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피의 복수가 시작되다
창목학원!
현재 황성 전체에서 가장 곤경에 처한 것은 바로 이 창목학원이었다.
이현창이 죽으면서 그들은 우두머리를 잃었다. 심지어 그들은 이현창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창목학원으로 가는 내내 엽현 일행은 이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둘러싸였다.
현재 황성에서 이들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으랴?
그들의 명성은 당시의 안란수 보다도 이미 더 커져 버린 것이다.
엽현 일행이 창목학원으로 향하는 것을 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게다가 그 수는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어느 덧 엽현 일행은 창산 아래에 도착했다.
순간, 하늘을 향해 한 자루의 검이 치솟아 오르더니 창산 주위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창목학원! 내 검을 받을 자가 있느냐!?”
엽현이 소리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창산 위를 향했다.
창목학원 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내 장내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바로 이때, 그들 앞에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로 창목학원의 부원장, 막송이었다.
막송이 마치 원수를 보는 듯한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을 깔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감히 네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엽현이 막송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영수검이 들려 있었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강대한 검세(劍势)와 검의(劍意)가 깃든 검이 자신을 덮쳐오자 막송이 다급히 한 발을 뒤로 빼며 전방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웅-!
한 줄기 강력한 기운이 그의 손바닥으로부터 뻗어져 나왔다.
쾅-!
사람들의 시선 속에 막송의 신형이 그대로 십여 장을 날아갔다!
신합경(神合境)의 막송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었다.
구경꾼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양팔을 바라보던 막송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엽현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검도종사…….”
바로 이때, 한 자루의 검이 장내에 번뜩였다.
서걱-!
그와 동시에 막송의 머리가 피를 쏟으며 하늘을 날았다.
이에 사람들이 얼이 빠진 모습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검도종사!? 저렇게 어린 나이에!?”
엽현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영수검을 받아 들고서는 창산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뒤를 묵운기 등이 따랐다.
창산으로 올라가는 길목, 그들의 눈에 사지가 묵인 채로 매달려 있는 한 구의 시신이 들어왔다. 얼마나 오래 지났는지, 이미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 참혹한 모습에 기안지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묵운기와 백택이 시체를 속박하고 있는 매듭을 풀고자 했다.
그러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창목학원 학생들이 직접 저 시체들을 우리 창란학원까지 이고 가게 할 거야!”
그 말에 묵운기와 백택이 손을 놓고서 산을 오르는 엽현을 따랐다.
산 아래 모여 있던 구경꾼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황급히 엽현 일행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이상 창목학원을 예전처럼 두려워하지 않았다. 강국 황실과 취선루가 이미 그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였다. 일반 백성들조차 창목학원 학생이 지나갈 때면 마치 쥐새끼를 보는 것 마냥 혐오스런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창산 꼭대기에 도착한 엽현은 그곳에 있는 백여 명의 창목학원 학생들과 조우하게 됐다.
그들의 선두에 서 있던 자가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 나왔다.
그는 다름 아닌 창목학원의 또 다른 부원장, 고막이었다!
당시 기원장에게 중상을 입었던 그가 죽지 않고 살아 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당시의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한 듯 보였다.
엽현의 얼굴을 보자 고막의 안색이 썩어 문드러진 사과처럼 보기 흉해졌다.
‘또 왔구나!’
‘저 놈이 또 왔어!’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지난번 엽현이 찾아왔을 때, 창목학원 최고 기재였던 분절과 십여 명의 학생들이 죽임을 당했다.
그랬던 그가 악몽처럼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
엽현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창목학원의 무인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번거롭겠지만, 창란학원의 학생들을 창목학원까지 옮겨줘야겠다. 음…, 무릎을 꿇은 채로 옮겨준다면 더 좋겠군!”
그 말에 창목학원 학생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릎을 꿇고서 시체를 옮기라고?’
‘차라리 대놓고 얼굴에 침을 뱉어라!’
하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지 못했다.
이때 고막의 흉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엽현, 네가 그렇게 피를 보고 싶다면 우리도 어쩔 수…….”
“왜, 해보게?”
엽현이 고막의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싸우고 싶다는데 그렇게 해 드려야지!”
말이 끝나자마자 엽현이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뒤에 있던 묵운기가 사납게 웃었다.
“하하하! 다 죽이자! 나는 처음부터 이 쓰레기들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고!”
묵운기가 신고 있던 검은색 장화가 움찔하더니 그의 신형이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졌다.
묵운기와 기안지도 동시에 몸을 날렸다.
그들이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결코 대화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죽이러 온 것이었다!
기 원장의 죽음,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들을 다 죽여도 시원찮을 것이다!
엽현의 목표는 바로 고막이었다. 고막이 비록 신합경 절정의 고수긴 하지만, 그의 경지는 엽현에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엽현 역시 이미 능공경 절정에 이른데다가 검의까지 깨달은 상태였다.
이제 엽현은 무도종사인데다 검도종사였다.
엽현의 전투력은 더 이상 예전의 그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엽현의 흉흉한 기세를 앞에 두고 고막이 소리쳤다.
“싸워라! 목숨을 걸고 싸워라!”
그의 신형이 맹렬히 쏘아져 나갔다.
현재의 창목학원은 더 이상 퇴로가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목숨을 건 전투뿐이었다. 눈앞의 엽현은 결코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복하는 것은 천년 창목학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때, 고막의 곁으로 순식간에 세 개의 그림자가 붙었다.
그들은 모두 창목학원 신합경의 강자였다.
고막을 포함한 네 명의 신합경 강자들이 엽현을 향해 한 번에 출수하려 했다.
창목학원의 나머지 인원들은 자연히 묵운기, 백택 그리고 기안지가 상대하게 됐다.
세 사람과 백 명의 싸움!
기세로 보나 그 숫자로 보나 압도적인 열세! 그러나 세 사람의 눈빛엔 일말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때, 장내에 검은 무복을 입은 무인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수는 약 마흔 명 정도였다. 각자가 검은 낫을 들고서 창목학원 학생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한 번 낫질을 할 때마다 창목학원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강국 황실!”
“취선루!”
멀리서 고막이 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는 한눈에 그들이 강국 황실과 취선루에서 보낸 자들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고막은 어쩔 수 없이 엽현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네 명의 신합경 강자의 합공은 아무리 엽현이라 해도 쉽게 막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까닭에 엽현은 처음부터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기 바빴다.
네 명의 무인들은 그런 엽현을 죽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이미 그들은 엽현을 죽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뒤편에 나타난 묵운기가 엽현을 향해 달려드는 한 명의 신합경 강자를 향해 금빛 비도를 날렸다. 뜻밖에 기습에 그 무인은 헛숨을 들이키며 간신히 비도를 피해냈다.
거의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그림자가 또 다른 신합경 강자를 향해 쏜살같이 부딪쳐왔다.
바로 백택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백택의 기습에 그 무인은 십여 장 밖으로 날아갔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기안지가 나머지 한 명의 신합경 강자 앞을 막아섰다.
사대사의 대치!
다른 창목학원의 학생들은 이미 검은 낫을 들고 나타난 자들에게 완전히 제압당한 상황이었다.
사실 엽현을 핑계 삼지 않더라도, 강국 황실과 취선루는 창목학원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창목학원을 치지 않으면 훗날 창목학원에 의해 보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엽현과 고막은 다른 방해꾼 없이 단둘이 대치하게 되었다.
고막이 살기 넘치는 눈으로 엽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 너 이 놈……, 창목학원이 네 놈 손에 망하게 될 줄이야…….”
이때, 엽현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고막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뒤이어 그의 검이 날카롭게 떨어졌다.
쾅-!
엽현의 일격에 고막은 그대로 십여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겨우 몸을 일으킨 그의 발밑엔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가 그의 가슴 부위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몸과 마음에 더할 나위 없는 충격을 입은 고막이 전신을 떨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너…….”
이때 엽현이 성난 목소리로 고막을 향해 외쳤다.
“쓸데없는 말 좀 하지 말자. 나는 그냥 널 죽이고 싶을 뿐이니까!”
말과 동시에 엽현은 고막을 향해 튀어 나갔다.
비록 그는 더 이상 사물을 볼 수 없었지만 충분히 상대의 위치를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눈이 온전할 때와 비교해 삼 할 정도 실력이 줄어들었다.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가 없었다.
엽현이 달려드는 것을 본 고막이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오너라!”
순간 고막이 엽현을 향해 날아올랐다. 이때 그의 몸 안에서 강대한 기운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이미 평범한 신합경의 기운이 아니었다.
자폭!
고막은 자신이 결코 엽현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엽현에게 죽느니 차라리 이렇게 함께 저승 길동무를 삼는 것이 그에게는 백배 천배 옳은 선택이었다!
이때, 영수검이 엽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빠르게 날아갔다.
고막의 흉악한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성공이다!’
쾅-!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강력한 힘의 파동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바로 이때, 그 파동에 휩쓸린 한 그림자가 엄청난 속도로 뒤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바로 엽현이었다!
족히 백여 장을 날아간 엽현은 창산 절벽을 그대로 세차게 들이박고서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모든 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던 엽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낸 엽현이 묵운기 등을 향해 외쳤다.
“죽여, 하나도 남김없이 싹 다 죽여 버려!”
엽현의 말에 묵운기 등이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모두 죽여야 한다.’
엽현은 이때까지 적에게 나약한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오늘 두 학원이 서로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손속에 사정을 두어야 한단 말인가!
아니! 창목학원은 자신들을 향해 단 한 번도 인정을 베푼 적이 없었다!
모두 죽여야 이 싸움이 끝날 것이다.
엽현이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적을 향해 솟구쳤다.
그의 속도보다 빠른 것은 바로 그의 검이었다.
영수검은 엽현이 아직 발에 땅을 딛기도 전에 한 신합경 강자의 눈앞에 도달한 상태였다!
한창 묵운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던 신합경 강자가 불현듯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때 이미 눈앞에 다가온 영수검!
쾅-!
신합경 강자의 몸이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되었다.
바로 이때, 그를 향해 한 줄기의 빛이 날아갔다.