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28
1028화 강자들의 연이은 등장
하늘에서 만유서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임평생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착잡해 보였다.
이곳은 바로 선각자가 애정을 가지고 세운 만유서원이기 때문이다.
오유계의 강자들 중, 선각자에게 경외심을 가지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비록 그 옛날 선각자에 의해 천도성역이 멸망할 뻔한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증오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강자.
그것은 언제나 존경받아야 마땅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임평생의 곁에 무희가 출현했다.
“엽현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가?”
무희가 장내를 둘러보며 묻자 임평생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조금 있으면 올 것이다.”
말을 마친 순간, 임평생의 오른손이 아래쪽으로 향했다.
쾅-!
순간 강대한 무형의 압력이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이 압력을 느끼자 장문수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기 시작했다. 만약 이 힘이 지상에 도착한다면 만유서원은 그대로 초토화되고 말리라!
하지만 너무 강했다.
입술을 잘근 씹은 장문수가 한 손에 창을 든 채 하늘로 솟구쳤다. 이와 함께 한 줄기 날카로운 창망이 폭발적으로 날아들었다.
콰쾅-!
무너질 듯 크게 요동치는 천지!
날아드는 창을 내려다보며 임평생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좋은 창이긴 하지만, 아쉽군. 너무 약해.”
그대로 지면을 향해 일 권을 내지르는 임평생.
쾅-!
순간 거대한 권인이 공간을 무너뜨리며 아래쪽으로 뚝 떨어졌다.
마침내 권인과 창이 마주한 이때였다.
콰쾅-!
장문수의 창이 크게 휘청 이더니, 창신 전체에 긴 균열이 일었다. 하지만 임평생의 권인 역시 거북이 등껍질처럼 사방으로 갈라져 나갔다.
아래쪽, 손을 뻗어 창을 회수한 장문수.
그녀가 재차 출수하려는 이때, 갑자기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쾅-!
어디선가 날아든 강대한 힘에 의해 장문수 주변에 있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순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선혈을 토해내는 장문수!
거칠게 피를 닦아낸 장문수가 고개를 들어 임평생을 바라보았다. 점점 그녀의 안색이 어둡게 변해갔다.
눈앞에 있는 저 두 사람은 분명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무심한 눈으로 장문수를 바라보고 있던 임평생이 재차 손을 들었다. 바로 이때, 한쪽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날 찾고 있었나?”
목소리와 함께 등장한 남자, 이는 다름 아닌 엽현이었다!
엽현의 모습을 본 장문수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이때 장문수 앞으로 날아 온 엽현은 그녀의 입가에 묻은 피부터 닦아 준 후 생명수를 꺼내 장문수가 복용하도록 했다.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다니… 호도자고 뭐고 가만두지 않겠어!”
“…….”
이때 임평생이 엽현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네 놈…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군.”
이에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왜, 더 잘생겨지기라도 했나?”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탑과 만유서옥을 넘겨라. 그러면 너와 네 친구들의 목숨은 보장하겠다.”
“…….”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니 잘못된 판단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이 말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는 엽현.
“싫다면 어쩔 텐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기회를 줄 테니, 불패아라를 불러오도록 하거라. 아니면…”
순간 임평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소복의 여인을 불러오든가.”
천녀를 불러 와라?!
엽현의 곁에 있던 장문수는 이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임평생이 어찌 감히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걸까?
대답은 간단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임평생은 이번에 엽현을 찾아오면서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이 틀림없었다.
순간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장문수. 그녀의 눈빛엔 근심이 서려 있었다.
이때 엽현이 무어라 대답하는 대신 한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소도 낭자.”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갑자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도!
소도가 나타나자 가장 긴장한 것은 역시 임평생과 무희였다.
만약 소도가 엽현을 돕겠다고 한다면 일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이때 두 사람의 생각을 읽은 소도가 임평생과 무희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나는 그저 구경하러 온 것뿐이니까. 부디 열심히 싸워서 내 눈을 즐겁게 해 주길, 하하하!”
그 말에 임평생은 소도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때 엽현이 무희에게 말을 걸었다.
“천마 족장, 그때 내게 인정을 베풀어 주었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소. 지금이라도 이곳을 떠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친구로 남을 것이오.”
“엽현… 나 역시 마찬가지다. 네가 탑과 서옥만 내놓는다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것이다.”
이때 엽현이 히죽거리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만유서옥이 그의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자, 여기 서옥이 있으니 어디 자신 있으면 한 번 가져가 보시오!”
엽현의 말을 들은 임평생은 서옥을 보고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엽현이 저리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분명 뭔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마음속으로 경계를 하던 두 사람.
“함께 출수하지!”
임평생이 이 한 마디를 뱉은 순간, 두 사람의 신형이 자리에서 동시에 사라졌다.
동시 출격!
두 사람의 생각은 명확했다. 엽현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상황을 종료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때, 웬 노인 하나가 백발을 휘날리며 엽현 앞에 등장했다. 찰나의 순간, 그의 등 뒤에 있던 검갑에서 두 줄기 검광이 튀어나왔다.
위윙-
검명 소리가 장내를 뒤흔드는 순간이었다.
콰쾅-!
순식간에 임평생과 무희가 동시에 수백 장 뒤로 튕겨 나갔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무희와 임평생은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노인의 정체는 바로 금역에서 마주쳤던 검수 노인이었던 것이다.
한쪽에서 백발노인을 바라보고 있는 소도. 그녀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때 백발노인이 임평생과 무희를 향해 경멸의 시선을 보내며 소리쳤다.
“어디서 버러지 같은 것들이 소주(少主)를 죽이려 한단 말이냐!”
소주!?
그 말이 흘러나온 순간 모두가 경악했다.
당사자인 엽현 역시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고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게 소주라니요?”
이 말에 고노가 잠시 망설이더니 엽현을 향해 대답했다.
“도련님은 아가씨의 동생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제게는 소주가 되는 것이지요.”
“어…어?”
당황한 엽현이 눈을 크게 깜빡였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고노는 더 이상 엽현 상대하지 않고 다시 임평생과 무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희 같은 것들이 감히 도련님을 노리다니. 꿈도 야무지구나!”
쿵-!
고노가 발을 구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 한 줄기 검광이 떠올랐다.
공중에 있던 임평생과 무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노인의 실력이 어떤지는 두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엽현이 저 노인의 주인이라고?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미 그들에겐 퇴로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때 빛처럼 날아드는 검광을 보며 임평생이 소리쳤다.
“네가 저자를 막고 있어라!”
말을 마친 순간, 임평생은 이미 엽현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무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더러 혼자 저 괴물을 막으라고? 제정신인가!?’
길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상대의 검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으얍-!”
기합과 함께 무희가 재빨리 수인을 맺자, 그의 뒤편으로 작은 산만한 거인이 나타났다. 뒤이어 거인의 손바닥이 검광을 뒤덮었다.
쾅-!
이 시각, 임평생은 이미 엽현의 머리 위에 도달해 있었다. 엽현이 검을 뽑아 들려는 순간, 어디선가 임평생을 향해서 한줄기 검광이 날아들었다.
쾅-!
다시 원래 있던 자리까지 순식간에 튕겨 나간 임평생.
그가 고개를 들자, 허공에 수백 장 길이의 검흔이 생긴 것이 보였다. 방금 검광이 만들어 낸 흔적인 것이다.
임평생이 고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갔다.
노인의 실력은 정말이지 치가 떨릴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은 지금 혼자서 일대 이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임평생의 시선이 돌연 한쪽 허공으로 향했다.
“사부!”
그러자 한쪽 하늘에서 한 노인이 돌연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의 등장에 소도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전대 도주 막허자(莫虛子)로군.”
막허자의 고개가 소도에게로 향했다.
“소도 낭자,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대는 여전하구려.”
이에 피식 웃어 보이는 소도.
“얌전히 계속 폐관이나 할 것이지, 무슨 구경거리가 있다고 기어 나왔나?”
“후….”
막허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죽을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둔일경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했소.”
“그거 아쉽게 됐군.”
고개를 끄덕인 막허자가 백발노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저자를 막으마.”
막허자가 순식간에 고노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아래쪽에 있던 고노가 눈살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펼쳤다.
“천인합일(天人合一)!”
음성이 떨어진 순간, 그의 정수리 위쪽에 투명한 검 하나가 생성되더니, 고노의 몸속으로 쑥 들어왔다.
쾅-!
엄청난 기의 파문이 천지를 쓸고 지나가고.
콰콰쾅……!
강대한 폭발과 함께 막허자가 공중으로 튕겨 날아갔다.
이 장면을 본 임평생 등의 표정이 또다시 크게 일그러졌다.
하늘 위에 자리를 잡고 선 막허자.
고노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 다소 진중해졌다.
“무희! 함께 치자!”
순간, 막허자와 무희의 신형이 동시에 사라졌다.
이를 본 고노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도련님, 조심하십시오!”
말과 함께 고노가 등에 메고 있던 검갑을 벗고는 손바닥으로 뒤편을 강하게 타격했다.
쾅-!
순간 엄청난 양의 검광이 검갑 밖으로 일제히 빠져나오면서 만유서원 상공을 뒤덮었다.
콰콰콰쾅……
굉음이 끝없이 울려 퍼지는 이때, 임평생은 엽현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이에 엽현 역시 검을 들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쾅-!
검과 권의 충돌로 엽현이 수백 장 멀리 밀려났다.
반면 임평생 역시 수십 장 뒷걸음질 쳤을 뿐이다.
하지만 이는 임평생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엽현의 검이 생각보다 강하자 당황한 임평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엽현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마주 서서 싸울 정도가 된 것이다.
엽현의 나이를 생각할 때, 이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위험한 놈이로군!
임평생이 다시 출수하려는 이때, 엽현이 한 손에 방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수미순!
“임평생,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이번에는 엽현이 방패를 앞세운 채 오히려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이에 임평생이 눈살을 찌푸리며 강렬한 일장을 뿌렸다.
쾅-!
엽현이 수미순을 든 채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다만 임평생의 공격을 충격 없이 막았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수미순과 촉룡갑의 위력이었다.
이때 임평생이 돌연 고개를 들자 고노에게 밀리고 있는 무희와 막허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 모습을 본 임평생의 표정이 더욱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얼핏 봐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오냐!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보자!”
임평생이 돌연 하늘을 향해 일 장을 날렸다.
쾅-!
순간 하늘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리면서 어두운 공간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공간 뒤로 어렴풋이 전송진이 보였다.
강대한 기운을 쏟아내고 있는 검은 공간을 보자 엽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상대는 이미 벌써부터 천도성역과 통하는 진법을 준비해 놓고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