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34
1034화 선택은 너의 몫
소칠의 간다는 말에 엽현이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
“벌써 간다고? 어디로?”
이에 소칠이 한쪽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글쎄… 나도 가 본 적 없는 곳이어서 뭐라 해줄 말이 없네. 그럼 잘 있어!”
자기 할 말을 마친 소칠은 그대로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가 떠나간 방향을 응시하며 잠시 침묵에 잠긴 엽현.
소칠은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걸까?
엽현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곧장 부문종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잠시 후.
부문종에 도착한 엽현은 곧바로 심성하를 찾았다.
찾잔을 앞에 두고 마주한 두 사람.
엽현을 바라보는 심성하의 눈빛이 다소 복잡하다. 엽현의 기운이 예전에 비해 대단히 강해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때 엽현이 납계 하나를 꺼내 심성하의 앞에 놓았다.
“사조, 이게 무엇입니까?”
“이 안에 내가 천마성에서 털어… 얻어 온 물건들이 있소. 부문종 제자나 여타 장로들이 사용하기에 쓸 만할 것이오.”
무심코 납계 안을 살펴본 심성하는 깜짝 놀랐다.
이건 쓸 만한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보물의 숫자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심성하가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사조, 이 물건은 대체……”
“부문종 강자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시오. 어떻게 분배할지는 심 종주에게 맡기겠소. 참, 거절할 생각은 마시오. 지금은 부문종이 강해져야만 하는 시기니까.”
부문종의 전력 강화!
현재 부문종의 전력은 엽현이 상대해야 할 세력들에 비하면 형편없이 모자랐다.
천도성의 일부 고수들만 출현해도 힘없이 무너질 정도이니, 엽현으로서는 부문종의 전력 강화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었다.
심성하는 더 이상 가타부타 말없이 납계를 거둬들였다.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다른 게 있겠소? 더 강해지는 것 말고.”
엽현이 앞으로 상대해야 할 자들은 주재경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만약 모든 신물을 총동원한다면 그들과 어찌어찌 한판 붙어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주재경 강자를 상대로 승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엽현은 지난번 서옥을 개방하려 했을 때의 일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천마족과 호도자들이 제거되었다고 해서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당시 설은 검종을 떠나면서 언젠가 자신이 그들과 함께 싸울 수 있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었다.
여기서 그들이라함은 물론 검종을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종에게도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검종과 대적할 정도의 세력이라면 얼마나 강할지 엽현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사람만이 문제인가?
그가 직면한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다름 아닌 오유겁이었다.
고대의 강자들조차 벌벌 떨게 만드는 오유겁이 세상에 당도하게 된다면 자신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엽현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더 강해지는 것 말고는 없었다.
바로 이때, 구층 존재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와 갈 곳이 있다.] [갈 곳? 어딜 말이오?] [내가 한때 머물렀던고.]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냔 말이오?] [허무계!]허무계?!
허무계라는 말에 엽현의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
바로 이때, 계옥탑 칠층에 누워 있던 9호가 번쩍 눈을 떴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다시 감기고 말았는데, 이 와중에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음성이 계옥탑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충전해 주세요. 배터리가 부족합니다. 충전……”
허무계!
구층 존재의 말에 순간 엽현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자신이 아는 허무계라면 오유계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손꼽히는 곳이 아닌가!
그런데 구층 존재가 바로 그 허무계 출신이었을 줄이야!
[정말로 허무계에서 온 게 확실하오?] [놈… 내가 널 속여 봐야 무슨 득 볼 게 있겠느냐?] [하하, 그런 게 아니오. 단지 그대가 허무계 출신이라는 게 다소 믿기지가 않아서 그렇소. 그런데 그곳은 매우 위험하다던데, 이 말이 사실이오?] [흠…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위험하단 말이오?]엽현의 질문에 구층 존재가 침묵했다.
[구층 주민, 우리 사이에 뭘 숨기려 하는 거요? 기탄없이 말해 보시오.]이에 구층 존재가 한참 뜸을 들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면… 소도를 찾아가 물어보도록 하거라.] [소도를? 왜 굳이?] [죽을까 두렵다.]의외의 대답을 듣자 엽현은 속으로 다소 놀랐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구층 존재가 말하는 것조차 꺼린단 말인가?
[후… 그곳의 유래와 비밀을 발설하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소도라면 그 인과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니,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이 옳다.]이때 엽현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소도의 내력에 대해선 알고 있소?] [모른다.]순간 엽현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아니,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르면 대체 아는 게 뭐요? 그동안 헛살았소?] [이놈아, 닦달하지 말거라. 아는 건 대답할 수 없고, 모르는 건 감히 물어볼 수 없는 내 심정을 네가 이해하기나 하느냐?] [뭐, 그럼 할 수 없지. 그나저나 나더러 허무계에 가서 뭘 하라는 것이오?] [그건 가 보면 안다. 분명 네가 좋아할 것이 있을 것이다.]이 말에 엽현이 의뭉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거 수상한데… 혹시 무슨 함정 같은 게 있는 것 아니오?] [멍청한 놈. 진정한 윤회경에 이르고 싶지 않은 게냐? 그러기 위해선 허무계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무슨 근거로 말이오?]엽현이 끈질기게 묻자 구층 존재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곳엔 분묘(墳墓)와 윤회정(輪迴井)이라는 신비한 물건이 존재한다. 검종이 나타나기 전까지 허무계가 오유계 최강의 세력이었던 데에는 바로 이 두 물건의 역할이 컸지. 물론 이것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가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엽현은 여전히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그래도 위험한 건 싫은데…….] [아이고, 이 고집불통아! 천선지인도 꺾은 네 녀석인데 뭘 그리 두려워한단 말이냐? 늦기 전에 어서 출발하거라!] […….] [햐… 내가졌다, 졌어. 솔직히 말하마. 허무계에 가자고 한 건 솔직히 내 사심도 작용했다. 오랜만에 그곳을 둘러보고 싶기도 하고, 또 간 김에 처리할 일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털어놓았으니, 가고 안 가고는 네가 결정하거라.]엽현이 잠시 고민 끝에 물었다.
[그곳에 가면 정말로 윤회경에 빠르게 도달할 방법이 있소?]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네 역량에 달려 있겠지만.] [흠… 좋소! 한번 해 봅시다!]심성하에게 작별을 고한 엽현은 곧바로 부문종을 빠져나왔다.
잠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무변지하성이었다.
곧바로 전당포 안에 들어가자, 마침 자리를 지키고 있던 소도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그를 돌아보았다.
“하하, 잘 지내셨소?”
“…….”
평소와는 달리 소도의 표정은 차가웠다.
“왜 말이 없소? 혹시 화가 난 것이오?”
“내가 뭐 때문에?”
“서옥 사건으로 말이오.”
소도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화낼 게 뭐 있겠느냐. 어쨌든 죽는 건 내가 아닌 너인데.”
“미안하오. 내가 경솔했소. 서옥이 저들에게 얼마나 매혹적인 것인지 이번에 깨달았소. 다만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어째서 주재경 이상의 초절정 강자들조차 서옥에 목을 매달고 있냐는 것이오. 그들은 정말로 서옥 안에 오유겁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믿는 것이오?”
소도가 잠시 엽현을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는 서옥뿐만 아니라, 선각자마저 과소평가하고 있구나.”
“그게 무슨 말이오?”
소도가 천천히 계산대로 다가가 그 위에 올려져 있던 책을 집어 들었다.
“선각자가 집필한 저서는 《시간》, 《공간》, 《물질》, 《과거》, 《현재》, 《미래》 등등… 셀 수도 없다.”
고서에 고정되어 있던 그녀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그의 저서들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신물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지. 설령 네가 가지고 있는 범검이라 할지라도 이것들 앞에선 한낱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소도의 말에 엽현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나 대단하단 말이오?”
이때 소도의 눈빛이 다소 복잡해졌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영생이나 무도의 극치지만, 그가 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진리였지.”
“진리?”
엽현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엇이오?”
“에휴…….”
소도가 답답한 듯 고개를 저었다.
“됐고, 한 가지만 알면 된다. 이 세상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우주의 그 어떤 자보다 더 깊다. 그가 대단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
소도가 문득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네 생각에 나는 강한 것 같으냐?”
“물론이오! 그대보다 강한 자가 세상에 얼마나 있겠소?”
“이런 나조차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
이때 소도가 계산대 위에 다시 책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오늘은 뭐 때문에 왔느냐?”
“참, 소도 낭자. 허무계에 대해 알고 싶소.”
“허무계?”
순간 소도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어디로 들었느냐? 너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 탑 안에 있는 자가 시킨 것이오!”
엽현이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소도의 시선이 엽현의 복부로 향했다.
“그대가 허무계로 가라고 시켰다고?”
“그렇다.”
구층 존재가 대답했다.
“이 아이는 이미 인과경 절정인 상태다. 만약 윤회경으로 빠르게 넘어가고자 한다면 분묘와 윤회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최소 십 년은 필요하겠지.”
“그대는 그곳 출신이면서도 허무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단 말인가?”
“만약 다른 자가 들어간다면 반드시 죽겠지. 하지만 이 아이의 경우는 다를 것이다.”
이 말에 차갑게 소리치던 소도가 잠잠해졌다.
“어떤가, 한 번 도전해봄 직하지 않은가?”
구층 존재의 말에 소도가 고개를 흔들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나는 모르겠으니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해라.”
“허무계가 그렇게나 위험한 것이오?”
소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말이오?”
“단언컨대 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될 정도로.”
“도대체 뭐가 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을 아끼는 소도.
소도의 이런 반응을 보자 엽현은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소도 낭자, 조금 더 알려 주시오. 부탁이오!”
“…나는 네가 그곳에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다만 윤회경에 도달하려면 저자의 말대로 허무계에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큰 기연이 있는 곳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이지. 그러니 선택은 네가 하도록 하거라.”
“흠…….”
잠시 고민에 빠진 엽현.
이때 소도가 엽현을 향해 문득 물었다.
“당시 천마성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그림자가 누구인지 아느냐?”
“모르오. 누구였소?”
“그자는 오래전 천마족의 족장이었던 존재다. 당시에 이미 주재경이었으니 지금은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지. 네가 천마족을 멸망시켰다는 걸 알았으니 언젠가 복수하려 들 것이다.”
“흠… 그렇다면 더더욱 윤회경에 이르는 걸 미룰 수 없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후후, 그걸 왜 내게 묻느냐? 목숨은 너의 것, 선택도 너의 몫이다.”
엽현은 할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