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50
1050화 먹거리다!
“흉측하기는, 여전히 아름답소.”
“헤헤, 그럼 됐어. 사실 살면서 못생겼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거든!”
“하하…….”
애써 웃어 보인 엽현은 그제야 자신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때의 그의 육신은 이미 열반을 마친 상태였다.
불멸금신!
엽현은 자신의 육신이 질적으로 크게 변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네 몸은 천룡족으로 치면 팔부천룡과 맞먹을 정도야. 즉, 그보다 약한 천룡들은 마음만 먹으면 모두 죽일 수 있다는 소리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불멸 금신 이후에도 경지가 존재하오?”
“…….”
“아목 낭자? 왜 그러시오?”
이때 한쪽에 있던 천봉이 대신 대답했다.
“이론상으로는 존재한다. 불멸 금신의 상위 경지가.”
“그게 무엇입니까?”
“범인지체(凡人之體)!”
“범인…지체?”
그제야 아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불멸 금신 다음에는 범인지체라는 경지가 있다. 하지만 무족 역사상 단 한 차례도 등장한 적 없는지라, 실재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엽현이 뭔가 더 질문하려 할 때 천봉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
“자, 이제 약속을 지키거라!”
엽현이 천봉의 손을 결박하고 있는 사슬을 잠시 응시하고는 이내 천주검을 꺼내 들었다.
“이것으로 우리 둘 사이에는 빚진 것이 없는 겁니다.”
“물론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휘두르려는 이때, 갑자기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뒤이어 성구 전체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다.
이를 본 엽현은 처음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안색이 급변했다.
혹시 천도가 나타나려는 건 아니겠지!?
한편, 천봉의 표정 역시 점점 일그러져갔다. 그녀 역시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이때 아목이 달려와 엽현의 팔을 양손으로 꼭 끌어안았다.
“천도… 천도가 오려나 봐!”
“아목 낭자, 겁나시오?”
“물론이지!”
엽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때 성구 전체를 뒤덮고 있던 불길은 먹구름의 출현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천도가 설마 날 노리진 않겠지 말이오?”
“내 생각에 열에 아홉은 너일 것 같은데?”
아목의 대답에 엽현은 순간 암울해졌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내빼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실력으로 천도를 상대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혹시 상대가 아라라면 불멸 금신으로 검 몇 번 정도 받아 낼 자신은 있다. 하지만 천도는 이야기가 다르다.
아목이나 천봉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를 자신이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이건 위험해!
바로 이때, 천주검이 돌연 엽현의 손을 빠져나와 하늘로 솟구쳤다. 이에 깜짝 놀란 엽현이 황급히 소환하려 했지만, 검은 전혀 그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한편 한쪽에 있던 천봉은 검이 하늘로 떠오르는 것을 보자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도… 네가 드디어 나를 죽일 셈이구나.”
바로 이때, 천주검이 지상을 향해 뚝 떨어졌다.
마치 빛처럼 빠르게 내리꽂히는 천주검.
하지만 검은 천봉이 아니라 엽현의 이마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순간 장내 분위기가 고요해졌다.
“저… 천도님? 할 말이 있거든 이거 치우고 하면 안 되겠습니까요, 헤헤….”
하지만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상대의 반응도 없었다.
순간 엽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제길, 도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지!?’
바로 이때, 엽현 앞에 소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 누가 말하길, 오빠의 체면을 한 번 봐줄 테니까 저 여자를 놓아주래!”
“뭐,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소령아?”
“그러니까, 조금 전에 누가 내 귓속에 속삭였는데, 오빠에게 인정을 한 번 베풀어 주겠데. 저 여자를 풀어주고 싶으면 그렇게 하래!”
소령의 말에 엽현이 황당해하는 이때, 아목이 소리쳤다.
“그녀, 천도다!”
천도!
깜짝 놀란 엽현이 소령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마주쳤다.
“소령아, 너 천도와 교류하고 있는 거야?”
“음…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어쨌든 이렇게 전해 달랬어!”
“그, 그럼 혹시 뭐 때문에 호의를 베풀어 주는 건지 물어봐 줄 수 있어?”
이에 소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왜냐하면, 그녀의 위치를 모르거든.”
“아…….”
이때 아목이 나섰다.
“이유야 어쨌든 상대가 호의를 보인다니 거절할 것 있겠느냐?”
“음….”
잠시 머뭇거리던 엽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대의 인정은 기억해 두었다가 훗날 꼭 갚도록 하겠소!”
이 말을 마친 직후, 엽현은 눈앞의 천주검을 움켜쥐고서 그대로 내리쳤다.
쾅-!
천봉의 손과 발에 있던 쇠사슬이 벗겨지면서 어떤 신비한 힘이 그녀의 주변에서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엽현은 아목을 데리고 황급히 멀찌감치 물러났다.
잠시 후, 크게 심호흡을 한 천봉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순간 한 덩이 새빨간 화염이 허공으로 솟구쳤고, 이내 먹구름을 제외한 성구 전체가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엽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영혼 상태에서도 저런 실력이라면 원래는 얼마나 강했다는 것인가!
한바탕 울분을 토해낸 천봉.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엽현에게로 향했다.
“저 음흉한 천도마저 네 체면을 생각해 주다니… 너는 도대체 누구냐?”
“나는… 그저 평범한 검수일 뿐입니다.”
“…….”
“하하, 어쨌든 우리 둘 다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다행입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서로 빚진 게 없는 것입니다.”
“동의한다.”
천봉이 짧게 대답하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목과 함께 돌아섰다.
바로 이때, 천봉이 하늘을 향해 문득 고개를 치켜들었다. 순간 그녀의 눈빛에 당혹감이 감돌았다.
“젠장할 년!”
천봉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는 이때, 먹구름이 돌연 요동치더니 지상을 향해 한 줄기 뇌전을 뿜어냈다.
이에 엽현과 아목 두 사람이 깜짝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이때, 천봉이 음험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이와 함께 한 덩이 붉은 화염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쾅-!
순식간에 천봉의 화염이 흩어지고 엽현과 아목이 지켜보는 가운데 굵은 뇌전이 그대로 천봉을 직격했다.
콰쾅-!
천봉을 때린 뇌전은 사라지지 않고 네모난 모양으로 변형되어 천봉을 에워쌌다.
또 갇혔다!
엽현과 아목의 눈이 순간 집채만 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때 뇌전 감옥 안에 갇힌 천봉이 포효했다.
“천도! 이럴 거면 그냥 죽여라! 제발 부탁이다! 그냥 죽여 줘! 으아아악-!”
이때 천도의 검은 구름 떼가 천천히 사라져갔다.
이를 본 천봉이 미친 듯이 괴성을 질렀지만, 천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엽현의 곁에 있는 아목이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무거운 한숨을 뱉었다.
이때 구층 존재가 탄식하듯 말했다.
“말 그대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놨구나. 그러게 처음부터 조금 겸손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게 말이오.”
고개를 끄덕인 엽현이 아목과 함께 돌아섰다.
바로 이때, 천봉의 절규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기다려!”
“음?”
엽현이 돌아서자, 천봉이 애처로운 눈으로 엽현에게 소리쳤다.
“살려다오! 부탁한다!”
“하지만 이미 우리 사이에 계산은 끝나지 않았습니까?”
“제발! 이번엔 내가 빚진 것으로 하고 한 번만 더 구해다오!”
이 순간 천봉을 바라보는 엽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얼마 전 상황에서 그대가 내게 피를 나눠 줬더라면 그건 그대에게 인정을 하나 빚진 일이었을 것이오. 물론 선택은 그대의 권리이니 비난할 생각은 없소.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우리 사이엔 더는 빚진 것도 갚을 것도 없다는 것이오.”
말을 마친 엽현은 아목과 함께 돌아서서 떠나갔다.
매정하게 뒤돌아서 떠나는 엽현.
뒤편에서 천봉이 미친 듯이 포효했지만, 엽현은 고개도 돌려보지 않았다.
미안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그의 말대로 둘 사이에는 아무런 빚진 것이 없었으니까.
“천봉의 고고한 성격이 결국 자충수가 되었구나.”
아목의 말에 구층 존재가 대꾸했다.
“고고한 게 아니라, 멍청한 거지.”
“…….”
“조금 전 장면에서도 빌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공격했으니 천도가 화를 안 내고 배길까? 수그릴 줄 모르면 머리가 터질 때까지 맞는 수밖에. 쯧쯧….”
엽현은 속으로 구층 존재의 말에 동의하는 한편, 천봉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억겁의 세월을 갇혀 있다가 겨우 풀려났는데 또다시 갇히게 되다니.
이건 살아도 죽는 것만 못한 상황이 아닌가.
어찌 되었건 천도가 그리 원하는 이상, 천봉은 앞으로도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시간을 보낼 공산이 크다.
이때 아목이 말했다.
“그녀를 구해주고 인연을 맺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았겠느냐?”
이에 엽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고지식한 성격은 나와는 전혀 맞지 않소. 어쩌면 훗날 적으로 돌아설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럴 바에야 나에게 호감을 보여 준 천도 쪽에 가까이 가는 편이 나을 것이오. 괜히 천봉을 도와줬다가 천도가 마음을 돌려 버리면 나만 손해일 테니까.”
“음,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이때 아목이 이미 멀어진 천봉산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기 때문에 천봉 일족이 몰살당했는데도 변한 게 없다니, 정말 구제 불능이로군.”
말을 하던 아목이 문득 고개를 돌려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희 검수들도 고지식하기로 유명하지 않으냐? 그런데 너는 어찌 된 것이 매우 융통성이 있는 것 같구나.”
이때 구층 존재가 퉁명스레 소리쳤다.
“융통성이 있는 게 아니라 낯짝이 두꺼운 거겠지. 체면 따위는 개나 줘 버린 자가 검수라니, 정말로 말세로구나!”
“…….”
“하하! 그래, 네가 얼굴이 좀 두껍긴 해. 하지만 그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엽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때, 한쪽에서 강력한 용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에 엽현과 아목이 고개를 돌리자, 먼 성공으로부터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공간을 우그러뜨리며 날아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 저건 오부 천룡이로구나. 천룡족 중에서는 고위급이라 할 수 있는 존재다.”
아목의 말에 엽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빛처럼 빠르게 날아온 천룡은 눈을 몇 번 깜빡이기도 전에 이미 엽현의 머리 위에 도착해 있었다.
“인간! 네가 감히……”
이때, 엽현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뒤이어 천룡이 채 반응하기도 전, 한 줄기 검광이 천룡의 복부를 뚫고 지나갔다.
푸확-!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지는 동시에 천룡의 처참한 비명이 성공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이도 잠시, 엽현의 검이 다시 한번 번뜩이자 천룡의 목이 잘려나가며 비명이 뚝 끊어졌다.
초살!
강화된 천주검을 쥔 엽현에게 오부 천룡 정도는 이미 도롱뇽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때, 아목의 곁에 돌아온 엽현이 자연스럽게 솥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마침 출출하던 참이었는데 잘됐군!”
“…….”
곧바로 해체 작업에 들어간 엽현은 능숙한 솜씨로 살코기를 떼어내서 솥 안에 던져 넣었다.
잠시 후, 코를 자극하는 구수한 냄새가 사방으로 흘러나왔다.
“으흠… 냄새 좋다. 무족에 있을 땐 어쩌다 한 번 먹어 본 별미를 이제 매일 같이 먹고 있다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곧바로 젓가락을 들어 한 점 집어삼킨 아목.
이내 그녀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흘러넘쳤다.
이를 본 엽현은 자신 역시 살코기 한 점을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아목 낭자, 시간 난 김에 그대가 있던 시대의 세력 분포를 알려줄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