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41
1041화 왜 이러는 것이오?
엽현은 아목을 따라 황급히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통로 안의 한 밀실로 들어온 두 사람.
밀실의 중앙에는 한 여인의 조각상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향로와 입구에서 보았던 요수들의 석상이 여인을 지키듯 자리하고 있었다.
이때, 아목이 고개를 돌려 엽현을 쳐다보았다.
“이제부터 널 개조시켜 주마.”
“아, 아목 낭자. 개조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분묘는 갈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다른 방식으로 너를 더욱 강하게 해주마.”
“뭐 나야 어떻게든 강해지기만 하면 상관은 없소만… 혹시 후유증 같은 건 없소?”
아목이 고개를 저었다.
“잘못될 일은 전혀 없다. 자, 일단 옷부터 벗거라. 시간이 없다!”
순간 엽현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낭자, 벗으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혹시 무슨 음양합일 같은 걸 하려는 것이오? 그렇다면 잘못 생각했소. 나는 아무에게나 몸을 허락하는 남자가 아니오. 낭자, 지금 듣고 있소?”
스르륵.
입으로 하는 말과는 달리, 그는 이미 뱀이 허물 벗듯 알몸이 되어 있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 보시오. 우리 사이에 벌써 이러는 건 이르지 않소? 그나저나 목욕물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니오?”
“…….”
“뭔 헛소리를 하는 게냐?”
아목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네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있는 게냐? 어째 그런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가는 게냐?”
“…….”
유구무언!
엽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옷을 벗으라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니었단 말인가?
“에휴… 잘 들어라. 네 육신은 인간으로서는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천룡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너도 깨달았을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내 육신을 더 강하게 해줄 수 있소?”
“물론이다. 솔직히 말해 전체적인 경지를 끌어 올리려면 분묘나 윤회정으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한 만큼 일단 육신 개조부터 진행하겠다.”
“어떻게 말이오?”
“일단…”
아목이 엽현의 아랫도리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 손부터 좀 치우거라. 몸은 왜 배배 꼬고 있는 게냐? 그렇게 자신이 없나?”
“자신? 누가 없다는 거요!?”
엽현이 발끈하며 손을 치우자 검은 숲속에서 뱀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상태(?)가 좋군! 바닥에 누워라!”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누운 엽현.
이때 아목이 검은 붓 하나를 꺼내 들더니, 엽현의 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목 낭자, 뭘 그리는 거요?”
“부문!”
“무슨 부문 말이오? 나도 그런 쪽으로는 일가견이 있는데.”
“무신부(巫神符).”
아목은 대강대강 대답하며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그런데 무족에게 무신이 있다면, 천족에게도 신이 있소?”
“그렇지. 놈들의 신도 강하긴 하지만 우리 무신만은 못하다.”
“흠…….”
이때 아목이 물었다.
“너는 천도에 대해 알고 있느냐?”
“주워들은 지식은 있소. 왜 묻는 것이오?”
“왜는 묻지 말고, 나중에 그녀를 만나게 되거든 조심하도록 하거라. 음흉하기 짝이 없는 여자니까.”
이때 엽현은 문득 신령족과 악마족을 떠올렸다.
그들도 분명 이런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던가.
“혹시 그대들도 천도에게 당한 것이오?”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복수할 생각은 없소?”
순간 아목이 손을 멈추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녀의 표정은 다소 어두워져 있었다.
“복수는… 할 수 없다.”
“어째서? 상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목.
이에 엽현이 화제를 돌렸다.
“아목 낭자, 듣자 하니 그대들은 오유겁을 피해 잠들어 있던 거라던데, 이 말이 사실이오?”
“그건 또 어디서 주워들은 게냐?”
“하하, 그저 여기저기 귀동냥을 한 것뿐이오. 그런데 그대들은 왜 오유겁에 대항해 볼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이오? 당시 그대들은 영기도 충분했고, 실력도 지금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않았소?”
아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불가능했다. 오유겁은 네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음… 그래도, 헙!”
이때 엽현이 발작하듯 꿈틀거렸다. 아목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아, 아목 낭자. 그곳에도 그려야 하오?”
“당연하지. 간지러워도 조금만 참거라.”
“참는 거야 문제는 아닌데… 그대는 부끄럽지 않소?”
이에 아목이 엽현의 그 부분을 손으로 찰싹 때렸다.
“컥!”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몸뚱이일 뿐인데 뭐가 부끄럽다는 게냐?”
아목은 묵묵히 부문을 그려갔다.
진지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엽현은 다소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녀 말대로 한낱 몸뚱이일 뿐인데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과는 달리 한 군데는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어라? 이게 좀 딱딱해진 것 같은데?”
“…….”
“이것 좀 다시 원위치해 놓을 수 없겠느냐? 이대로는 자세가 나오지 않는구나.”
“…….”
“앙!?”
“악! 소저, 그렇게 찌르지 마시오. 그 녀석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놈이 아니란 말이오!”
“호…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나중에 이 부위에 부작용이 생겨도 날 원망하지 말거라.”
“뭐, 뭐라고!?
대략 반 시진 가량이 지나자 부문은 거의 전신을 뒤덮어갔다. 더불어 엽현의 표정도 점점 암담해졌다.
“아목 낭자, 이러고 밖에 돌아다닐 수 있겠소?”
“걱정 말거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게 될 테니까.”
고개도 돌리지 않고 열심히 손을 놀리는 아목.
이때 먼 거리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룡들이 여전히 결계를 부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들은 엽현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바로 이때, 아목이 붓을 내려놓았다.
“다 됐다. 일어나서 날 따라오너라.”
엽현이 허겁지겁 옷을 걸쳐 입으려 하자 아목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벗고 있어.”
“…….”
다시 대전 밖으로 나선 두 사람.
엽현이 고개를 들자 성벽 부근의 결계를 부수고 있는 천룡들이 들어왔다. 이때 결계 사방으로는 이미 상당한 균열이 생긴 상태였다.
진법을 한 번 살펴본 아목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그녀가 엽현을 데려온 곳은 한 우물 앞이었다. 엽현이 고개를 내밀어 밑을 보니 우물 안은 물이 아닌 붉은 피가 가득 차 있었다.
“들어가.”
이 말에 엽현이 눈을 끔뻑이며 아목을 바라보았다.
“그냥 이대로 들어가란 말이오?”
“이 우물은 무족 내에서 큰 공을 세운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기연이라 생각하고 어서 들어가거라!”
기연이라는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몸을 던졌다.
우물은 그리 깊진 않았다. 그가 밑바닥에 도착했을 때 핏물은 겨우 허리 정도까지 이를 정도였다.
바로 이때, 우물 안의 선혈이 갑자기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고, 이에 아목이 기다렸다는 듯 주문을 외웠다. 순간 엽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자신의 몸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아목 소저?”
“지금부터 무신지력이 네 몸을 강화할 것이다. 조금 따끔할 수 있으나 반항하지 말고 받아들이거라.”
이 말과 동시에, 엽현은 누군가 자신의 전신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이 정도 고통은 참을만한 정도였다.
이 상태로 대략 반 시진 가량이 지났을 때, 주문을 외우던 아목이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무신이시여, 이 아이의 연약한 육신을 강하게 하여 주소서!”
아목이 들고 있던 법봉으로 우물 안을 가리킨 순간!
쾅-!
순간 강대한 힘이 우물 안에 휘몰아쳐 들어오고, 우물 전체가 넘칠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신비한 기운이 끝도 없이 엽현의 몸 안으로 침투했다.
당황한 엽현이 깜짝 놀라 속으로 소리쳤다.
[구층 주민! 이게 도대체 무슨 힘이오?] [저 아이가 무신지력이라 하지 않았더냐?] [무신에 대해 아는 것이 있소?] [나도 잘은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 상황을 지켜보니 무신도, 저 대제사장도 보통 존재는 아닌 것 같구나.]엽현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아목이 무공을 모른다고 한 부분도 의심스러웠다. 어째 분위기로 보면 용 한 마리도 뚝딱 때려잡을 것 같지 않은가!
이 순간, 우물 위의 아목이 법봉을 위로 치켜들었다.
“기(起)!”
그녀의 말에 엽현의 육신이 핏물 속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이와 함께 그의 몸에 그려져 있던 붉은 부문들도 점차 사라져갔다.
잠시 후, 엽현이 우물 밖으로 나오자 아목이 그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지금 기분이 어떠냐?”
엽현은 대답 대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몸 안에 흐르는 강대한 힘의 파동을 느낀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봤다.
쾅-!
하늘과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더니, 반경 수천 장 안의 모든 공간에 큰 균열이 일었다.
다시 눈을 뜬 엽현의 표정엔 흥분의 기색이 가득했다.
“아, 아목 낭자. 내가 불멸금신이 된 것이오?”
“아니다. 아직은 반보불멸금신(半步不滅金身)이라 할 수 있다.”
“반…보?”
엽현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아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한 불멸금신에 이르려면 육신의 열반(涅槃)이 필요하다.”
“열반이라니,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것이오?”
“내가 알기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우직하게 몸을 연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외물이라면…”
“예를 들어 천봉(天鳳)의 피라면 곧장 불멸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천봉이라… 어디로 가면 찾을 수 있소?”
이 질문에 아목은 먼저 크게 숨을 들을 들이마셨다.
“아주 오래전, 천봉일족 가운데 열반중생(涅槃重生)에 도전한 자가 있었다. 이 과정 중에 그녀는 엄청난 화염을 토해내게 되었는데, 이는 반경 수십만 리의 우주를 모두 태운 것도 모자라 당시 천도가 있던 천도산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그래서, 천도가 출수했소?”
아목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까진 하지 않았다. 다만 경고 차원에서 신뢰(神雷) 하나를 떨어뜨렸을 뿐이지. 하지만 막 열반중생에 성공한 천봉은 너무나 자신감이 충만한 나머지 천도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이와 동시에 신뢰가 천봉일족 가운데 떨어졌고, 그녀뿐 아니라, 나머지 천봉들도 싸그리 타 죽고 말았지.”
“아… 역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 모양이오.”
아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그 중생한 천봉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영혼체 상태로 천도의 감옥에 갇혀 있지.”
“도망칠 수는 없는 것이오?”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감히 그녀를 구하러 가려는 자도 없었지. 천도가 그녀를 살려 둔 이유는 역천의 본보기를 대대손손 남겨 놓기 위함이다. 어찌 보면 딱하기도 하지만, 사실 자업자득인 셈이지.”
“저런….”
엽현의 안색이 다소 어두워졌다.
“당시 역천이라는 것이 그리도 엄중한 일이었소?”
“물론이다. 감히 천도의 이름을 더럽힌 자는 본인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자가 죽임을 당해야 했지.”
“…….”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천도에 대해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멸족을 당한다니.
엽현은 앞으로는 더더욱 입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네가 진정한 불멸금신에 이르고자 한다면 시간을 들여 수련하는 것 외에는 이 천봉을 찾아가는 것밖에 없다.”
“천봉의 위치가 어디요?”
“천봉산(天鳳山). 산 깊은 곳에 있는 용암지대가 바로 그녀가 갇혀 있는 곳이다.”
“음….”
“그 표정은 무엇이냐? 설마 찾아가려는 건 아니겠지? 조금 전에 말했듯 천봉은 역천의 죄인이다. 그 죄인을 구하러 가는 자 역시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되지. 즉, 네 머리 위에도 천도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엽현이 잠시 주저하는 이때, 성문 쪽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