 한 번 생각 해 보거라. 그러고도 기어코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거든 그땐 정말로 끝장을 보면 될 것이다.”
잠시 천자를 응시하던 임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천마들이 물러간 후, 천자가 천도성 무인들의 앞에 내려섰다.
“제군들, 예상외의 시간이 생긴 것 같으니 무공 수련 중 막혔던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도록 하시오. 혹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오.”
그의 말에 장내의 무인들이 기뻐하며 천자에게 가르침을 청하려 몰려들었다.
엽현은 그런 천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호도자 세력의 이인자라 하지만 천도는 확실히 천도성역 안에서 확고한 지위를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천도의 선택을 받은 천선지인이라는 걸 고려할 때 비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게다가 천도성역에 모인 무인들 역시 기본적으로 천도를 신봉하는 자들이니만큼, 천선지인을 천도처럼 떠받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가르침이 반 시진 가량 이어졌을 때, 천자가 문득 웃으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외공을 익혔는가?”
“그렇습니다.”
어느새 엽현의 앞까지 다가온 천자, 그의 눈이 엽현의 몸을 샅샅이 훑었다.
“그대는… 힘을 숨기고 있군?”
“아, 아닙니다, 천자 나으리.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하하, 육신의 경지를 불후…, 흠, 이 정도까지 끌어 올린 자가 평범할 리가. 그대 혹시 우리 호도자의 일원이 될 생각이 있소?”
호도자의 일원?
순간 장내가 매우 어수선해졌다.
호도자가 되는 것.
이는 분명 간단치 않은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한 명의 호도자를 뽑는 데에는 매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보통 비범한 자가 아니고서는 호도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천자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호도자로 임명하려 한다니, 이런 경우는 극히 보기 힘들었다.
당사자인 엽현 역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호도자가 된다고?
순간 엽현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건 차라리 잘된 일이 아닌가!
“헤헤, 제가 감히 호도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하, 그대 정도면 자격이 충분하오!”
“그, 그럼 하고 싶습니다! 호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리!”
엽현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천자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위에 영패 하나가 나타난 순간, 웬 노인 하나가 천자 곁에 나타났다.
“천자! 이런 식으로 경솔하게 처리하시면 안 됩니다!”
“허허, 괜찮소.”
천자가 노인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이에 노인이 다시 입을 벌렸지만, 천자가 웃으며 먼저 말을 뱉었다.
“설마 내게 이 정도 일을 처리할 권력도 없는 것이오?”
“천자…….”
노인은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천자는 다시 엽현을 바라보며 영패를 내밀었다.
“이제부터 너는 우리 호도자의 일원이다.”
영패를 받은 엽현이 감격에 겨워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충성을 다해 천도를 섬기겠습니다!”
“하하하, 부디 그 모습 견지하도록 하시오.”
바로 이때, 모두가 모인 이 자리에 천마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인이 곧장 천자를 향해 말했다.
“천자, 임마께서 그대와 계허에서 보고자 하시오.”
계허!
“안 됩니다!”
이때 조금 전 천자를 말렸던 노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살기를 드러내며 천마인을 향해 소리쳤다.
“왜 그가 직접 이곳으로 오지 않는 것이냐!”
천마인은 아무 말 없이 천자를 바라보았다.
이때, 천자가 웃으며 말했다.
“다녀오겠소.”
“처, 천자… 하지만…”
“두려워할 것 없으니 걱정 마시오.”
노인에게 대꾸한 천자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현엽이라 했나? 나와 함께 가겠느냐?”
“알겠습니다!”
“하하, 그럼 곧바로 출발하자!”
이렇게 두 사람은 계허가 있는 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빠르게 계허로 이동 중, 천자가 문득 웃으며 말을 걸었다.
“현엽, 아무리 생각해도 불후지경에 도달한 것은 엄청난 일 같군.”
“하하, 눈치채고 계셨습니까?”
“물론. 이 천도성 안에서 외공을 익힌 자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호도자들을 시켜 조사해 보았지만, 너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외부에서 온 게냐?”
“그렇습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천자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뭐 하러 왔는지는 굳이 묻지 않겠다.”
“상관없습니다. 저는 복수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복수? 누구에게?”
이 물음에 엽현은 하하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천자가 돌연 책 한 권을 꺼내더니 엽현에게 내밀었다.
“천도법신(天道法身)이란 것이다. 나는 외공을 주로 익히지 않으니, 네게 더 유용할 것이다.”
“천도법신? 외공 수련을 위한 것입니까?”
“그렇다.”
이때 구층 존재가 엽현에게 말했다.
[받아들여라! 천도법신은 금강령체나 악령사체보다도 더 강력한 공법이다. 이걸 익히게 되면 네 육신은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엽현이 이해가 가질 않는 표정으로 천자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하하, 어째서 호의를 베푸느냐고? 왜냐하면 너와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이지. 다른 의도는 없으니 받아 두거라.”
엽현은 잠시 고민 끝에 천도법신을 받아들였다.
이와 거의 동시에 천자에게 자기 백 개를 건넸다.
“이건 저의 성의입니다.”
자기를 본 순간 천자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런 정순한 기운이라니! 정말 이런 귀한 걸 내게 주어도 괜찮은 것이냐?”
“하하, 친구가 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는 별것 아닙니다.”
이 말에 천자가 크게 웃으며 자기를 거둬들였다.
“현엽, 너는 참 재밌는 녀석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