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52
1052화 저건 도대체 뭐야?
수십 배!?
순간 엽현의 심박수가 매우 빨라졌다.
아목의 말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영물이 아닌가!
이때 아목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그 전에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사실 네가 그때 천룡을 잡아먹지 않았더라도 천룡족은 조금 전 야유족처럼 너를 죽이려 들었을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네가 나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지. 이는 네가 나의 무시가 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다. 반대로 네가 만약 천족 신사(神師)의 신시(神侍)였더라면 우리 무족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제거하려 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음… 그러니까 결국 분묘를 훔치던 그렇지 않던 명부와는 적이 될 것이란 소리군. 무슨 말인지 이해했소.”
이에 아목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겉보기엔 모질고 단호한 것 같지만 속은 아직 순수한 면이 많다. 이런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지.”
“하하, 내가 순수하다고 한 사람은 그대가 처음인 것 같소.”
“흥, 아님 말고. 자 그럼 이제 슬슬 보물을 찾아 떠나볼까?”
아목이 자연스럽게 엽현의 등에 폴짝 올라탔다.
“일단 저쪽으로 가자!”
아목이 한쪽 방향을 가리키자 엽현이 그녀를 업고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어느 숲속을 빠르게 지나쳐 갔다.
“아목 낭자, 혹시 비행할 수 있소?”
“할 수 있지. 하지만 기력을 소모해야 하고, 게다가 너처럼 빠르지도 않다.”
“음… 오히려 좋아.”
“좋아? 뭐가?”
“그, 그런 게 있소. 하하…….”
지금까지는 매번 헐레벌떡 도망치느라 몰랐지만, 여유가 생긴 지금, 엽현은 등을 짓누르는 묵직한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밀착한 상태에서 풍기는 여인의 향기는 엽현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엽현은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털어낸 후 속도를 올렸다.
잠시 후, 뭔가 생각하던 아목이 입을 열었다.
“자, 내가 앞으로의 일을 예측해주마. 천룡을 죽인 것도 모자라 삶아 먹고 구워 먹은 너는 그들의 철천지원수가 되었다. 얼마 후 천룡족의 강자들이 모두 깨어나면 반드시 너를 처단하려 하겠지. 하지만 실패할 경우 천룡들의 주인인 천신족이 등장할 거다. 그 천신족도 실패한다? 그러면 명부와 고형족을 포함한 천족 전체가 네 목을 노리고 달려들겠지.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도록 하거라.”
“…….”
“아 참, 한 가지 덧붙이자면 너는 무족 대제사장의 무시니까, 그들의 척결 대상 일호라 할 수 있지. 축하한다! 조만간 유명해지겠구나! 하하하!”
척결 대상 일호!
그 말에 엽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목 낭자, 그대가 그렇게 말하니 다소 겁이 나는구려.”
“하하하! 그냥 심심해서 한번 해본 소리였다. 우리 무족은 네가 당할 동안 구경만 하고 있겠느냐? 걱정하지 말거라!”
엽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 한시바삐 실력을 끌어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스스로를 지킬 건 자기 자신뿐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불멸 금신을 이룬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초절정 고수를 만나지 않는 한 죽을 일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다시 한 시진 지나자, 눈에 보이는 풍경이 다소 달라졌다. 이때 아목이 엽현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우리는 막 천신족의 구역에 진입했어. 혹시 강한 자들과 마주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거라.”
“알겠소.”
엽현은 곧장 경계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인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아목 낭자, 이 주변에 천신족이 있소?”
“음…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만약 그들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이라면 지금이 기회라 할 수 있겠군. 아, 저쪽으로 가자.”
엽현은 아목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한편 아목은 목을 빼 들고 주변을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천신족 내부를 이렇게 보는 건 난생처음이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바람처럼 달려간 엽현은 이내 어느 강변에 도착했다.
강에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는데 그 가지가 얼마나 높게 뻗었는지 능히 태양을 가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순간 엽현은 느낄 수 있었다.
기원신수!
이때 아목이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과연… 천신족의 신물인 이유가 있구나!”
아목이 소리를 내자 엽현이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발견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 빨리 탑 안으로 들여놓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기원신수 앞으로 다가갔다. 이때 엽현은 의아함을 느꼈다.
“어째 이 근처에서 느껴지는 영기와 바깥쪽의 영기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소?”
“그건 신수가 아직 잠들어 있기 때문일 게다.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할 수 있지!”
“그렇군!”
엽현이 나무를 끌어안고 뿌리째 뽑으려는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강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가 시선에 들어왔다.
전신을 황금 갑옷으로 무장한 중년 남자는 손에 거대한 금빛 검을 들고 있었다.
“이런, 천신족의 신장(神將)이 깨어나 있었구나. 음… 저자는 육대신장 중 하나인 아신(猊信)이 틀림없다!”
이때 엽현의 눈에 중년인의 황금색 검이 들어왔다.
“저자도 검수인가 보구려.”
“맞아!”
바로 이때 아신이 아목을 향해 아는 체를 했다.
“무족의 대제사장?”
“하하! 오랜만에 봤는데도 알아보다니, 눈썰미가 대단하구나!”
“감히 천신족의 영역을 침범하다니, 겁을 상실한 건가?”
“에이, 어쩌다 지나가는 길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이에 아신이 기원신수를 붙들고 있는 엽현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신수를 노리고 온 모양이로군.”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목의 소름 끼치는 연기에 엽현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때 아신이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자신 있으면 가져가 보거라! 나는 참견하지 않을 테니!”
“음?”
순간 아목의 눈동자에 의아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물론이다. 가져갈 수만 있다면 막지 않겠다!”
“그렇다는데?”
아목이 엽현을 쳐다보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준다고 하니 사양하진 않겠소!”
말과 동시에 엽현이 계옥탑을 꺼내 들더니, 기원신수를 향해 내밀었다.
“수(收)!”
쿵-!
순간 강대한 힘이 기원신수 주변을 에워쌌다. 신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를 본 엽현은 당황스러웠다.
‘육도 진언이 통하지 않는다고!?’
이때 아목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신수가 자신의 의지로 널 따르게 해야 하는가 보구나.”
“…….”
순간 엽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기원신수씩이나 되는 존재가 자신이 말한다고 따라 줄까?
“아목 낭자. 아니면 아까처럼 쥐어박아서 말을 듣게 하는 건 어떻소?”
이에 아목이 고개를 저었다.
“기원신수는 근본적으로 분묘와는 성질이 다른 존재다. 네가 아무리 때려봐야 타격을 입지 않을 게다.”
“흠…….”
이때,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아신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포기하거라. 너희가 무슨 짓을 해도 신수를 얻을 순 없다!”
엽현이 무어라 대꾸하려는 이때, 갑자기 소령이 그의 앞에 튀어나왔다.
소령의 시선은 곧바로 기원신수로 향했다.
“오빠. 나, 이거 가질래.”
“으음? 소령아, 혹시 데려갈 수 있겠어?”
소령은 대답 대신 신수에 손을 대고 직접 물었다.
“나랑 갈래?”
하지만 신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엽현이 실망하려는 찰나, 소령이 갑자기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소백아!”
소령이 상자 뚜껑을 열어젖힌 순간, 장내가 환하게 밝아지더니 그 빛 사이로 온몸에 하얀 털이 나 있는 존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각.
허무계의 묘역을 정리하고 있던 묘지기 노인이 손을 멈추고 황급히 천신족 방향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동자에 불신의 기색이 서렸다.
“말도 안 돼… 이 날강도가 왜 또 여길……”
하얀 아이가 나타난 이 순간, 천도전당포 안에서 자고 있던 소도가 벌떡 일어나 어딘가로 사라졌다.
다시 기원신수 앞.
모두의 눈빛은 하얀 아이에게 집중됐다.
아목의 표정은 다소 충격, 아니 경악 그 자체였다.
엽현 역시 티 내진 않았으나 아목과 같은 심정이었다. 이런 곳에서 하얀 아이가 불쑥 튀어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눈앞의 아이가 본체가 아닌 하나의 투영에 불과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과연 이 투영이 기원신수를 꺾을 수 있을까?
한편,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아신의 표정에 비웃음이 그려졌다.
“난 또 뭐라고, 그저 영체에 불과한 것이었군.”
이에 엽현이 아신을 흘끔 쳐다보며 말했다.
“그대 생각처럼 평범한 존재는 아니오.”
“하하, 그런가? 그럼 어디 한 번 실력을 보자꾸나.”
엽현은 더 이상 아신을 상대하지 않고 하얀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소령이 헤헤 웃으며 하얀 아이에게 불쑥 사탕 하나를 건넸다.
사탕을 본 순간, 아이가 눈을 번뜩이며 재빨리 사탕을 받아 입에 넣었다. 몇 차례 입안에서 오물거린 아이는 이내 표정이 황홀해졌다.
이때 소령이 손가락으로 기원신수를 가리켰다. 그러자 아이가 눈을 깜빡이며 신수를 향해 돌아섰다.
“소백, 저걸 데려갈 수만 있으면 우리가 가져도 된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이 말을 들은 소백이 신수를 향해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기원신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얀 아이가 이번에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이 순간, 신수가 휘청이는 동시에 금방이라도 소멸할 듯 반쯤 투명해졌다.
이를 본 순간 아신이 화들짝 놀랐다.
아목 역시 자신도 모르게 엽현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저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그건 나도 모르오. 몇 차례 마주친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소.”
이때 하얀 아이가 다시 기원신수를 향해 손짓했다. 순간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신수가 대답이라도 하듯 가지를 파르르 떨어댔다.
이와 함께 신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점점 험악하게 변해갔다.
궁금함을 참다못한 엽현이 소령을 향해 물었다.
“소령아, 쟤네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저 나무는 무슨 천신의 은혜를 갚아야 해서 이곳을 떠날 수 없대.”
엽현이 아목을 바라보자 아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초대 천신을 말하는 것 같군. 저 나무는 그가 데려온 것이니까.”
바로 이때, 하얀 아이가 돌연 앞발을 휘두르자 짙은 자주색 기운이 신수를 향해 날아갔다. 자기가 신수에 의해 흡수된 순간, 신수 내부로부터 강대한 기운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나왔다.
이를 보자 아목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시, 신수가 경지를 돌파하려 한다!”
돌파!
순간 엽현은 놀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고작 작은 손짓 한 번에 경지를 돌파하려 한다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한편, 신수의 기운은 점점 강성해져 마침내 절정으로 치달았다.
바로 이때, 사탕을 할짝대고 있던 아이가 다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신수 주변에 있던 자색 기운이 사라지고, 이와 동시에 휘몰아치던 기운 역시 순식간에 소멸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장내.
물론 신수는 경지를 돌파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때 잠시 잠잠하던 신수가 갑자기 미친 듯 나뭇가지를 떨기 시작했다.
이에 아목과 엽현이 동시에 소령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